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MBK)의 품에 안겼던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죽느냐 사느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MBK는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역사를 썼다. 그러나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공중분해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 '5조 빚 잔치' LBO의 덫… 알짜 점포 팔아 이자 갚기 '급급'
홈플러스 비극의 씨앗은 인수 당시 활용된 '차입매수(LBO)' 방식에서 싹텄다. LBO는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막대한 자금을 빌려 기업을 사들이는 기법이다. MBK는 총 인수 자금 7조2000억원 중 무려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자체 조달한 자금(에쿼티)은 2조200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전체 자금의 약 71%를 빚으로 충당한 셈이다.
인수 직후 홈플러스의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본업인 유통 경쟁력 저하로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친 반면 5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지출한 이자 비용만 무려 2조9329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합계(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나 많은 비정상적인 구조다. 한 해 평균 1787억원씩, 8년간 쌓인 누적 순손실액만 1조4300억원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위해 MBK가 꺼내든 카드는 '알짜 점포 매각'이었다. 홈플러스는 전체 운영 점포(약 126개)의 절반가량을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매각했다.
실제로 부동산 매각이 집중됐던 2016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홈플러스가 확보한 자금은 2조2111억원이었으며 이는 동 기간 감소한 장단기 차입금(2조7112억원)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자산을 팔아 빚을 갚는 '돌려막기'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인 현금 흐름에는 숨통을 틔워줬지만, 매년 수백억 원의 고정 임차료 부담을 낳으며 점포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었다.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총부채는 8조5000억원으로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성 리스부채만 1조88억원에 육박한다.
투자자 수익 보전을 위한 고배당 정책도 홈플러스의 피를 말렸다. MBK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에게 초기 9%에서 점차 배당률이 높아지는 스텝업 방식을 약속해, 현재 배당률은 12%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과 세법의 분류 차이를 이용한 꼼수 배당 논란 속에 홈플러스의 순손실은 끝없이 추락했고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2015년 'A1'에서 올해 2월 투기 등급 턱밑인 'A3-'까지 강등시켰다.
◆ 급락하는 경쟁력, 내몰리는 노동자… "약탈적 자본 규제해야"
과도한 재무 부담은 시장 경쟁력 상실과 참혹한 구조조정으로 직결됐다. 경쟁사들이 온·오프라인 연계와 신선식품 물류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할 때 홈플러스는 희망퇴직과 점포 통폐합으로 버티기에 급급했다.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현실이 됐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월 2만5359명이던 홈플러스 직영 직원은 2023년 2월 2만456명으로 약 5000명 급감했다. 외주·협력 직원 역시 같은 기간 5056명이나 줄었다. 2018년에는 보안, 베이커리, 콜센터 등 4개 부문 1800여 명의 외주 직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며 그 업무를 고스란히 직영 직원들에게 전가해 노동 강도를 극도로 높였다.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영등포, 동수원, 센텀시티, 잠실점 등 홈플러스 매출 상위 핵심 점포들이 당장 2026년과 2027년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기업회생 절차를 핑계로 임대료 미납 사태가 이어져 계약 갱신이 불발될 경우 수천 명의 노동자가 또다시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최근 부동산 리츠·펀드 운용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30~50% 삭감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고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임대료 지급을 전면 중단하며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김병주 MBK 회장이 600억원 규모의 DIP(회생기업 자금대여) 금융 대출과 사재를 포함해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가 추산하는 정상화 필요 자금(최소 1조50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면피성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은 “사모펀드가 건강한 구조조정이 아닌 기업의 고혈을 빠는 투기 자본으로 전락하면서 한국 경제와 국민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상법과 근로기준법, 채무자 회생법 등 관련 법안의 전면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수강 경제학 박사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추세”라며 “한국 정부도 사모펀드의 정보 공개 의무를 대폭 확대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차입 규제, 자산 수탈 제한, 구조조정 시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 의무화 등 강력한 제도적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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