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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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펜타킬도 소용없었다'…T1, G2에 3:1 패배
[경제일보] T1이 유럽 대표 G2 e스포츠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MSI를 향한 여정이 멈추게 됐다. T1의 '페이즈' 김수환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G2의 치밀한 밴픽과 운영을 극복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8일 T1은 '2026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에서 G2 e스포츠에 세트스코어 1대 3으로 패배했다. LCK 대표팀인 T1은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유럽 대표 G2의 전략적인 운영과 라인 주도권 싸움에 고전하며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1세트는 T1이 후반 캐리 조합을 선택했지만 G2의 운영을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 T1은 초반부터 굴려야 하는 조합을 구성했지만 G2가 주요 오브젝트와 교전마다 흐름을 끊으면서 원하는 템포를 만들지 못했다. 원거리 딜러 '페이즈' 김수환의 직스는 6코어를 완성하며 후반 화력을 갖췄지만, G2는 탑 '브로큰블레이드' 세르겐 첼리크와 원거리 딜러 '한스 사마' 스티븐 리브의 투 원거리 딜러 조합을 중심으로 강력한 화력을 구축했다. 또한 정글 '스큐몬드' 뤼디 세망의 자르반과 미드 '캡스' 라스무스 뷘터의 애니비아가 T1의 공세를 저지해 T1은 끝내 반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밴픽 단계부터 T1이 어려운 구도를 맞이했다. G2는 탑 후픽을 활용해 탑 라인 상성을 유리하게 가져갔고, 브로큰블레이드가 초가스를 선택해 T1 '도란' 최현준의 요릭을 상대로 2세트 끝까지 우위를 유지했다. 라인전 주도권을 확보한 G2는 이를 오브젝트와 운영으로 연결했고, T1은 사이드와 전면전 운영에서 계속 밀리며 경기 내내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G2는 안정적인 운영으로 2세트까지 가져가며 T1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탈락 위기에 몰린 T1은 3세트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G2가 후픽을 활용해 탑 라인 우위를 확보했지만 T1은 자야-라칸 조합을 완성하며 한타 중심의 조합을 선택했다. 경기 중반까지는 G2가 유리한 흐름을 이어갔고 용 둥지 앞에서 진행된 한타에서도 승리하며 우위를 점했다. 3세트의 승부를 가른 장면은 바론 한타 직전이었다. 페이즈의 자야가 캡스의 오로라를 솔로킬하며 수적 우위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바론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후 자야가 폭발적인 화력을 앞세워 후반 교전을 장악했고, T1은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시리즈를 이어갔다. 4세트에서는 다시 G2의 운영이 빛났다. 페이즈의 케이틀린은 펜타킬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T1이 경기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다만 G2는 브로큰블레이드의 클래드를 앞세워 사이드 라인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운영 싸움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G2는 네 번째 드래곤까지 확보하며 영혼을 완성했고, 이후 바론 버프까지 손에 넣으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성장 한계에 도달한 케이틀린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다른 라인에서 이득을 쌓는 운영을 선택한 G2는 불필요한 정면 교전을 피하면서 글로벌 골드 격차를 벌렸다. 결국 바론 버프를 앞세운 G2는 T1의 억제기 3곳을 모두 파괴한 뒤 넥서스를 공략하며 시리즈를 3대 1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번 시리즈는 G2가 밴픽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탑 라인 상성을 유리하게 설계하고, 이를 사이드 운영과 오브젝트 장악으로 연결한 것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T1은 페이즈가 직스와 자야, 케이틀린으로 뛰어난 개인 기량을 선보였지만, 운영 단계에서 G2의 전략을 끝내 극복하지 못해 T1은 G2에 세트스코어 1대 3으로 패하며 MSI에서 탈락했다.
