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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책은 넘치는데 세입자는 더 가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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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책은 넘치는데 세입자는 더 가난해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4-21 08:03:41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부는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공급을 늘리고 택지를 발굴하며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집값 불안을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발표만 보면 해법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르다. 세입자들은 집값보다 전셋값을 먼저 걱정하고 전세보다 월세 고지서를 더 두려워한다. 정책은 늘어나는데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탄식이 커지는 이유다.
 

지금 임대차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월세의 일상화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고 수도권 아파트에서도 월세 거래가 절반을 넘겼다. 이는 단순한 거래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전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계층이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는 뜻이다. 한 번 월세 시장으로 들어가면 매달 빠져나가는 현금 부담은 커지고 종잣돈을 모을 기회는 줄어든다. 자산 격차는 그렇게 벌어진다.
 

전세 시장 역시 사정이 낫지 않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전세 매물은 줄고 수급은 다시 빠듯해지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시장에 나온 물건은 부족하다.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가격대의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먼저 사라지는 흐름은 예사롭지 않다. 서민과 청년층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먼저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3억원 이하 전세 거래 감소는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이 의지하던 구간의 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주거 사다리가 아래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여력이 있는 계층은 비싼 전세나 매매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계층은 더 좁은 전세 시장에서 밀려나 월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책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먼저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말하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다. 집이 부족하면 더 지어야 한다. 공급 기반 없이 시장 안정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문제는 시간이다. 오늘 발표한 공급 대책은 인허가와 착공, 분양과 입주를 거쳐야 비로소 효과가 난다.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고통은 몇 년 뒤가 아니라 이번 달 월세 납부일에 찾아온다. 미래의 공급만으로 현재의 부담을 덜어낼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초점이 지나치게 집값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집값이 오르면 대책이 쏟아지고 거래가 줄면 안정 신호로 해석한다. 그러나 무주택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매매지수가 아니라 주거비다.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월세를 내고도 생활이 가능한지, 아이 학교를 옮기지 않고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지가 삶의 현실이다.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청사진만이 아니다. 당장 임대차 시장의 숨통을 틔울 현실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공공 전세임대와 매입임대 공급 속도를 높이고 정책금융 문턱을 시장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 월세 세액공제와 주거급여 같은 지원도 실제 체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숫자를 발표하는 정책이 아니라 가계부를 바꾸는 정책이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늘 거대한 수치로 포장된다. 몇 만호 공급, 몇 십만호 착공, 대규모 택지 확보 같은 문구는 강렬하다. 그러나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다른 장면들이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출퇴근 시간을 늘린 직장인, 월세를 내느라 소비를 줄인 청년, 대출 한도에 막혀 계약을 포기한 신혼부부의 한숨이다. 민생은 통계표가 아니라 생활비에서 흔들린다.

지금 시장은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정책은 많아도 체감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급을 말하고 세입자는 생계를 걱정한다. 정부는 미래를 말하고 국민은 이번 달을 걱정한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어떤 대책이 나와도 전월세난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책은 넘치는데 세입자는 더 가난해지는 현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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