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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T에 몰린 '퇴근 후 매매'… KRX, 밤 8시 장으로 맞불
[경제일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서 이뤄지는 주식 거래 10건 중 4건 이상이 한국거래소 정규장 전후 시간대에 체결되고 있다. 미국 증시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고팔려는 투자자가 출근 전과 퇴근 뒤 NXT로 몰린 것이다. NXT가 ‘출퇴근길 매매’를 앞세워 빠르게 세를 키우자, 한국거래소(KRX)도 오는 9월 장 마감 뒤 4시간 동안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열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이 정규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2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합친 정규장 외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 29.56%에서 지난달 중순 45.47%로 높아졌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절반 가까이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정규장 밖에서 사고팔린 셈이다. 거래가 몰린 곳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다음 날 정규장을 기다리지 않고 NXT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문을 냈다. 미국 장 마감 뒤 나온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환율 변화에 즉시 대응하려는 수요도 시간외시장으로 향했다. NXT에는 거래량 규제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지난달 NX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9% 수준에 이르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거래량만으로 규제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NXT로서는 거래량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NXT는 1일 프리마켓부터 코스피 20개, 코스닥 12개 등 32개 종목을 거래 대상에서 뺐다. LG씨엔에스, 대한항공, 삼성E&A, 카카오, 한화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정기 변경에서는 새로 편입한 종목이 없었다. 거래 종목을 줄여 규제 한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거래량이 늘면서 두 시장의 거래 방식 차이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8일 국내 증시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때다. 거래 재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NXT 사이에 약 2초의 시차가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단일가매매를 거쳐 가격을 정한 뒤 거래를 재개했다. 반면 NXT는 기존에 남아 있던 호가를 바로 체결했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삼성전자 예상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에 NXT 주문이 남아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2억6000만원가량의 차익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지만,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하는 기관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XT는 오는 9월 14일부터 서킷브레이커 해제 뒤 거래를 재개할 때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장에서 두 거래소의 가격 형성 방식이 달라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반격에 나선다. 당초 오전 7시 프리마켓과 오후 4시 애프터마켓을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증권사 전산 개발 부담과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프리마켓 도입은 2027년 말로 미뤘다. 대신 애프터마켓은 예정대로 9월 14일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지금처럼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시간외단일가매매는 없어진다. 정규장처럼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바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가 도입된다. 매매 방식이 NXT와 같아지면 종목별 거래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NXT 경쟁매매 대상인 638개 종목은 한국거래소 시간외단일가매매에서 거래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시장의 거래 방식이 통일되면 이런 제한을 계속 둘 이유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싸움터는 ETF다.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ETF·ETN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헤지 목적 공매도에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시간외시장에서도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NXT는 오는 11월 ETF 거래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와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세울 계획이다. 개별 주식에서 시작된 두 거래소의 경쟁이 ETF로 옮겨가는 셈이다. 거래 시간을 늘린다고 유동성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장이 길어질수록 증권사 주문 시스템, 시장감시 인력, 유동성공급자 운용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난달 서킷브레이커 뒤 발생한 2초의 시차는 거래소 간 경쟁이 빨라질수록 시장 안전장치도 그만큼 촘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07-02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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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줄고 간편식 늘었다…북중미 월드컵 달라진 '응원소비'
