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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000시대…이제 다음을 준비하자
[경제일보] 코스피 8000시대가 열렸다.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시장의 공기는 달라졌다. 5000선 돌파 때는 기대가 앞섰고, 6000선에서는 의심과 환호가 엇갈렸다. 7000선을 지나 8000선을 넘자 이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 ‘이 상승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2026년 5월 26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5% 오른 8047.51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2.22%, SK하이닉스는 5.72% 상승했다. 다음 날에도 반도체 대형주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5월 27일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 코스피가 올해 들어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이번 랠리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 서버, 고대역폭메모리,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다시 한국 증시의 심장부로 밀어 올렸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수출 엔진이고, 기술 주권의 방파제이며, 자본시장의 가장 강력한 실적 근거다. 주가가 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거 유동성 장세와 달리 이번 상승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익 전망 상향과 산업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축포 소리 속에서 다음 위험을 키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기술주가 향후 이익 전망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구조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상장사의 17%만 주가가 올랐고, 반도체 ‘투톱’ 쏠림이 뚜렷하다. 지수는 8000인데, 체감 수익률은 투자자마다 크게 다르다. 이것이 8000시대의 첫 번째 역설이다. 코스피 8000은 끝이 아니라 시험대다.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주가 상승을 제도 상승으로 연결해야 한다. 주주친화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의 기본 조건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만 쓰이고 일반주주는 의사결정의 주변부에 머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름만 바꿔 다시 돌아온다. 주가가 올랐다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가 상승은 개혁을 미룰 이유가 아니라 개혁을 완성할 기회다. 그런 점에서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개혁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시장의 기대를 키운 핵심 재료였다. 한국의 개정 상법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해 자사주가 지배력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관행을 겨냥했다. 다만 제도는 법전에 적힌 문구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실질적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지,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이익이 보호되는지,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시장의 공포가 될 만큼 강한지까지 봐야 한다. 자본시장 개혁은 지수를 올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장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수익의 다각화다.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앞문을 열었다면, 다음 방은 전력기기, 원전, 조선, 방산, 자동차, 로봇, 바이오, 금융, 콘텐츠, 인프라 기업들이 채워야 한다. AI 시대의 반도체 수요는 전력망과 냉각장치, 데이터센터, 소재·부품·장비,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어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반도체 주가만의 축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투자 기회로 넓혀야 한다. 금융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갇혀 있던 가계 자산을 생산적 자본으로 이동시키려면 장기투자 상품, 배당형 상품, 연금계좌, ISA, 퇴직연금의 질을 높여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급등주를 따라붙는 통로가 아니라 산업 성장의 열매를 장기적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융자가 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는 있어도, 국민 자산 형성의 기둥이 될 수는 없다. 특히 빚투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한국 증시 랠리가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으로 더 가팔라지고 있으며, 증거금 부채가 크게 늘었다. 거래대금이 늘고 계좌가 불어나는 것은 시장의 활력이다. 그러나 빚으로 산 주식은 작은 조정에도 큰 손실을 만든다. 상승장에서는 모두가 용감해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레버리지가 먼저 무너진다. 정부도 시장의 환호에 취해선 안 된다. 세제 혜택, 배당소득 과세 정비, 장기투자 유인, 불공정거래 근절, 공시 투명성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 지수 목표를 앞세워 시장을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방향을 제시받을 수는 있어도 끌려가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정부의 손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선명해지고, 기업과 투자자가 그 규칙을 신뢰하는 데 있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주주환원은 주가가 오를 때만 내놓는 시혜가 아니라 자본 조달의 대가다. 배당을 늘리고, 불필요한 자사주는 소각하며, 자본비용보다 낮은 수익률의 투자는 과감히 접어야 한다. 총수 일가의 지배권 방어보다 기업가치 제고가 우선이라는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8000시대의 기업은 더 이상 ‘한국 시장이라서 이 정도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글로벌 자금은 한국 기업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으로 보지 않는다. 이사회, 공시, 배당, 승계, 소수주주 보호까지 함께 본다. 고전은 늘 흥분한 시대에 차가운 생명수 역할을 한다. <맹자>에는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번영의 순간에 위험을 생각하는 나라와 기업은 오래 간다. 반대로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 순간, 시장은 가장 비싼 수업료를 요구한다. 코스피 8000시대에 필요한 태도는 도취가 아니라 절제다. 비관이 아니라 준비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저평가의 늪에 갇혀 있었다. 기업은 돈을 벌어도 주주는 소외됐고, 지배구조는 복잡했으며, 불공정거래 처벌은 약하다는 불신이 컸다. 이제 그 늪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문을 열었고, 자본시장 개혁은 그 문을 닫히지 않게 만드는 경첩이다. 문이 열렸다고 집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코스피 8000은 한국 경제에 주어진 상장이 아니다. 숙제장이다. 첫 줄에는 반도체 경쟁력을 더 키우라고 적혀 있다. 둘째 줄에는 주주친화 정책을 되돌리지 말라고 적혀 있다. 셋째 줄에는 특정 업종 쏠림을 넘어 산업과 수익의 지평을 넓히라고 적혀 있다. 넷째 줄에는 개인투자자의 열기를 장기 자산 형성의 문화로 바꾸라고 적혀 있다. 지금 필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코스피 8000을 자축하되 8000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음 단계의 한국 자본시장은 더 높은 지수가 아니라 더 깊은 신뢰로 증명돼야 한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시장을 제도가 떠받치고, 주주가 믿는 기업이 자금을 끌어오며, 국민의 자산이 생산적 투자로 흐를 때 비로소 코스피 8000은 일시적 기록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 출발선이 될 것이다.
