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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대출·공급 한꺼번에 논의…부동산 정책 분기점 온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앞두고 공개 토론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 공급 확대 등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집값 상승 지역이 다시 늘고 전세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 쏠림과 다주택자 과세, 실수요자 금융지원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3일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14일 공급, 금융위원회는 15일 금융, 재정경제부는 16일 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정부는 부처별 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한 뒤 정책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세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의 적정 수준과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다주택자 간 차이 여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 활용 방안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세율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주택 보유와 거래에 대한 과세 원칙을 다시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종합부동산세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로 이를 높이면 세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95%까지 올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60%로 낮아진 바 있다. 이를 다시 높이면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양도소득세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혜택 축소가 쟁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일정 거주 요건을 채우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장기 실거주가 아닌 절세 목적의 보유까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에 대해서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이후에도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장기보유자 공제 역시 핵심 논의 대상이다. 현행 종부세는 5년 이상을 보유하면 기간에 따라 2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15년 이상 보유의 경우 50%까지다. 하지만 고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 여부나 보유 목적에 따라 혜택을 달리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폐지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중과 대상을 2주택자로 넓히거나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급 절벽 상황에서 세 부담 강화만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높이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보다 보유를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거래세를 낮춰 주택이 시장에 나올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세제 개편 가능성을 의식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와 고액 자산가는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의 균형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주택 매매 수요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보다 전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월세 금융지원이 확대되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매매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남는다. 청년층 대출 한도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받지만 실제 대출 한도에 막혀 주택 구입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인 상황이라 실수요자 지원과 부채 관리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논의는 단기 대책보다 세제 원칙을 다시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실거주 1주택자와 투자 목적 보유자를 어떻게 구분할지, 세 부담을 높이면서도 거래를 막지 않을 장치를 어떻게 둘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대토론회는 세금과 대출, 공급을 어떤 조합으로 설계할지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투기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고가 1주택자와 은퇴자의 반발이 커질 수 있고 금융지원을 늘리면 실수요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충돌한다. 정부가 공급과 시장 안정, 실수요 보호, 세 부담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평가된다.
2026-07-13 08: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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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메타 태양광 사업 수주…AI 전력시장 공략 속도
[경제일보] 한화큐셀이 메타(Meta)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미국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화큐셀이 모듈 제조부터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아우르는 북미 태양광 통합 솔루션 역량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젤레스트라 에너지(Zelestra Energy)와 인디애나주 깁슨 카운티에 들어설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모듈 공급 및 EPC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에서 한화큐셀은 약 32만장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발전소 설계·조달·시공을 맡는다. 발전소는 2027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 후 생산되는 전력은 젤레스트라와 메타가 체결한 전력구매계약(PPA)에 따라 메타가 사용한다.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미국 약 3만6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석탄 채굴장이었던 부지를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바꾸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명칭은 ‘리클레메이션(Reclamation)’이다. 개발과 활용이 끝난 산업 부지를 복원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지로 전환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발전소 완공 이후에는 토양 안정화와 녹지 복원 등을 통해 지역 생태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의미는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세제 혜택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의 EPC 범위는 설계·조달·시공까지 포함된다”며 “공급 모듈은 조지아산이 맞고, IRA 세제혜택이 적용되는 건도 맞다”고 했다. 