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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쇼케이스 정보로 캐릭터명 선점…법원 "5000만원 배상"
[경제일보] 넥슨의 대표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미공개 업데이트 정보를 이용해 캐릭터명을 사전 선점한 협력업체 직원과 소속 대행사에 5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게임 업데이트 정보가 단순한 홍보 자료를 넘어 게임 내 희소 자산의 가치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은 12일 공식 공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CROWN’ 쇼케이스 관련 후속 조치 결과를 안내했다. 넥슨에 따르면 쇼케이스에서 소개될 예정이었던 업데이트 콘텐츠명을 활용해 캐릭터명을 사전에 선점한 대행사 인원이 확인됐고 법원은 해당 대행사와 직원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넥슨은 해당 대행사와의 거래를 영구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외부에 전파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행위, 또는 해당 정보를 활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용자들이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된 퀘스트와 보스 등 콘텐츠명과 같은 캐릭터명이 이미 다수 생성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온라인게임에서 캐릭터명은 단순한 표시 이름이 아니다. 장기간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에게는 정체성과 팬덤, 거래 가치가 결합된 희소 자산에 가깝다. 메이플스토리는 과거 ‘뉴네임 옥션’을 통해 캐릭터 이름을 메이플포인트로 경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한 적이 있다. 공식 경매 구조가 존재했다는 점은 희귀 캐릭터명에 이용자 수요와 경제적 가치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미공개 콘텐츠명을 먼저 알고 선점했다면 일반 이용자와의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행위로 볼 수 있는 이유다. 넥슨이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반복된 쇼케이스 정보 유출 논란도 있다. 앞서 2024년 12월 ‘NEXT’ 쇼케이스 주요 내용이 협력업체 직원을 통해 사전에 외부 커뮤니티에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유출 당사자와 소속 업체 등에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넥슨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병행하고 협력사 보안교육과 기밀정보 접근 통제, 로그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업계에서 쇼케이스는 단순 발표 행사가 아니다. 신규 보스, 직업, 지역, 시스템 개편 등 대형 업데이트 정보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핵심 마케팅 무대다. 사전 유출은 이용자의 기대감을 훼손할 뿐 아니라 개발사와 이용자 사이의 신뢰를 흔든다. 특히 업데이트명이 캐릭터명, 아이템명, 길드명 등 게임 내 자산과 연결될 수 있는 게임에서는 정보 유출의 파급력이 더 크다. 이번 판결은 협력업체 관리 책임을 다시 묻는 계기도 됐다. 대형 게임사는 쇼케이스, 영상 제작, 이벤트 운영, 마케팅, 번역, QA 등 여러 외부 업체와 협업한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자료에 접근하는 인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주 인력까지 같은 수준의 보안 의무와 추적 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이제 앞으로의 넥슨의 사후 대응이 실제 통제 강화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손해배상 판결과 거래 금지는 강한 신호지만 재발을 막으려면 접근 권한 최소화, 자료 열람 기록 관리, 협력사 계약상 보안 책임 강화, 위반 시 제재 조항 명확화가 뒤따라야 한다. 정보 유출은 한 번의 일탈처럼 보이지만 반복되면 운영 시스템의 허점으로 읽힌다. 게임 서비스에서 공정성은 확률형 아이템이나 밸런스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누가 먼저 정보를 알고 그 정보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도 이용자 신뢰의 문제다.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명 선점 사건은 게임 안의 작은 이름 하나가 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경쟁력은 콘텐츠 업데이트만이 아니라 그 정보를 공정하게 공개하고 지키는 능력에서도 판가름난다.