[경제일보] 북중미 월드컵이 한국의 응원 소비 공식을 바꿔놓고 있다. 밤늦게 치킨과 맥주를 시켜놓고 TV 앞에 모이던 익숙한 풍경은 예전만 못하지만, 대신 출근길 편의점, 사무실 간편식, 무알코올 맥주, 즉석치킨, 도시락, 삼각김밥이 월드컵 특수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소비 시간이 바뀌었고, 응원이 식은 것이 아니라 소비 장소가 흩어진 모습이다. 변수는 시차였다. 북중미 월드컵은 캐나다·멕시코·미국 3개국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으로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다. 3개국 16개 개최도시에서 총 104경기가 치러지며 대회 규모는 커졌지만, 한국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새벽, 오전에 경기를 시청해야 하는 만큼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경기도 평일 오전 시간대에 몰리면서 과거처럼 퇴근 후 야식과 주류 소비가 폭발하는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들은 대회 전부터 이와 같은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준비했다. 월드컵 개막 전 한국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 10~11시에 배치되면서 유통기업들은 편의점 간편식과 즉석 치킨 등의 물량 확보에 공을 들였다. 과거 월드컵 특수가 야간 응원, 배달 치킨, 주류 소비에 집중됐다면,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낮 시간대 간편식 수요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대비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 시간이 모두 오전 시간대에 몰려 있어 예전처럼 치킨과 맥주 중심의 야식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며 “실제 구매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대와 채널을 고려해 편의점 즉석식품, 음료, 간식류 중심으로 행사를 설계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유통 기업들의 전망은 실제 매출 흐름과 들어맞았다. 잎서 지난달 12일 열린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1차전 당시 GS25의 즉석치킨 ‘치킨25’ 매출은 1주일 전보다 126.9% 늘었고, CU에서는 김밥 25.6%, 도시락 23.4%, 삼각김밥 18.9%, 즉석치킨 15.5% 매출이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냉장식품, 과자, 간편식, 즉석치킨 매출이 나란히 늘었다. 이마트24에서도 스낵, 안주류,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 간편식 판매가 증가했다. 월드컵 응원이 치킨과 맥주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소비의 중심축이 ‘밤의 배달’에서 ‘낮의 편의점’으로 이동한 셈이다. 무알코올 맥주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CU에서는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31.1% 늘었고, 세븐일레븐에서도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30% 증가했다. 이는 평일 오전 경기라는 특성상 일반 주류보다 부담이 낮은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출근 전후, 사무실, 광장 응원 현장에서는 맥주 한 캔보다 커피, 생수, 이온음료, 무알코올 맥주가 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 것 같다”며 “생수, 스포츠·이온음료, 얼음컵, 아이스크림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여름철 야외 응원과 오전 경기라는 조건이 겹치며 응원 먹거리의 구성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광화문 일대 편의점은 이와 같은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린 날 거리 응원이 펼쳐졌던 광화문 인근 편의점 매출이 경기가 열리지 않았던 날보다 2~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관’과 ‘사무실 응원 소비’가 늘면서 광화문 인근 편의점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전반에서 무알코올 맥주와 안주류 판매가 급증했다. 다만, 치킨업계와 배달 플랫폼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BBQ, bhc, 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일부 오프라인 매장을 일찍 열어 응원 소비를 흡수하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도 이른 오전부터 들어오는 치킨·피자 주문에 맞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2026-07-02 1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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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꺼져도 일은 계속됐다"… 신한銀 '공짜 노동' 논란 재점화
신한은행 내부의 ‘공짜노동’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 주52시간제가 본격화되면서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PC관리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올해 초까지 시스템을 우회해 야근을 이어가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은 했지만 노동시간으로 기록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가 문제 삼는 핵심은 단순한 전산 편법이 아니다. 은행권 전반에 남아 있는 ‘눈치 야근’과 ‘무임금 초과근무’의 조직문화다. PC가 꺼지면 퇴근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실제 업무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지난해부터 PC 우회 사용 문제를 사측에 제기했고 올해 들어서는 사례 수집과 노사협의회 의제화를 통해 공짜노동 근절을 전면에 내걸었다. 노조가 장시간 노동과 대가 없는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PC 우회 사용 실태 파악을 요구했고 회사의 태도 변화가 더디자 직접 사례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PC관리시스템 도입 뒤에도 계속된 ‘기록 없는 노동’ 신한은행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PC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표면상으로는 정해진 시간 이후 PC 사용을 제한해 초과근무를 막는 장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스템을 피하는 방식이 다수 등장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우회 방식은 십수 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하나가 현장에서 ‘정리하기·돌려쓰기’로 불린 방식이었다. 10일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간외근무 신청과 승인 절차를 밟으면 초과근무 시간이 기록되고 수당 지급 근거가 남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량이 많고 관리자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이 정당한 야근 신청을 주저했다. 그 결과 PC 사용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우회해 업무를 이어가는 관행이 생겼다. 실제 지난 3월 신한은행 본부 부서 24곳에 대한 노조의 불시 점검 결과,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해 초과근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확인됐다. 노조는 이른바 ‘알트+탭’ 방식 등 계정 전환을 통한 PC 사용시간 우회 사례를 지적했다. 또 자율출퇴근제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하거나 보상휴가를 실제로 쓰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사례 등도 거론됐다. 