2026-07-08 19: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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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역사의 이란과 250년 역사의 미국,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까
[경제일보] 세계는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 원유 수송의 심장부이자 세계 경제의 혈관인 이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5천년 역사의 페르시아 문명국 이란과 250년 역사의 초강대국 미국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종전 협상 답변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표면적으로는 핵 협상과 휴전 문제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이번 충돌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목줄과, 그 배후에 놓인 문명과 패권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자유 항행과 국제 질서를 이야기한다. 반면 이란은 국가 생존과 역사적 자존을 이야기한다. 서로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미국은 젊고 강한 나라다. 건국 이후 불과 250년 만에 세계 최강국이 됐다.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와 군사력, 달러 패권과 해양 패권을 동시에 장악했다. 미국은 문제를 압도적 힘과 속도로 해결하려는 국가적 습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상대를 극단까지 몰아붙인 뒤 극적인 타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기적 압박과 충격 전략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란은 다르다. 오늘날의 이란은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가 아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기억과 실크로드의 게이트키핑 경험을 몸속 깊이 간직한 나라다. 기원전 다리우스 시대부터 이미 ‘왕의 길’을 통해 동서 교역망을 통제했던 국가다. 수천 년 동안 외세의 침략과 왕조 교체, 종교 혁명과 전쟁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나라다. 이란은 힘의 크기보다 시간의 길이를 믿는 국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은 이란 문제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 제재를 통해 단기간에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만, 이란은 시간을 길게 끌며 상대의 피로와 내부 균열을 기다린다. 미국 항공모함이 중동 앞바다를 뒤덮을 때 이란은 정면 충돌을 피한다. 대신 대리 세력과 국지전, 비정규전, 해상 교란과 심리전을 활용한다. 약자의 전략이지만, 역설적으로 강자를 가장 지치게 만드는 방식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거나 충돌이 장기화되면 국제 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지나간다. 한국·일본·중국 같은 동아시아 산업국가들은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순한 기름값 문제가 아니다. 석유화학과 철강, 반도체와 해운, 전력과 물류 비용 전체가 흔들린다. 환율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은 결국 서민 경제까지 압박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동발 위기는 곧바로 한국 경제의 생산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쳐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변수까지 더해질 경우 세계 경제는 또 하나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맞이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고 군사 충돌이 확대되는 경우다. 이 경우 이란은 직접 봉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조선 공격과 해상 교란을 통해 국제 유가를 급등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군사 보복에 나설 것이고, 중동 전역은 장기 불안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급격한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중간 시나리오다. 가장 현실적인 그림일 수 있다. 양측이 공개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물밑 협상을 병행하는 형태다. 군사적 긴장은 유지되지만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이다. 국제 유가는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시장은 장기 불확실성 속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중동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패턴이기도 하다. 셋째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핵 문제와 항행 보장 문제에서 일정 수준의 절충이 이뤄지는 경우다. 미국은 체면을 세우고, 이란은 공개적 굴복 이미지를 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국제 유가는 안정을 되찾고 금융시장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강경 기류를 볼 때 단기간에 이런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해양 패권과 문명 전략, 속도의 정치와 시간의 정치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졌지만,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정학적 생존 감각을 가진 나라 가운데 하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살아남는다(柔弱勝剛强)”고 말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제국은 언제나 압도적 힘으로 등장했지만, 긴 시간 살아남은 것은 오히려 끈질긴 문명과 기억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는 단순한 바닷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석유와 달러, 종교와 문명, 역사와 패권이 함께 흐르고 있다. 지금 세계는 다시 묻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시간의 편에 서게 될 것인가.