다만 개발사와 전력 구매자가 공개하지 않은 제품명과 출력 등 세부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태양광 모듈과 셀, 웨이퍼 등 청정에너지 제조 부품에 대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는 구조다. 미국 연방 관보에 따르면 세액공제 대상에는 태양광 모듈, 태양광 셀, 웨이퍼,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핵심 부품이 포함된다. 한화큐셀이 조지아 현지 생산 모듈을 공급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IRA 수혜 구조에 들어간다는 점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단순한 태양광 발전소 공사 계약이 아니라 AI 시대 전력 인프라 시장 진입 사례로 보고 있다. 메타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장기 전력계약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는 메타가 최근 미국 원전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우주 기반 태양광 기업과도 최대 1GW 규모 전력 확보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 시장에서도 빅테크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청정에너지 구매량이 감소했음에도 미주 지역은 예외적으로 증가했고,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개사가 전체 기업 구매 활동의 49%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재생에너지 PPA 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북미 최대 규모 태양광 통합 제조기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현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모듈 공급뿐 아니라 금융, EPC까지 포함한 통합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미국산 모듈 공급 능력과 대형 EPC 수행 경험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된다. 한화큐셀 크리스 호드릭(Chris Hodrick) EPC사업부문장은 “한화큐셀은 미국 내 제조 역량과 검증된 EPC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고자 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7-06 13: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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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줄어든 시장, 안정이 아니라 불안의 신호다
[경제일보]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을 두고 정상화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세입자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남은 전세 가격이 뛰며, 월세 부담까지 커지는 시장을 안정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전세 감소는 제도의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주거 안전판이 약해지는 신호에 더 가깝다. 최근 통계는 전세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더는 과장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0.32% 올랐다.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세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이를 가계부채 안정의 신호로만 읽기도 어렵다. 전세 거래 자체가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진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는 한국 주택시장의 오래된 안전판이었다. 해외에서 보기 드문 제도이고, 목돈을 맡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위험도 적지 않았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전세제도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과도한 전세대출이 전셋값과 가계부채를 함께 밀어 올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전세가 언제까지나 지금의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세 감소를 곧바로 바람직한 변화로 볼 수도 없다. 전세는 단순한 임대차 방식이 아니었다. 중산층과 서민이 매달 주거비를 크게 줄이면서 직장과 학교, 생활권을 유지하게 해준 완충 장치였다. 내 집을 사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제도였고, 매매시장과 월세시장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그 안전판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대체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가 문제다.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는 통계는 임대차 방식의 변화만 뜻하지 않는다. 매달 소득에서 주거비가 빠져나가는 가구가 늘었다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전세는 목돈 부담이 크지만, 월세는 매달 가처분소득을 직접 깎는다. 소득 증가 속도가 물가와 주거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구에는 월세화가 생활비 압박으로 이어진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 은퇴 이후 현금흐름이 제한된 고령층일수록 부담은 더 크다. 전세가 줄어든다고 월세가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전세에서 밀린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 월세 가격도 오른다. 임차인은 전세 품귀와 월세 부담을 동시에 겪는다. 보증금은 낮아지는 대신 매달 내야 할 돈이 늘고, 보증금이 높은 반전세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월세 선택지가 많아진 것처럼 보여도 세입자의 협상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최근 서울 전셋값 상승세는 이 대목을 보여준다.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남은 전세 가격이 오른다.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세를 원하는 수요에 비해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학군, 직장 접근성, 신축 선호, 대단지 선호가 겹치는 지역에서는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 품귀를 단순한 계절적 현상으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 불안을 키운다. 새 아파트 입주가 충분하면 전세 시장에는 숨통이 트인다. 새집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생기고, 기존 주택의 전세 물건도 연쇄적으로 나온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줄면 시장에 나오는 전세 공급이 막힌다. 기존 세입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집주인은 실거주나 월세 전환을 택한다. 신규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든다. 공급 부족과 전세 감소가 맞물리면 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진다. 전세대출 감소도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전세대출 잔액이 줄었다는 사실은 겉으로 보면 가계부채 부담 완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세 거래가 줄어 대출이 감소했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대출 장부는 가벼워졌지만 세입자의 월 주거비 부담은 커졌을 수 있다. 대출을 못 받아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이동한 가구도 통계 뒤에 숨어 있다. 