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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이란 협상 결렬과 장기전의 서막… '에너지·수출 안보' 비상 플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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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설] 미·이란 협상 결렬과 장기전의 서막… '에너지·수출 안보' 비상 플랜 서둘러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2026-04-13 10:15:49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평화협상 관련 광고판 사진AFP연합뉴스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평화협상 관련 광고판 [사진=AFP연합뉴스]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던 낙관론은 산산이 부서졌고 국제사회는 전면전과 장기전이라는 어두운 터널의 입구에 서 있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하면 반드시 반격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고 미국 역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는 다시 불이 붙었고 그 불길은 이제 특정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다.

수십 년간 국제 정세의 격랑을 지켜봐 온 시각에서 보더라도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의 차원을 넘어선다.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에너지 및 수출 대동맥의 경색’이라는 실질적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가 군사적 긴장에 휩싸이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같은 위기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었느냐다. ‘전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기대 속에서 비상 상황에 대비한 체계적 대응 전략은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대응 체계를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에너지 안보다. 정부는 민관 합동 비상대응 체계를 즉각 가동해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선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공급선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 카스피해 연안,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과의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고 기존 계약의 재조정도 과감히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 전략 비축유 운용 계획을 재점검하고 민간 기업의 재고 확보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및 금융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경제의 혈맥이다. 공급이 흔들리는 순간 산업 전반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전쟁의 여파는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희귀 금속과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기 집행해 원자재 수입선을 동남아시아, 호주 등으로 신속히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에 대해서는 해외 자원 개발과 장기 구매 계약을 병행하는 ‘이중 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 단기적 대응과 중장기 전략이 동시에 작동해야 위기의 파급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출 측면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중동발 물류 리스크는 해상 운임 상승과 항로 불안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적 선사의 선복량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물류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중동 시장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유럽, 북미, 동남아 등 대체 시장 개척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위기 국면에서 시장을 잃는 것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산업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은 ‘강 건너 불’로 치부할 상황이 아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외부 변수로만 돌리며 대응을 미루는 것은 무책임에 가깝다. 정부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경제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기업 역시 비용 절감과 기술 혁신을 통해 고유가·고물가·고금리라는 ‘3고(高)’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역사는 위기 앞에서 준비하지 못한 국가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미·이란 갈등의 장기화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과 즉각적인 실행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회복력은 위기 대응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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