문제는 이런 편법이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무는 줄지 않았고 인력은 부족했으며 정식 초과근무 신청에는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PC는 꺼졌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제도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 주권 문제” 신한은행 노조는 올해 ‘공짜노동 근절’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김용환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3월 제67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절대 인력이 부족한 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 공짜노동 근절을 목표로 달려가겠다”며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 주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사측에 PC 우회 사용 문제를 제기하고, PC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시간외근무가 등록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해왔다. 핵심은 간단하다. 퇴근 시간 이후 PC를 켜고 업무를 했다면 그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직원 개인이 관리자 눈치를 보며 초과근무 신청을 해야 하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자동등록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노사는 지난 3월 말 1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를 기준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그 외 시간의 노동은 시간외근무로 등록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시행에도 합의했다. 신한은행지부는 이 합의를 “왜곡된 노동시간 구조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문제 제기 뒤 차단 나섰지만 쟁점은 남았다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속적인 문제 제기 후 사측은 올해 들어 PC 우회 사용 차단에 나섰다. 현재 상당수 편법 사용 방식은 막힌 상태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다만 노조는 이것만으로 공짜노동 문제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전산상 우회 수단을 막더라도 정당한 야근을 신청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남아 있다면 공짜노동은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도 ‘PC 사용 시 시간외근무 자동등록’이다. 초과노동을 직원 개인의 신청과 관리자의 승인에만 맡기지 말고 실제 PC 사용 기록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남기자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시간외근무가 회의나 교육 명목으로 편법 운용되거나, 제도의 취지를 흐리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부부서, 지역본부, 영업점 어디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모든 초과노동에 대한 정당한 시간외근무 보상”을 강조하며 제도 정착 여부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성과주의가 공짜노동 부른다” 노조는 공짜노동의 배경에 단기성과주의도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경영진을 향해 “임기 연장을 위한 보여주기식 실적 쥐어짜기로 현장 직원들은 고통스럽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자괴감이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비대면 영업 확대 △고령층 창구 수요 대응 등으로 업무가 복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 운용과 영업시간, 성과평가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노동시간 단축 제도는 현장에서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공짜노동 논란은 ‘PC를 몇 시까지 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일한 시간이 기록되고 기록된 노동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는가의 문제다”며 “주52시간제의 취지는 노동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줄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PC관리시스템이 노동시간 관리 장치라면 그 시스템은 노동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을 정확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또 “정당한 초과근무 신청을 막는 눈치 문화, 부족한 인력, 과도한 업무량, 단기성과 압박이 그대로라면 공짜노동은 이름만 바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의 투쟁이 단순한 임금 보전 요구를 넘어 노동시간의 정상화, 지속가능한 일터 만들기로 확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1 08: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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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낮은 투표율…서울·경기·인천 표심 어디로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율이 오후 1시 기준 46.0%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 판세의 핵심축인 수도권은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다. 경기는 43.0%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고, 인천도 43.4%에 그쳤다. 서울은 46.1%로 전국 평균을 0.1%p 웃돌았지만, 수도권 전체로 보면 투표 열기가 전국 상승세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2051만8553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 수치에는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 사전투표율 23.51%와 거소투표 결과가 반영됐다. 오후 1시 기준 투표율 46.0%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같은 시간대 투표율 38.3%보다 7.7%p 높은 수준이다. 전국 투표율은 크게 뛰었지만, 수도권의 상승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경기는 전국 평균보다 3.0%p 낮고, 인천은 2.6%p 낮다. 서울만 전국 평균권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투표율이 높은 전남 56.1%, 전북 52.2%, 강원 51.8% 등과 비교하면 수도권은 분명히 낮은 축에 속한다. 수도권 투표율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지역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확정한 제9회 지방선거 선거인수는 총 4464만9908명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1187만899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서울은 831만9134명으로 두 번째다. 두 지역만 합쳐도 전체 선거인수의 45%를 넘는다. 