2026-05-28 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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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63년…서민금융 전용은행서 리딩뱅크 KB로
KB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서민금융과 주거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63년 2월 설립된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서민의 목돈 마련과 생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태어난 은행이었다. 1967년에는 한국주택금고를 뿌리로 한 주택은행이 설립됐다. 국민은행이 서민 리테일 금융의 상징이었다면, 주택은행은 내 집 마련과 주택금융의 상징이었다. 국민은행의 DNA는 처음부터 생활금융에 가까웠다. 당시 금융의 중심이 기업대출과 정책금융에 놓여 있었다면 국민은행은 일반 국민과 가계의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역할을 맡았다. 목돈마련저축, 국민카드, 자동화기기, 온라인 시스템 등 국민 생활과 맞닿은 금융 인프라를 확장하며 서민과 자영업자, 월급생활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서민금융·주택금융 DNA…국민·주택은행 합병으로 리딩뱅크 기틀 국민은행의 성장은 한국 가계금융의 성장과 함께했다. 1994년 총수신 20조원, 1996년 총수신 30조원을 넘어섰고, 1998년에는 금융기관 최초로 총수신 5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대동은행을 자산·부채 이전 방식으로 인수했고 한국장기신용은행도 합병했다. 장기신용은행 합병은 국민은행이 리테일 은행의 틀을 넘어 기업금융과 장기금융 역량까지 넓히는 계기가 됐다. 또 하나의 축은 주택은행이었다. 주택은행은 △청약예금 △주택채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관리 △주택 관련 금융업무 등을 통해 한국의 주거금융 체계를 떠받쳤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서로 다른 뿌리를 가졌지만 서민의 저축과 주거, 생활금융을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결정적 변곡점은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이었다. 서민금융과 주거금융, 리테일 고객 기반과 주택금융 역량이 결합한 대전환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과 대형화 경쟁 속에서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 대동은행, 주택은행을 품으며 단숨에 초대형 은행으로 변신했다. ◆지주사 전환과 비은행 확장…KB사태 뒤 시스템 경영 강화 KB의 2차 도약은 금융지주사 전환이었다. KB금융지주는 2008년 9월 공식 출범했다. 출범 당시 KB금융은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KB투자증권, KB생명, KB부동산신탁, KB자산운용 등을 거느린 총자산 320조원 규모의 금융지주회사였다. 은행 중심 금융회사에서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는 KB금융의 오랜 과제였다. 국민은행의 리테일 경쟁력은 압도적이었지만,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약점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KB금융은 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캐피탈로 사업 축을 넓혔다. 2011년 KB국민카드가 분사했고 2015년 LIG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해 KB손해보험 체제를 만들었다. 2016년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역량을 보강했다. 그러나 금융명가의 역사에 성장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KB금융은 2014년 이른바 ‘KB사태’라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지주와 은행 경영진, 이사회, 감사 라인이 충돌했고 금융당국 제재와 경영진 퇴진으로 이어졌다. 사태의 본질은 전산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허점이었다. 이후 KB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계열사 리스크 관리,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순익 5조 리딩금융 재확인…생산금융·AI·자산관리로 다음 성장판 현재의 KB금융은 과거의 서민 전용 은행도, 은행 단일 회사도 아니다. 2008년 지주 출범 당시 320조원 규모였던 KB금융의 총자산은 2025년 말 797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단순 비교하면 17년 만에 477조9000억원, 약 2.5배 커진 셈이다. 관리자산(AUM)까지 포함한 그룹 총자산은 1417조4000억원에 달한다. 실적의 체급도 달라졌다. KB금융은 2025년 지배기업 지분 기준 당기순이익 5조843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15.1%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자이익은 13조731억원, 비이자 부문 이익은 4조8721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는 KB국민은행이 3조8620억원, KB증권이 673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26년 출발도 강하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89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수치다. 은행 이자이익과 비은행 자회사의 순수수료이익이 함께 늘었고,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43%까지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1010억원, KB증권은 3478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 금융 △자산관리·비은행 강화 △인공지능(AI) 전환 △내부통제 등으로 꼽힌다. 우선 KB금융은 단순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과 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AI·로보틱스 등 딥테크 혁신기업 지원, 성장 인프라 펀드, 지역균형성장 SOC,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대표적이다. 자산관리도 중요하다. 고령화와 은퇴자산 시장 확대, 퇴직연금 머니무브, 글로벌 자산배분 수요 증가는 KB금융에 새로운 기회다. KB국민은행의 방대한 고객 기반과 KB증권의 투자상품·IB 역량,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보장성 상품, KB자산운용의 운용 역량을 결합하면 고객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복합 자산관리 모델을 만들 수 있다. AI 전환은 시대적 요구다. 금융 경쟁력은 더 이상 점포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모바일 앱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인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지, 상담·심사·리스크관리·자산관리 영역에 AI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KB금융은 2014년 KB사태를 겪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금융그룹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보호, 건전성 관리,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강점을 ‘생활금융의 압도적 고객 기반’과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균형’에서 찾는다. KB금융 관계자는 “과거의 국민은행이 서민금융의 상징이었다면 미래의 KB금융은 국가 성장산업과 고객 자산,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가치 금융그룹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생활 속에서 출발한 은행이 국민경제의 미래 성장판을 여는 금융그룹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8: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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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세수, '나눠 쓰기'보다 '국가 재투자'가 먼저다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의 새 변수가 됐다. 인공지능(AI)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 세수에도 예상 밖의 여력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다. 