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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투명화의 역설…'영업이익 연동제' 새 노사 변수로
[경제일보] 국내 제조업계에 정착돼온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과 노란봉투법 시행이 맞물리며 새로운 노사 갈등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하청 노동자들의 '성과 공유 요구' 근거로 활용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물류 하청업체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최근 원청인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성과급·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단체교섭 요구 공문과 내용증명을 잇달아 발송했다. 하청 노조는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시정 신청과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이번 갈등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인 4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본사 직원들에게 수억원대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상생장려금이 거론되면서 불거졌다.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이 지급되면서 보상 격차 논란이 커졌다. 노조 측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도 반도체 생산 성과를 함께 만든 주체라며 원청과의 직접 교섭과 성과 공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하청 노사 갈등을 넘어 제조업 성과급 체계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충돌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성과급 규모와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영업이익·순이익 등 기업 실적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노조 역시 이익 규모를 근거로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서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 연동 성과 공유 확대를 요구 중이다. 기존 기본급 인상 중심이던 노조 요구가 기업 이익 배분 구조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법 시행 이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청 노조 역시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 요구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제조업 이익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성과급 체계가 새로운 원·하청 갈등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처럼 생산라인 내 협력업체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성과 공유 요구가 확산할 경우 생산 안정성과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과거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깜깜이 성과급’ 논란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영업이익 연동 체계가 AI 시대 초호황 국면과 결합하며 오히려 초과이익 배분 요구 압박을 키우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실적과 성과급 규모가 공개될수록 노조 역시 이를 근거로 성과 공유 요구를 구체화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성과급 투명화가 신뢰 회복 장치에서 새로운 노사 갈등 변수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다.
2026-05-21 17:03:42
'45조원 성과급' 요구하는 삼성 노조, K반도체는 벼랑 위에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수치로 따지면 45조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조는 “파업하면 수십조원 손실이 날 것”이라며 사측을 압박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숫자의 타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시장은 이미 ‘삼성의 위기’를 읽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심장부가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에 걸려 멈춰 설지 모른다는 공포다.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요구는 헌법적 권리다. 기업의 과실을 나누는 것은 경영의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지금 삼성 노조가 던진 화두는 성과 배분이 아니라 ‘생존을 건 도박’에 가깝다. 반도체는 1년 뒤의 생사도 알 수 없는 초격차의 전장이다. 엔비디아, TSMC, 인텔은 물론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피를 말리는 설비 투자와 R&D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번의 생산 차질은 고객사에게 ‘삼성은 이제 믿을 수 없는 공급처’라는 낙인을 찍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1의 가치로 친다. 삼성 노조가 총파업을 운운하는 순간, 고객사의 눈은 대만으로 미국으로 향한다. 노사 대치가 길어질수록 반도체의 신뢰도는 깎여 나간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가치 하락을 넘어 K반도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다. 노조가 얻으려는 수십조원의 현금 보상이 결국 자신들의 일터를 해외로 내쫓는 ‘자충수’가 될 것임을 왜 모르는가. 공장은 한국에만 있지 않다. 자본은 언제든 더 안전하고 조용한 곳으로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측 또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왜 해마다 성과급 시즌만 되면 전쟁이 벌어지는가. 성과급 산정 기준이 사측의 입맛에 따라 변하고 소통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보상 체계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라는 방증이다. 삼성은 이제 단기 현금 보상이라는 구시대적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식 보상, 장기 성과 연동제 등 구성원이 회사의 미래와 운명을 같이하는 ‘미래형 보상’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노사가 함께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지금 삼성에서 벌어지는 힘겨루기는 한 기업의 내부 문제를 넘어선다.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의 유일무이한 상징이다. 노조는 총파업이라는 낡은 칼을 거두고 회사는 불투명한 성과 배분 관행을 도려내야 한다. 숫자 싸움에 매몰돼 허우적대는 사이 경쟁국들은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노사 각자의 명분이 아니다. K반도체의 미래다. 노와 사가 머리를 맞대고 기술 격차를 벌려도 부족한 시간에 서로의 발목을 잡고 벼랑 끝으로 달리는 꼴이다. 45조원의 요구가 승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공멸의 시작이 될 것인가. 역사는 지금 삼성을 지켜보고 있다.
2026-04-19 14: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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