부채가 줄었다고 주거비 부담까지 줄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세대출은 양면성을 갖는다. 과도한 전세대출은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가계부채를 키웠다. 그렇다고 대출을 급격히 조이면 실수요자도 함께 막힌다. 투기성 수요와 고가 전세에는 엄격해야 하지만,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까지 막아서는 곤란하다. 대출 규제는 시장 과열을 막는 수단이지 세입자의 이동 사다리를 끊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이 전세 감소를 가계부채 축소라는 숫자로만 읽는 순간, 세입자의 부담은 통계 밖으로 밀려난다. 집주인의 선택도 달라졌다. 금리와 세금, 보증금 반환 리스크, 전세사기 이후의 제도 변화가 임대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부담도 줄어든다. 임대인의 위험 회피가 임차인의 월 주거비 증가로 이전되는 셈이다. 이 변화를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전세 감소의 본질은 세입자의 선택권 축소다. 세입자가 자신의 소득과 자산, 직장과 가족 상황에 맞춰 전세와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 없어서 월세로 이동한다면 시장 성숙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격이 맞지 않아 외곽으로 밀리고, 직장과 학교에서 멀어지고, 매달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면 주거 안정과 거리가 멀다. 시장 정상화라는 말은 세입자의 체감 현실을 통과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매매가격만 보고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조이고, 거래가 줄면 규제를 푸는 방식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연결돼 있고, 월세시장은 가계소득과 맞닿아 있다. 정책이 이 연결고리를 놓치면 전세 불안은 주거비 부담을 거쳐 매수 불안으로 번진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 부담까지 커졌다고 느끼는 순간,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 연결고리가 더 강하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 교통망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수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전세 물건이 줄면 수요가 외곽이나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직장이 서울에 있고 아이 학교가 서울에 있으며 생활 기반이 서울에 있는 가구는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수요가 고정된 곳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해법은 전세를 억지로 되살리는 구호가 아니다. 월세화를 막겠다는 선언만으로도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세입자가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전세와 월세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신규 입주 물량을 늘리고, 도심 주택 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임대차 물건이 시장에 나오도록 세제와 금융 규제를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 월세 세액공제와 주거급여, 청년·신혼부부 지원도 실제 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전세제도의 위험을 줄이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보증금 반환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임대인의 상환능력과 권리관계를 더 투명하게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전세사기를 막는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제도의 위험을 줄이는 일과 전세 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일은 다르다. 위험한 전세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선량한 실수요자까지 월세시장으로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임대차 통계도 더 촘촘해야 한다.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는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증금 규모, 월세 수준, 갱신계약 비중, 신규계약 물량, 지역별 입주 예정 물량, 전세대출 제한의 영향까지 함께 봐야 한다. 같은 월세라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만원인 가구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인 가구의 부담은 다르다. 정책은 평균 수치가 아니라 시장 안쪽의 현실을 읽어야 한다.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을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제도는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 그러나 변화가 곧 안정은 아니다. 월세화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그만큼 월세 세입자를 보호할 장치가 따라와야 한다. 전세가 줄어드는 만큼 공공임대와 민간임대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됐다면 공급 정책은 더 빨라져야 한다.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말만으로 세입자의 부담을 설명할 수는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불안을 안정으로 오해할 때다. 전세 감소는 언젠가 올 수밖에 없는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전세 감소는 충분한 대체재와 함께 온 변화가 아니다. 전세 물건은 줄고, 월세 부담은 커지고, 서울 전셋값은 뛰고, 공급은 부족하다. 이런 시장을 두고 정상화라고만 말하면 정책의 초점은 흐려진다. 전세가 줄어든 시장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문제는 그 시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전세가 줄었다는 사실만 보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숫자 뒤에 있는 세입자의 부담과 공급 부족의 그림자를 봐야 한다. 전세 감소를 정상화로 부르기 전에, 그 변화가 누구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2026-06-15 07: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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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감소를 정상화라 부르기 전에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감소를 두고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사금융이고, 사라져 가는 추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그 집을 사서 들어가면 전세 물량은 줄지만 전세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는 논리였다. 일면 맞는 말이다. 전세는 한국 주택시장의 특수한 제도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무이자로 조달하고, 세입자는 매달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거액의 보증금을 맡긴다. 