빚을 갚을 것인가, 국민에게 나눌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27일 발표자료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에서 초과세수 활용의 세 갈래 선택지를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일회성 소비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채무 관리와 미래 산업 투자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번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초과세수의 성격 때문이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적 세입 증가인지, 특정 산업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수입인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항구적 복지 지출이나 반복성 현금 지원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가 왔을 때 재정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의 발표자료는 이 지점을 분명히 짚는다. 2019년 이후 한국 재정은 적자 흐름을 이어왔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총수입과 총지출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2026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 2026년 전망 기준 1415조원, 2027년 전망 기준 1533조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7년 56.6%까지 오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는 초과세수를 단순한 ‘쓸 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재정은 경기 좋을 때 고삐를 죄고, 경기 나쁠 때 버팀목이 돼야 한다. 호황기에 생긴 여력을 정치적 인기 지출로 먼저 쓰면 정작 위기 때 쓸 탄약이 줄어든다. 중도보수적 재정 운용의 기본은 여기에 있다. 국가는 벌 때 아껴야 하고, 빚이 늘었을 때는 갚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분배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발표자료는 경기 회복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도 함께 제시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고소득층과 디지털 기업은 회복의 상단에 있지만, 임시·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 전통 기업은 회복의 하단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활용한 발표자료에서는 2024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3.6% 감소한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5.6%, 5.9%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따라서 분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전 국민 현금성 지원이나 단기 소비 진작책을 반복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취약계층, 저소득 근로자, 한계 자영업자처럼 실제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 한정해야 한다. 넓고 얕은 지원보다 좁고 두터운 지원이 재정 효율에도 맞고, 시장 질서에도 덜 해롭다. 더 중요한 선택지는 투자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문턱을 넘었다. 발표자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고,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제시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62020년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쓰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쓰는 일에 가깝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 호황도 영원하지 않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고, DDR4·DDR5 가격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세수가 늘지만, 가격이 꺾이면 기업 이익과 법인세 수입도 함께 줄어든다. 특정 시점의 초과세수를 영구 재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쟁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발표자료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 확대 흐름을 제시했다. 2024년 1분기 1% 수준으로 표시된 CXMT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4%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중국의 추격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의 최우선 사용처는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채무 관리다. 최소한 일정 비율은 채무 상환이나 적자 보전에 자동 배분하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산업 투자다.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전력망, 데이터센터, 인재 양성, 소부장 국산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다. 이 순서가 바뀌면 재정은 느슨해지고 산업 정책은 흔들린다. 발표자료가 제시한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킨지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특히 AI 워크로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반도체,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다. 한국이 이 흐름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세수 증가분을 소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대적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분기 36.1%까지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품목별 수출에서도 반도체는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을 크게 앞서는 핵심 품목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 역시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수출, 세수, 증시, 고용, 환율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그러나 국가경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반도체 호황은 성장의 기회지만, 동시에 편중의 위험을 키운다. 초과세수는 이 위험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초과세수로 반도체만 더 키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AI, 로봇, 방산, 바이오,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등 다음 성장 축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초과세수를 ‘누가 더 많이 나눠줄 것인가’의 경쟁으로 끌고 가기 쉽다. 그러나 재정은 선거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지출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지출이다.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큰 원칙 안에서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귀한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비용으로 바뀐다. 초과세수를 모두 써버리는 국가는 다음 불황에 빚으로 버틴다. 초과세수를 빚 갚기와 미래 투자에 배분하는 국가는 다음 호황의 체력을 만든다. 결론은 분명하다. 반도체 초과세수는 ‘공돈’이 아니다. 국민 경제가 특정 산업의 위험을 떠안고 얻은 성과다. 따라서 그 쓰임도 신중해야 한다. 먼저 갚고,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나누며, 남은 힘은 미래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재정의 상식이고, 산업국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책임 있는 길이다.
