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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엑스, 피지컬 AI 시장 공략 본격화…'피지컬 AI 엑스포'서 日 기업 협력 확대
[경제일보] 초저전력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딥엑스가 일본 피지컬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최대 피지컬 AI 전문 전시회에서 현지 기업들과 대규모 상용화 상담을 진행한 데 이어 일본 기술 유통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하며 일본 제조·로봇 시장을 겨냥한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딥엑스는 최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제1회 피지컬 AI 엑스포'에 참가해 일본 주요 제조·정보기술(IT)·산업 인프라 기업들과 자사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제품 적용 가능성과 후속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일본에서 처음 열린 피지컬 AI 엑스포는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AI와 로봇, 센서 기술 등을 선보이는 전문 전시회다. 행사 기간 하루 평균 3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일본 제조업과 산업 자동화 기업들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평가된다. 딥엑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초저전력 NPU와 엣지 AI 개발 환경, 산업용 레퍼런스 플랫폼을 비롯해 글로벌 고객사의 실제 양산 사례를 공개했다. 행사 기간 동안 약 1300건의 상담과 고객 문의가 이어졌으며, 일본 주요 IT·인쇄 기업과 글로벌 종합전기 기업, 통신·장비 및 첨단 소재 기업 관계자들이 제품 도입과 상용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기업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연산 구조를 저전력 NPU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며 후속 협의를 요청했다. 전시 기간 진행된 타운홀 세션에서는 천승희 딥엑스 미국법인장 겸 상무가 연사로 나서 딥엑스 NPU 기술과 글로벌 고객사의 제품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딥엑스는 전시회에서 확인한 현지 수요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일본 기술 유통기업 고시다테크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양사는 일본 시장에서 엣지 AI 활용 확대를 위해 딥엑스 NPU 제품군의 현지 공급과 사업 확대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고시다테크는 일본 내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발굴과 제품 제안, 고객 대응, 공급 확대를 담당한다. 딥엑스는 NPU 제품군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SDK), 레퍼런스 플랫폼,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해 현지 고객사의 제품 개발과 양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딥엑스는 이번 협력으로 일본 시장 공급망도 한층 강화하게 됐다. 현재 에브넷, 더블유피지, 마크니카, 시리얼, 디지털 차이나, 디지키 등 20여개 글로벌 유통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고시다테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시장 내 엣지 AI 상용화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제조와 로봇, 자동차, 산업 자동화, 사회 인프라 분야 경쟁력이 높은 데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무인화와 지능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이다. IT 업계에서는 공장과 물류 센터, 보안 카메라, 스마트시티 등 데이터를 클라우드가 아닌 현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환경이 많아 엣지 AI 반도체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한다. 이에 일본 정부 역시 오는 2040년까지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약 1조엔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딥엑스의 주력 제품인 'DX-M1'은 5나노미터(㎚) 공정 기반 초저전력 AI 반도체다. 최대 25TOPS(초당 25조회 연산)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3~5W 수준의 저전력 구동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보안카메라와 산업용 컴퓨터, 로봇, 드론, 스마트팩토리 장비, 엣지 서버 등 다양한 산업용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엑스는 이번 전시회와 현지 파트너십을 계기로 일본 제조·로봇·산업 인프라 시장에서 상용화 사례를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엣지 AI 반도체 시장 공략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피지컬 AI와 초저전력 NPU에 대한 일본 산업계의 실질적인 수요를 확인했다"며 "현장에서 논의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제조·로봇·보안 등 일본 산업 현장에 딥엑스 기술을 적용하고 상용화 사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6 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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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길고 긴 싸움 끝났다…KDDX 선도함 건조 최종 확정
[경제일보] 2년 넘게 이어진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주도권 경쟁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화오션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장기간 표류했던 KDDX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선도함 1척 건조를 넘어 향후 한국 해군의 차세대 전력과 국내 특수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전날 방위사업청으로부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11일 업체 선정평가에서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잠정 선정된 이후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되면서 최종 선정이 확정됐다. 계약금액과 계약기간은 향후 정부와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KDDX는 총사업비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한국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 가운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비는 약 8820억원 규모다. 기존 구축함보다 향상된 탐지·지휘·전투 능력을 갖춘 첫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으로, 통합전기추진체계(IEPS)와 첨단 전투체계, 자동화 기술 등이 집약되는 국내 함정 산업의 대표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번 사업은 원래 지난해 사업자 선정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본설계 단계에서 불거진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공정성 논란,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됐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경쟁입찰을 다시 진행했고, 현장실사와 기술·가격 평가를 거쳐 지난달 한화오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검토한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화오션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최종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최대 수상함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KDDX는 단순한 함정 건조 사업이 아니라 향후 한국 해군의 핵심 전력 확보와 국내 함정 기술 발전을 동시에 이끌 사업으로 꼽힌다. 