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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의 산불, 100년의 눈물...기나긴 생태계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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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일의 산불, 100년의 눈물...기나긴 생태계 복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기자
2025-04-03 06:00:00

대형산불 주로 강원‧동해안 지역에서 3~4월 집중 발생

올해 경·남북 중심 동시다발적 산불로 진화에 어려움 겪어

나무는 다시 심지만…벌레가 살고 새가 깃들기엔 수십년 걸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한 골프장이 산불에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불에 탄 건너편 산등성이의 나무들이 은씨년스럽게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한 골프장이 산불에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불에 탄 건너편 산등성이의 나무들이 은씨년스럽게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21일 경남 청송에서 시작해 동으로는 지리산, 서로는 울산과 영덕항, 북으로는 경북 안동까지 불길이 뻗친 동시다발적인 대형산불은 우리 산하에 처참한 상흔을 남겼다. 10일간 이어진 대형산불의 피해 면적은 4만8239헥타르(ha)로 이는 지난해까지 10년간 기록된 대형산불 피해 면적 전체(4만19ha)를 단숨에 훌쩍 뛰어넘는 사상 초유의 규모다.

대형산불은 숲만 태운 것이 아니라 주택과 농업시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불태우고 숲에서 살아가던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땅 위에서 살던 동물들은 물론 날아다니는 새와 땅속 생물, 생태계의 가장 마지막 고리인 미생물까지 1000도가 넘는 고열에 생명력을 잃었다. 

그간 대형산불은 주로 강원과 동해안 지역에서 3~4월 집중적으로 발생해왔다. 이 지역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지형적 특성에 따른 건조한 날씨, '양간지풍'이라 불리는 강풍, 인화력이 강한 소나무 단순림이라는 악조건이 겹쳐 한 번 불이 나면 대형산불로 확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산불은 양상이 달랐다. 대부분 실화로 시작된 뒤 건조한 봄 날씨와 시속 8km가 넘는 이례적인 강풍을 타고 사방으로 번졌다. 한쪽이 바다에 면해 불길 확산에 한계가 있던 강원·동해안 산불과 달리 내륙 전체를 집어삼켰다. 특히 경남·북 지역은 예로부터 자생적으로 자라난 소나무가 많은 곳이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나무는 불에 타면 코르타르와 같은 성질을 지닌 송진이 흘러나와 스스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천연 화약고'와 같다"며 "일반 활엽수보다 훨씬 오래 타며 인접한 나무로 불길을 옮기는 특성 때문에 진화 인력들이 가장 큰 애를 먹는 수종"이라고 설명했다.

생태학적 손실은 뼈아프다. 하필 이번 화마가 휩쓸고 간 지역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생태·자연도 2025년’ 평가에서 “지난해 대비 식생·지형자원의 보전 가치가 증가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확대해 1·2등급 지역 비율이 각각 0.3%p 증가”한 생태계의 보고(寶庫)였다. 

더 큰 문제는 다가올 2차 피해다. 산불 피해 지역은 산사태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과거 전북 남원지역 산불 피해지를 조사한 결과 산사태 발생 비율이 일반 산림에 비해 무려 200배나 높았다. 산불로 지표면 식생이 타버리면서 토양의 물리적 성질이 약해져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표면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리며 대량의 토사를 쓸고 내려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시작될 '복원의 방향성'이 산불 진화만큼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불 직후 2차 재난을 막기 위한 응급복구가 끝나면 항구복원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항구복원은 숲이 스스로 되살아나도록 돕는 '자연복원'과 나무를 직접 심는 '조림복원'으로 나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불이 탄 자리에 또다시 경제림이라는 명목으로 불에 취약한 소나무를 일률적으로 심는 조림 방식은 '산불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라며 "수관층이 살아있어 움싹이 날 수 있는 곳은 생태계의 자연 복원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조림이 불가피한 곳은 수분을 많이 머금어 산불에 강한 참나무류 등 '내화수림(활엽수림)'을 조성해 숲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식생과 체질 개선을 거쳐도 숲이 단번에 예전 모습을 되찾는 것은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생태계 복원 타임라인에 따르면 어류가 복귀하는 데는 통상 3년, 양서류나 무척추동물이 되살아나는 데는 9년, 땅속 개미류가 복원하는 데는 무려 13년이 걸린다. 

조류가 정착하는 데 19년, 울창한 숲이 형성되는 데 30년, 대형 야생동물이 정착하는 데는 35년이 소요된다. 그리고 숲의 토양이 화재 이전의 완벽한 생태계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자그마치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잿더미가 된 우리 산하 앞에, 생태계 복원을 위한 인고의 새로운 100년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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