2026-05-27 2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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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서 878조 그룹으로…'하나'로 판 키운 하나금융 55년
하나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금융산업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출발은 1971년 6월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이었다.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중개기관”이라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관 주도 금융의 색채가 강했던 시절, 민간 금융의 가능성을 시험한 이 출발이 훗날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의 뿌리가 됐다. 한국투자금융은 단순한 단기금융회사가 아니었다. 1980년 영업업무 온라인화를 추진했고 1984년에는 기업손님 전담제도와 어음관리계좌(CMA)를 선보였다. 1988년 수신잔고 1조원을 돌파하며 기업금융, 고객관리, 상품 혁신을 결합한 ‘하나식 금융 DNA’를 형성했다. ◆한국투자금융서 메가뱅크로…후발은행의 판을 바꾸다 하나금융의 1차 변곡점은 1991년이었다. 한국투자금융은 하나은행으로 전환하며 은행업에 진입했다. 초기 성장 방식은 차별화였다. 1993년 국내 최초 클럽상품을 출시했고, 금융권 최초로 ‘하나 비밀보장 서비스 제도’를 시행했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도입했다. 성장 속도도 빨랐다. 하나은행은 1995년 4월 국내 은행 역사상 최단기간인 3년 9개월 만에 총수신 10조원을 돌파했다. 1996년 런던 주식시장에 글로벌 주식 예탁증서(GDR)를 상장했고, 1997년에는 파이낸스아시아로부터 ‘한국의 최우수 은행’으로 선정됐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은 인수·합병으로 속도를 냈다. 1998년 충청은행을 인수해 충청하나은행을 출범시켰고 1999년 보람은행과 합병했다. 2002년에는 서울은행과 합병해 통합 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하나금융의 2차 도약은 금융그룹화였다. 하나금융은 2005년 12월 출범했다. 은행, 증권, 캐피탈, 보험, 연구소 등 관계사들이 시너지를 내는 종합금융서비스 네트워크를 지향했다. 2005년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했고 이후 하나대투증권, 하나UBS자산운용 등으로 증권·자산운용 기반을 넓혔다. 결정적 변곡점은 외환은행 인수였다. 하나금융은 2012년 한국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2015년 KEB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2016년 전산통합, 2019년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을 거쳐 2020년 하나은행 브랜드로 재정비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품으며 △기업금융 △외환 △글로벌 네트워크 △수출입 금융 경쟁력을 넓혔다. 하나카드 출범도 포트폴리오 강화의 한 축이었다. 하나금융은 2010년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고 2014년 하나카드를 출범시켰다. 이후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하나손해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은행 의존도를 낮췄다. ◆채용비리 그늘 속 사상 첫 순익 4조…878조 금융그룹으로 성장 그러나 하나금융의 역사에 성장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은 2010년대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국면에서 불거졌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후 대법원은 올해 1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남녀를 차별해 고용한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다. 이 대목은 금융회사가 채용, 인사, 내부통제 전반에서 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하나금융은 과거의 후발 은행이 아니다.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 출범은 대도약의 변곡점이었다. 하나금융은 출범 당시 하나은행, 대한투자증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아이앤에스 등 4개 자회사와 하나증권,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대한투자신탁운용 등 손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로 출발했다. 은행 중심 구조를 넘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균형 잡힌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숫자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하나은행의 2005년 순이익은 9068억원이었지만 2025년 하나금융그룹은 연간 당기순이익 4조2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순이익 4조원을 넘어섰다. 약 20년 만에 순이익 규모가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그룹 핵심이익은 11조3898억원, 비이자이익은 2조2133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총자산은 신탁자산 203조4101억원을 포함해 878조8억원에 달했다. 올해 출발도 좋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외환은행 통합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1분기 이자이익은 2조5053억원, 수수료이익은 6678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1042억원, 하나증권도 WM과 투자금융(IB) 성장에 힘입어 순이익 1033억원을 냈다. ◆생산적 금융·AI·글로벌…규모의 금융에서 가치의 금융으로 하나금융의 미래 성장 전략은 △생산적 금융 △WM △글로벌 △디지털·인공지능(AI)로 압축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첨단 인프라와 AI, 모험자본, 지역균형발전, 핵심 첨단산업, K-밸류체인·수출공급망 지원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자산관리와 비이자이익 확대도 핵심이다. 하나금융은 1995년 국내 최초 PB 서비스를 도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고령화, 상속·증여 수요, 퇴직연금 시장 확대, 글로벌 자산배분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WM은 은행과 증권의 핵심 전장이다. 글로벌 금융도 중요하다. 외환은행 통합 이후 확보한 외국환, 수출입 금융, 해외 네트워크 경쟁력을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디지털과 AI 전환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AI를 심사·상담·리스크관리·자산관리에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승부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역사는 이름 그대로 ‘하나로 합치는’ 역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 효율, 비이자이익, 글로벌 수익성, 디지털 경쟁력, 내부통제, 소비자보호가 동시에 요구된다”며 “대출 성장만으로 이익을 키우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만큼 생산적 금융과 자산관리, 글로벌, AI를 연결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규모의 금융을 넘어 미래 산업과 고객 자산,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가치의 금융으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6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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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 해외형 1년 수익률 1위 外