2026-06-12 16: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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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꺼져도 일은 계속됐다"… 신한銀 '공짜 노동' 논란 재점화
신한은행 내부의 ‘공짜노동’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 주52시간제가 본격화되면서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PC관리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올해 초까지 시스템을 우회해 야근을 이어가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은 했지만 노동시간으로 기록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가 문제 삼는 핵심은 단순한 전산 편법이 아니다. 은행권 전반에 남아 있는 ‘눈치 야근’과 ‘무임금 초과근무’의 조직문화다. PC가 꺼지면 퇴근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실제 업무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지난해부터 PC 우회 사용 문제를 사측에 제기했고 올해 들어서는 사례 수집과 노사협의회 의제화를 통해 공짜노동 근절을 전면에 내걸었다. 노조가 장시간 노동과 대가 없는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PC 우회 사용 실태 파악을 요구했고 회사의 태도 변화가 더디자 직접 사례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PC관리시스템 도입 뒤에도 계속된 ‘기록 없는 노동’ 신한은행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PC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표면상으로는 정해진 시간 이후 PC 사용을 제한해 초과근무를 막는 장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스템을 피하는 방식이 다수 등장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우회 방식은 십수 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하나가 현장에서 ‘정리하기·돌려쓰기’로 불린 방식이었다. 10일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간외근무 신청과 승인 절차를 밟으면 초과근무 시간이 기록되고 수당 지급 근거가 남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량이 많고 관리자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이 정당한 야근 신청을 주저했다. 그 결과 PC 사용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우회해 업무를 이어가는 관행이 생겼다. 실제 지난 3월 신한은행 본부 부서 24곳에 대한 노조의 불시 점검 결과,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해 초과근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확인됐다. 노조는 이른바 ‘알트+탭’ 방식 등 계정 전환을 통한 PC 사용시간 우회 사례를 지적했다. 또 자율출퇴근제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하거나 보상휴가를 실제로 쓰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사례 등도 거론됐다. 문제는 이런 편법이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무는 줄지 않았고 인력은 부족했으며 정식 초과근무 신청에는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PC는 꺼졌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제도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 주권 문제” 신한은행 노조는 올해 ‘공짜노동 근절’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김용환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3월 제67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절대 인력이 부족한 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 공짜노동 근절을 목표로 달려가겠다”며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 주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사측에 PC 우회 사용 문제를 제기하고, PC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시간외근무가 등록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해왔다. 핵심은 간단하다. 퇴근 시간 이후 PC를 켜고 업무를 했다면 그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직원 개인이 관리자 눈치를 보며 초과근무 신청을 해야 하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자동등록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노사는 지난 3월 말 1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를 기준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그 외 시간의 노동은 시간외근무로 등록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시행에도 합의했다. 신한은행지부는 이 합의를 “왜곡된 노동시간 구조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문제 제기 뒤 차단 나섰지만 쟁점은 남았다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속적인 문제 제기 후 사측은 올해 들어 PC 우회 사용 차단에 나섰다. 현재 상당수 편법 사용 방식은 막힌 상태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다만 노조는 이것만으로 공짜노동 문제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전산상 우회 수단을 막더라도 정당한 야근을 신청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남아 있다면 공짜노동은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도 ‘PC 사용 시 시간외근무 자동등록’이다. 초과노동을 직원 개인의 신청과 관리자의 승인에만 맡기지 말고 실제 PC 사용 기록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남기자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시간외근무가 회의나 교육 명목으로 편법 운용되거나, 제도의 취지를 흐리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부부서, 지역본부, 영업점 어디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모든 초과노동에 대한 정당한 시간외근무 보상”을 강조하며 제도 정착 여부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성과주의가 공짜노동 부른다” 노조는 공짜노동의 배경에 단기성과주의도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경영진을 향해 “임기 연장을 위한 보여주기식 실적 쥐어짜기로 현장 직원들은 고통스럽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자괴감이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비대면 영업 확대 △고령층 창구 수요 대응 등으로 업무가 복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 운용과 영업시간, 성과평가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노동시간 단축 제도는 현장에서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공짜노동 논란은 ‘PC를 몇 시까지 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일한 시간이 기록되고 기록된 노동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는가의 문제다”며 “주52시간제의 취지는 노동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줄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PC관리시스템이 노동시간 관리 장치라면 그 시스템은 노동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을 정확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또 “정당한 초과근무 신청을 막는 눈치 문화, 부족한 인력, 과도한 업무량, 단기성과 압박이 그대로라면 공짜노동은 이름만 바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의 투쟁이 단순한 임금 보전 요구를 넘어 노동시간의 정상화, 지속가능한 일터 만들기로 확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1 08: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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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순기능이 크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
