현대해상의 DNA는 무역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상 위험을 보장하는 역할에서 시작된다. 산업화 초기 국내 기업의 무역과 운송에는 해상 사고와 화물 손실 등에 대비할 보험 기능이 필요했다.
현대해상은 해상 위험을 전문적으로 보장하는 역할에서 출발해 한국 경제의 산업화와 자동차 대중화, 개인 보장 수요 확대를 거치며 종합 손보사의 기반을 넓혀왔다.
사명 변화에서도 현대해상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동방해상보험에서 동방해상화재보험, 동방화재해상보험을 거쳐 지난 1985년 현대해상화재보험으로 이름을 바꿨다.
◆해상보험 DNA…산업화 초기 위험 보장 맡은 전업사
해방 이후 국내 보험산업이 제도적 기반을 다지던 시기 해상보험은 무역과 운송,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하는 금융 인프라였다.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보험 수요는 해상 운송을 넘어 공장과 건물·설비·차량 등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대됐다.
현대해상은 이에 맞춰 지난 1963년 화재보험 인가를 받으며 해상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났고 1983년에는 자동차보험업 인가를 받았다. 해상 위험을 보장하던 전업사가 화재와 자동차 사고까지 다루는 손해보험사로 체급을 키운 것이다.
현대해상의 두 번째 도약은 개인 고객 기반 확대였다. 손해보험의 보장 영역이 △질병 △상해 △노후 위험으로 넓어지면서 현대해상도 생활 위험을 관리하는 보험사로 역할을 확장했다.
특히 장기보험은 현대해상의 수익 기반을 넓힌 요인으로 평가된다. 과거 손해보험이 사고 발생 이후 손실을 보상하는 데 집중했다면 장기보험을 통해 질병·상해·간병·어린이 보장 등 생애주기 위험까지 보장하며 영업 규모를 키웠다.
현대해상은 자동차보험 브랜드 '하이카'와 어린이보험 '굿앤굿 어린이보험' 등을 통해 개인 고객 기반을 확대했다. 특히 어린이보험은 장기보험 시장에서 현대해상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숫자로 본 성장…1조원대에서 48조원대 손보사로
현대해상의 성장 행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대해상은 지난 1995년 1월 총자산 1조원을 돌파하며 자산 1조원대 시대를 열었다. 이후 현대해상은 지난 2009년 9월 총자산 10조원을 돌파했고 2012년 말에는 총자산 2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은 48조6600억원, 운용자산은 46조1066억원이다. 1995년 1조원대였던 자산 규모가 30여년 만에 50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현대해상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2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미래 수익 체력을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9조1702억원으로 전년 말(8조9017억원) 대비 3%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 중이다.
보험 본업에서는 장기보험이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1분기 별도 보험손익은 3021억원으로 이 중 장기보험이 2659억원을 차지했다. 수입보험료에서도 장기보험은 2조8642억원으로 전체의 63% 규모다. 자본 적정성도 개선됐다. 올해 3월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207.2%로 감독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과제는 자본관리·수익성…미래 성장 체질 다진다
현대해상의 다음 과제로는 외형 확대보다 보험 본업의 수익성과 자본 안정성 강화가 꼽힌다. 최근 보험시장에서는 계약 규모보다 위험 대비 수익성을 따져 선별 인수하는 역량이 경쟁력 중 하나로 주목된다.
현대해상은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언더라이팅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손해율이 우려되는 상품과 담보의 무분별한 판매를 줄이고 과도한 사업비를 투입한 외부 채널 경쟁을 제한하는 한편 수익성이 우수한 채널의 경쟁력을 높여 보험계약마진(CSM)의 질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자본관리도 핵심 축이다. 보험사는 장기 부채를 보유하고 이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는 업권 특성상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자산과 부채 가치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현대해상은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지속해서 맞추고 금리 민감도를 낮춰 지급여력비율(K-ICS)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익성 중심 전략은 손해보험업의 성장 방식 변화와 연계된다. 과거에는 시장점유율과 보험료 규모가 성장의 핵심 지표였다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에는 CSM과 손해율, 자본비율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현대해상이 고CSM 계약, 우량 물건 중심의 인수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 인수 체계도 고도화 중이다. 현대해상은 축적된 언더라이팅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자동심사 대상 고객을 선별하는 '2Q-PASS'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응대와 계약 심사 속도를 높여 업무 효율과 수익성을 함께 개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해상의 71년은 해상 위험을 보장하던 전업사가 생활과 산업 전반의 위험을 관리하는 종합 손보사로 확장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향후 경쟁력은 보장 영역을 넓히는 데만 한정되지 않는다.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 고수익성 계약 중심의 포트폴리오, 안정적인 자본관리가 성장을 위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14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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