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산 신약 최초로 미국 혈액제제 시장의 문을 연 GC녹십자가 핵심 원료인 혈장 자급체계를 갖추며 ‘포스트 알리글로’ 시대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17일 GC녹십자의 미국 현지 법인인 ABO플라즈마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라레도(Laredo)에 신규 혈장센터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이번 라레도 센터의 가동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됐다.
당초 센터는 2026년 완공과 가동을 목표로 설계됐으나 GC녹십자의 면역글로블린 제제 ‘알리글로’가 미국 출시 직후 예상치를 상회하는 처방 실적을 기록하면서 가동 시점을 1년 가까이 앞당기게 됐다.
라레도 센터는 문을 열자마자 현지 혈장 공여자 모집에 착수했다. 이곳에서 채취된 신선한 혈장은 최대 24개월간 철저한 저온 보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미 식품의약국(FDA)의 시설 허가 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GC녹십자의 북미 생산 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신규 혈장센터가 FDA 승인을 얻는 데 약 9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 중에는 ‘라레도산(産) 혈장’으로 만든 국산 혈액제제가 미국 전역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라레도 센터의 조기 가동은 단순한 공급량 확대를 넘어 미국 내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선제적 방어막 성격이 짙다. 현재 글로벌 제약 시장은 미 대선 결과와 맞물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예고됐던 ‘상호관세 규제 행정명령(제14257호)’은 완제품 구성물 중 미국산 원료 비중이 20% 미만일 경우 가혹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글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알리글로는 제조 공정 초기부터 100% 미국산 혈장만을 원료로 사용한다. 전체 의약품 구성에서 부가적인 성분을 제외한 순수 혈장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즉 미국 보건당국이 요구하는 자국산 원료 비중 기준을 두 배 이상 상회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라레도 센터 가동을 통해 현지 원료 조달 비중을 더욱 높임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혈액제제 산업에서 자체 혈장센터 보유 여부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혈장은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화합물과 달리 오직 사람의 헌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한정된 자원이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혈장을 ‘액체 황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외부 업체로부터 혈장을 구매해 의약품을 만들 경우 원재료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높지만 자체 센터를 확보하면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GC녹십자는 라레도 센터에 이어 같은 텍사스주의 이글패스에도 추가 혈장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글패스 센터까지 문을 여는 내년 하반기면 GC녹십자의 북미 원료 공급망은 그물망처럼 촘촘해진다. 이는 원료 수집부터 정제, 완제품 생산, 현지 유통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발판 삼아 혈우병 치료제, 알부민 등 다른 혈액제제 라인업의 미국 진출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미국은 전 세계 혈액제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소비처로 한국보다 약가가 5~6배 높게 형성돼 있어 수익성이 매우 크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라레도 센터 가동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 대표는 “올해는 국내외 혈장분획제제 사업이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안정적이고 독자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