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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사람과 마음 그리고 길(道)
[경제일보] 세계가 요동치는 시대일수록 경영의 본질은 더욱 또렷해진다. 전쟁과 분쟁, 기술의 급변과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혼돈의 시기야말로 ‘무엇이 본질인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경영은 과연 숫자와 전략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간과 마음의 문제인가. 이 물음에 대해 한 기업가의 삶은 분명한 답을 던진다. 하워드 슐츠가 쓴 'Pour Your Heart Into It'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커피를 판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설계했고, 이윤을 쫓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슐츠의 경영 또한 그러했다. 그는 권력이나 통제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직원과 고객이라는 ‘낮은 곳’을 향해 흘렀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회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의 첫 번째 원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업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숫자이지만, 그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와 온기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어떤 기술이나 자본보다 오래 지속되는 힘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덕으로 이끌면 사람이 스스로 따른다”고 했다. 슐츠가 보여준 직원 중심 경영은 이 구절을 현대적으로 증명한다. 슐츠는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스톡옵션을 나누어 ‘종업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의 선언이었다. 그 신뢰는 다시 고객에게 전달되어 브랜드의 힘으로 축적되었다. 불가에서는 금강경을 통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가르친다.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이다. 경영에 이를 적용하면 집착을 내려놓되 본질을 지키라는 의미로 읽힌다. 슐츠는 성장의 유혹 속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았다. 더 빠른 확장을 위해 본질을 희생하는 길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였다. 또한 성경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의 일관된 품질 관리와 고객 경험은 바로 이 원리를 따른다. 커피 한 잔의 온도, 매장의 향기, 바리스타의 미소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쌓여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다. 위대한 기업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라 작은 원칙의 반복에서 완성된다. 슐츠의 여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217번의 거절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그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집념이 아니라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었다. 주역은 말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실패와 거절은 끝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지속 가능한 길에 이른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의 경영 철학은 개인의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본 경험은 그에게 하나의 맹세를 남겼다. “노동의 존엄이 지켜지는 기업을 만들겠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임의식이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기 이전에,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깨달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민족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의 사유를 떠올릴 수 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하나는 시작이면서 시작이 없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시작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며, 그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국 기업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의 깊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속도와 확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속도는 방향을 대신할 수 없다. 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스스로를 소모시킬 뿐이다. 슐츠가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경험을 설계하며,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다. 그리고 그 도는 언제나 인간에서 출발해 인간으로 돌아온다. 위대한 기업은 머리로 계산되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슴으로, 그리고 신념으로 만들어진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기업이 무엇으로 버티고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겉으로는 상품을 내놓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어느 지점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길은 달라진다.
2026-04-08 1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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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90으로 10년 새역사 쓴다"…볼보자동차, '소프트웨어·안전' 승부수
[경제일보]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 ‘EX90’을 통해 전동화 전략 전환에 나섰다. EX90으로 향후 10년 성장 기반을 다시 구축하고, 연간 2000대 판매와 중장기 3만대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소프트웨어·배터리·가격 전략을 결합해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 공략에 나선 구도다. 볼보자동차는 1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리조트에서 EX90 공개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략과 함께 플래그십 SUV의 상품성과 가격 정책을 공개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기존 XC90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전동화 전환을 가속하고,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을 통해 경쟁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EX90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며 “향후 볼보 전기차의 기술 기반이 될 핵심 플랫폼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자체 개발 시스템인 ‘휴긴 코어(Hugin Core)’다. 