인천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표심은 사실상 전국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수도권 투표율이 낮거나 평균권에 머물 경우 선거의 무게중심은 ‘바람’보다 ‘동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높은 투표율이 전국적 관심과 심판론·안정론의 확산을 뜻한다면, 수도권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은 막판 조직력, 지지층 결집, 부동층 투표 참여가 승패를 가르는 구조를 만든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은 여야 모두 중도층과 무당층 비중이 큰 지역으로 보는 만큼, 오후 시간대 투표율 변화가 최종 득표율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서울의 경우 46.1%로 전국 평균과 사실상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어느 한쪽 지지층이 압도적으로 결집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수치다. 서울시장 선거와 구청장·시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만큼, 지역별 생활 이슈와 정권 평가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 한강벨트, 서북권, 동북권 등 권역별 투표율 차이가 최종 결과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경기는 더 민감하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유권자 지역이지만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43.0%로 가장 낮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선거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정 정당의 일방적 바람보다 후보 경쟁력, 지역 현안, 교통·부동산·일자리 이슈가 촘촘히 작동할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낮게 유지될 경우 각 정당의 기초조직과 후보 캠프의 막판 투표 독려력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 인천도 비슷하다.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43.4%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인천은 원도심과 신도시, 항만·공항 경제권, 검단·송도·청라 등 개발 이슈가 뒤섞인 지역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지역별 조직 기반이 강한 후보,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세운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이 특정 정당의 유불리로 곧장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야의 해석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당은 전국 투표율 상승을 국정 안정론과 지지층 결집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야당은 수도권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아직 투표하지 않은 중도·부동층이 남아 있다”고 보고 막판 견제론 확산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후 1시 이후 퇴근 전 시간대와 오후 막판 투표율이 수도권 승부의 마지막 관문이 된다. 이번 선거의 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민등록지 관할 지정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중앙선관위가 공식 발표하는 시간대별 투표율은 전국 256개 구·시·군 선관위에서 취합한 투표 현황을 기준으로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수도권은 늘 전국 선거의 축소판이었다”면서 “수도권 투표율이 평균권 또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 이 차이가 단순한 시간대별 착시인지, 아니면 수도권 유권자의 신중한 관망인지가 이날 밤 선거 결과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마지막 표를 누가 더 투표장으로 데려오느냐가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2026-06-03 14: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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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사 첫 파업 기로…플랫폼 업계 노사 긴장 확산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가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앞두고 창사 첫 본사 파업 가능성이라는 중대 기로에 섰다.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본사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희망퇴직 추진까지 겹치며 노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도 근무·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있어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긴장감이 번지는 분위기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27일 오후 3시 경기지노위 중재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카카오 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동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이번 조정이 결렬되면 본사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 앞서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은 지난 2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모두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를 제외한 4개 법인은 이미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본사까지 27일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연쇄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과 보상 기준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수십억원대 보상을 받는 동안 직원들에게는 불투명한 기준이 적용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20일 판교역 결의대회에서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 보편적 복지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갈등은 게임 계열사 구조조정 문제로도 번졌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추진하자 카카오 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엑스엘게임즈는 MMORPG ‘아키에이지’ 시리즈를 개발한 중견 게임사다. 노조는 “사업 실패와 경영 판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 등 강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는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 조정 결과와 무관하게 단독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카카오 전체 노사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는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 공동체의 사업 전략과 투자 방향 속에서 운영돼 온 만큼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가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점이 부담스럽다. 