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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포용금융 15조+α 확대…'농업금융 DNA'로 이재명 정부 금융기조 화답
[경제일보] 농협이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다. 올해 총 887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감면하고, 향후 5년간 15조원 이상을 서민·농업인·취약계층에 공급하기로 했다. 단순한 일회성 채무조정이 아니라 은행,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전국 농축협, 농협자산관리까지 참여하는 ‘범농협 포용금융’ 체제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오랜 기간 채무 부담에 묶여 있던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장기연체채권 소각·감면이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5년간 서민금융과 농업인 금융지원을 대폭 늘리는 포용금융 공급 확대다. 농협은 이를 통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농협금융의 다음 성장동력으로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5일 “장기연체채권 소각과 감면을 통해 오랜 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취약계층에게 재기의 희망을 전하는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며 “앞으로도 범농협 차원의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농협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8876억 연체채권 정리…취약계층 9만명 재기 지원 이날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올해 총 887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거나 감면한다. 이를 통해 약 9만명의 취약계층이 추심 부담을 덜고 정상적인 금융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장기연체채권 6870억원을 소각한다. 대상자는 약 6만4000명이다. 채권 소각은 단순한 회계상 정리가 아니다. 장기간 상환 능력을 잃은 차주에게 계속 추심이 이어질 경우 경제적 재기는 더 어려워진다. 농협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연체채권을 정리해 취약계층의 추심 부담을 면제하고 신용회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계열별 소각 규모도 구체화했다. NH농협은행이 2870억원, 농축협 상호금융이 1500억원, 농협자산관리가 25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한다. 중앙회와 금융지주 계열사, 지역 농축협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농협 특유의 조직망을 활용한 포용금융 모델로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보유한 3년 경과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2006억원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감면한다. 원금은 최대 90%까지 감면하고, 미수이자는 전액 면제한다. 감면 프로그램은 오는 7월부터 1년간 운영된다. 농협은 약 2만6000명의 취약계층이 금융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다. ◆5년간 15조3000억 공급…서민·농업인 금융지원 확대 이와 함께 농협은 향후 5년간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지원계획도 추진한다. 은행, 캐피탈, 저축은행 등 농협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8조5000억원, 서민금융·취약계층 대출 6조8000억원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 대목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 기조와 맞닿아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자영업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서민과 취약차주의 금융 부담은 커졌다. 특히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으로 밀려난 차주,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이 더딘 자영업자, 고령층과 저신용자에게 금융 안전망은 생계의 문제다. 금융회사가 건전성만 앞세워 문턱을 높이면 취약차주는 더 비싼 금리의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농협의 포용금융 확대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 데 목적이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운영자금과 재기자금을 공급하고, 저신용·취약계층에는 정책서민금융과 연계한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방식이다. 농업인과 농촌 지역 차주에게는 농협이 가진 현장 정보와 지역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도 포용금융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농협의 뿌리인 농업금융과 지역금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다. 과거 농협이 영농자금과 생활자금을 통해 농촌 경제를 지탱했다면, 앞으로는 서민·자영업자·농업인·지역기업의 재기를 돕는 금융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포용금융 넘어 생산적금융으로…농협금융 새 성장판 주목할 부분은 농협의 전략이 포용금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협금융은 최근 금융권 전반의 생산적금융 확대 흐름 속에서 농업·농식품 산업, 지역 중소기업, 신성장 산업, 청년 창업, 지역 인프라 투자를 새로운 성장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담보와 가계대출에 쏠렸던 금융 자금을 산업, 기술, 지역, 일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에 요구하는 방향도 여기에 있다. 금융이 이자 장사에 머물지 말고 기업의 투자와 산업 전환, 서민의 재기와 지역경제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이 분야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다른 위치에 있다.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점포망, 농협경제지주와 연결된 농식품 밸류체인, 농업인과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접근성은 농협만의 자산이다. 스마트팜, 푸드테크, 농식품 수출, 농촌 관광, 로컬 브랜드, 지역 에너지 전환 등은 농협금융이 생산적금융을 접목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NH투자증권과 NH-Amundi자산운용, NH벤처투자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은행이 대출과 보증, 정책자금 연계를 맡는다면 증권과 운용사는 펀드, 채권, 프로젝트금융, 벤처투자를 통해 자본시장 방식의 생산적금융을 설계할 수 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 금융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이 관건 다만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 확대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 먼저 공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이다.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대출 확대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장기연체채권 소각·감면 역시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하려면 대상 선정, 상환 능력 평가, 성실상환 유도 장치가 정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또 하나는 정책 호응과 독자 전략의 균형이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발맞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농협금융의 포용·생산금융은 정부 방침에 대한 단순한 ‘화답’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협이 가장 잘 아는 농업, 농촌, 지역경제, 서민금융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포용금융이 비용이 아니라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농협금융은 이미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은행·증권·보험·캐피탈·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제 다음 과제는 외형 확장이 아니라 금융의 방향 전환이다. 고령화와 지방소멸, 자영업 위기, 농업의 산업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농협금융이 어디에 자금을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농협의 이번 포용금융 확대는 그래서 단순한 취약계층 지원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장기연체채권 8876억원 소각·감면은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는 일이다. 5년간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공급은 현재의 금융 안전망을 넓히는 일이다. 여기에 생산적금융을 결합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농협금융의 역사는 농업과 지역에서 시작됐다. 앞으로의 경쟁력도 그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금융 기조는 농협금융에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금융의 공공성을 요구받는 압박이지만, 농협의 정체성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채무조정은 재기로 이어져야 하고 서민금융은 자립으로 연결돼야 하며, 생산적금융은 산업과 일자리로 증명돼야 한다”며 “농협이 농업금융의 DNA를 바탕으로 포용과 생산의 두 축을 제대로 세운다면 농협금융은 단순한 5대 금융그룹의 한 축을 넘어 지역경제와 미래 산업을 잇는 독자적 금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6-15 13: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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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 美 공시에만 드러낸 '속내'…생산·포용금융 관치 논란
