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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승부는 공장부터…제조기업 로봇 전략 갈린다
[경제일보] 피지컬 AI 경쟁이 휴머노이드에서 제조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AI 로봇 보급과 핵심 부품 육성에 나서면서 제조 현장이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흐름 속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전략은 엇갈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는 로봇으로 공장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HD현대로보틱스와 로보티즈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로봇을 팔 것인가, 로봇으로 공장을 바꿀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 차이가 제조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 제조업이 먼저 검증한다…피지컬 AI 경쟁력은 데이터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로봇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제조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업종별 특화 AI 로봇을 매년 1000대 이상 산업 현장에 보급하고, 10대 업종별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핵심 부품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제조업을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은 제조 현장이 기술의 경제성과 활용성을 가장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가격과 안전성, 작업 효율, 양산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제조 현장은 용접과 조립, 검사, 물류, 이송 등 적용 분야가 명확하고 생산성 향상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기술을 실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설비였다면 피지컬 AI는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작업 방식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생산설비와 작업자, 물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공정 효율과 품질을 함께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로봇 자체보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과 활용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판단 정확도와 작업 완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데이터팩토리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도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다만 같은 제조업 기반을 두고도 기업들의 선택은 다르다. 일부는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일부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장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전략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LG는 로봇 활용, HD현대로보틱스·로보티즈는 로봇 공급 현대자동차그룹은 피지컬 AI를 생산 현장에 먼저 적용하고 있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안전성 검증이 가능한 작업부터 적용하고, 2030년부터는 조립 등 고도화된 공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제조 데이터다. 현대차그룹은 HMGMA에 로봇 전용 학습 공간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구축해 로봇 학습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생산라인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해 로봇 성능과 공정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투자 계획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조5000억원을 인공지능,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수소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제조와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축적한 자동화 기술을 홈로봇과 AI홈, 서비스 로봇으로 확대 적용하고, 스마트 가전과 연계한 공간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로봇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가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AI홈을 중심으로 가전과 로봇이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공간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자동화 기술을 소비자 생활공간과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확장해 제조와 서비스 경쟁력을 함께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피지컬 AI 기반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산업용 로봇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보티즈는 사람 손 구조를 구현한 로봇핸드와 초소형 핑거 액추에이터를 앞세워 핵심 부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보급이 늘어날수록 로봇 관절과 손을 구성하는 부품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제조기업과 로봇기업 가운데 어느 한쪽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생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로봇, 핵심 부품 기술이 함께 발전할 때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026-07-03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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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가전명가서 '공간' 공급자로
[경제일보] LG전자가 냉장고와 세탁기를 팔던 회사를 넘어 집 자체를 설계하고 공급하는 기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모듈러 주택 신제품 출시는 단순한 주거 상품 추가가 아니라, 가전회사의 사업 경계가 생활공간 전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LG전자는 29일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20평대 단층형 신제품 ‘모노 코어 72’와 ‘모노 코어 82’ 2종을 출시했다. 면적은 각각 72.9㎡, 82.1㎡로 약 22평·24평 규모다. 두 모델 모두 방 2개와 거실, 주방, 욕실로 구성된다. 이번 제품의 의미는 단순히 평수를 키운 데 있지 않다. LG전자는 스마트코티지 라인업을 8평부터 24평까지 총 8종으로 넓혔다. 특히 20평대 모델은 세컨드하우스 수요뿐 아니라 기업 연수원, 레저시설, 숙박시설 등 상업용 수요까지 겨냥했다. 가전제품을 소비자에게 한 대씩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휴식·업무 공간 전체를 패키지로 제안하는 구조다. LG전자는 “스마트코티지는 주요 자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 방식”이라며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최대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내부에는 AI 홈 허브 ‘씽큐 온’, 스마트 도어록, 스마트 스위치, 시스템에어컨, 콘덴싱 보일러 등이 기본 적용된다. AI 가전, 환기 솔루션, 태양광 패널 등은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LG전자가 실제로 팔려는 것은 가전·공조·IoT·에너지 관리가 결합된 생활 인프라다. 