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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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가계부채와 금리 폭탄의 전방위 압박, '파국' 막을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의 초입에 들어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물가가 춤을 추자, 미국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채권 금리가 일제히 치솟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3% 넘게 폭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 민생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가계부채는 마침내 20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둔 1993조 1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과 ‘빚투(대출로 주식 투자)’의 불길이 꺼지지 않은 결과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의 질적 악화다. 정부가 은행권 문턱을 높이자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전형적인 ‘풍선 효과’가 확인됐다. 1분기 비은행권 주택 대출은 전 분기보다 배 이상 급증했다. 제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고 부실 위험이 큰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의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가계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저하됐음을 뜻한다. 여기에 증권사 신용공여와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까지 가세했다. 만약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글로벌 긴축 충격과 맞물려 터진다면, 과연 이를 무엇으로 막아낼 것인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내수 파탄과 시스템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결코 과장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구두 경고나 사후약방문식 대처에서 벗어나 즉각적이고 선제적인 차단책을 집행해야 한다. 첫째, 비은행권으로 향하는 우회 대출 통로를 철저히 차단하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제2금융권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예외 없이 강화하여 갚을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대출은 원천 봉쇄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명확한 선을 긋고, 필요하다면 추가 인상까지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의 ‘깜빡이’를 켜 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이자 부담이 3조 2000억 원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 차주들을 위한 선별적 채무조정 및 고정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의 확대 등 정밀한 미시적 보완책도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대 초반 북유럽 국가들이나 가계부채 비율이 높았던 네덜란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위기를 극복했다. 미국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신설하고 대출 심사의 엄격성을 제도화함으로써 가계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았다. 우리 정부도 이처럼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리스크를 전방위로 모니터링하고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규율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제도적 제동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의 행보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민생을 돕겠다며 공언한 확장재정 기조와 올해 예정된 110조 원의 적자국채 발행은 오히려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려 시중 금리를 상승시키는 모순을 낳고 있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냄으로써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가계, 기업, 정부 모두가 대외 긴축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뼈를 깎는 위험 관리에 나설 때다. 가계부채 2000조 원이라는 임계점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가 끊어지고 난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는다. 파국을 막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6-05-20 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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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옛 목동 KT부지에 '목동윤슬자이' 내달 분양 예고 外
[경제일보] GS건설은 양천구 목동에서 '목동윤슬자이'를 내달 분양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목동윤슬자이는 서울시 양천구 목동 옛 KT부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로 지하 6층~지상 48층, 3개 동, 전용면적 114~204㎡ 총 651실과 업무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타입별로 △115㎡A 118실 △114㎡B 208실 △114㎡C 118실 △119㎡A T1 45실 △120㎡A T2 30실 △120㎡A T3 15실 △117㎡C T1 45실 △118㎡C T2 45실 △204㎡AD 10실 △202㎡BD 9실 △199㎡CD 8실로 구성된다. 견본주택은 사업지 인근 양천구 목동 일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입주는 2030년 하반기로 계획돼 있다. 단지명에 적용된 ‘윤슬’은 햇빛과 달빛이 물 위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삶의 모든 순간이 찬란하게 빛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아파트의 실용성과 하이엔드의 고급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유형의 주거모델인 '하이퍼트'를 표방했다. GS건설은 “하이퍼트는 '초월'을 의미하는 라틴어 '하이퍼(Hyper)'와 '아파트(Apartment)'의 합성어다”라며 “핵심 입지 내 실용적 평면을 바탕으로 고급 커뮤니티와 단지 내 원스톱 라이프를 가능하게 한 하이브리드 주거 카테고리”라고 설명했다. 