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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는 한 달이면 정한다는데…반도체 공장은 언제 돌아가나
[경제일보] 정부가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지정 요청이 들어오면 한 달 안에 후보지를 정하기로 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체 조성 일정도 당초 2047년에서 2040년으로 최대 7년 앞당길 방침이다. 그러나 후보지 지정은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거쳐야 할 긴 절차의 출발점일 뿐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간 싸움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은 생산시설을 자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기술이 있어도 공장 건설과 양산이 늦어지면 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를 느린 행정절차가 붙잡아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부가 내세운 ‘한 달’이 전체 산단 조성기간 가운데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후보지 선정 이후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관계기관 협의, 주민 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이주대책, 부지 조성공사가 이어진다. 전력과 용수, 도로와 철도까지 제때 갖춰져야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다. 후보지를 빨리 정해도 나머지 절차가 뒤따르지 못하면 기업이 체감하는 투자 시계는 달라지지 않는다. 산업단지 인허가를 줄이기 위한 제도도 이미 있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은 관계기관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일정한 기간 안에 의견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패스트트랙을 꺼내 들었다면 기존 제도가 현장에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 법을 하나 더 만들고 전담 조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처 간 이견과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용인 국가산단은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2023년 3월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했고 2024년 12월 산업단지계획을 승인했다. 후보지 선정에서 산단 승인까지 1년9개월이 걸렸다. 통상적인 국가산단 사업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지만 정작 사업 현장에서는 토지보상이 다음 관문으로 남아 있다. 용인 국가산단 예정지 727만4000㎡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토지 보상 협의가 끝난 면적은 274만1000㎡로 37.7% 수준이다. 상당수 토지 소유자가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용재결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연내 보상을 마무리한 뒤 부지 조성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보상과 이주가 계획대로 끝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업기간을 줄인다는 이유로 보상과 주민 의견 수렴을 형식적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보상 기준과 이주대책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 공사 지연과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을 설득하는 데 드는 시간을 행정 낭비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보상 기준과 생활대책을 공개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다. 토지보상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전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장기적으로 10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소와 변전소를 산단 안에 짓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외부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장거리 송전망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송전선로의 노선 선정과 부지 확보, 환경 검토, 주민 협의를 감안하면 산단 승인과는 다른 차원의 난제다. 산단 부지 조성만 7년 앞당기고 송전망이 뒤따르지 못하면 공장 가동 시점은 앞당겨지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 전기를 가져오고 송전선로가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지나며 변전소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 첫 번째 생산라인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언제부터 공급할 수 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용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 사업은 하루 107만2000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형 사업이다. 팔당댐에서 용인까지 46.9㎞에 이르는 전용 관로와 가압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사업비도 2조원을 웃돈다. 1단계 용수 공급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용인 국가산단과 인근 일반산단의 전체 용수 수요는 하루 약 133만t으로 예상된다. 기존 댐의 여유 물량만으로는 부족해 하수 재이용수와 발전용 댐의 물까지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물을 확보하는 것과 수십㎞의 관로를 제때 설치하는 일은 별개 문제다. 관로가 지나는 지역과의 협의가 늦어지면 공장 완공 이후에도 용수 공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의 최종 완공 시점을 204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에 중요한 시점은 마지막 공장이 들어서는 2040년이 아니라 첫 번째 생산라인을 언제 착공하고 가동할 수 있느냐다. 첫 팹에 필요한 토지를 언제 넘기고 공사용 도로를 언제 개통하며 전력과 용수를 어느 시점부터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가 투자 판단을 좌우한다. 배후 교통망도 산단 공사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동 공공주택지구 인허가를 내년 초까지 마치고 국도 45호선 확장사업도 오는 8월 발주할 계획이다. 주택과 도로 건설이 산단보다 늦으면 출퇴근 혼잡과 주거난이 불가피하다. 공장만 먼저 지어 놓고 근로자에게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호남권에 새로 조성하겠다는 반도체 국가산단은 용인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팹 4기가 들어서는 국가산단과 연구·창업·주거 기능을 갖춘 첨단도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기업 투자 규모로 800조원을 제시했지만 투자 주체와 투자 시기, 공장별 착공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산단 부지로 거론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는 군공항 이전과 종전부지 개발, 재원 조달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 군공항 이전이 늦어지면 산단 부지 확보도 늦어진다. 