회사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과 조직 재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본사는 카카오톡 운영과 AI 전략의 중심에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서비스 운영 자체가 즉각 멈출 가능성은 낮더라도 장애 대응과 신규 서비스 개발, 하반기 AI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도 이번 공동 파업 가능성이 카카오의 지배구조 재편과 AI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긴장감은 다른 플랫폼 기업에서도 감지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인 우아한유니온은 최근 회사의 ‘골든타임’ 캠페인과 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가 서비스 안정화와 평가 객관성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매각설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 부담을 구성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타임’ 캠페인은 중요 상황에서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회사 측은 실시간 플랫폼 서비스 특성상 장애와 위기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은 2020년 크리스마스 주문 폭증으로 앱이 약 4시간 멈추는 장애를 겪은 바 있다. 다만 노조는 퇴근 후와 휴식 시간까지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하는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아한유니온은 2024년 11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로 출범했다. 당시 노조는 권익 보호와 근무 조건 개선, 평가·보상 시스템 투명성 확보, 복지와 인사제도 안정성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출범 이후 플랫폼 기업 내부에서도 평가와 보상, 근무 강도, 조직개편을 둘러싼 노동 의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노사 갈등은 제조업과는 결이 다르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생산라인 중단이 곧바로 물리적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메신저·배달·결제·게임 같은 서비스는 장애 대응과 운영 품질이 신뢰의 핵심이다.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용자 서비스보다 먼저 개발 속도, 조직 몰입도, 핵심 인력 이탈, 신사업 실행력이 흔들릴 수 있다. 카카오와 배민 사례는 플랫폼 기업 노동 이슈가 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성과급 배분의 투명성, 경영진 보상과 책임, 구조조정 과정의 고용 안정, 실시간 서비스 대응을 명분으로 한 근무 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기에는 속도와 실행력을 앞세웠지만 시장 성숙기와 매각·재편 국면에서는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보상의 균형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27일 카카오 본사 조정은 플랫폼 업계 노사관계의 상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파업 위기는 일단 봉합되겠지만 성과 보상과 고용 안정에 대한 불신까지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첫 파업과 계열사 연쇄 쟁의 가능성이 열리며 그 파장은 다른 플랫폼 기업의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6-05-26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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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동료와 퇴근하는 저녁, 우리는 준비가 됐나
[경제일보]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전시장 무대 위의 묘기가 아니라 공장 라인의 동료가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영국 로봇기업 휴머노이드는 독일 자동차·산업부품 기업 셰플러의 글로벌 제조 현장에 2032년까지 1000~2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 배치는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와 슈바인푸르트에서 시작된다. 현대차그룹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제 질문은 기술이 가능한가가 아니다. 인간의 일자리와 임금, 세금과 안전망은 준비돼 있는가다. 자동차 공장은 산업혁명의 가장 오래된 상징 중 하나다. 컨베이어벨트가 노동을 쪼갰고, 산업용 로봇 팔이 용접과 도장을 바꿨다. 이제 그 라인에 사람의 형태를 닮은 기계가 들어온다. 바퀴가 아니라 두 다리로 움직이고, 고정된 팔이 아니라 사람처럼 공간을 인식하며, 단순 반복이 아니라 상황 판단을 흉내 내는 기계다. 공장 안의 로봇은 더 이상 철제 울타리 안에 갇힌 설비가 아니다. 사람 옆에서 상자를 들고, 부품을 옮기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강철 동료’가 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한국은 이미 인구절벽 앞에 서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332만명 감소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낮아질 전망이다. 노동의 빈자리는 점점 커지고, 숙련 노동자의 은퇴는 빨라지며, 청년 인력은 제조 현장을 기피한다. 이 구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상과학의 장난감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생존 수단이 된다. 기업 경영의 관점도 분명하다. 로봇은 피로를 덜 느끼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다만 여기서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아직 완성된 해법이 아니다. 실제 공장 투입에는 안전성, 신뢰성, 유지보수 비용, 작업 전환 속도, 현장 노동자와의 협업 규칙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2028년 공장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더 복잡한 공정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기술이 오늘 당장 전면 대체가 아니라 단계적 검증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인구는 줄고, 제조 경쟁은 치열해지며, 글로벌 기업들은 더 싸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요구한다. 한국 자동차·부품·조선·물류·전자 산업이 휴머노이드 도입을 외면할 수는 없다. 문제는 로봇 도입 여부가 아니라 로봇 도입의 질서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는데 법과 제도, 교육과 세금, 노사관계는 아직 과거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를 설명하며 각자가 자기 본성에 맞는 일을 하고 남의 일을 침범하지 않는 질서를 말했다. 이를 오늘의 공장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통찰은 남는다. 