단지는 5호선 오목교역 인근에 있다.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의 쉽게 접근 가능하며 광역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목동은 서울을 대표하는 학군지로 단지 인근에 서정초, 목운중, 양정고, 진명여고 등이 있으며 입시 학원가도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아울러 쇼핑∙문화시설을 비롯해 대형 의료시설 등도 가깝다. GS건설 관계자는 “목동은 학군과 인프라를 모두 갖춘 입지지만 신규 공급이 많지 않았던 곳이다”라며 “랜만에 공급되는 ‘하이퍼트’ 목동윤슬자이는 프리미엄 라이프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으로 향후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 ‘욕실 건식벽체 방수시스템’ 건설신기술 인증 획득 DL이앤씨는 한솔홈데코와 공동 개발한 ‘욕실용 건식벽체 방수시스템’이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설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고 13일 밝혔다. 건설신기술 인증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나 기존 기술을 개량해 신규성, 진보성, 현장 적용성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인증하는 제도다. 이번 신기술은 욕실 벽체의 습식 공법 대비 △하자 개선 △ 시공 편의성 △공사기간 단축 등에서 성능을 인정받았다. 기존에 활용하던 일반적인 욕실 습식 공법은 벽돌을 시멘트로 쌓은 후 그 위에 타일을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별도의 방수 작업이 필요하며 양생과정이 발생해 공사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품질을 위해 숙련된 작업자 확보도 필수다. 반면 신기술을 활용한 건식 시공은 약 16.3㎡ 크기의 욕실 경량 벽체에 방수 성능을 보유한 대형 패널(약 2440×590(mm) 단 16장을 간단히 부착하는 방식이다. 작업 시 양생 과정이 필요 없어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자재 간 접합부를 ‘역구배 클립’ 형태로 적용함으로써 수분 침투를 방지해 줄눈 탈락과 오염 등 가능성을 낮춰 손쉽게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이 신기술은 DL이앤씨의 시공 전문성과 한솔홈데코의 마감재 기술력을 접목한 결실이며 이미 DL이앤씨 주택 브랜드인 ‘아크로’와 ‘e편한세상’ 현장에 적용 중이다. 신기술을 통해 DL이앤씨는 기존 대비 생산성을 약 3배 높인 반면 현장 하자 발생률을 60% 이상 낮추고 인력 투입을 18%가량 줄이는 성과를 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번에 국토부 인증을 받은 신기술은 욕실 시공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타일 탈락이나 균열 같은 고질적 하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차별화 기술이다”라며 “기존 공법의 한계와 난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며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전사 품질경영 강화…통합 관리 체계 구축 롯데건설은 설계부터 시공, 준공까지 건설 전 과정을 아우르는 품질관리 체계를 전면 강화하며 현장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회사는 모든 과정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이를 디지털·AI(인공지능)기반으로 운영하는 ‘사전 예방’ 중심으로 품질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최근 전사 차원의 ‘하자저감 TFT’를 신설했다. TFT는 CS부문, 건축공사부문, 기전부문, 기술연구원 등 핵심 조직이 참여한다. 이들은 설계와 시공, 준공 전 단계에 걸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현장 간의 품질이 일정하도록 ‘기본의 재정립’과 ‘데이터 기반 관리’를 핵심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롯데건설은 우선 표준시방서를 바탕으로 기술 기준을 일제히 정비했다. 현장에 쉽게 적용하기 위해 입찰 및 현장설명서 기준을 보완하고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세부 지침을 실무 수준으로 구체화했다. 이와 함께 AI 기반 품질관리 기술도 본격 도입된다. 모바일과 웹으로 수집된 현장 점검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주요 품질 이슈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찾아낸다. 과거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데이터가 하나로 축적되면서 현장별 위험 요소와 반복되는 하자를 자동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점검 방식도 ‘통합 체크리스트’ 기반으로 표준화된다. 이를 통해 점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현장 간의 품질 편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결과는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즉각적인 조치로 이어진다. 준공 단계와 그 이후를 대비한 관리 프로세스 역시 한층 탄탄해진다. 전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다시 기술 기준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인 ‘피드백 루프’를 도입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이 이뤄지도록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품질관리 체계 강화는 단순한 점검 강화를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데이터와 AI로 정교하게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기본을 탄탄히 하는 것이 결국 최고의 품질로 이어진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5-13 09: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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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기업의 꿈에서 글로벌 신약 무대로…유한양행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을 말할 때 유한양행은 늘 첫머리에 놓인다. 단순히 오래된 회사여서가 아니다.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제약사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함께 추구할 수 있는지를 오랜 시간 보여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역사는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사이자 기업 윤리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출발점에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기업의 역할을 남다르게 바라봤다. 