후보지 지정만 한 달 안에 마치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공항 이전부터 토지 인도와 산단 조성, 기반시설 공급까지 하나의 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출퇴근 30분, 수출입 물류 1시간’이라는 목표도 구체성이 부족하다. 도로와 철도의 노선, 사업비, 착공과 개통 시점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의 기반시설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어떤 물류를 얼마나 처리할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 반도체 물류에 필요한 보안과 온습도 관리, 신속한 통관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기간을 줄이는 방법이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거나 주민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개발계획 수립과 환경조사, 기반시설 설계를 사업 초기부터 동시에 진행하고 부처 간 이견을 신속히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계부처 회의를 여는 방식으로는 기업 시간표를 맞출 수 없다. 단계별 책임 기관과 최종 결정권자를 정해 둬야 한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한 달 안에 후보지 지정’이라는 숫자보다 공장 가동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정표다. 후보지 선정과 산단 승인, 토지보상, 부지 조성, 송전망과 용수관로, 도로와 철도 건설을 하나의 일정표에 담아야 한다. 각 단계의 완료 시점과 책임 부처를 공개하고 일정이 늦어질 경우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산업단지 지정 고시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땅과 전기, 물, 도로가 필요한 시점에 함께 준비돼야 생산라인이 움직인다. 후보지를 한 달 안에 정하는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정부의 속도전이 성과를 내려면 그다음 10년을 어디에서 어떻게 줄일 것인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2026-07-13 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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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부 전문가에 보안전략 맡긴다…AX 전환 앞두고 '신뢰 방어선' 구축
[경제일보] KT가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기에 앞서 외부 전문가에게 전사 보안전략을 검증받는 체계를 마련했다. AI와 클라우드 사업이 확대될수록 고객 데이터와 기업 시스템을 함께 다루게 되는 만큼 기술 투자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신뢰를 보안 거버넌스로 뒷받침하려는 행보다. KT(대표이사 박윤영)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협의체인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고 12일 밝혔다. 위원회는 KT의 정보보호 전략과 정책을 외부 시각에서 점검하고 AI 보안과 제로트러스트, 클라우드 보안, 침해사고 대응, 보안 기술 혁신 등 전사 정보보안 분야의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보안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의 설계 단계부터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예방 중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자문위원에는 박춘식 한국제로트러스트보안협회 이사, 정은수 청주대 디지털보안학과 교수,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윤명근 국민대 인공지능학부 교수, 김홍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철준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최광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참여한다. ◆ 개인정보와 정보보안 분리…전문성 높인다 KT는 올해 상반기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먼저 신설했다.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보관·파기 과정과 처리의 적법성 등 정책·법률 영역을 살핀다면, 새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는 네트워크와 IT 시스템을 실제 공격으로부터 지키는 기술·전략 분야에 집중한다. 두 위원회를 분리한 것은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의 전문 영역이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입력한 데이터의 저장·학습 여부와 해외 이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동시에 AI 모델을 속이는 프롬프트 인젝션과 권한 오남용, 클라우드 공급망 공격 등 기존 통신망 보안과 다른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KT가 추진하는 산업별 AX 플랫폼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내부 데이터를 연결해 AI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통신 가입자 정보뿐 아니라 고객사의 영업기밀과 업무 시스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안이 지원 기능을 넘어 AX 사업 수주의 전제 조건이 되는 셈이다. ◆ 4조원 투자와 조직 개편…실행력이 관건 KT는 2026년 조직 개편을 통해 IT와 네트워크 등에 분산돼 있던 보안 기능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했다.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 조직을 분리하고 관련 인력을 확대하는 한편 제로트러스트 원칙에 따라 전사 보안 체계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정보보안과 IT 혁신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 3년 투자액의 두 배 수준으로, AX 인프라 확장에 앞서 통신망과 데이터, 클라우드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자문위원회의 실효성은 외부 전문가의 권고가 실제 투자와 서비스 설계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달렸다. 회의 개최 자체보다 보안 취약점 개선과 제로트러스트 적용 범위, 권고사항 이행 결과를 지속해서 점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KT가 자문위원회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주요 개선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AX 플랫폼 사업에서 차별화된 신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자문이 내부 검토에 머문다면 대규모 투자와 조직 개편의 효과를 이용자와 기업 고객이 체감하기 어렵다.