2026-05-11 10: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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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월스트리트 피치북 쓰고 신용평가하는 시대...한국 금융당국은 대비하고 있는가
[경제일보] 미국 월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투자은행(IB)의 회의실에서 애널리스트와 회계사, 변호사들이 수백 장의 투자제안서(Pitch Book)를 만들었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료와 신용평가 메모, 리스크 분석 보고서와 회계 결산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금융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I 개발사인 Anthropic(앤트로픽)은 최근 금융권 전용 AI 에이전트 10종을 공개했다. 투자제안서 작성, 회계 결산, 신용평가 메모 초안 작성 등 금융권 핵심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능들이다. 이는 단순한 챗봇 서비스가 아니다. 금융산업의 두뇌 노동 자체를 AI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금융은 원래 보수적인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가 많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I 도입 속도가 빠른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 규모가 방대하고 반복 업무가 많으며 비용 절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처럼 피로하지 않고, 24시간 문서를 읽고 요약하며, 수천 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단순 계산을 넘어 문서 작성과 논리 구성까지 수행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다. 그것은 AI 산업의 전장이 소비자 서비스에서 기업용(B2B)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산업 초창기에는 챗GPT와 같은 대중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핵심은 기업 업무 자동화다. 특히 금융은 AI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다. 수익 규모가 크고,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 경우 산업 전체로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이미 금융 특화 서비스인 ‘클로드 포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시타델, AIG 등 대형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 금융 IT 기업인 FIS와 협력해 금융범죄 탐지 AI 시스템 개발에 나섰고, 월가 금융회사들과 함께 15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까지 설립했다. AI 기업이 이제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장악하려는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의 역할이 ‘보조 도구’에서 ‘업무 대행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AI는 이메일 초안 작성이나 간단한 검색 지원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은행의 피치북 제작과 신용평가 메모 작성, 회계 결산 등 고난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인간 전문가가 하던 핵심 지식 노동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금융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의 주니어 애널리스트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회계법인의 단순 감사 업무도 축소될 수 있다. 반면 AI 모델을 검증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새로운 직무는 늘어날 것이다. 금융산업은 이제 사람 중심 조직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AI가 단순 효율화 수준을 넘어 금융 의사결정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평가와 리스크 분석은 금융의 핵심 권한이다.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어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만약 AI가 그 판단 과정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된다면 금융의 권력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융권은 이미 전면전에 들어갔다. JPMorgan Chase 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은행 내부에 AI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백 개 활용 사례가 진행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리스크 관리, 금융사기 탐지, 마케팅, 디자인, 회의 기록, 문서 검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투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월가는 이미 AI를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보고 있다. 과거 인터넷이 금융산업을 바꿨다면, 이제 AI는 금융업의 사고 체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인간이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던 시대에서 AI가 데이터를 읽고 인간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 금융권도 AI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이 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일부 챗봇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개념검증(PoC)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전략은 부족하다. 금융당국 역시 규제와 보안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AI 금융 시대의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국가 전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미국은 이미 AI 전담 조직을 만들고 금융업 전체를 재편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시범 사업과 규제 검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AI 산업은 속도의 게임이다. 초기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하며 압도적 우위를 갖게 된다. 한국 금융권이 지금처럼 느리게 대응할 경우 글로벌 금융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데이터 주권 문제다. 금융 데이터는 국가 경제의 핵심 자산이다. 만약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AI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한국 금융의 핵심 정보와 의사결정 구조가 외국 기술기업에 종속될 위험도 있다.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 안보의 문제다. 금융당국도 이제는 사고를 바꿔야 한다. AI를 단순히 규제 대상이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금융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금융 AI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둘째, 금융권의 AI 실증 사업을 과감히 허용하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 국내 AI 기업과 금융회사 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금융 데이터 보안과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 플랫폼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AI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잘못된 데이터 학습은 금융 사고를 초래할 수 있고, 알고리즘 편향은 신용 차별 문제를 낳을 수 있다. AI 기반 금융사기가 오히려 더 정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낙관도, 막연한 공포도 아니다. 핵심은 통제 가능한 혁신이다. 도덕경에는 “변화에 앞서 움직이는 자가 흐름을 얻는다”는 뜻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산업혁명의 역사는 결국 먼저 준비한 자의 역사였다. 인터넷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사라졌듯이, AI 금융 시대에도 대응하지 못한 금융회사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는 AI가 피치북을 만들고 신용평가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한국 금융산업의 문 앞까지 와 있다. 문제는 하나다. 한국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과연 이 거대한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2026-05-10 09: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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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승리 후 협상"과 호르무즈의 침묵
