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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텔링 ESG] 100년 만의 가뭄?… 강릉 오봉저수지 고갈이 부른 '인재(人災)'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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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프트텔링 ESG] 100년 만의 가뭄?… 강릉 오봉저수지 고갈이 부른 '인재(人災)'의 경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기자
2025-09-18 06:00:00
사진연합뉴스
9월 12,13일 강원도 강릉 지역에 이틀간 비가 내리긴 했으나 9월 14일 강릉 지역 주요 수원지인 오봉저수지는 저수율 14%대로  여전히 바닥이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오봉저수지. 강릉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어쩌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이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 연일 각종 매체는 오봉저수지의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을 앞다퉈 타전했습니다. 강원도 강릉 지역 생활용수의 약 87%를 책임지는 핵심 상수원이자 농업용수의 젖줄인 이곳이 올해 들어 쉼 없이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거북등처럼 바닥을 드러내며 저수량이 급속도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입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메말라가던 오봉저수지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지난 12~13일 강릉 지역에 100㎜ 이상의 단비가 내리며 겨우 숨통이 트였습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13일 오후 6시 기준 저수율은 14.3%로, 12일 대비 2.8%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저수량은 204만7600t으로 전일 대비 40만t가량 늘어났지만 여전히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셈입니다.

◆ 폭염과 강우 부족, 그리고 수요 폭증이 부른 '퍼펙트 스톰'

돌이켜보면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은 평년의 90% 수준을 무난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6월부터 이례적인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강수량이 급감하면서 상황은 무서운 속도로 반전됐습니다. 불과 한 달여 만인 7월 7일, 저수율은 평년치(66.2%)의 절반 수준인 32.9%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강릉시는 다급해졌습니다. 수돗물 세차 금지, 화장실 절수기 설치, 샤워 후 남은 물 재활용 등 대대적인 시민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8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 수요까지 폭증하면서 8월 6일 저수율은 25%까지 떨어졌고 기존 최저치(2000년 26%)마저 경신하고 말았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앙정부 역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서둘러 가동했습니다.

상태는 9월 들어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연일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며 9월 6일에는 12.9%라는 벼랑 끝까지 추락했습니다. 강릉 지역에는 재난사태가 선포됐고 공공시설 운영 중단과 제한 급수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군 병력과 살수차까지 대거 투입됐으며 하류인 남대천 구산농보의 물을 2km 상류인 오봉저수지까지 펌프로 강제 역송해 끌어올리는 고육지책까지 논의되던 찰나에 내린 단비로 간신히 최악의 사태를 면한 것입니다.

 
가뭄에 목 마른 강원도 강릉 지역에 대한 물급수에 나선 소방차가 보에서 물을 충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뭄에 목 마른 강원도 강릉 지역에 대한 물 급수에 나선 소방차가 차량에 물을 충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기후 변화의 직격탄… 늙어가는 수자원 인프라의 한계

곰곰이 따져보면 강릉 지역의 이번 가뭄은 단순한 자연의 변덕이나 우연이 아닙니다. 산악 지형과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강릉은 본래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한 지역입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약 1500mm에 달했던 강릉 지역 연평균 강수량은 2020년대 들어 약 1200mm로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조용히 늙어가고 있는 낡은 수자원 인프라에 있습니다. 강릉시 수자원과에 따르면 주요 수자원 시설들은 대부분 1980년대에 건설되어 오랜 세월 쌓인 토사 퇴적 등으로 인해 실제 물을 담아둘 수 있는 저장 용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수로 정비 미흡과 지하수 관측망 부족으로 지금 우리 수자원이 어떤 상태인지 실시간 모니터링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전문가들도 이 지점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의 맹점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백 교수는 "기후 위기로 인해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 주기가 짧아지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은 과거의 기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어 "노후 댐의 준설과 인프라 현대화 등 선제적인 '기후 적응(Climate Adaptation)'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오봉저수지 사태는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무겁게 경고했습니다.

◆ 난개발이 부추긴 물 부족… ESG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부재

환경 단체와 많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지역 개발이 가뭄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운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지적합니다. 강릉시 왕산면 등지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위락 시설 건설이 잇따라 이어지면서 물을 넉넉히 품어주던 주변 산림이 무참히 훼손되고 하천이 매립됐습니다. 이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채우는 자연의 훌륭한 '재충전 기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최근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찬찬히 분석해 보면 문제의 본질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식수 부족과 농작물 피해라는 뼈아픈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지자체의 정책 결정 과정과 인프라 관리 체계는 낙제점에 가까웠습니다. 환경이 받게 될 영향을 도외시한 채 강행된 난개발 허가는 우리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ESG 평가 전문가인 김정남 법무법인 화우 그룹장 역시 행정의 투명성에 주목했습니다. 김 그룹장은 "이제 지자체의 행정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ESG 거버넌스가 필수적인 시대입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결국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식수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행정 당국이 뼈저리게 인식하고 장기적인 수자원 확보 계획을 의사결정의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쩍쩍 갈라진 바닥과 곤두박질친 저수율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묵직한 경고장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의 복합적인 실패가 빚어낸 참담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위기만 넘기고 보는 땜질식 처방을 넘어 이제는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인프라 현대화와 생태계를 보존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식 등 종합적인 ESG 솔루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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