[경제일보] 한투운용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 해외형 1년 수익률 1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 상장지수펀드(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이 해외형 커버드콜 상품 중 1위를 차지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해당 ETF의 최근 1년 가격수익률(PR)은 112.94%다. 분배금을 포함한 총수익률(TR)은 148.07%에 이른다. 국내에 상장된 37개 해외형 커버드콜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같은 기간 PR과 TR이 모두 100%를 돌파한 상품은 이 ETF가 유일하다. 최근 6개월 수익률도 최상위권이다. 최근 6개월 PR은 59.34%며 TR은 73.35%로 두 지표 모두 동일 유형 1위에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동일 유형 상품 37개의 평균 PR인 5.82%와 평균 TR인 12.60%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해당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024년 4월에 출시했다. 미국 반도체 시가총액 상위 30종목을 편입하는 동시에 나스닥100 ETF(QQQ) 콜옵션을 매도하는 미스매칭 전략을 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과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동시에 추구한다. 주요 투자 대상인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의 핵심인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해당 영역은 △GPU 및 AI 가속기, △메모리, △파운드리, △반도체 장비, △팹리스 및 맞춤형반도체(ASIC) 등이다. 매일 만기가 돌아오는 데일리 옵션을 1% 외가격(OTM)으로 매도하는 전략도 특징이다. 위클리나 먼슬리 옵션보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단기 변동성을 수익화하기 유리하다. 다만 커버드콜 구조상 기초자산과 옵션 매도 대상이 급등할 때는 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실적배당형 상품이므로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운용 결과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 ETF는 반도체 밸류체인 5개 영역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통해 메모리 사이클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반도체 슈퍼사이클 어느 단계에서도 수혜를 추구할 수 있다"라며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 ETF는 월분배형 상품으로, 최근 1년간 월평균 1.25%의 분배율을 기록했고 지속 성장이 전망되는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월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연금계좌 등을 활용해 장기 투자 시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KoAct 코스피액티브ETF' 상장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19일 유가증권시장에 'KoAct 코스피액티브' ETF를 상장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상품은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업종 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K자형 증시'에 대응해 출시됐다. 지수 대비 높은 초과 수익을 목표로 운용된다. 실제로 표준 업종 분류(WICS) 기준 지난달 말 코스피 수익률을 넘어선 업종은 전체 26개 중 8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8개 업종은 지수 성과를 밑돌며 투자 종목에 따른 성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망 산업과 우량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상품을 준비했다. KoAct 코스피액티브 ETF는 지수 이익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 업종의 비중을 높게 유지한다. 동시에 이익 전망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주도 섹터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조선, △기계, △방산, △에너지, △증권 업종에 주목한다. 테마 측면에서는 중동 전쟁 이후 나타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원 다변화 그리고 국방력 강화 흐름에 부합하는 종목을 발굴해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방산 등 주요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추세다. 주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요국 시장과 비교하면 저평가 매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1배 수준이다. 그동안 코스피가 12개월 선행 PER 10배 안팎에서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공간이 넓다. 같은 기간 대만(19배)과 일본(16배) 그리고 상해(13배)와 홍콩(10배) 등 주요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보다 낮다. 정대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1본부 운용2팀장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지수가 올라도 내 계좌는 그대로인 'K자형 증시'에서 살아남는 길은 결국 '종목 선별 능력'"이라며 "9명의 기업분석 애널리스트와 베테랑 운용역이 협업해 발굴한 우량 종목으로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창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총 운용자산(AUM) 600조원 돌파… 2년 만에 두 배 성장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외 시장에서 총 운용자산(AUM)이 600조원을 넘어섰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 집계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은 624조원이다. 2022년말 약 250조원이던 운용자산 규모는 2024년 300조원과 2025년 500조원을 차례로 돌파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춘 솔루션과 차별화된 상품 전략이 성장을 견인한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사업의 중심축인 ETF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는 테마형과 인컴형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홍콩 △일본 등 13개 시장에서 747개 ETF를 운용 중이며 세계 ETF 시장 12위에 올라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토큰화 ETF 사업도 넓히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토큰화 플랫폼을 통해 △구리 △우라늄 △인프라 등 테마형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오는 3분기에는 홍콩 최초로 커버드콜 ETF를 토큰화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토큰화 상품의 라인업을 늘리고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상장도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ETF 시장에서는 타이거(TIGER) ETF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코어와 성장 영역 전반으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대표 지수형 코어 상품으로는 △TIGER 200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이 장기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성장 영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에 집중하는 TIGER 반도체TOP10 ETF가 성과를 냈다. 해당 상품의 순자산은 연초 2조원에서 4월말 10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 테마 ETF 가운데 1위이자 전체 ETF 순자산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금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내 최초로 TDF를 도입한 이후 연금 펀드 설정액과 TDF 점유율에서 각각 1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이며 투자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부문도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기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공공 OCIO 시장 내 경쟁력을 증명했다. 부동산 투자 영역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외 핵심 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여수 경도에서 호남권 최초로 글로벌 5성급 호텔 브랜드인 JW 메리어트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한 국내 코어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물량의 절반 가량을 확보했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투자 혁신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 AI 법인인 웹스포트(Wealthspot)와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계열사 스탁스포트(Stockspot) 등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관리 역량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준용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투자 솔루션으로 혁신 성장을 이어가고, 국내에서는 TIGER ETF를 중심으로 투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며 "AI를 핵심 성장 엔진으로 삼아 더 정교한 투자 솔루션으로 혁신을 이끌며 글로벌 선도 자산운용사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운용, 'SOL 코스피200 채권혼합50 ETF' 신규 상장 신한자산운용은 'SOL 코스피200채권혼합50 ETF'를 오는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와 3년 만기 국고채에 자산을 절반씩 나누어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다.