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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예술로 번역하다…LG, 'AI 아트'로 문화 브랜드 실험
[경제일보] 글로벌 전자기업 LG가 세계 주요 도시 전광판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기술 기업을 넘어 '문화·예술 브랜드'로의 확장에 나섰다. 단순 마케팅을 넘어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브랜드 전략으로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서울 광화문광장 등 주요 랜드마크에서 'LG 구겐하임 어워드' 2026년 수상자인 트레버 페글렌의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이번 영상은 AI의 시선에서 인식하는 풍경을 담은 미디어아트로 기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 세계 유동 인구가 밀집된 공간에서 장기간 상영된다는 점에서 단순 전시를 넘어 대중과의 접점을 극대화한 공공형 콘텐츠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적 현대미술 기관인 구겐하임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LG 구겐하임 아트 & 테크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LG는 해당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기반 예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 기술 기업에서 창의적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문화 마케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 제품 광고를 넘어 예술·전시·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소비자와의 정서적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관 협업, 공공 전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으로 전달하고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까지 함께 보여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는 브랜드를 단순 소비 대상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LG가 선택한 예술의 방향성이다. 트레버 페글렌은 AI와 감시, 데이터 권력 구조를 주제로 작업해온 미디어 아티스트로 기술의 밝은 면뿐 아니라 그 이면까지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홍보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질문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업이 기술 비판적 시각을 담은 예술을 후원한다는 점은 브랜드 신뢰와 사회적 책임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과거에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브랜드의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사회의 연결방식에 대한 서사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 기술은 윤리, 데이터, 감시 등 복합적인 이슈를 동반하는 만큼 해석 방식과 전달 방법이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LG가 예술을 매개로 기술을 설명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포인트는 공간 전략이다. 타임스스퀘어, 피카딜리 서커스, 광화문광장은 각각 미국·유럽·아시아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글로벌 브랜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도시 단위 미디어 전략으로 브랜드 노출과 메시지 전달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과 예술의 결합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브랜드 메시지와 예술적 자율성 사이의 균형, 상업성과 공공성의 경계 등은 지속적인 논쟁으로 떠오르는 지점이다. 특히 기업이 후원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작품이 기업 이미지와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획되면서 예술적 표현의 독립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공공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가 사실상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문화 콘텐츠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 기업이 예술을 활용할 때에는 기술의 긍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감시, 데이터 윤리 등 부정적 이슈는 상대적으로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단순 후원을 넘어 창작의 자율성과 사회적 메시지 보장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술 경쟁이 심화될수록 브랜드는 기능을 넘어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LG가 AI 예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제품이 아닌 경험, 기능이 아닌 메시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방식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6-04-13 11: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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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혁신은 로보틱스·AI"…정의선 현대차 회장, 美 260억달러 투자 확대
[경제일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제조 혁신의 핵심 축으로 재차 제시했다. 미국에 오는 2028년까지 260억달러(38조원)를 투자해 생산과 기술, 공급망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술 전환과 지역 전략을 결합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미국 매체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그룹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는 모빌리티를 넘어서는 핵심 영역"이라며 인간과 협업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제조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을 기반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목표 시점은 2028년이며,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생산 체계 구축이 제시됐다. 로봇을 단순 자동화 설비가 아닌 협업형 생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자동차 생산 체계가 설비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 운영 방식이 재편되는 구조다. 인간과 로봇, AI가 동시에 작업에 참여하는 형태가 전제된다. 핵심 거점은 HMGMA다. 이 공장은 소프트웨어 기반 생산 시스템을 적용한 차세대 제조 거점으로, 전동화와 디지털 공정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생산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지정학적 변수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생산과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규제와 공급망 기준에 따라 분절되는 흐름 속에서 각 지역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생산기지, 미국 HMGMA, 미국 내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인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규 거점 구축이 병행된다. 지역별 수요와 정책 환경에 맞춘 생산 구조를 통해 변동성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에너지 전략에서는 수소 사업을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수소 사업 브랜드인 HTWO를 중심으로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는 전기차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기술로 다양한 에너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 전략도 병행된다. 정 회장은 차량 생산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공정,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을 줄이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단계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전 밸류체인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접근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DNA를 기반으로 향후 경영과제를 극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고, 200개국에 판매망과 16개의 글로벌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외 환경 변화는 회복력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4-13 1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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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경쟁, 해저케이블이 좌우…KT, 부산 KT국제통신센터 점검