전기 아키텍처와 코어 컴퓨터, 존 컨트롤러,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구조로 차량 내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고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과 안전 기능이 계속 개선되는 구조를 갖췄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글로벌 빅테크 협업으로 확장됐다. 엔비디아 기반 고성능 연산 시스템과 퀄컴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적용해 차량 내 데이터 처리와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강화했다. 국내 환경에 맞춘 커넥티비티도 강화됐다. 티맵 기반 인포테인먼트에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결합해 OTT, 음악 스트리밍 등 모바일 환경을 차량으로 확장했다. 음성 인식 역시 탑승 위치를 인식해 기능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됐다. 안전 전략은 기존 볼보 브랜드의 핵심 축을 유지하면서 통합형 구조로 확장됐다. 차량에는 카메라·레이더·초음파 센서를 결합한 센서 세트와 운전자 모니터링,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행 중 운전자 상태뿐 아니라 차량 내부 상황까지 감지하는 구조로,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닌 사고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에릭 세베린손 볼보 최고영업책임자(CCO)는 “안전은 개별 장치가 아니라 모든 시스템과 알고리즘이 결합된 결과”라며 “차량이 운전자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안전 설계도 포함됐다. 배터리 셀 단위 전압·온도 모니터링과 함께 열폭주를 감지하는 압력 센서를 적용하고, 이상 발생 시 전류를 차단하는 구조가 반영됐다. 물리적 충격 대응을 위한 고강성 구조와 함께 사고 확산을 지연시키는 설계가 적용됐다. EX90의 파워트레인은 106kW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차세대 트윈 모터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트윈 모터 모델은 최대 456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5초,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은 최대 680마력으로 4.2초 수준의 가속 성능을 확보했다. 800V 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10%에서 80%까지 충전 시간은 약 22분,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최대 625km로 제시됐다. 가격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EX90은 플러스 트림 1억620만원, 울트라 트림 1억1620만원으로 책정됐다. 기존 XC90보다 낮은 가격이지만 상품성은 상향한 구조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공격적인 가격”이라며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판매는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올해 약 500대를 시작으로 연간 2000대 수준까지 확대하고,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약 1만5000대 수준의 연간 판매를 3만대로 확대하고,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10% 이상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시장 변수도 존재한다. 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와 환율 영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원화 약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가격 전략의 지속 여부가 변수로 남는다. 지도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구글 맵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국내 지도 서비스와의 비교 검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10년 전 (동급의) XC90을 발표할 때 볼보는 프리미엄 브랜드 호소인 레벨이었지만 현재는 명실상부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며 “EX90을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4-01 15: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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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전기 SUV 'EX90' 사전 계약, 한국토요타 국립암센터 기부 外
[경제일보]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 ‘EX90’의 4월 1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사전 계약을 실시한다. EX90의 파워트레인은 106kW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차세대 트윈 모터를 결합한 사륜 구동(AWD) 기반 트윈 모터 및 트윈 모터 퍼포먼스로 출시된다. 1회 충전 시 최대 625km(글로벌 WLTP 기준)까지 주행 가능하다. 국내에 판매되는 EX90의 시작가는 ‘XC90 T8(PHEV)’ 대비 약 1000만원 낮게 책정됐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EX90은 최첨단 안전과 기술, 디자인, 지속 가능성을 집약한 차세대 플래그십 SUV”라며 “전체 판매 트림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적 가격 포지셔닝을 통해 한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벤틀리모터스, ‘더 비르투오소 컬렉션’ 뮬리너 모델 공개 벤틀리모터스가 최상위 오디오 시스템 ‘네임 포 뮬리너’를 탑재한 ‘더 비르투오소 콜렉션’을 공개했다. 네임 포 뮬리너는 총 18개의 스피커와 향상된 드라이버 2개를 탑재해 원음 재현력을 높였다. 시스템에는 돌비와의 협업으로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 음향 기술이 통합돼 다차원 몰입형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고품질 렌더링 기술인 프라운호퍼 심포리아를 활용해 각 차량에 최적화된 사운드 스테이지를 구현했다. 음향 환경 개선을 위해 도어 패널 내부에 디나미카 소재 인서트를 배치하여 불필요한 주파수와 진동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비스포크로 제작된 스피커 그릴은 기존 대비 음향 투과성을 26% 향상시켜 사운드 간섭을 최소화했다. 이 스피커는 프랑스 포칼 사의 최상위 라인업인 그랜드 유토피아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새로운 핸드와운드 포칼 드라이버 유닛은 높이가 15mm 증가하고 콘의 움직임이 20% 늘어나 다이내믹 레인지가 확장됐다. 더 비르투오소 콜렉션은 컨티넨탈 GT, 컨티넨탈 GTC, 벤테이가 주문 시 선택할 수 있으며, 플라잉스퍼용 옵션은 연내 추가될 계획이다. ◆ 한국토요타, 국립암센터에 8000만원 기부…소아·청소년 치료 앞장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소아·청소년 및 취약계층 암 환자 치료 지원을 위해 지난 23일 국립암센터에 기부금 80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에 전달된 기부금은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심리·정서적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 운영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치료비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소아·청소년암 환자를 위한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은 병원학교 방학 프로그램, 외모관리 프로그램, 희망드라이브 프로그램, 보호자 힐링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취약계층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치료비 지원을 통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01년부터 국립암센터와 함께 소아암 환자의 학습 환경 조성과 의료비 지원을 지속해 오고 있다. 올해까지 누적 기부금은 약 10억4000만원에 달한다.