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 내에서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 이에 따라 연금계좌 투자금 전액을 해당 펀드에 편입할 수 있다.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계좌의 위험자산 최대 투자 한도는 70%로 묶여 있다. 하지만 의무 안전자산 30%를 이번 신상품으로 채울 수 있다. 나머지 위험자산 70%를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 등 주식형 펀드로 구성하면 연금계좌 전체의 실질적 주식 투자 비중을 최대 8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89.4% 급등했다. 최근 1개월 및 3개월 수익률 역시 각각 33.7%와 44.9%에 달한다. 지수가 단기 급등하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함께 커지는 추세다. 주된 변동성 확대 요인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변동 △대외 변수 등이다. 신규 펀드의 첫 월 분배금은 오는 2026년 7월 1일 수요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실제 배당금 입금 시간은 각 증권사 운영 정책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신한자산운용 김정현 ETF사업그룹장은 "코스피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성장성에 더해 안정성까지 함께 추구하려는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SOL 코스피200채권혼합50 ETF는 코스피200의 성장성을 일정 부분 향유하면서도 채권 편입을 통해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 배당금과 채권 이자를 재원으로 매월 초 분배금을 지급할 예정인 만큼, 연금계좌에서 자산배분 효과와 함께 월배당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19 07: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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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코스피, 4대 금융지주만큼 배당하자
[경제일보] 코스피가 7800선을 넘어서며 8000선을 눈앞에 뒀다. 한국 증시는 그동안 가보지 않은 새역사를 걷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질주, 외국인 자금 유입, 기업 밸류업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가 높아졌다고 한국 자본시장이 곧바로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의 진격만이 아니다. 배당의 진격, 주주환원의 진격이다. 그 모범은 4대 금융지주에서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전량인 발행주식총수의 3.8%, 당시 주가 기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애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2027년에서 올해로 앞당기려 하고, 우리금융도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6.8%에서 올해 40%대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한때 ‘이자 장사’ 비판을 받던 금융지주들이 오히려 한국 상장사의 주주환원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금융권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 전체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원칙이다. 상장기업은 자본시장에서 국민의 돈을 모아 성장한다. 개인투자자, 연기금,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에 자본을 맡긴다. 그렇다면 기업이 벌어들인 성과 역시 합리적인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주는 단순한 자금 제공자가 아니라 기업 성장의 위험을 함께 부담한 동업자다. 물론 기업이 번 돈을 모두 배당하라는 뜻은 아니다. 미래 투자는 필요하다. 설비투자, 연구개발, 인재 확보, 신사업 진출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는 배당을 미루는 만능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성장은 환원의 반대말이 아니다. 좋은 기업은 성장과 환원을 함께 설계한다. 많이 벌면 더 많이 나누고, 미래 투자가 필요하면 그에 맞춰 자본을 배분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결국 여기에서 비롯됐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 자사주 미소각, 물적분할에 따른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이 한국 기업의 평가를 눌러왔다. 주가는 기대를 먹고 오르지만, 배당은 신뢰를 먹고 쌓인다. 기대만 있는 시장은 뜨겁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가 있는 시장만이 깊어진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원칙이 돼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의 신호일 수 있지만, 소각 없는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잠재 물량이다. 한국에서는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심도 오래됐다.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을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원하는 언어는 ‘사겠다’가 아니라 ‘없애겠다’가 돼야 한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배당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다. 기업이 주주를 동업자로 인정한다는 신호다. 개인투자자는 더 이상 단기 시세만 좇는 주변부가 아니다. 개인종합관리계좌(ISA),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들에게 배당은 한국 경제가 국민에게 돌려주는 성과 배분의 통로다. 국민이 장기 보유하려면 기업은 보유할 이유를 줘야 한다. 그 가장 확실한 이유가 배당이다. 정부와 국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 배당소득 과세체계를 합리화하고 장기보유 주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과 물적분할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배당을 늘리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시장은 구호가 아니라 규칙으로 움직인다. 좋은 기업을 칭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이 유리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코스피 8000선은 한국 경제의 자랑스러운 성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주주와 일부 기관투자자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투자했고, 국민연금이 보유했으며, 개인투자자가 위험을 함께 감당했다면 성과도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반기업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회복하는 일이다. 진격의 코스피는 이제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국민의 자본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국민에게 나눠 더 큰 기업이 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많아질 때 코스피 8000. 900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2026-05-12 1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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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상속세 12조원 5년 분납 완료…역대 최대 납부 마무리