[경제일보] AI(인공지능) 서비스와 클라우드, 글로벌 데이터센터 간 연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데이터 이동을 담당하는 해저케이블이 디지털 경제 핵심 인프라로 지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가운데 KT가 국제 통신 인프라 점검에 나서며 AI 시대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3일 KT에 따르면 박윤영 KT 대표는 지난 10일 부산에 위치한 KT국제통신센터를 방문해 글로벌 통신망 운용 상황과 해저케이블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이번 방문은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증가하는 국제 데이터 트래픽 대응 역량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부산 KT국제통신센터는 국제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핵심 시설로, 국제 해저케이블을 통해 해외 네트워크와 국내 통신망을 연결하는 육양국 역할을 수행한다. 육양국은 해저케이블을 육지로 인입해 국내 데이터센터와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통신 관문으로, 글로벌 데이터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APG(아시아 태평양 게이트웨이, 한국·일본·중국·홍콩·동남아), APCN-2(아시아 태평양 케이블 네트워크), NCP(뉴 크로스 태평양, 한국·미국·중국·일본·대만), FLAG FEA(유럽·중동·아시아), KJCN(한국 일본 케이블 네트워크) 등 5개의 국내 주요 해저케이블이 부산 KT국제통신센터에 집결해 있어 국제 인터넷 트래픽의 핵심 허브로 평가된다. 특히 AI 서비스 확산과 함께 글로벌 데이터 이동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통신망과 해저케이블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는 대규모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구조인 만큼 국제 통신망 안정성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KT국제통신센터는 동북아시아 데이터 허브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한국을 경유하는 국제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고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기업 고객의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간 연결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통신센터의 중요성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박윤영 대표는 이날 관제실을 방문해 24시간 365일 글로벌 통신망을 운용하는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또한 KT가 AX 플랫폼 컴퍼니로서 국내외 기업과 고객이 안정적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운영 체계를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KT는 AI 서비스 확산에 대비해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저케이블을 기반으로 글로벌 데이터 연결성을 강화하고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 역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글로벌 AI 서비스 확대와 함께 국제 데이터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저케이블과 국제 통신 인프라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AI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 해저케이블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KT국제통신센터는 AI 시대에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는 관문이자 글로벌 데이터 통신의 매우 중요한 대동맥"이라고 말했다.
2026-04-13 08: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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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에 밀린 日 'AI 연합'으로 승부수…소뱅·소니·혼다 등 결집
[경제일보] 일본 주요 기업들이 연합 형태로 인공지능(AI) 개발사 설립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된 AI 경쟁 구도 속에서 대형 모델 개발과 산업 적용을 동시에 추진하며 기술 자립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NEC, 혼다, 소니 등 4개 기업은 공동으로 일본 AI 기반모델 개발사를 설립했다. 일본 주요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AI 모델 개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조 단위(트릴리언급) 파라미터 규모의 대형 AI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제조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AI와 결합해 활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역할 분담도 구체화됐다. 소프트뱅크와 NEC는 AI 기반 모델 개발을 맡고, 소니와 혼다는 이를 자동차, 로봇, 게임, 반도체 등 자사 사업 영역에 적용하는 구조다. 개발과 활용을 분리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지분 구조는 산업 전반이 참여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일본제철,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이 소액 주주로 참여해 투자 기반을 넓혔다. 해당 개발사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추진하는 AI 지원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6회계연도부터 5년간 총 1조엔(약 9조3000억원) 규모로 진행되며, 국산 AI 개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경영은 소프트뱅크에서 AI 개발을 담당하던 인사가 맡는다. 기존 대형 IT 기업에서 축적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합은 글로벌 AI 경쟁 구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형 AI 모델 개발은 미국과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에 속한다. 특히 일본은 로봇과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AI 적용 영역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AI 모델 개발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 있지만,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일본이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대형 국산 AI와 활용 체계를 구축해 추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2026-04-12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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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원유다…AI 산업, '무상 원료' 끝나면 밸류체인 뒤집힌다
※ '강철부대'는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경쟁과 기술 전쟁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보이지 않는 칩부터 글로벌 공급망까지, 산업의 최전선을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경제일보]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OpenAI가 '로봇세' 도입 등 세제 개편을 제안하며 AI 산업의 부 재분배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오히려 AI 산업의 '원가 구조'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무상에 가까웠던 데이터 활용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AI 산업이 기술 경쟁을 넘어 자원 산업으로 성격을 바꿔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지능 시대의 산업 정책' 제안서를 통해 △자동화된 노동에 대한 과세 △고소득 자본 과세 강화 △공공기금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AI 확산으로 노동 소득은 줄고 자본 소득은 증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표면적으로는 초지능 시대에 대비한 정책 제안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AI를 움직이는 핵심 원료인 데이터가 누구의 것이며, 기업이 이를 어떤 경로로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활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실제로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특히 뉴스·출판물·이미지·개인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학습 과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가운데 데이터 생산 주체와 활용 주체 간 권리·보상 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 산업 전반의 구조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AI 산업은 반도체·전력기기·정유 등 전통 제조업과 달리 명확한 원가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성장해왔다. 