이와 같은 흐름은 LG전자의 최근 사업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7272억원, 영업이익 1조673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냈다. 전통 가전 수요가 성숙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LG전자가 전장, 냉난방공조, 구독, B2B 사업을 키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스마트코티지는 그 전략의 축소판이다. LG전자는 가전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공조와 에너지 관리, 차량용 전장, 플랫폼 서비스로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코티지는 이 가운데 소비자가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냉장고와 에어컨을 따로 파는 것이 아니라, 냉난방이 되고 가전이 연결되고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완성된 공간’을 파는 방식이다. 결국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가 ‘가전회사’라는 오래된 이름표를 떼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업이다. 제품 한 대의 성능 경쟁을 넘어 공간 전체의 경험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가전 브랜드 신뢰도, 공조 기술, 사후관리망 등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기업 고객 입장에서 연수원이나 숙박시설을 지을 때 설계·시공·가전·관리 서비스를 따로 조달하는 것보다 통합 솔루션을 선호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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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의미를 다시 말하다…KCC건설, 생활 가까이에서 쌓아 올린 성장의 시간
[경제일보] 국내 건설업계에는 유난히 조용한 회사들이 있다. 대규모 수주전이나 초고층 랜드마크 경쟁에서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며 시장 안에서 자리를 넓혀 간다. KCC건설은 그런 결에 가까운 회사다. 화려한 외형 확대보다 건축의 기본과 생활 공간의 완성도에 무게를 두며 성장해 왔다. 이 회사의 출발은 KCC그룹과 연결돼 있다. KCC는 국내 건자재 산업에서 오랜 기간 기반을 다져 온 기업이다. 유리와 페인트, 창호, 단열재 같은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은 건축 현장과 직접 맞닿아 있었다. KCC건설은 이 기반 위에서 성장했다. 단순 시공만이 아니라 건축 자재와 마감, 단열과 창호까지 건축 전반을 함께 이해하는 흐름 속에서 사업을 키워 왔다. 이 점은 KCC건설의 색깔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건설업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산업이다. 자재 품질과 마감 완성도, 단열 성능과 생활 편의성은 실제 거주 경험과 이어진다. KCC건설은 그룹 차원의 건자재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런 부분에 비교적 강점을 보여 왔다. 주택 시장에서는 ‘스위첸’ 브랜드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대형 건설사들처럼 전국 단위 물량 공세를 펼치기보다 실수요 중심 단지와 상품성에 무게를 두는 흐름에 가까웠다. 브랜드 역시 과도한 고급화 경쟁보다 생활 공간의 의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스위첸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은 유튜브 광고다. KCC건설은 한동안 가족과 육아, 부모 세대의 삶을 담아낸 광고 시리즈로 큰 반응을 얻었다. 단순 분양 광고가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감정적 의미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이었다. “문명의 충돌”, “엄마의 빈방”, “등짝 밑이 따뜻한 이유” 같은 광고는 건설업계 안팎에서 자주 언급됐다. 조회 수를 넘어 사회적 공감까지 끌어냈기 때문이다. 건설사 광고가 소비자 감성 콘텐츠처럼 공유된 드문 사례였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평면과 커뮤니티 시설을 넘어 삶의 방식과 정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특히 이 광고들은 과장된 미래 생활보다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에 집중했다. 늦게 귀가하는 아버지와 육아에 지친 부모, 자녀가 떠난 뒤 남겨진 빈방 같은 장면들은 집을 단순 상품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KCC건설이라는 회사가 소비자에게 각인된 방식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KCC건설은 건축과 주택뿐 아니라 물류시설과 상업시설, 공공 인프라 영역에서도 사업을 이어 왔다. 최근 전자상거래 확대와 함께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경험도 축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건설업 역시 산업 변화 흐름에 따라 새로운 공간 수요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도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시장은 브랜드와 자금력, 사업 관리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KCC건설은 무리한 외형 경쟁보다 안정적인 사업 수행에 무게를 두는 흐름을 유지해 왔다. 최근 건설업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과 공사비 상승, 금리 변화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대형 사업장일수록 금융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외형 확대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사업 선별 능력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됐다. KCC건설은 비교적 보수적인 흐름을 유지해 온 회사다. 공격적인 확장보다 안정성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시장이 빠르게 흔들릴수록 이런 운영 방식은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시장 경쟁 역시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졌다.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영향력이 강해졌고 주택 시장은 상품 기획과 커뮤니티 경쟁까지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기준과 에너지 효율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KCC건설의 강점은 비교적 분명한 방향에 모여 있다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생활형 건축 경험에 가깝다. 건자재 기술 이해도와 시공 경험, 실수요 중심 브랜드 이미지가 함께 연결돼 있다. KCC건설은 화려한 랜드마크 경쟁보다는 생활 가까이에서 성장해 온 회사에 가깝다. 그래서 이 회사를 설명할 때는 초고층 빌딩보다 가족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스위첸 광고가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설업은 결국 공간을 통해 사람의 시간을 담아내는 산업이다. KCC건설은 오랜 시간 그 공간의 기본과 생활 감각을 다듬어 왔다. 앞으로 시장이 보게 될 것은 이 회사가 변화하는 주거 흐름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얼마나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2026-05-07 07: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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