[경제일보]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재원 조달 측면에서 이어졌던 부담 요인도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등 유족은 최근 상속세 분납을 모두 완료했다. 지난 2021년 4월 상속세 신고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총 6회에 걸쳐 세금을 납부해 왔으며, 이번 납부로 전체 절차가 종료됐다. 납부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 수준이다. 상속 대상에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자산이 포함됐다. 고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산정된 전체 상속세액은 단일 개인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규모로 평가된다. 연부연납은 상속세를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 일가는 해당 제도를 활용해 매년 분할 납부를 진행했으며, 납부 재원은 배당 수익과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 구조와 금융 비용 등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상속세 납부 과정은 지배구조 안정성과도 맞물려 있었다. 대규모 세금 부담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지분 활용 전략이 병행됐으며,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과 담보 설정 등이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분납 종료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수 측면에서도 이번 사례는 이례적인 규모다. 2024년 기준 국내 상속세 세수 약 8조원과 비교하면 삼성 일가가 납부한 금액은 단일 사례로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단기간에 걸친 집중 납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상속세 규모와 관련된 평가는 엇갈린다. 고율 과세 체계에 따른 부담이 기업 경영과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과세 원칙에 따른 정당한 납부라는 시각도 병존한다. 이번 납부 완료로 상속세 관련 주요 변수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지분 관계는 계속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 이후 삼성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이 단계적으로 연결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약 2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약 1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도 삼성전자 지분 약 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은 계열사 중심 구조에 개인 지분이 일부 더해진 형태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1.67%, 홍라희 명예관장은 약 1.25%, 이서현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각각 0.7%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약 1.5% 지분을 들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은 제한적인 수준이며, 계열사 지분을 통한 간접 지배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6-05-03 15: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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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대나무 외교 펼치는 베트남 한국의 생존 전략이자 기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또 럼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뤄진 중대한 외교 행보다. 이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평화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두 나라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굳건한 평화의 연대를 구축하자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22일 만찬에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 HD현대 정기선 회장, GS 허태수 회장, CJ 손경식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는 단순한 친목 도모 자리가 아니다.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생존을 위한 필수 거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베트남의 외교 노선은 이른바 대나무 외교로 불린다. 뿌리는 단단히 내리되 가지는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는 짙은 실용주의를 뜻한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챙기는 치밀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 타계 이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또 럼 서기장 체제에서도 이런 실용 노선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베트남에게 한국은 영토적 야심 없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경제 파트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양국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구축이다. 전기차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주도하려는 한국은 필수 자원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시급히 낮춰야 하는 절박한 안보 과제를 안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과 고도의 가공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결합은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룬다. 공급망 안정화는 단순한 구호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하는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다. 청와대는 이번 국빈 방문을 올해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이어진 대아세안 릴레이 정상외교의 완성판으로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아세안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아세안은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이자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거대한 소비 시장이다. 특히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1만 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국가다. 베트남이 없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리 왕조의 이용상 왕자가 고려에 정착한 지 800년이 지났다. 작은 교류로 시작된 양국의 인연은 이제 연간 500만 명이 오가는 피를 나눈 형제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또 럼 서기장이 한국의 된장을 비유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지는 우정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깊은 역사적 연대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 박항서 김상식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로 다진 민간 교류의 저력은 양국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문화적 유대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임금 인상과 고급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기술 이전 요구도 갈수록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단순 조립 생산 기지 모델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현지 기업들과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질적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과 중국 자본이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베트남 시장을 맹렬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굳건한 경제 안보 동맹의 존재는 국가의 생사를 가른다.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노이를 품은 홍강이 공동 번영의 큰 바다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도출된 수많은 협력 과제들을 치밀하게 실행에 옮겨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대를 만들어야 한다.