철강 산업이 철광석 가격에, 정유 산업이 원유 가격에 수익성이 좌우되는 것과 달리 AI 기업들은 뉴스, 출판물, 이미지, 개인 데이터 등 핵심 자원을 사실상 무상에 가깝게 활용해왔다. 이 같은 무상 원료 구조는 AI 산업의 고수익성을 떠받친 핵심 기반이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연산 인프라에는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정작 모델 성능을 좌우하는 데이터에는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 '밸류체인 비대칭'이 고착화된 셈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점차 균열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언론사와 출판사들이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각국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되면서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가 더 이상 공짜가 아닌 가격이 붙는 자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AI 산업의 수익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데이터 비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사용료가 제도화되면 기업별 비용 부담과 수익성 격차가 빠르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확보 능력과 비용 관리 역량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최근 논의되는 '로봇세'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방향이 다소 어긋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화로 인한 이익을 사후적으로 과세해 분배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시장에서는 사후 과세 이전에 데이터 제공 주체에 대한 사전 보상 체계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이 공공기금 조성이나 수익 공유를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미래 분배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활용, 노동 대체 과정에서의 보상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 논의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AI 산업은 현 시점 '기술 경쟁'에서 '자원 경쟁'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서 있다. 반도체가 연산 능력을, 데이터가 성능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데이터는 더 이상 부수적 요소가 아닌 핵심 원료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사용료 체계가 본격 도입될 경우 AI 기업의 사업 모델과 시장 내 경쟁 구도 전반이 다시 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확보 전략, 비용 설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규칙을 누가 먼저 정립하느냐가 향후 산업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AI 산업의 경쟁 기준은 이미 바뀌고 있다. 연산 능력과 알고리즘 성능이 시장을 좌우하던 시대를 지나 데이터 확보 방식과 비용 구조 설계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원가 경쟁' 단계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더 이상 중요한 것은 연산 속도만이 아니다. 데이터의 출처를 정당하게 확보하고 그 대가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를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를 둘러싼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만이 다음 판에서 살아남는다.
2026-04-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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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으로 수렴하는 세계
우리는 정보의 과잉 시대를 산다. 손안의 스마트폰만 열면 뉴스와 영상, 음악과 지식이 끝없이 쏟아진다. 유튜브와 틱톡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추천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은 질문 하나에 그럴듯한 답변을 즉시 내놓는다. 겉으로 보면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정보 환경을 손에 넣은 듯하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되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는 정말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있는가. 추천 알고리즘은 본래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설계됐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제시하고, 불필요한 탐색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다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오래 본 영상, 멈춘 장면, 반복 시청한 주제를 바탕으로 취향을 추정하고, 그 취향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문제는 아직 접하지 못한 관심사, 아직 좋아해본 적 없는 분야, 아직 열어보지 않은 가능성이 점점 배제된다는 점이다. 낯선 것과의 우연한 조우는 줄어들고, 익숙한 것의 반복만 남는다. "우연한 발견과 낯선 충격은 비효율로 취급되고, 대신 익숙함과 반복이 화면을 채운다." 생성형 인공지능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AI는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개연성 높은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답변은 대체로 매끄럽고 안정적이며 평균적이다. 물론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평균 바깥의 문장, 비정형의 통찰, 낯설지만 강한 사유는 밀려난다. 원래 새로운 생각은 다수가 이미 동의한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대를 흔드는 관점은 대개 평균의 바깥, 익숙함의 바깥에서 출현한다. 결국 오늘의 기술은 두 방향에서 같은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인간의 취향을 평균으로 묶고, 생성형 AI는 인간의 언어를 평균으로 다듬는다. 취향은 예측 가능한 패턴이 되고, 문장은 무난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플랫폼에는 이상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과 창조성까지 그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인간은 원래 효율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 무심코 넘기다 멈춘 기사 한 줄, 전혀 관심 없던 분야에서 느닷없이 마주한 충격이 한 사람의 세계를 바꾸기도 한다. 발견은 언제나 비효율의 영역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오늘의 플랫폼은 그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능숙하다. 사용자가 헤매지 않도록 돕는 대신, 사용자가 스스로의 바깥으로 나갈 기회까지 줄여버린다. 문제는 단지 비슷한 콘텐츠만 보게 된다는 데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인간이 점점 과거의 데이터로 규정되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당신은 이런 것을 좋아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AI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고 답한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빠르게 만족하지만, 덜 놀라고 덜 방황하며 덜 발견하게 된다. 세상을 좁게 보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갱신할 가능성마저 줄어드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을 확장할 때 진보가 된다. 그러나 편의를 높이는 과정에서 가능성까지 축소한다면, 그것은 진보라기보다 정교한 관리에 가깝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확한 추천만이 아니다. 평균 밖의 문장, 예측 밖의 만남, 그리고 나를 내가 아는 범위 밖으로 이끄는 우연의 복원이다. 인간은 원래 규정된 존재가 아니라, 아직 열려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026-04-11 19:5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