2026-07-12 15: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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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10년을 5년으로…기업형 첨단도시, 결국 '사람'이 답이다
[경제일보] 정부가 '산단 조성 10년'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3대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부지를 신속하게 공급하고 공장과 연구시설이 집적된 첨단산업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인허가 기간 단축보다 우수 인재의 정착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공장만 세운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산업이 아니다.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인력과 협력기업, 대학, 병원, 교육·문화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첨단산업 경쟁의 무게중심이 생산시설 확충에서 인재와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 조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산단 기획부터 공장 가동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절차를 5년 이하로 단축하고 기업과 인재가 함께 모이는 새로운 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단에서 첨단도시로…정부가 바꾸려는 산업 지도 이번 구상의 핵심은 산업단지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생활권과 결합한 첨단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데 있다. 정부는 기업 맞춤형 입지 공급과 함께 주거·교육·문화·의료 시설을 확충하고 정주지까지 30분, 공항과 항만 등 물류 거점까지 1시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와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도시'를 강조하는 이유는 첨단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공장을 빠르게 건설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생산시설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고 이를 운영할 고급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부지 확보를 넘어 엔지니어가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 의료 서비스, 교통 접근성, 협력사와 연구기관이 밀집한 연구개발 기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최첨단 공장을 구축하더라도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성과 연구개발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 경쟁력은 공장 자체보다 우수 인력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정주 여건에서 갈린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TSMC·인텔이 보여준 교훈…공장만으로는 생태계 못 만들어 이 같은 변화는 해외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애리조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맞춰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반도체 설비를 설치할 숙련 기술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 일정이 연기됐다. 현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만 엔지니어를 파견해 교육을 병행하는 등 인력 문제가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대규모 투자만으로 첨단산업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인텔 역시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하며 '실리콘 하트랜드(Silicon Heartland)' 구축에 나섰지만 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 일정 조정, 기반시설 조성 등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보다 공장 완공 시점이 늦춰졌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첨단산업 클러스터는 생산시설 건설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재 확보와 협력기업 유치, 도시 기반시설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연구개발 인력은 용인과 분당, 수지, 동탄 등 수도권 생활권을 기반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과 협력기업, 대학, 교통망이 이미 집적돼 있다는 점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빠른 산단'보다 '머물고 싶은 도시'가 경쟁력 반면 앞으로 조성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거점은 생산시설과 함께 새로운 생활권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장기간 정착하려면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메가 프로젝트에서 기업형 첨단도시를 별도 축으로 제시한 것은 기존 산업단지 정책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국가산업단지나 혁신도시 정책이 생산시설 공급이나 공공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산업과 주거, 연구개발, 교육, 교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협력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다만 정부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뿐 아니라 산업 기반시설 확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력망과 용수 확보, 환경영향평가, 주민 수용성, 교통 인프라 구축 등이 계획대로 이뤄질지가 사업 추진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거점 대학이 반도체와 AI 산업이 요구하는 고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기업형 첨단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단순히 산단 조성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빠른 인허가가 아니라 연구개발과 생산, 생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산단 10년에서 5년'이라는 목표의 진짜 의미는 공장을 더 빨리 짓는 데 있지 않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생산시설의 규모보다 우수 인재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모여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형 첨단도시 역시 '빠른 산단'이 아니라 기업과 인재가 머물고 성장하는 혁신 거점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800조원 규모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결국 사람이 모여야 하는 산업인 만큼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이 전력과 용수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 요소"라며 "협력사와 소부장 기업이 함께 집적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가 구축돼야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10 17: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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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가는 잠잠한데 전기차 수출은 질주