2026-03-24 10: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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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앞당긴 무인화(無人化)의 역습
산업 현장의 비명, ‘대화’의 강요가 ‘절교’의 선택으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불과 사흘 만에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는 미증유의 대혼란에 직면했다. 하청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원청 기업 사장을 상대로 교섭과 면담을 요구하며 들이닥치는 진풍경은, 이제 우리 산업 현장이 생산의 공간이 아닌 소송과 대치의 전장(戰場)으로 변질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동계는 이를 ‘실질적 지배력’에 바탕을 둔 정당한 권리 행사라 강변하지만, 경영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업무 마비’라는 생존의 위협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과 효율성 제고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법체계는 원청 사장으로 하여금 본연의 경영 판단 대신, 수백 개 하청 업체의 노사 갈등을 조정하고 면담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만들고 있다. 책임은 무한대인데 권한은 모호한 이 모순된 상황에서 자본이 선택할 길은 자명하다. 바로 ‘사람 없는 공장’, 즉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노동력의 원천적 대체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우는 ‘기술적 숙청’의 트리거(Trigger)가 되고 있다는 점은 실로 뼈아픈 역설이다. AI와 로봇,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자본의 피난처 경제학의 기본 원칙은 비용과 리스크의 최소화다. 과거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국내 사업장 내부에서 노동력을 기계로 바꾸는 ‘인 테크노쇼어링(In-technoshoreing)’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노사 관계의 불확실성은 기업가들에게 인건비 상승보다 더 무서운 ‘예측 불가능한 경영 리스크’로 다가왔다. AI는 파업하지 않는다. 로봇은 원청 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집무실을 점거하지도, 복잡한 법적 해석을 따지지도 않는다. 고도의 연산 능력과 정밀한 물리 제어 능력을 갖춘 AI 로봇은 이제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물류, 조립, 심지어는 현장 관리 업무까지 침투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노동력 확보를 위한 채용 공고 대신,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알고리즘 설계와 로봇 하드웨어 도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달의 결과가 아니라, 경직된 노동법이 강요한 ‘생존형 탈출’에 가깝다. 공존(共存)인가, 구축(驅逐)인가: 뒤바뀐 노동의 가치 그렇다면 AI 노동력과 인간의 공존은 가능한가.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현재의 대립 구도 하에서는 공존보다는 ‘구축(Crowding out)’의 속도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인류의 고전 『도덕경』 제29장에는 ‘천하히기 불가위야(天下神器 不可爲也)’라는 구절이 있다. 세상은 신령한 기물이라 억지로 다스리려 하면 망친다는 뜻이다. 노동 시장이라는 유기적인 생태계를 법이라는 잣대로 억지로 옭아매려 할 때, 시장은 기술이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인간을 밀어내는 법이다. 상식적 수준에서 볼 때, 노동의 가치는 숙련도와 생산성에 비례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강제에 의해 원청의 책임만 비대해진 상황에서, 숙련된 인간 노동자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롭고 위험한 비용’으로 전락했다. 반면, AI는 도입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며 안정성을 제공한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역설적으로 기술 자본주의의 도래를 수십 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상생(相生)의 길은 법조문이 아닌 현장의 유연성에 있다 우리는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꿈꾸지만, 현재의 입법 폭주는 그 가교를 끊어버리고 있다. 진정한 노동 권익 보호는 기업이 지속 가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공장이 멈추고 사장이 사법 리스크에 매몰된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리는 존재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치권과 노동계는 냉철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는 이미 가속페달을 밟았다. 노란봉투법과 같은 징벌적 규제가 지속된다면, 미래의 노동 시장에는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류 경전의 가르침처럼, 만물은 조화 속에서 성장한다. 기업은 기술을 도입하되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술 인본주의'를 고민해야 하고, 노동계는 투쟁의 대상이 원청 사장이 아닌 '기술적 경쟁력' 확보여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 또한 규제를 통한 강제적 평등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노동 전환 교육과 유연한 노사 관계 구축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제조 및 산업 현장을 무인화의 광풍 속으로 밀어 넣는 독약이 될 우려가 크다. AI 노동력과의 건강한 공존을 원한다면, 우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에 부담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법이 시장의 순리를 거스르려 할 때, 시장은 반드시 인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응징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노사 갈등의 늪을 넘어 기술 진보와 인간 노동이 상생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극단적 입법 질주를 멈추고 '상식과 법치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2026-03-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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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곧 방산주의 축복이라는 착각