[경제일보] 권력은 스스로를 감시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그 점에서 특별감찰관 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 권력 핵심을 상시적으로 감찰하는 장치는 권력의 오만을 제어하고 국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특별감찰관이 공석으로 방치된 현실은 우리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대통령이 다시금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국회에 요청한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행보다. 반복된 요청 자체가 이 제도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방증한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나 권력 주변의 사적 영향력 논란은 감시 장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경험으로 확인된 바 있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을 때 반드시 균열이 생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절차가 지연되는 원인은 분명하다. 첫째, 정치적 이해관계다. 특별감찰관은 권력 핵심을 겨누는 자리인 만큼 어느 정권, 어느 정당도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여야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행’에는 소극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둘째, 제도의 정치화다. 추천권을 쥔 국회가 정략적 셈법에 매몰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셋째, 책임 회피다. 서로 상대를 탓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결국 아무도 결단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연은 결코 중립적 결과를 낳지 않는다. 감찰이 없는 권력은 방치된 권력이며, 방치는 곧 위험이다. 우리는 이미 ‘관리할 때’와 ‘관리하지 않을 때’의 차이를 수차례 경험했다. 완전한 제도는 없지만, 최소한의 통제 장치가 존재할 때 권력의 일탈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역기능을 이유로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의 태도가 아니다. 해결의 방향은 명확하다. 우선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추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법이 정한 틀 안에서 기한을 설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대통령 역시 임명권 행사에 있어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셋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 감찰 권한의 범위와 절차, 보고 체계 등을 명확히 해 정치적 논란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 전반의 인식 전환이다. 특별감찰관은 특정 정권을 겨냥한 도구가 아니라, 어떤 권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헌정 질서의 일부다. 이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순간 제도는 무력화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 선택의 문제만 남았다. 불완전하더라도 작동하는 견제 장치를 둘 것인가, 아니면 아무 장치 없이 권력의 자율에 맡길 것인가. 상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순기능이 크다면 그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이며, 정치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2026-04-21 09: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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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학생 폭력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교단이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서서히가 아니라, 노골적이고 반복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최근 또다시 학생이 교사를, 그것도 학교장실에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안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 한 번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 현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육 현장의 논쟁은 ‘교사의 체벌’에 집중돼 있었다. 과도한 체벌과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속에 사회는 일정 부분 이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교사가 학생을 폭행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모욕하며 위협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균형은 무너졌고, 교단의 권위는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학생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시스템의 붕괴이며, 교육당국의 무능이 낳은 구조적 결과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내세우지만,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도대체 교육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사의 기본적인 교육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행정이라면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는 “君君臣臣父父子子(군군신신부부자자)”라 했다. 각자의 자리가 바로 서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교사는 교사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교실에서는 이 기본 질서가 무너졌다. 교사는 지도자가 아니라 ‘민원 대상자’가 되었고, 학생은 배움의 주체를 넘어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 역할이 전도된 공간에서 교육이 제대로 설 리 없다. 『도덕경』 역시 경고한다. “法令滋彰 盜賊多有”, 법과 규정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혼란이 커진다는 의미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규정은 넘쳐나지만, 정작 현장에서 작동하는 권한과 책임은 사라졌다. 교사는 학생을 제지할 실질적 수단이 없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만 떠안는다. 이런 구조에서 누가 교단에 서려 하겠는가. 이제는 분명히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교육은 무너진다. 권위는 억압이 아니라 질서의 기반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교권 보호를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제도로 강화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폭행과 협박에는 즉각적인 분리 조치와 강력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교육청과 수사기관이 연계된 대응 체계를 구축해 교권 침해를 중대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문제 학생에 대한 분리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폭력이나 위협 행위를 보이는 학생은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상담과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학부모 책임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학부모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고, 필요한 경우 합당한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권한을 복원해야 한다. 모든 지도가 ‘아동학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교사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 명확한 기준과 보호 장치를 통해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당국의 태도다. 형식적인 대책을 넘어 책임 있는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위기가 반복되는 것은 대응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봉책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교실의 질서다. 교사가 두려움 속에서 수업을 하고, 학생이 이를 조롱하는 교실에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지금의 현실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기초 질서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교단을 지키는 일은 곧 사회를 지키는 일이다. 교육당국이 책임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6-04-15 14: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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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권력의 유혹과 시장의 균형, 국민연금의 손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경제일보]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온 주주총회 시즌은 기업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시간이자,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올해 재계의 시선은 실적이나 전략보다 한 기관의 선택에 더 쏠려 있다. 