사회는 역할이 새로 나뉠 때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이며 고강도인 작업을 맡는다면 인간은 설계, 관리, 창의, 공감, 판단, 돌봄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이동이 가능하려면 교육과 임금, 안전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술의 승전보 뒤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있다. 휴머노이드 도입은 어떤 노동자에게는 해방이지만, 어떤 노동자에게는 실직의 예고일 수 있다. 로봇이 허리를 굽혀 무거운 부품을 들 때 인간 노동자의 허리는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까지 대신한다면, 보호받은 것은 노동자의 몸인지 기업의 비용인지 묻게 된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어도 기술이 배치되는 시장은 중립적이지 않다. 여기서 ‘로봇세’ 논의가 나온다. 로봇세는 오래된 논쟁이다. 빌 게이츠는 2017년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해 기업 비용을 줄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해 돌봄·교육 같은 인간에게 필요한 일자리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로봇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떤 자동화가 과세 대상인지, 혁신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지, 해외 이전을 부추기지 않을지 모두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로서의 로봇세가 아니라 설계로서의 사회계약이다. 로봇 한 대마다 단순히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거칠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과 AI로 늘어난 생산성, 자동화로 절감한 인건비, 자본집약적 생산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 전체의 전환 비용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논의해야 한다. 재교육 기금, 고용 전환 계정, 지역 제조업 훈련센터, 중장년 노동자의 직무 재설계, 협력사 자동화 지원 같은 구체적 장치가 필요하다. 핵심은 혁신을 벌주는 것이 아니다. 혁신이 만든 과실로 혁신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다만 그 생산성의 과실이 주주와 경영진, 일부 기술 인력에게만 집중된다면 산업의 정당성은 약해진다. 시장경제가 오래가려면 시장 밖으로 밀려난 사람을 다시 시장 안으로 데려오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유럽도 이 문제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다. 다만 AI 시스템의 투명성, 표시 의무, 이용자 고지 같은 규범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달 AI법 제50조상 특정 AI 시스템의 투명성 의무 이행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이것이 곧바로 ‘휴머노이드 노동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그러나 AI와 로봇이 인간의 생활세계로 들어올수록 기술 사용의 투명성, 책임성, 이용자 보호가 제도화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도 기술 강국이라는 자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고 쓰는 능력만큼, 로봇과 함께 일하는 사회를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 들어오면 산업안전 규칙도 바뀌어야 한다. 사람이 로봇 옆에서 일할 때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로봇이 학습한 작업 데이터는 누구의 자산인가. 로봇 도입으로 줄어든 인건비 중 일부를 노동 전환에 쓸 수 있는가. 협력사와 중소기업도 자동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로봇 산업은 기술적으로는 앞서가도 사회적으로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한쪽으로는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실증 특례, 안전 인증, 데이터 표준, 로봇 보험, 산업안전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한쪽으로는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로봇 정비사, 로봇 운용 관리자, 공정 데이터 분석가, AI 안전 관리자, 현장 재교육 강사 같은 새 직무를 만들어야 한다. 로봇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속도보다 사람이 새 일자리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야 사회가 버틴다. 노동계도 냉정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전면 거부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인구 구조와 글로벌 경쟁, 원가 압박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노동계는 더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로봇 도입 전 고용영향 평가, 전환 배치 계획, 재교육 시간의 유급 인정, 자동화 이익 공유, 산업안전 공동 점검, 협력사 노동자 보호를 교섭 의제로 올려야 한다. “로봇 반대”가 아니라 “인간을 배제하지 않는 로봇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단순 비용 절감 프로젝트로만 보면 갈등은 커진다.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장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기업의 철학과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로봇을 들여오면서 노동자의 숙련을 무시하면 공장은 조용해질지 몰라도 조직의 신뢰는 무너진다. 반대로 로봇을 위험 작업과 반복 작업에 먼저 배치하고, 사람을 더 높은 가치의 업무로 옮기면 자동화는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노동의 종말일 수도 있고, 생산성의 신대륙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결정한다. 로봇의 성능은 기업이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이 만든 사회의 품격은 정부와 국회,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동료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같은 라인을 점검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저녁을 맞게 될 것이다. 그때 인간 노동자의 어깨가 패배감으로 처지지 않게 하려면 지금 준비해야 한다. 로봇이 대신한 노동의 빈자리를 인간의 배움과 이동, 돌봄과 창의의 자리로 바꿔야 한다. 로봇이 만든 부가 인간을 배제하는 자본의 성벽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세우는 사회적 기반이 되게 해야 한다. 결국 모든 혁신의 마침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시장경제의 활력이다.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공동체의 의무다. 차가운 금속음 속에 인간의 따뜻한 숨결을 남기는 것, 그것이 휴머노이드 시대 한국 산업이 지켜야 할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2026-05-17 09: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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