산업을 일으켜 나라를 키우고, 번 이익은 사회와 다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유한양행은 이런 철학 위에서 세워졌다. 단순히 약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이 달랐다. 초기의 유한양행은 국내 의약품 생산 기반이 취약하던 시절 국민에게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기술이 부족하던 환경에서 품질 기준을 세우고 제조 역량을 키우는 일은 산업적 의미가 컸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 체계가 확대되면서 제약 산업이 본격 성장하자 유한양행도 생산 기업을 넘어 연구개발 기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가장 큰 자산은 창업주의 철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한 박사는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뿌리내렸다. 국내 대기업 다수가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른 길이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라는 인식은 유한양행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 유한양행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다져 왔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생활건강 제품까지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전국 단위 영업망과 브랜드 신뢰도도 확보했다. 특정 품목 하나에 기대기보다 여러 사업 축을 통해 안정성을 높여 온 전략이 돋보인다.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가정상비약과 건강 관련 제품, 생활밀착형 브랜드를 통해 유한양행은 병원 밖 소비자와도 꾸준히 접점을 넓혀 왔다. 제약사가 처방 시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생활 가까이에서 신뢰를 쌓아 온 사례다. 최근 유한양행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축은 연구개발이다. 과거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이 생산 능력과 영업력에 있었다면 이제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기준은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으로 옮겨갔다. 유한양행도 이 흐름에 맞춰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신약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사례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다. 국산 항암 신약 가운데 상징성이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렉라자는 기술수출과 글로벌 임상,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통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한양행은 자체 연구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외부 바이오벤처와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연구 분야가 세분화될수록 모든 역량을 내부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기술은 함께 개발하고 유망 후보물질은 과감히 도입하는 방식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신약의 파급력도 훨씬 크다. 유한양행이 기술수출과 해외 파트너십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한양행의 경쟁력은 여러 층위에서 나온다.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신뢰도, 전문경영인 체제의 안정성, 탄탄한 기존 사업 기반, 연구개발 투자 여력,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는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렵다. 창업주의 정신이 기업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경영 체계에 녹아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과제도 있다. 신약 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해야 하는 시장에서는 자본력과 임상 경험의 격차도 존재한다. 국내 시장 성장세 둔화, 우수 연구 인력 확보 경쟁, 규제 환경 변화 역시 꾸준히 관리해야 할 변수다.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의 안정성과 연구개발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갖추려는 길을 걷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혁신 신약과 미래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 중심 회사에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일한 박사의 시대가 의약품 보급과 기업 윤리의 기초를 세운 시기였다면 지금 유한양행의 과제는 한국 제약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하는 일이다. 민족기업의 꿈에서 출발한 이 회사가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어떤 다음 장면을 만들어낼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026-04-22 16: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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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순이익 30% 요구…미래 경쟁력 흔들지 말아야
[경제일보] 노동의 기여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거둔 성과 뒤에는 생산 현장의 숙련과 헌신이 있었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그 과실을 함께 나누자는 주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향이다. 올해 현대차 노조가 내건 임단협 요구안은 보상의 범위를 넘어 기업 운영의 원칙까지 건드리는 수준으로 읽힌다.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확대, 주 4.5일제, 정년 연장, 완전 월급제도 함께 내걸었다. 여기에 협력업체 직원까지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임금 협상이라기보다 기업의 이익 배분 방식 전반을 다시 짜자는 요구에 가깝다. 숫자로 보면 부담은 더 선명해진다. 현대차가 밝힌 2025년 당기순이익은 약 10조4천억원이다. 그 30%면 3조원이 넘는다. 