저금리 시절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일정한 효용이 있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전세사기가 터지고,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지면서 전세는 더 이상 예전 같은 안전한 주거 방식으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전세 제도가 영원히 지금 형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전세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을 인정하는 것과, 지금 세입자들이 겪는 전세난을 정상화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제도의 조용한 전환이 아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매물도 줄고, 전셋값은 오르고, 월세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전세가 사라지면 세입자가 자연스럽게 월세로 옮겨가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현장의 충격이 작지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미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군, 역세권, 대단지 중심으로 전세 호가가 빠르게 뛰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는 기존 계약을 연장하려 하고,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은 더 외곽으로 밀리거나 월세 부담을 떠안는다. 이것을 정상화라고 하면 정책 당국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세입자에게는 주거 선택지가 줄어드는 일이다. 전세가 줄어드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한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는 세입자의 전세자금 조달을 어렵게 했다. 실거주 의무와 세제 변화도 전세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서울 입주 물량 부족이 겹쳤다. 새 아파트 입주가 충분해야 전세 물량도 숨통이 트이는데, 서울의 공급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공급이 부족한 곳에서 전세만 줄어들면 그 충격은 곧바로 임차인에게 간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도 시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세 부담을 통해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이 무거워진다고 해서 반드시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집주인은 팔고, 어떤 집주인은 버틴다. 팔린 집에 실수요자가 들어가면 전세 물량은 줄어든다. 매물이 잠기면 매매시장도 전세시장도 함께 불안해진다. 정책이 의도한 길과 시장이 실제로 움직이는 길은 자주 다르다. 전세 감소가 곧 집값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 중 일부는 월세로 가지 않는다. 빚을 내 집을 산다. 매달 월세를 내느니 원리금을 갚겠다는 판단을 한다. 전세난이 매수 대기 수요를 자극하면 집값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전세의 축소가 주거시장 안정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매매시장 과열의 또 다른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책 언어는 시장에서 신호로 읽힌다.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그렇다. 전세 감소를 정상화라고 표현하는 순간 세입자는 정부가 전세난을 고통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집주인은 전세 축소가 정책 방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말 한마디에도 움직인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은 법령과 세율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표현, 장관의 설명, 정부의 분위기 자체가 가격과 심리에 영향을 준다. 전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다. 전세대출이 집값을 밀어 올린 측면도 있었다. 보증금이 사금융처럼 주택시장에 흘러 들어가면서 갭투자를 키운 것도 사실이다. 전세가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집값 상승기에는 집주인의 레버리지 수단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다. 전세가 무조건 선이고 월세가 무조건 악이라는 식의 접근은 낡았다. 그러나 전세의 문제를 말하려면 대안도 함께 말해야 한다. 전세가 줄어들면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장기 공공임대인가, 안정적인 민간 장기임대인가, 월세 세액공제 확대인가, 주거급여 보완인가, 도심 공급 확대인가. 이런 장치 없이 전세 감소만 정상화라고 하면 세입자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전환은 준비된 제도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전환은 정상화가 아니라 부담의 이전이다. 월세화가 불가피하다면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세제·금융 지원 체계가 있어야 한다. 공공임대를 늘리겠다면 입지와 품질을 함께 따져야 한다. 민간임대를 활성화하겠다면 임대료 급등을 막을 장치와 사업자가 장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할 유인을 같이 설계해야 한다. 공급을 늘리겠다면 인허가 숫자가 아니라 실제 입주 시점으로 말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살 집이다. 지금 서울 주택시장의 불안은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다. 전세 물량 감소, 월세 부담 확대, 입주 물량 부족, 세제 변화,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메시지는 정교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말은 필요하다. 그러나 실수요자와 세입자까지 같은 그물에 묶이면 시장의 불만은 커진다. 현금이 많은 사람은 버티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은 밀려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부동산 정책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을 조이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진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높이면 일부 매물은 나오지만 일부 전세 물량은 사라진다. 전세대출을 줄이면 갭투자는 눌릴 수 있지만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도 어려워진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선명한 구호보다 정밀한 조합이 중요하다. 전세가 사라져 가는 것은 긴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세입자의 주거비가 급격히 늘고,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무리한 대출 매수로 내몰린다면 그것을 정상화라고만 부를 수 없다. 정상화라면 시장 참여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여야 한다. 정상화라면 대체 제도가 있어야 한다. 정상화라면 불안이 줄어야지 커져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세의 퇴장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세입자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답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세 제도에 대한 이론적 평가가 아니라 주거 불안을 낮추는 실제 대책이다. 공급은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 월세 부담은 어떻게 낮출 것인지, 장기 임대시장은 어떻게 키울 것인지, 실수요자의 대출 통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전세는 분명 완전한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전세가 사라지는 자리에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다면 그 공백은 고스란히 서민 주거비로 돌아간다. 전세 감소를 정상화라고 부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어려운 일은 그 정상화의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말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정부가 시장의 불안을 정상화라는 말로 가볍게 넘긴다면, 그 대가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비 고지서에 먼저 찍힐 것이다.