[경제일보] 중동의 사막은 늘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이 언제나 전쟁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 사막은 문명의 길이었고, 때로는 세계 경제의 동맥이었다. 오늘날 세계가 다시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주목하는 이유도 단순히 미사일과 핵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은 석유의 길이고, 달러의 길이며, 현대 산업문명의 숨길이기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 정도면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외교적 발언 같지만, 국제정치의 문법으로 보면 이는 상당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물밑에서 상당한 수준의 조율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보다는 관리 가능한 타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신호에 가깝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충돌을 “소규모 충돌(skirmish)”이라고 표현했다. 단어 하나에도 의도가 있다. 그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강하게 때렸고, 상대를 굴복시켰으며, 결국 협상으로 정리했다”는 서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것은 군사 전략이면서 동시에 미국 국내정치 전략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은 언제나 “힘을 통한 거래”였다. 상대를 극단까지 몰아붙인 뒤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중국과의 관세전쟁도 그랬고,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그랬다. 이번 이란 문제 역시 같은 패턴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다르다. 이란은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가 아니다. 5천 년 문명의 기억을 가진 페르시아의 후예이며, 세계 에너지 길목을 움켜쥔 지정학 국가다. 미국이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에너지 생명선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수천 척의 유조선이 이 좁은 바다를 통과한다. 만약 이곳이 봉쇄되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는 즉시 충격에 빠진다. 인플레이션은 재폭발하고, 금리는 다시 오르며, AI 산업을 포함한 첨단산업의 전력 비용도 급등한다. 결국 호르무즈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현대 문명의 목줄이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논의하는 핵심 역시 바로 이것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이란 핵농축 중단 △고농축 우라늄 반출 △지하 핵시설 가동 중단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핵과 석유의 교환”이다. 미국은 핵위협 제거를 원하고,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를 원한다. 서로 필요한 것을 맞바꾸는 셈이다. 여기서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전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총성보다 먼저 기대와 공포를 가격에 반영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고 미국 증시와 아시아 증시가 반등한 것도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이 일단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뉴욕 금융가는 이미 두 개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계산하고 있다. 하나는 ‘휴전과 타협의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부진한 장기 대치 시나리오’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일정 수준에서 타결되고 사실상의 휴전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 기간 안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선에서 안정될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중동 리스크 때문에 움츠렸던 글로벌 투자 자금은 다시 미국 기술주와 아시아 반도체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경제에는 중요한 숨통이 열린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안정 자체가 곧 물가 안정으로 연결된다. 반도체·배터리·AI 데이터센터 산업 역시 전력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고금리, 에너지 충격이 연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시장은 “최소한 더 큰 악재만은 피하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다. 따라서 중동 긴장 완화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세계 위험자산 시장 전체에 긍정적 신호가 된다. 반대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미국과 이란이 ‘불안한 휴전’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만 반복할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시장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전면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금리는 내려가지 못하고, 소비와 투자도 위축된다. 특히 유럽은 이미 에너지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경기 침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역시 제조업과 수출 회복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금값은 상승하고,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며, 신흥국 통화는 약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 부담도 커진다. 무엇보다 AI 시대의 세계 경제는 과거보다 에너지에 훨씬 민감하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결국 유가와 전력 비용은 곧 AI 산업 경쟁력 문제로 이어진다.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AI 패권 경쟁의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총성과 미사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 문제에 가깝다. 월가와 런던 금융가, 도쿄와 서울의 딜링룸은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미 페르시아만의 파도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우리가 이겼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미국 보수층은 대체로 “강한 미국”을 원한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 사회 내부에는 “미국이 약해졌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트럼프는 이를 뒤집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이란을 압박한 뒤 협상으로 끌고 들어오는 과정을 “미국의 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언제나 승자만 있는 게임이 아니다. 이란 역시 내부적으로는 “굴복이 아닌 생존”이라는 논리를 만들고 있다. 혁명수비대(IRGC)와 강경 종교 세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란 정권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체제 붕괴처럼 보이면 안 된다. 따라서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핵 이용을 유지한 채 긴장을 조절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측 모두 자국민을 향해 “우리가 이겼다”고 말해야 하는 기묘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세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다.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이며, 이란산 원유의 중요한 구매자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중국 역시 일정 부분 그 혜택을 받는다. 반대로 중동이 불안정해지면 중국 경제 역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문제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겉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지만,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다. 한국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국가이지만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AI 고속도로” 전략 역시 안정적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략 전체의 문제다. 고대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왕조는 “왕의 길(Royal Road)”을 건설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었다.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은 현대판 왕의 길이다. 석유와 LNG, 달러와 원자재, AI 산업의 전력과 반도체 공급망까지 모두 이 길과 연결돼 있다. 세계는 다시 페르시아를 지나고 있다.
2026-05-07 09: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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