바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이 거대한 자금이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업 경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이름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배경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그간 일부 대기업에서 반복돼 온 지배구조 문제, 오너 리스크, 그리고 주주 가치 훼손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가치의 저평가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로서 기업의 일탈을 견제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정도의 문제’다.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건전한 감시를 넘어 경영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는 순간, 시장은 본래의 작동 원리를 잃기 시작한다. 경영진 선임, 투자 결정, 사업 구조 재편 등은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만약 이러한 판단들이 시장 경쟁이 아닌 외부 기관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면, 기업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적 ‘눈치 경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는 국민연금이라는 조직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아무리 독립성을 강조하더라도, 공적 기금 운용이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책 기조나 정권의 성향에 따라 투자 방향이나 주주권 행사의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기업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왜곡된 구조에 놓일 수 있다. 이른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선의의 개입’이 가져올 수 있는 역설적 결과다.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라는 목표가 오히려 기업의 활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외부의 과도한 감시와 개입이 지속되면, 경영진은 책임 있는 결단보다 무난한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결국 혁신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내수 침체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기에 기업이 자유롭게 전략을 구상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연금의 역할 역시 이 같은 큰 흐름 속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수탁자’다. 국민이 맡긴 자산을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불려야 하는 책임이 최우선이다. 주주권 행사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은 철저히 수익성과 장기적 가치 제고라는 기준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도덕적 판단이나 사회적 요구가 경영적 합리성을 압도하는 순간, 연금 운용은 본래의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개입’이 아니라 ‘정교한 절제’다. 국민연금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되,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시장의 심판자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운용은 신중해야 하고, 그 영향력은 절제되어야 한다. 기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거대한 자금이 거대한 책임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바람이 거센 경제의 바다에서 국민연금이 해야 할 역할은 방향을 좌우하는 키가 아니라 균형을 잡는 추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야 한다.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온 주주총회 시즌은 기업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시간이자,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올해 재계의 시선은 실적이나 전략보다 한 기관의 선택에 더 쏠려 있다. 바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이 거대한 자금이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업 경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이름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배경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그간 일부 대기업에서 반복돼 온 지배구조 문제, 오너 리스크, 그리고 주주 가치 훼손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가치의 저평가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로서 기업의 일탈을 견제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정도의 문제’다.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건전한 감시를 넘어 경영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는 순간, 시장은 본래의 작동 원리를 잃기 시작한다. 경영진 선임, 투자 결정, 사업 구조 재편 등은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만약 이러한 판단들이 시장 경쟁이 아닌 외부 기관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면, 기업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적 ‘눈치 경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는 국민연금이라는 조직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아무리 독립성을 강조하더라도, 공적 기금 운용이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책 기조나 정권의 성향에 따라 투자 방향이나 주주권 행사의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기업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왜곡된 구조에 놓일 수 있다. 이른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선의의 개입’이 가져올 수 있는 역설적 결과다.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라는 목표가 오히려 기업의 활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외부의 과도한 감시와 개입이 지속되면, 경영진은 책임 있는 결단보다 무난한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결국 혁신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내수 침체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기에 기업이 자유롭게 전략을 구상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연금의 역할 역시 이 같은 큰 흐름 속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수탁자’다. 국민이 맡긴 자산을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불려야 하는 책임이 최우선이다. 주주권 행사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은 철저히 수익성과 장기적 가치 제고라는 기준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도덕적 판단이나 사회적 요구가 경영적 합리성을 압도하는 순간, 연금 운용은 본래의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개입’이 아니라 ‘정교한 절제’다. 국민연금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되,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시장의 심판자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운용은 신중해야 하고, 그 영향력은 절제되어야 한다. 기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거대한 자금이 거대한 책임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바람이 거센 경제의 바다에서 국민연금이 해야 할 역할은 방향을 좌우하는 키가 아니라 균형을 잡는 추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야 한다.
2026-03-25 15: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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