[경제일보] 주요 금융지주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기조를 경영상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공시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우려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는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공공성 요구와 정책금융 동원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신한·우리, SEC에 ‘이재명 정부 포용금융, 위험요인으로 추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2025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새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현지 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회사들이다. 금융지주들이 해외 사업보고서의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 경영상 위험을 폭넓게 나열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생산적·포용금융 관련 문구가 지난해 보고서에는 없다가 올해 새로 추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B금융은 정부가 저소득층 또는 금융 취약계층 차주에 대한 은행의 우선 대출을 장려하는 포용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정책이 고객 채무불이행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사업 관행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도 유사한 취지로 포용금융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연체율과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생산적 금융을 보다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우리금융은 한국 정부가 은행들에 전략적·생산적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가계대출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책 추진으로 인해 “원래대로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에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고, 향후 5년간 최대 7조원 투자 계획 등으로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순이자마진 압박, 대출 부실 위험 증가,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권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이 같은 내용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잠재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보느라 국내에서는 말하지 못한 우려가 해외 공시의 의례적 문구 속에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부 ‘생산·포용금융’...문제는 속도와 방식 정부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이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단순한 이익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은행에 대해서도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조직인 만큼 상당한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위는 신년사에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에 투자하고, 금융산업의 생산적 금융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정책서민금융 상품 개편 △금융회사 기여 제도화 △민간금융과 정책서민금융 연계 등을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고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일도 한국 경제의 구조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 은행이 예대마진에 안주해 왔다는 비판 역시 금융권이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정책 목표가 은행의 리스크 평가와 가격 결정 기능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단기간에 확대하면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략산업 투자가 정책 목표에 따라 배분될 경우 민간 금융회사의 수익성·건전성 기준과 충돌할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 예금자, 금융소비자,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은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과 금융회사에 특정 대출·투자 방향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금융 공공성 강조는 금융의 사회적 환기하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 대출이나 투자 방향 설정은 신용 배분의 정치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권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겉으로는 상생과 포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자산건전성 부담, 주주가치 훼손, 책임 소재 불명확이라는 문제가 쌓일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의 긴장감은 인터넷은행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신용평가체계 개편,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점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평균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향후 목표 비율 상향이나 신용평가모형 외부 검증 강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권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정책금융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건전성까지 흔들린다면 결국 대출 여력 축소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부채, 자영업자 연체,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책 압박이 과도해지면 은행의 방어적 영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 금융에 공공역할만 요구...손실 책임 시장에 맡겨선 안돼"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생산적·포용금융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세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손실이 나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목적의 대출과 투자가 필요하다면 정부 보증,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분담, 세제 지원, 자본규제 조정 등 정교한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민간 금융회사에 공공 역할만 요구하고 손실 책임은 시장에 맡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은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하는 산업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일부다. 그래서 정부의 감독은 필수다. 그러나 감독이 지시가 되고, 지시가 대출과 투자 배분의 기준이 되면 금융의 가격 기능은 약해진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면 자본은 필요한 곳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요구되는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권에선 이번 해외 공시 논란은 금융지주들이 정부 정책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기 보단 정책금융 확대에 따른 잠재 비용을 투자자에게 알린 사건에 가깝다는 평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한 신호가 담겨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부담이 건전성 악화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을 동원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책임 구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은행도 공공성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 역시 시장의 위험 평가 기능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이 성공하려면 관치의 속도전이 아니라 시장과 정부의 위험 분담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6-05-14 1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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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포용금융추진단' 이달 출범…금융 소외 해법 찾는다
[경제일보]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을 출범시키고 금융의 공적 역할 강화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 대통령실이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와 금융기관의 공공성 부족을 잇달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신용평가 체계 개편, 중금리대출 확대, 인터넷전문은행과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 등을 주요 의제로 올려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안에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열기로 하고 분과 구성과 안건 조율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진단에는 금융정책국을 비롯해 금융산업국, 금융소비자국, 디지털금융정책관 등 금융위 내 주요 부서가 참여할 전망이다. 특정 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통상적인 태스크포스와 달리 금융위 주요 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논의체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외부 참여 폭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민단체, 사회활동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를 논의 테이블에 앉혀 금융의 공적 역할을 사회적 의제로 다루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금융권 내부의 제도 개선 논의에 그치지 않고,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추진단 출범은 최근 대통령실의 강한 문제 제기와 맞닿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를 “치밀하게 방치된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금융이 단순한 사적 수익 산업을 넘어 국민 경제의 혈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서 커진 셈이다. 추진단의 핵심 의제는 신용평가 체계 개편이 될 전망이다. 