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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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英 피직스엑스와 손잡았다…산업 AI '월드모델' 만든다
[경제일보] 생성형 AI가 문서와 대화를 바꾸고 있다면, 다음 전장은 공장과 설비, 로봇이 움직이는 산업 현장이다. LG CNS가 영국 산업용 AI 기업 피직스엑스와 손잡고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차세대 산업 AI 개발에 나선다. 9일 업계 따르면 LG CNS와 피직스엑스는 에너지, 제조, 로보틱스 등 산업 현장의 복잡한 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에 착수했다. 피직스엑스는 양사가 차세대 산업 AI를 위한 ‘프런티어 월드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피직스엑스의 AI 기반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플랫폼과 LG CNS의 기업 시스템 통합, 디지털트윈 서비스 역량을 결합하는 데 있다. 디지털트윈이 실제 공장과 설비, 공정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 재현하는 기술이라면 물리 AI는 이 데이터 위에서 열·압력·재료·유체 흐름 등 현실의 물리적 제약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과 검색, 고객 응대에 강점을 보였다면 산업 AI는 설계와 생산, 유지보수 과정의 의사결정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예를 들어 설비 배치나 공정 조건을 바꿨을 때 생산성과 품질, 에너지 효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제 현장 적용 전 가상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 LG CNS에는 제조·에너지 기업의 시스템 구축과 운영 경험, 디지털트윈 기반이 있다. 피직스엑스는 항공우주·방산, 자동차, 반도체, 소재, 에너지 분야를 대상으로 공학 시뮬레이션에 AI를 접목해 온 영국 기업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피직스엑스가 물리 기반 모델을 제공하고 LG CNS가 이를 국내 산업 현장 시스템과 데이터에 연결해 상용화하는 구도로 읽힌다. 피직스엑스는 최근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산업 AI 클라우드에서 AI 네이티브 엔지니어링 플랫폼을 가동하는 등 유럽 산업계와 협력을 넓히고 있다. LG CNS와의 협력은 한국 제조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산업, 공동 개발 모델의 범위, 고객사, 상용화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 AI는 모델 성능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고 현장 데이터의 품질과 보안, 기존 설비·생산관리시스템과의 연동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한편 ‘물리 AI’가 현장의 생산성·품질·비용 개선으로 얼마나 증명되느냐다. LG CNS가 피직스엑스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트윈을 시각화 도구에서 실제 공학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산업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7-10 0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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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안보다"…우주항공청, '우주데이터 시대' 신안보 산업 육성 속도
[경제일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이 미래 안보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우주산업의 역할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수준을 넘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신산업과 AI 기반 미래 항공기 개발까지 안보와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에 우주항공청도 우주데이터와 미래 항공 기술을 중심으로 신안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우주항공청은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우주항공 신산업을 통한 신안보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주기술 혁신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산업 성장이 다시 국가 안보 역량 강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최근 글로벌 안보 환경에서는 우주가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통신 서비스와 위성영상이 실시간 전장 정보와 통신망 유지에 활용되면서 우주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민간 우주기업이 국가 안보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위성 데이터와 우주 기반 서비스가 미래 안보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평가된다. 이에 우주청은 해당 변화에 대응해 위성과 발사체 중심이었던 기존 정책에서 나아가 우주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위성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서비스 시장을 함께 육성해 우주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사업은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이다. 우주청은 K-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차세대 우주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위성에서 생산되는 대용량 데이터를 국내에서 처리·저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국내 기업 중심의 새로운 우주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위성정보 활용 기반도 확대된다. 국가 위성정보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 위성 영상과 관측 데이터를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에 개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성정보 분석과 공간정보, AI 서비스 등 다양한 신산업을 육성한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우주 데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 항공 분야에서는 AI 기반 무인기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수직이착륙 항공기 개발도 추진한다. 개발 이후에는 공공과 국방 분야에서 실증을 진행해 민군 겸용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와 자율비행 기술이 결합된 미래 항공기는 재난 대응과 물류,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공급망 자립에도 속도를 낸다. 반도체와 소재, 부품 등 국내 제조업의 강점을 우주산업과 연계해 우주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핵심 우주 부품의 국산화를 확대하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의 한 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안보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 5개와 매출 1000억원 이상 혁신기업 5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와 드론, 우주항공, 사이버보안, 양자통신 등을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과 신속 조달, 투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주청은 향후 우주기술이 산업 성장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 데이터와 미래 항공, 우주 인프라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우주산업을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한 중기부, 국방부, 우주청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안보 산업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이 시장의 주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안보 혁신의 핵심 주체로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6-26 15: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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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15조원 R&D' 승부수…AI 첨단소재 기업으로 전환
[경제일보] LG화학이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기존의 석화 사업 수익성이 둔화되는 가운데 첨단소재와 바이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 구조 고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3일 LG화학은 전날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기반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전환해 오는 2030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전략은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변화와 맞닿아 있다. 중국과 중동 지역의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면서 범용 화학제품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고 있다. 과거 성장 동력이었던 범용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첨단소재와 신약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총 15조원을 R&D에 투자할 방침이다. 투자 재원은 특정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전사 사업 활동을 통해 마련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만으로 미래 사업을 키우는 구조라기보다는,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전사 사업 영역에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R&D와 신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영위하는 모든 사업에서 창출한 재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신규 설비 투자, 미래 사업 준비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등 육성사업에 전체 R&D 자원의 70%를 배분한다. AI 기반 신규 응용 분야와 선도 기술 확보에 집중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LG화학은 지난달 CEO 직속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 사업 발굴과 투자 검토 기능을 강화했다. 조달 가능한 재원 범위 내에서 인수합병(M&A) 등 외부 성장 전략도 병행해 사업 확대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핵심 육성 분야로는 반도체와 전자소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은 첨단 패키징 소재 경쟁력 확보에 있어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 소재, 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을 확대하고 기존 필름 기반 디스플레이 소재(PID), 반도체 칩 접착 필름(DAF), 동박적층판(CCL) 등 핵심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자소재 사업을 2030년 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빌리티 소재 사업을 로봇 분야로도 넓힌다. 