2026-06-12 07: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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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반도체 다음은 데이터…비큐AI '뉴스 파이프라인' 주목
[경제일보]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민간·공공 데이터를 연결하는 ‘AI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에 나서면서 AI 산업의 시선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와 HBM, 클라우드 인프라가 AI 산업의 1차 경쟁축이었다면 다음 승부처는 AI 모델에 공급할 고품질 데이터를 누가 확보하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지난 28일 정부가 발표한 ‘AI 대전환 시대 데이터 정책 추진 방향’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매 비용 세액공제, 규제 완화, 민간 데이터 활용 촉진 등이 핵심이다. 아무리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를 갖추더라도 학습과 추론에 활용할 양질의 데이터가 없다면 AI 경쟁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데이터를 수집·정제·구조화해 AI가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기업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 에이전트 AI가 고도화될수록 실시간성과 신뢰성을 갖춘 뉴스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뉴스는 사회·경제·산업·정책 변화가 정제된 언어로 축적된 고품질 데이터다. 가짜뉴스와 저품질 콘텐츠가 뒤섞인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이 정리된 뉴스 데이터는 AI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연료가 된다. 최근 업스테이지가 카카오의 포털 다음 운영사 AXZ 지분을 인수하며 포털 사업에 접근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포털 운영과 AI 검색, 광고·콘텐츠 서비스 확장의 문제지만 본질적으로는 실시간 뉴스와 검색 데이터, 이용자 반응 데이터, 콘텐츠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AI 기업의 전략적 행보다. AI 모델 경쟁이 단순 파라미터 경쟁에서 벗어나 최신 데이터와 유통 채널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는 비큐AI가 뉴스 데이터 파이프라인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큐AI는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과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정제·구조화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핵심은 단순 뉴스 공급이 아니라 저작권 리스크를 줄인 합법적 데이터 유통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AI 기업 입장에서는 무단 웹 크롤링보다 권리 관계가 명확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다. 비큐AI의 성장 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국내 언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뉴스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를 멀티모달 데이터와 글로벌 데이터 얼라이언스로 확장할 수 있다면 단순 콘텐츠 업체가 아니라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다. 미국의 스케일AI(Scale AI),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데이터브릭스(Databricks)가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부상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합법적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장악한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뉴스 데이터의 권리 관계와 데이터 출처·이용 이력을 관리하는 데이터 리니지(Data Lineage), AI 기업이 요구하는 실시간 공급 속도와 구조화 품질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와 실제 계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업력도 필요하다. AI 산업의 첫 번째 랠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였다면 다음 국면은 데이터 공급망 경쟁이다. 업스테이지의 다음 포털 접근은 AI 기업이 왜 뉴스와 검색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비큐AI가 이 흐름 속에서 저작권이 해결된 실시간 뉴스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표준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2 0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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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장밋빛 공약 남발…재원은 어디서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판은 이제 공천의 시간에서 공약의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여야는 앞다퉈 지역 발전, 주거 안정, 교통 혁신, 청년 지원, 돌봄 확대를 말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공약 경쟁은 반가운 일이다. 정쟁보다 정책이 낫고 비방보다 비전이 낫다. 문제는 그 비전의 뿌리가 어디에 박혀 있느냐다. 돈이 없는 공약은 약속이 아니라 구호다. 재원 없는 복지는 지속될 수 없고 재정 검증 없는 개발은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어음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당 10대 공약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5극3특’ 완성을 목표로 한 균형발전, 지방 핵심 산업 육성, AI·바이오·문화·방산 등 첨단산업 육성, RE100·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반값 전세, 월세 세액공제 확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청년 월세 지원 확대, 교통망 확충, 지역경제 부활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국혁신당은 ‘99년 평생 안심 내 집’, 진보당은 버스 공영화, 개혁신당은 지방 규제 샌드박스 전결권 등을 앞세웠다. 