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상호 무관세’ 제안을 “불충분하다”며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무역 협상의 시작일 뿐 진정한 핵심은 각국이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것이라고 선언하며 통상 압박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EU 측이 제안한 공산품 무관세 카드를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관세를 없애겠다고 나서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무역에서 진정한 문제는 각국이 설정해 놓은 복잡한 비관세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EU의 폐쇄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자동차 검사 과정에서 볼링공을 떨어뜨려 흠집을 내고는 ‘품질 미달’이라며 수입을 막는다”며 이러한 규제들이 실질적으로는 외국산 제품의 진입을 막기 위한 ‘보이지 않는 방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EU가 형성 초기부터 미국을 상대로 무역 독점 체제를 구축해왔다고 비판하며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을 강조했다.
백악관의 대응 기조는 더욱 단호하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등 일부 국가의 ‘관세 제로화’ 제안조차 “의미 없는 제스처”라고 일축했다. 나바로 고문은 “중요한 것은 비관세 사기(Non-tariff fraud)”라며 협상의 포인트가 ‘부정행위 중단’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이 지목한 ‘비관세 무기’의 목록은 방대하다.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 왜곡 △덤핑 및 수출 보조금 △지식재산권 도용 △차별적 제품 표준 △불투명한 라이선스 제도 △데이터 현지화 의무 등이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관세율 인하를 넘어 각국의 산업 정책과 규제 체계 전반을 미국의 기준에 맞추라는 ‘초강경 요구’로 해석된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가시화되자 트럼프 경제팀은 보복 관세로 피해를 보는 미국 수출 기업들을 위한 세제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정부 차원에서 일부 보전해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내부적으로 견디게 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원리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보조금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통상 협상의 패러다임이 ‘관세 수준’에서 ‘국가 경제 시스템의 구조’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과 협상하려는 국가들은 단순히 관세율표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해 온 복잡한 법적·행정적 규제들을 철폐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상호관세는 협상의 종착점이 아닌 상대국을 테이블 위로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일 뿐”이라며 “앞으로 미국은 더 집요하게 각국의 보조금 정책과 산업 표준을 문제 삼으며 무역 분쟁의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9일부터 본격화될 상호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각국의 대응은 세계 무역 체제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상대국들은 이를 내정 간섭이자 자국 산업 고사 전략으로 받아들이며 양측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4월의 통상 대전은 이제 ‘관세’라는 외피를 쓰고 ‘경제 패권’을 향한 본격적인 사투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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