[경제일보] 중동의 전운이 짙어질수록 금융시장은 냉혹해진다. 포성이 커질수록 누가 죽고 누가 다치는가보다, 어느 산업이 수혜를 입고 어느 종목이 더 오를 것인가를 먼저 계산하는 자금이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방산주는 언제나 유력한 수혜주로 호명된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선진국 무기 제조사 주가는 크게 올랐고,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기업은 2024년 초 이후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뛰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 지금 방산은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인공지능 못지않게 뜨거운 분야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투자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사실이 있다. 전쟁이 난다고 해서 방산주가 무조건 오래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의 교훈은 그 반대에 가깝다. 갈등이 적당한 수준일 때는 군수 주문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국가 총력전의 단계로 깊어지면, 정부는 언제든 기업 이익을 공공 목적 아래 회수한다. 초과이윤세를 물리고, 계약 가격을 다시 깎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막고, 때로는 경영자 보수까지 제한한다. 이코노미스트가 말한 이른바 ‘골디락스 전쟁’이 아니면 방산주의 고평가는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역사는 단순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영국 정부는 고율의 초과이윤세로 군수업체 이익을 강하게 환수했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본격 참전 뒤에는 이미 체결된 무기 계약 가격을 반복적으로 재협상하며 낮췄고, 이런 관행은 한국전쟁과 냉전기까지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1938년부터 진주만 공습 전까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주가는 양호했지만, 1941년 말부터 1945년 전쟁 종결까지는 미국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방산주보다 높았다는 연구를 함께 인용했다. 전쟁이 커질수록 국가가 기업의 초과 수익을 용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국제 정세도 이 오래된 패턴을 되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방산업체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방산기업 최고경영자 보수를 연 500만 달러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법적 강제력의 범위와 별개로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보가 걸린 순간, 정부는 “시장 논리”보다 “국가 우선”을 앞세운다. 투자자들이 전쟁 수혜를 꿈꾸는 바로 그 순간, 정치권은 그 수혜를 다시 공공의 이름으로 회수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방산 산업의 장기 수요 기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NATO는 2025년 회원국들이 '핵심 국방비 3.5%와 안보 관련 투자 1.5%를 합쳐 GDP의 5%'를 목표로 삼는 새 기준에 합의했다. 유럽이 미국 안보 우산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무장에 나서는 흐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역시 곧바로 전차와 미사일, 자주포 대량 발주로만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이터통신 보도대로 이 목표에는 사이버 안보, 에너지 인프라 보호, 군용 도로·교량 정비 같은 광의의 안보 투자도 포함된다. 즉 국방비 숫자가 커져도 그 전체가 순수 방산업체의 매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방산업체를 봐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분명 지난 몇 년간 세계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137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은 한국 방산 수출사의 전환점이었고,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육상무기 매출을 2027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 180대를 추가 공급하는 약 65억 달러 규모 계약을 성사시켰고, LIG넥스원은 이라크와 약 3조7100억 원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수출 계약을 따냈다. 한국산 무기의 강점인 빠른 납기, 가격 경쟁력,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의 유연성이 유럽과 중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지금 한국 방산주의 문제는 '좋은 산업인가'가 아니라, '좋은 산업이 이미 너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는 않은가'에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구 방산업체 주가가 예상 이익의 약 3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인공지능 붐의 상징인 엔비디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전쟁 뉴스가 이어질수록 투자자들은 방산을 영구 성장산업처럼 바라보지만, 방산의 주요 고객은 어디까지나 국가다. 고객이 국가라는 것은 호황기에도 매력적이지만, 위기기에는 가장 위험한 조건이 된다. 국가는 계약 상대이면서 동시에 규제자이고, 필요하면 이익을 제한하는 주권 권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퍼져 있는 오해는 이것이다. '큰 전쟁이 나면 한화에어로 같은 종목은 더 크게 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전쟁이 제한적 충돌에 머물면 무기 수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반면 전쟁이 장기화하고 총력전화하면 각국 재정은 압박받고, 정부는 예산을 더 세밀하게 통제하며, 가격 협상은 기업보다 국가에 유리하게 바뀐다. 심지어 방산업체가 공급 지연이나 원가 상승으로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받던 기업일수록 더 큰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된다. 최근 미국이 방산업체의 주주환원 정책에 직접 제동을 건 것도 이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한국 방산 산업의 미래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10위권 방산 판매국이며,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재무장, 중동의 미사일 방어 수요, 인도·태평양의 안보 불안은 한국 기업에 분명한 기회다. 다만 그 기회는 '전쟁의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급 능력, 품질, 납기, 현지화, 외교적 신뢰'위에서만 실적으로 연결된다. 방산은 결국 산업이기 전에 국가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늘 단순화를 좋아한다. 전쟁이 나면 유가가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주가 뛰고, 불안이 커지면 방산주가 오른다는 식이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전쟁은 방산업체에 주문서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익의 천장을 씌우는 국가 권력도 함께 데려온다. 전쟁이 클수록 기업의 자유는 줄고, 안보가 앞설수록 주주의 몫은 작아진다. 이것이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냉전이 남긴 냉정한 교훈이다. 결국 방산주를 보는 올바른 시선은 열광이 아니라 절제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분명 세계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는 ‘국가가 더 많은 무기를 원한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과정에서 기업 이익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전쟁은 매출을 키울 수 있어도, 언제나 주주의 잔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안보 앞에서 기업 이익은 언제든 후순위가 될 수 있다. 지금 방산주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장은 바로 그것이다.