2026-04-23 0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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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오늘날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문명 전환의 심장부에는 엔비디아와 젠슨 황이 서 있다. 세상은 그의 회사를 시가총액과 점유율로 기억하지만, 경영의 깊은 본질은 숫자보다 훨씬 오래가는 데 있다. 그것은 오래 묵은 시간의 힘이고, 덜어냄의 절제이며, 홀로 버티는 고독이고, 끝내 높이 서는 품격이다. 이를 동양적 어휘로 압축하면 바로 고고고고, 곧 오래되고(古), 메마르며(枯), 외롭고(孤), 높다(高)는 네 글자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하루아침의 주가 급등이 아니라, 이 네 글자가 한 경영자의 몸과 조직의 문화 속에서 천천히 굳어져 온 과정의 결과다. 첫째는 고(古)다. 경영은 언제나 시간의 적층 위에서만 비로소 자기 얼굴을 갖는다. 젠슨 황은 오늘의 화려한 무대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아시아 시장을 발로 뛰었다. 특히 한국과의 인연은 단순한 고객 관계를 넘어선다. 국내 보도와 당시 업계 회고에 따르면, 그는 엔비디아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여러 차례 찾으며 직접 그래픽카드를 설명하고, 매장과 조립 업자들을 설득하며 시장을 일궜다. 황 자신도 한국과의 인연이 1996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고,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확산과 PC방 문화의 폭발,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엔비디아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때 세계 게임 문명의 용광로였던 용산과 PC방의 열기,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빠른 기술 수용성이 무명의 엔비디아를 길러낸 토양이었던 셈이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대기업의 역사가 언제나 거대한 회의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젠슨 황을 만든 것은 실리콘밸리의 조명만이 아니었다. 좁은 매장, 수많은 부품 상자, 가격에 민감하고 성능에는 더 민감한 한국 시장의 눈높이, 그 치열한 현장이 그를 단련했다. 이름 없는 시절의 젠슨 황은 용산에서 브랜드를 판 것이 아니라 신뢰를 팔았다. 제품 설명 하나, 호환성 하나, 성능의 체감 하나를 놓고 거래처를 설득해야 했다. 경영이란 결국 시장과의 대화라는 사실을 그는 한국의 골목에서 배운 것이다. 주역의 말처럼 '잠룡물용'이라 할 만하다. 물속에 잠긴 용은 아직 하늘로 오르지 못했으되, 이미 힘을 기르고 방향을 정한다. 젠슨 황에게 한국은 그런 잠행의 시간이었다. 둘째는 고(枯)다. 메마름은 빈곤이 아니라 절제다. 엔비디아의 역사는 화려한 외연 확장보다 계산 자원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집중으로 요약된다. 남들이 화면의 겉모습과 사양 경쟁에 몰두할 때, 그는 연산 구조와 병렬처리, 그리고 훗날 AI 시대의 결정적 기반이 되는 가속 컴퓨팅에 집중했다. 이것은 겉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속의 힘을 기르는 기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담의 미학이다.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는 말을 굳이 경영에 가져오자면, 눈에 보이는 형상은 늘 유혹적이지만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핵심 역량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일찍 알아챘다. 그래서 오늘의 엔비디아는 제품의 외관보다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개발자 기반이라는 더 마른 본질 위에 서 있다. 이 절제는 젠슨 황의 인간관에도 이어진다. 그는 스탠퍼드 학생들에게 성공의 핵심은 높은 기대가 아니라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며, “고통과 고난이 있기를 바란다”고까지 했다. 다소 거칠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의 핵심은 분명하다. 위대함은 총명함만으로 생기지 않으며, 성품과 기질은 편안함 속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 벼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미국 기숙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최저임금 노동을 경험했다고 공개적으로 회고했다. 그러니 그의 인고론은 수사가 아니라 체험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구성원에게 복지만 말하고 단련을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젠슨 황은 불편한 진실을 피해가지 않았다. 성장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마찰과 견딤을 동반한다는 점을 그는 몸으로 안다. 셋째는 고(孤)다. 고독은 혼자가 된 상태가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용기다.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모두의 박수를 받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래픽칩 기업으로 알려졌으나, 그 안에서 그는 장차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범용 CPU의 시대에서 가속 컴퓨팅의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는 외로운 확신을 품고 있었다. 시장은 늘 당장의 수요를 요구하지만, 경영자는 때로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오늘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고독을 견딘 자만이 선점의 과실을 얻는다. 논어의 “덕불고 필유린”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생기를 얻는다. 덕은 처음에는 외로워 보여도, 끝내 이웃과 동지를 불러 모은다. 실제로 젠슨 황과 한국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판매 차원을 넘어 전략적 동맹의 수준으로 깊어졌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이 높던 HBM 초기부터 엔비디아와 협력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단순 공급을 넘어 공동 제품 기획 단계로 관계가 진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과 대규모 AI 칩 공급과 인프라 협력을 추진해 왔다. 이는 과거 용산의 외로운 영업이 오늘날 국가와 산업 생태계를 잇는 연대로 전환됐음을 상징한다. 젠슨 황이 과거 한국 시장을 두드리며 얻은 감각은 이제 한국의 메모리, 제조, 자동차, 인터넷 플랫폼과 결합해 하나의 AI 문명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홀로 버텼던 시간이 마침내 동맹의 언어로 돌아온 것이다. 넷째는 고(高)다. 높음은 단순한 지위가 아니라 품격이다. 높은 곳은 남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 아니라, 더 멀리 보고 더 오래 책임지는 자리라는 뜻이다.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 곧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문장은 젠슨 황의 경영을 설명하는 데 의외로 잘 들어맞는다. 그는 한순간의 반짝 유행으로 회사를 키운 인물이 아니다. 수차례의 위기, 제품 실패 가능성, 시장의 냉소, 공급망 압박,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서며 지금의 고지에 올랐다. 그 고지는 하루아침에 오른 산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한 걸음씩 밟아 올린 산이다. 여기서 한국과의 인연은 다시 한 번 중요해진다. 오늘의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제왕으로 불린다 해도, 그 왕관의 안쪽에는 한국의 회로가 적지 않게 흐르고 있다. 한국은 초기에는 PC방과 게임 시장으로 엔비디아를 키워준 소비 현장이었고, 이제는 HBM과 첨단 메모리, AI 팩토리와 디지털 전환을 함께 짜는 전략 현장이 되었다. 초창기 젠슨 황이 용산전자상가에서 상인과 조립업자들을 설득하던 모습과, 오늘날 한국의 대기업 총수 및 정부와 함께 AI 인프라를 논하는 모습 사이에는 긴 강이 흐른다. 그러나 그 강의 물줄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가 처음 한국에서 본 것은 단지 매출 기회가 아니라 기술을 빨리 이해하고, 산업으로 묶어내며, 현장과 제조를 함께 움직이는 사회의 힘이었을 것이다. 그 통찰이 오늘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이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혁신은 화려한 수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 버틴 시간,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절제, 외로움을 견디는 독립성, 그리고 끝내 품격으로 승화시키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젠슨 황의 경영은 ‘운 좋게 AI 바람을 탄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된 시간의 퇴적이 마침내 시대의 문과 맞아떨어진 경우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경영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용산의 바닥에서 시장과 씨름하던 초심이 있는가. 본질이 아닌 것을 덜어내는 메마른 용기가 있는가. 유행과 박수보다 외로운 정답을 선택할 배짱이 있는가. 경영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현장을 존중하며, 시간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데서 완성된다. 너무 빨리 크려는 나무는 속이 비고, 너무 쉽게 얻은 성공은 뿌리가 얕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그 반대의 길을 걸었다. 늙은 고목처럼 묵묵히 서서 바람과 가뭄을 견디고, 홀로 높은 곳을 향해 자라났다. 그래서 그의 성공은 찰나의 불꽃이 아니라 오래 남는 불빛이다. 고고고고의 미학은 바로 그 점을 일깨운다. 오래 견딘 자만이 높이 오르고, 메마름을 통과한 자만이 깊어지며, 고독을 견딘 자만이 마침내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젠슨 황의 한국 인연 또한 그 서사의 중요한 한 축이다. 오늘의 영광은 어제의 골목에서 잉태된다는 사실, 세계 최강 기업의 역사도 결국 인간의 땀방울과 신뢰의 축적 위에서만 완성된다는 사실을 그는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2026-04-22 11:4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