현행 신용평가 체계가 과거 연체 이력, 기존 금융거래 기록, 담보와 소득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작동하면서 중저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소득 형태가 불규칙한 자영업자, 청년, 플랫폼 노동자 등은 실제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받거나 대출 문턱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의 미래 상환 능력과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보다 폭넓게 반영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요금 납부 이력, 공공요금 납부 정보, 매출 흐름, 직업 안정성 등 기존 금융권 신용평가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정보를 활용하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신용평가 완화가 부실 확대와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중금리대출 공급 축소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업권이 공급한 중금리대출은 27조81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1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은행권 공급액은 8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줄었다. 전체 감소분의 40% 이상을 은행권이 차지한 셈이다. 중금리대출은 고신용자에게 적용되는 낮은 금리와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고금리 대출 사이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상품이다. 중저신용자가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경기 둔화, 연체율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금융회사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대출 공급을 줄여왔다. 금융위가 포용금융추진단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 혁신 금융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비대면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통해 기존 은행권에서 소외된 고객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추진단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이 같은 설립 취지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와 실제 공급 실적이 적정한지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서민금융기관의 정책 방향 재설정도 논의 범주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전통적으로 중저신용자와 서민층 금융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 업권 역시 대출 문턱을 높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금융 공급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정부 보증이나 재정 지원을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용금융 확대에는 비용 문제가 따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면 부실률 상승으로 나머지 고객의 금리가 오르는 등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외부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더라도 그 비용을 금융회사, 정부, 이용자 가운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 대출 확대 압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경기 상황과 연체율에 민감하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대출을 늘리면 부실이 커지고, 이는 결국 전체 금융소비자의 비용으로 돌아갈 수 있다.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단순한 대출 총량 확대보다 정교한 신용평가와 리스크 분담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추진단 출범은 금융정책의 무게중심이 ‘건전성 관리’에서 ‘접근성 회복’으로 일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회사 건전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중저신용자 금융 소외가 심화되면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연체 위험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 접근성 확대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거시경제 안정과도 연결되는 이유다. 금융위는 포용금융추진단을 통해 금융회사, 시민사회, 전문가, 정책당국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용평가 체계 개편,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인터넷은행 역할 재정립, 서민금융기관 정책 방향 조정 등이 향후 금융정책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05-10 16: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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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갈아타기 본격화에 은행권 '고객 쟁탈전'…기업은행, AI·데이터로 승부수
[경제일보]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시행으로 은행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방대한 기업금융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심사 역량을 앞세워 고객 확보전에 본격 나섰다. 비대면 비교·이동이 가능해진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은행은 전통적인 기업금융 강점을 디지털 경쟁력으로 확장하며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와 조건을 한눈에 비교한 뒤 보다 유리한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본격 가동되면서 은행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기반으로 대출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고객의 선택권이 크게 확대됐고, 기존 거래 관계에 의존하던 대출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금리 비교를 넘어 한도, 상환 조건, 심사 속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설계돼 개인사업자들의 금융 선택 기준을 한층 정교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금리 인하뿐 아니라 비대면 프로세스 개선, 맞춤형 상품 확대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시작된 경쟁은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까지 확산되며 시장 전반의 경쟁 강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은행은 포트폴리오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전체 대출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이 80%를 웃도는 구조로, 중소기업 중심의 안정적인 자산 기반을 유지해 왔다. 다만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산으로 고객 이동성이 커지면서 기존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확보 전략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차별화 요소로 '데이터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방대한 기업금융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분석·심사·건전성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초개인화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디지털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 금리 경쟁을 넘어 데이터 기반 금융으로 경쟁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전략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新)기술평가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재무 중심 평가를 넘어 기술력, R&D, 고용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정밀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고 맞춤형 금융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평가 역량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대면 금융 경쟁력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IBK 원스탑플러스 보증부대출'을 통해 보증서 발급부터 대출 실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대출 갈아타기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정책서민금융 이용 고객을 위한 'i-ONE 징검다리론'을 비대면 중심으로 개편해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 서류 제출 없이 실시간 심사와 실행이 가능한 구조로, 고객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 상품 확대는 대출 이동 시장에서 고객 유입을 늘리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실적 역시 이러한 전략의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순이익(연결 기준)은 2조7189억원을 기록했으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 24.4%를 유지하는 가운데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대손비용률도 개선되며 안정적인 건전성을 확보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은행 간 경쟁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직접 조건을 비교하고 이동하는 구조에서는 금리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와 맞춤형 서비스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은 금리 경쟁에서 데이터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흐름이다. 기업은행이 보유한 기업금융 데이터와 AI 역량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고객 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그간 축적된 기업금융 데이터와 AI 기반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은행만의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2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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