[경제일보] 중국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과 국제선 여객 회복이 중국 경제의 다른 축을 받치고 있다. 물가는 크게 뛰지 않았고,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수출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항공 여객도 무비자 입국 확대와 국제선 운항 회복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올랐다. 올해 상반기 평균 상승률도 1.0%였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와 서비스 가격이 완만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6월 CPI는 0.3% 낮아졌다. 식품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내렸고, 돼지고기 가격은 15.9% 떨어졌다. 돼지고기는 중국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인 만큼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반면 계란 가격은 16.0% 올랐다. 품목별 흐름은 엇갈렸지만 전체 물가는 안정된 범위에 머물렀다. 비식품 가격은 1.5% 상승했고, 서비스 가격은 0.8% 올랐다. 교통·통신과 의료보건 등 서비스 관련 품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 낮은 물가, 회복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의 물가 흐름은 다른 주요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한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을 이어갔다. 중국은 반대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소비 회복의 강도를 따지는 상황이다. 물가가 낮다는 것은 가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요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돼지고기와 일부 식품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생산자와 유통업체에는 수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보는 과제는 물가 억제가 아니라 수요 회복에 가깝다. 소비자가 지갑을 더 열고, 기업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물가 안정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신에너지차, 내수 넘어 수출로 성장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에너지차가 계속 비중을 키우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신에너지차 생산은 743만8000대, 판매는 744만600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은 6.7%, 판매는 7.3% 늘었다. 6월 한 달 신에너지차 판매는 164만3000대였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한 비중은 58.5%까지 높아졌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출 증가세는 더 컸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은 509만6000대였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은 235만5000대였다. 6월 한 달 자동차 수출은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고, 신에너지차 수출도 52만3000대를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넓히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공급망, 다양한 차종 출시가 있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아시아와 유럽, 중동,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수출 확대가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통상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 오래 버티려면 판매량뿐 아니라 서비스망, 부품 공급, 브랜드 신뢰까지 갖춰야 한다. ◆ 다싱공항, 무비자 확대 타고 국제 여객 회복 국제 여객 이동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의 올해 출입국 이용객은 300만명을 넘어섰다. 상반기 출입국 이용객은 약 28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이용객 비중도 커졌다. 무비자 입국과 경유 무비자 정책이 확대되면서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이 늘고 있다. 다싱공항을 이용한 외국인 가운데 무비자로 입국한 인원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선 회복은 항공사 실적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과 호텔, 면세, 외식, 전시·회의 산업까지 연결된다. 외국인의 중국 방문이 늘면 서비스 소비가 함께 증가하고, 기업 간 교류와 투자 상담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국제 여객 회복 속도는 노선별로 차이가 있다. 항공권 가격, 비자 정책, 중국에 대한 여행 수요, 국제선 공급량이 함께 영향을 준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는지는 공항별·노선별로 따져봐야 한다. ◆ 물가 안정과 수출, 항공 회복의 온도차 최근 중국 경제 지표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물가는 안정적이지만 수요가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에너지차는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가격 경쟁과 해외 규제가 부담이다. 국제 여객은 회복되고 있지만 항공과 관광 소비가 경제 전반을 끌어올릴 만큼 강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세 지표가 보여주는 흐름은 있다. 중국은 낮은 물가 환경에서 소비 회복을 기다리고, 제조업에서는 신에너지차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국제선 회복과 무비자 정책을 통해 사람의 이동을 늘리려 한다. 중국 경제가 힘을 받으려면 이 세 흐름이 서로 이어져야 한다. 물가 안정이 소비 여력으로 이어지고, 전기차 수출이 기업 이익과 고용을 늘리며, 국제 여객 회복이 관광과 비즈니스 교류를 키워야 한다. 지금 중국 경제는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2026-07-09 18: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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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상반기 배타적 사용권 13건…반년 만에 작년 연간 수준