로봇 몸체에 쓰이는 가볍고 강한 소재, 부품을 정밀하게 움직이거나 붙이는 데 필요한 소재 등이 대상이다.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항암 신약 사업도 미래 성장축 가운데 하나다. LG화학은 글로벌 임상 개발과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이전과 전략적 투자 등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첨단소재와 함께 바이오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모델 변화도 추진한다.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 개선까지 함께 제안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가격 경쟁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안정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이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LG화학의 사업 구조 전환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첨단소재와 신약 중심의 성장 전략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춘 LG화학 사장은 “LG화학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축에 역량을 집중하여 '기술이 강한 컨버팅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6-23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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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동북아 격랑(激浪), 안동 한일회담이 전략적 공조의 이정표 되어야
[경제일보] 국제 정세의 지각변동이 가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가파르다. 중동발(發) 전운이 짙어지며 미·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세계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중 정상이 전격적인 회담을 통해 자국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어제의 맹방(盟방)과 동맹이라는 철석같던 신뢰마저 자국의 실리 앞에서는 언제든 형해화(形骸化)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엄중한 현실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외교 안보 지형 속에서, 우리 정부에 요구되는 책략은 유연하면서도 국익 중심의 단단한 중심추를 잡는 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에 맞춰 매일 새로운 외교적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만큼 다변화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격랑 속에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머리를 맞댄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섯 번째이자, 셔틀외교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이번 정상회담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안동 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연례행사를 넘어,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하고 한일 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엄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역사적 앙금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졌던 양국이지만, 지금의 복합 위기 상황은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와 중동 전쟁의 여파 속에서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공조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의 안보 공백과 경제적 타격은 고스란히 양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대로 이번 회담에서 장기화하는 중동 전쟁 관련 현안과 자유 통상 질서 확립, 동북아 안전 보장 및 공급망 위기 타개책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경제 안보’의 시대에,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한일 간의 전략적 스크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안보 협력의 틀을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회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한국의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찾았던 외교적 명소에서, 양국 정상이 안동의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하고 전통 음식을 나누며 신뢰를 쌓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안동소주와 나라현의 사케가 만찬 테이블에 함께 오르듯, 외교적 갈등의 실타래도 이처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에서 풀리기 시작하는 법이다. 다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익을 위한 냉철한 손익계산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 역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보다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상호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전략적 공조는 모래 위에 세운 성과 같다. 우리 정부 또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국익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지키는 균형 잡힌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온기가 흐르는 안동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양국이 당면한 글로벌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의 대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거친 파고가 몰아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일 관계의 안정이 곧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의 강력한 방파제가 될 수 있음을, 양국 정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2026-05-19 0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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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이념적 구호가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적인 국가 전략요구
[경제일보] 미·중 정상회담이 다시 세계 질서의 향방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협력과 공존을 강조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패권 경쟁의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지만 대만 문제와 기술 패권, 공급망과 군사안보를 둘러싼 충돌의 불씨는 전혀 꺼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화해 선언이라기보다 ‘충돌을 관리하기 위한 휴전’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외교와 경제 전략의 방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은 미·중 갈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 최강 패권국인 미국과 급부상한 중국의 경쟁은 구조적 충돌이다. 시진핑 주석이 다시 꺼내 든 ‘투키디데스의 함정’ 역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미국 중심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은 더 이상 주변국이 아니라 대등한 강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기술·군사·경제적 팽창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은 갈등하면서도 공존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대표적인 국가다. 어느 한쪽만 선택하는 단순한 이분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처럼 ‘전략적 모호성’만으로 버티기에도 국제 정세는 너무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원칙 있는 실용외교가 필요하다. 우선 안보의 기본축은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북핵 위협과 동북아 안보 현실 속에서 한미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생존의 핵심 기반이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약화시키는 선택은 국가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경제와 해상 물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이라는 가치 역시 분명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반도체, 배터리, 화학, 소비재 산업에서 거대한 시장이다.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지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감정적 반중 기조나 정치적 접근만으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중국과는 경제협력은 확대하되 기술과 안보 분야에서는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대응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급망과 수출 시장 다변화다. 미·중 관계가 잠시 완화됐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인도, 중동, 유럽 등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에너지·광물·반도체 소재 공급망 역시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외교 역시 보다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국가가 아니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실리를 만들어내는 전략 국가가 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력하고, 위험 요소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유연성과 원칙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가 협력과 대립이 공존하는 복합 질서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결국 살아남는 국가는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판단을 가진 나라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도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국익 중심의 치밀하고 실용적인 국가 전략이다.
2026-05-15 07: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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