방향만 놓고 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지역은 살아야 하고 청년은 머물러야 하며 주거비는 낮아져야 하고 교통망은 넓어져야 한다. 하지만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얼마가 들고,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민주당의 균형발전과 지방산업 육성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세제·재정 지원을 전제로 한다. 국민의힘의 반값 전세와 청년 월세 지원 확대 역시 공공주택 공급, 임대 재원,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를 동반한다. 도시철도 조기 완공, 재건축 규제 완화, 청년 자산형성, 돌봄 확대, 공공임대 장기 거주, 버스 공영화 가운데 돈 들지 않는 공약은 거의 없다. 공약집에는 ‘추진’과 ‘확대’와 ‘완성’이 넘치지만 정작 재원 조달표는 빈칸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공약 경쟁은 뜨겁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려동물 입양 지원금과 권역별 동물복지 거점 확대 등을 담은 ‘반려가족 행복수도 서울’을 제시했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배차 간격을 2분으로 줄이고 강북횡단선·면목선 등 7개 도시철도 노선을 조기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생활 밀착형 공약과 교통 공약은 모두 시민의 체감도가 높다. 그러나 복지센터 신설도, 입양지원금도, 철도 조기 완공도 결국 예산 사업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조차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하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자치단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농어촌기본소득도 이번 지방선거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어촌기본소득은 군 단위 인구감소지역 10곳에서 시범 추진 중이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상지를 5곳가량 늘릴 계획이다. 여당 소속 후보들은 확대를 주장하고 국민의힘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도입을 말한다. 기본소득의 취지가 농촌 소멸 대응과 지역 순환경제에 있다면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금 지급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정책은 금세 선거용 상품권으로 변질된다. 농촌을 살릴 것인가, 표심을 살 것인가. 그 경계는 재원과 효과 검증에서 갈린다. 이미 현장에서는 현금성·무료화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창원시장 선거에서는 결혼식 비용 100만원, 산후조리원 비용 50만원, 운전면허 취득 비용 50만원 지원 공약이 나왔고, 마창대교 통행료 전면 무료화와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공약도 제시됐다. 창원시의 재정자립도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20%대에 머물렀고, 2024년 시 채무가 3656억원이다. 재워이 어디서 나올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방재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6년 지방교부세 예산은 제1차 추경 기준 총 74조343억원이다. 보통교부세 66조2373억원, 특별교부세 2조485억원, 부동산교부세 4조6982억원, 소방안전교부세 1조503억원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지방정부 상당수가 자체 수입만으로 기본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교부세 자체가 지방세 등 수입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족분을 보전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2024년 결산 기준 전국 광역단체 본청 지방채무가 38조2971억원,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4.86%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1.62%에 그쳤고,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세종·경기만 50%를 넘었다. 이런 재정 구조에서 수조원대 개발사업과 현금성 지원, 교통 무료화, 공공주택 확대를 동시에 약속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출 구조조정 없이 새 지출을 얹으면 채무가 늘고, 국비 확보만 외치면 중앙정부 의존이 커진다. 결국 부담은 주민 세금, 지방채, 미래 예산 삭감으로 돌아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무엇을 해주겠다’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미루고, 무엇으로 조달하겠다’를 물어야 한다. 후보도 솔직해야 한다. 국비 확보가 필요하면 어느 부처, 어느 사업, 어느 법적 근거로 확보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상환 계획을 내야 한다. 민자사업이면 수익 보전 구조와 이용자 부담을 공개해야 한다. 기존 예산을 줄이겠다면 어떤 사업을 줄일 것인지 말해야 한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면 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불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못하면, 그것은 재원 대책이 아니라 수사에 불과하다. 정책 경쟁은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선거 때 후보들이 지역의 미래를 놓고 다투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공약은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납세자의 계약서여야 한다. 계약서에는 대가와 조건과 책임이 들어간다. 여야가 진정 지방을 살리고 민생을 돕겠다면, 이제 공약 발표장에 예산표를 함께 세워야 한다. 숫자 없는 약속은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다. 지방선거 21일 전, 유권자가 들어야 할 말은 더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재원은 여기서 마련하겠다”는 정직한 답이다.