[경제일보] 교보·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배타적 사용권 획득 건수가 손해보험사를 추월했다. 지난해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등을 중심으로 배타적 사용권 경쟁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생보사의 암·응급실·신의료기술 관련 보장 개발이 활발했다. 8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손보사의 상품·특약 기준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는 1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생보사가 13건, 손보사가 6건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사가 출시한 독창적인 상품·특약에 대해 일정 기간 독점 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신규 담보의 독점 판매·홍보 효과를 내기 위해 활용된다.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 타 보험사는 유사 상품, 특약을 판매할 수 없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생보사의 성과가 뚜렷했다. 지난해 전체 배타적 사용권 획득 건수는 39건으로 손보사가 26건, 생보사가 13건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생보사가 13건을 획득하며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생보업계 획득 건수와 동일한 기록을 냈다. 반면 손보사는 올해 상반기 획득 건수가 6건에 그치면서 지난해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에서는 삼성·교보생명이 각각 3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암보험·가족건강보험 등의 상품 내 △건강보험금 지급이력 연계 사망보험금 가산 급부 △가족계약납입면제 할인 △이송지연 후 응급실 내원 시 추가 보험금 급부 등의 항목의 독창성이 인정됐다. 교보생명은 △특정자궁질환 초음파 검사 △심폐소생술급여보장 △제세동술 및 전기적심조율전환급여보장 등 항목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외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된 생보사는 △DB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이다. 손보업계에서는 한화손보가 5건으로 생·손보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많은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 한화손보는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4.0 상품을 중심으로 △임신지원금 △착상촉진 선별검사비 △치료에 의한 완경 진단비 △가정폭력 등에 의한 법률비용 △여성 변호사 상담서비스 등 여성 건강·생활 보장 중심 특약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의 최대 부여 기간은 18개월까지로 심사 결과에 따라 3·6·9·12·18개월 순으로 적용된다. 기존에는 최장 기간이 12개월이었으나 지난해 10월 배타적 사용권 제도 활성화를 위해 18개월까지 기한을 상향했다. 이에 제도 개편 이후 장기 부여 기간도 소폭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은 6개월이 가장 많았다. 생·손보사가 획득한 19건 중 6개월 부여는 10건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이외 9개월은 4건, 3개월은 3건, 12개월은 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전 사례에서도 6개월 부여가 가장 많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9개월 이상 장기 부여 사례 비중이 31.6%로 높아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신한라이프의 톤틴연금보험, 한화손보 여성건강보험 임신지원금 담보가 12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상품, 보험사 입장에서 초기 선점, 마케팅 효과 등의 이점이 있으나 배타적 사용권 심사에 투입되는 자원, 시간 대비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배타적 사용권이 종료된 후 타 보험사에서 판매 성과를 검증한 뒤 유사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은 초기 시장 선점과 독점 판매, 마케팅 효과가 있지만 상품 개발 노력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판단 중"이라며 "배타적 사용권 신청보다 새로운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7-08 17: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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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미스트랄AI, 제조 AI 공동전선…한국·유럽 AI 생태계 구축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가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와 손잡고 글로벌 제조 AI 시장 공략에 나선다. 범용 AI 모델 경쟁을 넘어 제조 현장에 특화된 소버린 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며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산업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네이버클라우드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와 제조 AI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공동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 빅테크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대표 AI 기업이 연합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미국 중심의 범용 AI 대신 산업 현장의 데이터 주권과 각국의 규제 환경을 고려한 소버린 AI 전략을 기반으로 제조 기업들의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조업은 AI 도입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로 꼽힌다. 생산 공정 최적화와 품질 검사, 설비 예지보전,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제조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미스트랄AI는 유럽 제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에어버스와 BMW, ASML 등 글로벌 제조기업과 협력하며 실시간 품질 이상 감지와 부품 선택 최적화 등 제조 특화 AI 기술을 확보해 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제조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통합 클라우드 환경과 미스트랄AI의 AI 모델을 결합해 제조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 단순히 AI 모델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생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업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협력에는 엔비디아 중심 AI 생태계와의 연계도 반영됐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미스트랄AI는 모두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기업들과 구축한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양사는 공통 기술 생태계를 기반으로 연구개발과 서비스 개발을 공동 추진하며 제조 AI 분야에서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협약 체결 직후 양사는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공동 워크숍을 열고 상용 서비스 출시를 위한 실행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연구진 간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교류를 지속하는 한편 제조 현장의 AI 과제를 공동 발굴하고 실제 산업 환경에서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제조기업을 위한 지원 체계도 마련한다.