2026-03-09 17: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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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코닉테라퓨틱스, '네수파립' 소세포폐암 美 FDA 희귀의약품 지정 外
[이코노믹데일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차세대 항암 신약후보물질 ‘네수파립(nesuparib)’이 소세포폐암(SCLC) 적응증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지정(ODD)을 추가 획득했다. 24일 온코닉테라퓨틱스에 따르면 네수파립은 2021년 췌장암, 2025년 위암에 이어 이번 소세포폐암까지 ODD를 받으며 다암종(Pan-tumor) 항암제로서 가능성을 확대했다. 희귀의약품 지정 시 허가 후 7년간 미국 시장 독점권이 부여된다. 소세포폐암은 빠른 재발과 높은 유전체 불안정성이 특징인 난치암으로 1차 치료 이후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DNA 손상 반응(DDR) 의존성이 높아 새로운 표적치료 전략에 대한 수요가 큰 영역이다. 네수파립은 PARP와 탄키라제(TNKS)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기전 합성치사 항암제다. DNA 손상 복구를 억제하는 동시에 Wnt/β-catenin 및 Hippo 신호경로를 차단해 종양 성장과 치료 저항성을 동시에 겨냥한다. 현재 네수파립은 췌장암 2상, 셀트리온의 베그젤마(Vegzelma) 병용 난소암 2상, 키트루다 병용 자궁내막암 연구자주도 2상, 위암 1b/2상 등 4개 적응증에서 2상 단계에 진입했다. 회사는 복제 스트레스 및 DDR 의존성이 높은 암종을 중심으로 적응증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부광약품, 3세대 뇌전증 치료제 ‘부광브리필정’ 출시 부광약품은 뇌전증 치료제 ‘부광브리필정 10·25·50·100mg’을 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부광브리필정은 부분발작 뇌전증 환자의 부가요법으로 사용하는 3세대 치료제로 시냅스 소포 단백질 2A(SV2A)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조절하고 발작을 억제한다. 기존 치료제 대비 빠른 흡수와 우수한 내약성이 특징이며 다양한 용량으로 환자 상태에 맞춘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부광브리필정은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빠른 약효 발현과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뇌전증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판매 중인 오르필 패밀리(서방정·시럽제·주사제)와의 병용 옵션이 새롭게 확보됨에 따라 뇌전증 전문의들의 환자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광브리필정 출시를 계기로 CNS(중추신경계) 영역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뇌전증을 비롯한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과 함께 쓰는 100년” 유한양행 기록 모은다 유한양행은 오는 6월 20일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기업의 발자취를 기록하기 위한 사료 수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지난 2월 2일부터 시작돼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유한양행의 100년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함께 기록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티푸라민, 스위터 등 과거 제품을 비롯해 문서·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접수되고 있다. 수집 대상은 2000년 이전 제작·사용된 자료로, 관련 사진, 문서, 도서, 제품 및 기념품 등 사료 전반이다. 접수는 2월 27일까지 온라인 또는 문자로 가능하다. 접수된 자료는 기록적 가치와 보존 상태 등을 종합 검토한 뒤 100주년 기념 아카이브 구축과 전시,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1926년 설립 이후 ‘좋은 상품 생산, 성실한 납세,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창업 이념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 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100년은 한 기업의 역사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신뢰의 가치를 실천해 온 시간”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기록이 유한의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의미 있는 자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2-24 1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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