2026-05-13 13: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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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 후 부동산 세제개편 급물살…장특공 손질 어디까지?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택 양도소득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다주택자 중과 같은 세금 문제는 유권자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전까지 세제 강화 논의를 전면화하기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물밑에서 검토해온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첫 단계는 시작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지난 10일 재개되면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는 다시 무거운 세 부담을 지게 됐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더해진다. 중과 대상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받지 못한다. 2022년 5월부터 이어진 한시적 유예가 4년 만에 끝난 것이다. 정부가 추가 유예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부동산 시장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주택자에게 열어뒀던 한시적 출구를 닫고 앞으로는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제 혜택을 더 촘촘히 나누겠다는 뜻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장특공은 주택 등을 오래 보유한 뒤 팔 때 양도차익 일부를 공제해 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현행 제도상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 초과 고가 주택을 양도할 때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40%, 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4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여당이 문제 삼는 부분은 보유와 거주를 같은 비중으로 대우하는 현행 구조다. 실제로 살지 않은 주택이라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로 큰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 실거주자 보호 원칙에 맞느냐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1주택자의 주거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늘리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장특공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실거주 중심으로 제도를 손질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7월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장특공 폐지가 아니라 보유 공제와 거주 공제의 비율 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 보유에 따른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 기간이 긴 1주택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장특공이 사실상 ‘장기거주특별공제’에 가까운 제도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공제를 없애고, 일정 기간 이상 보유·거주한 1주택자에게 거주 기간 중심의 공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의 개정안은 한발 더 나아가 장특공 자체를 폐지하고, 1인당 평생 받을 수 있는 세금 감면 한도를 2억원 세액공제 방식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들 법안이 곧바로 정부·여당의 공식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책 명분은 분명하다. 1주택자라고 모두 같은 실수요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이나 해외에 살면서 서울 핵심지 고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전세를 끼고 보유만 해온 경우까지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정부·여당이 말하는 실거주 중심 세제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 충격을 줄이려면 설계는 정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장특공은 단순한 감면 제도가 아니다. 장기 보유 과정에서 물가 상승으로 발생한 명목이익에 대한 과세 부담을 완화하고, 단기 투기 거래를 억제하며 일정 시점에는 매도를 유도하는 기능도 해왔다. 이를 급격히 축소하면 세 부담이 커진 소유자들이 집을 팔기보다 버티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급매물이 나왔지만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자 매물이 줄고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금이 높아지면 반드시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팔아도 남는 것이 적다고 판단하면 소유자는 매도를 미루는데 이 경우 세제 강화가 오히려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 개편은 다주택자 규제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직장 발령,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질병 치료,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이유로 본인 주택에 살지 못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비거주 보유로 묶으면 조세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속도 조절을 주문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주택자는 다주택자와 달리 보유 주택이 하나뿐이어서 실거주 전환이나 증여를 선택하면서 매물 잠김이 심화될 수 있다”며 “보유 공제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공제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부·여당의 선택지를 3가지 정도로 내다봤다. △보유 공제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 △투기적 비거주와 불가피한 비거주를 구분하는 방안 △시행 시기에 유예기간과 경과 규정을 두는 방안 등이다. 실거주자 보호라는 원칙은 지키되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개편의 성패는 세금을 얼마나 더 걷느냐가 아니라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6·3 지방선거 이후 정부와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덜고 세제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이 1단계라면 장특공 개편은 2단계다. 문제는 속도와 강도다. 실거주 중심 세제라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과도한 세 부담은 거래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정부·여당이 내놓을 7월 세제개편안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매물 잠김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05-11 10: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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