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미스트랄AI의 최신 AI 모델과 플랫폼 등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스트랄AI의 현장 전담 엔지니어(FDE)를 국내 고객사에 직접 투입해 기술 지원과 문제 해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부담을 줄이고 현장 적용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첫 협력 과제는 유럽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AI 활용 사례를 국내 산업 환경에 적용하는 것이다. 양사는 품질 이상 감지와 부품 선택 최적화 등 제조 AI 기술을 국내 제조기업에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들이 데이터를 외부에 이전하지 않고도 안전한 환경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미스트랄AI 제프 순 APAC 대표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제조 AI 비즈니스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미스트랄AI가 유럽 제조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네이버클라우드의 탄탄한 인프라를 결합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AI 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네이버클라우드가 AI 인프라 기업을 넘어 산업별 AI 플랫폼 사업자로 영역을 확대하는 행보로도 분석된다. 최근 공공과 금융, 제조 등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산업을 중심으로 소버린 AI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을 통해 산업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확보하며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양사는 국내에서 성공적인 제조 AI 적용 사례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과 유럽에서 축적한 제조 AI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 AI 시장과 차별화된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산업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미스트랄AI의 제조 특화 기술력과 네이버클라우드의 안정적인 인프라를 결합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이라며 "국내에서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에서 공동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8 1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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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나토 방산포럼서 '현지생산' 강조…유럽으로 공급망 넓힌다
[경제일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산 협력 무대에서 유럽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K방산의 유럽 전략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 공동생산, 기술협력, 공급망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위산업포럼에 참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자리에서 NATO 회원국과 글로벌 방산기업, 주요 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유럽 방산 생산기반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NATO 방위산업포럼은 NATO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방산 분야 행사다. 올해 포럼에서는 유럽 방산 생산능력 확대와 공동조달, 역내 생산 기반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이번 포럼 패널 세션에 참석한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NATO 회원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간 방산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현지 생산 역량 강화,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세운 핵심은 ‘현지화’였다. 회사는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사업을 통해 기술협력과 공동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사일 공동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모듈장약 생산기지 구축도 추진 중에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K9 자주포 등 지상방산체계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도 K9과 천무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방산 외교도 같은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NATO 방위산업포럼 연설에서 기존 무기 거래 중심 협력을 공동 연구개발, 공동생산, 공동운용으로 확대하는 ‘한-NATO 방산협력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방산시장의 평가 기준이 가격과 납기에서 산업협력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무기 재고 보충뿐 아니라 자국 내 생산과 정비, 탄약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유럽 방산시장은 NATO 표준, 현지 고용, 기술이전, 정치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방산기업이 단기 납기 경쟁력을 넘어 장기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동개발과 후속지원 역량을 지속적인 입증이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현지 생산 역량,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회복력 있는 NATO 방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2026-07-08 1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