회사가 주주에게 제시한 배당 정책이 순이익의 25%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액은 그보다 크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몫보다 더 큰 금액을 성과급으로 먼저 내놓으라는 요구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기업은 신뢰 위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그 자본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그 질서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시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거센 전환기에 들어섰다. 관세 장벽은 높아지고 경쟁국의 추격은 빨라졌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배터리 공급망, 자율주행 기술까지 어느 하나 막대한 자금이 들지 않는 분야가 없다. 현대차가 수십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벌어들인 이익을 다시 미래에 투입하지 않으면 다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노조 요구안에는 미래 산업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익이 나면 더 많이 배분하라고 하고 산업 전환의 비용과 위험은 회사가 감당하라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노사 관계가 어렵다. 보상에는 권리가 따르지만 책임도 따른다. 오늘의 성과를 함께 나누려면 내일의 불확실성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성과급을 주자는 요구도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원청과 협력사의 격차를 줄이고 함께 성장하자는 뜻일 수 있다. 그러나 해법은 다른 곳에 있다. 납품 단가의 현실화, 기술 지원, 생산성 향상, 공정한 거래 관행 정착이 우선이다. 임단협 한 번으로 원청 순이익을 재분배하는 방식은 박수는 받을 수 있어도 오래가기 어렵다. 현대차는 국내 제조업에서 드물게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기업이다. 이 회사가 흔들리면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수출 전선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현대차 노사의 협상은 한 기업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의 미래가 함께 걸려 있다. 노조의 힘은 필요하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고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힘은 방향이 맞을 때 존중받는다. 올해 교섭의 출발점은 얼마나 더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강한 회사를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일자리도 더 큰 보상도 가능하다. 성과급은 한 해의 보상이다. 투자는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한 준비다. 둘이 충돌할 때 무엇을 앞세워야 하는지는 어렵지 않다. 지금 현대차 노조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청구서가 아니라 더 긴 안목이다. 미래는 회사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그 미래를 함께 누릴 사람 모두의 몫이다.
2026-04-20 09: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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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늘자 힘 빠진 집값…서울 상승폭 2개월 연속 축소
[경제일보] 서울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한층 힘을 잃는 모습이다. 다주택자와 투기성 수요를 겨냥한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물 증가와 거래 관망이 맞물리면서 집값 오름폭이 다시 축소됐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39% 상승했다. 상승세는 유지됐지만 오름폭은 2월(0.66%)보다 크게 줄었고 전달에 이어 다시 축소됐다. 특히 강남권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0.39%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고 송파구(-0.09%), 서초구(-0.05%)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났으며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의 매물 출회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하락 거래가 체결되며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식는 모습이다. 반면 비강남권에서는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광진구(0.91%), 중구(0.83%), 성북구(0.81%), 영등포구(0.76%)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온도 차가 뚜렷해지며 시장 내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는 흐름이다. 수도권 전체로도 상승세는 둔화됐다. 경기(0.26%)는 상승폭이 축소됐고 인천은 보합으로 전환됐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도 0.42%에서 0.27%로 낮아졌다. 다만 안양 동안구(1.54%), 용인 수지구(1.38%), 구리시(1.18%)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국지적 강세가 이어졌다. 비수도권은 완만한 상승을 이어갔다. 5대 광역시는 보합을 기록했고 세종시는 하락 전환했다. 8개 도 지역은 소폭 상승하며 전체적으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15% 오르며 상승 흐름은 유지됐다. 아파트값으로는 서울이 0.34%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전월보다 크게 줄었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 상승률도 0.29%로 낮아졌다. 매물 증가와 관망세 확산이 동시에 작용하며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시장과 달리 임대시장은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전세가격은 전국 기준 0.28% 상승했고 서울은 0.46%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성북구, 노원구, 광진구, 마포구 등 주요 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월세 역시 오름세가 이어졌다. 서울 월세 상승률은 0.51%로 전월보다 확대됐고 노원구(0.99%), 서초구(0.74%), 광진구(0.73%) 등에서 상승폭이 컸다. 역세권과 신축, 중소형 위주로 수요가 집중된 영향이다. 이에 규제 강화와 매물 증가가 맞물리면서 매매시장은 상승세가 둔화되는 반면 전월세 시장은 수요 집중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엇갈린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04-15 15:3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