사업 지연이 길어질수록 전력화 일정은 물론 국내 특수선 산업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을 위해 10여 년간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2년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하며 통합전기추진체계와 통합마스트, 통합네트워크, 병력절감 자동화 기술 등 핵심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신개념 함정 설계와 함정 생존성 향상 기술 등에 대한 자체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에는 자체 기본설계한 '차세대 전략수상함'으로 영국 로이드 선급(Lloyd's Register)의 기본설계 인증(AiP)을 획득했다. 차세대 전략수상함에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레이저 무기, 자폭드론 대응 다층 방어체계, 자동화·무인화 기술 등이 적용돼 미래 해군 작전환경을 고려한 기술력이 반영됐다. 이번 선정은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선도함 건조 경험은 향후 후속 함정 사업뿐 아니라 해외 함정 수출 과정에서 중요한 실적(레퍼런스)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함정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KDDX 사업 수행 경험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완료된 단계로, 계약금액과 계약기간 등 세부 계약 조건은 정부와의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화오션은 최종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관련 내용을 다시 공시할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만큼 정부와 협상에 성실히 임해 사업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26-07-02 11: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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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정보기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인증…숙박 체크인 문턱 낮춘다
[경제일보] 야놀자 클라우드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멤버사 산하정보기술(공동대표 손학기·천경훈)이 숙박업소용 키오스크 정보접근성 인증을 받았다. 무인 체크인 확산 속에서 장애인과 고령자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숙박 환경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산하정보기술은 자체 개발한 ‘윙스 스마트 키오스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운영하는 지능정보제품 정보접근성 품질인증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 인증 대상은 무인정보단말기 분야다. 윙스 스마트 키오스크는 인증 검증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의 40개 세부 계측 지표를 모두 충족했다. 휠체어 이용자와 시각·청각장애인, 저시력자, 고령자 등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설계를 적용했다. 전문가 계측 평가와 실제 사용자 임상 테스트도 통과했다. 주요 기능은 배리어프리 전용 조작부와 음성 안내, 점자 키패드, 화면 확대, 명도 대비 기능이다. 오디오 보안 통제 시스템과 개인정보 화면 마스킹, 조작 시간 연장 기능도 적용했다. 접근성과 보안성을 함께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인증은 숙박업계의 무인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호텔과 중소형 숙박업소에서는 비대면 체크인과 키오스크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력 운영 부담을 줄이고 야간 체크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늘어날수록 장애인과 고령자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제도 변화도 수요 확대 배경이다. 산하정보기술에 따르면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시행령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와 운영 의무가 확대됐다. 숙박업계도 무인정보단말기를 도입할 때 접근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산하정보기술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배리어프리 기반 스마트 숙박 환경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형 숙박업주의 기기 도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등 정부 지원 사업과 연계해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천경훈 산하정보기술 대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및 운영 의무화로 관련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기기 도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과 적극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제약 없이 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장벽 없는 여행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윙스 스마트 키오스크는 산하정보기술의 ‘윙스 이지 PMS·CMS’와 연동된다. 이를 통해 객실 운영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국내외 40여 개 주요 온라인 여행사 채널의 예약 현황과 객실 재고, 요금 정보도 실시간으로 동기화한다. 오버부킹 등 운영 오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국인 관광객 편의 기능도 담았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스캔 기능도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이 비대면으로 체크인할 수 있도록 했다.
2026-06-26 1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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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과 5만원 훠궈, MZ의 '쪼개진 지갑'이 던지는 경고
[경제일보] 점심시간, 편의점마다 5000원 남짓한 가성비 도시락을 집어 드는 2030 청년들의 줄이 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의 씁쓸한 풍경이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동선을 꺾고 교통비를 아끼려 알뜰교통카드 앱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이들에게 소비의 제1원칙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말이 오면 이 가성비의 전사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인당 객단가가 최소 4만원에서 6만원을 훌쩍 넘는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매장 앞은 두세 시간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MZ세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며 지출을 통제하던 그들이 왜 이토록 비싼 외국계 식당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의 빗장을 푸는 것일까. 최근 하이디라오 코리아가 발표한 실적은 이 기현상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다. 2023년 매출 1177억원.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과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싸고 양 많은'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의 벽을 뚫어낸 이면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이들의 소비는 모순 그 자체다. "돈이 없다면서 오마카세와 하이디라오에는 왜 열광하느냐"며 혀를 끌짯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가성비는 단순히 '절대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성비란 '내가 지불한 비용(돈과 시간) 대비 얻어내는 총체적 효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구조적 좌절 속에서 이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극단적으로 통제한다(편의점 도시락). 하지만 그렇게 모은 잉여 자본을 자신의 정서적 만족감과 소셜 미디어(SNS)상에서의 자아실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하이디라오). 이른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의 탄생이다. 이들에게 하이디라오의 5만원은 비싼 고깃값이 아니다. 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식사 시간 내내 완벽하게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심리적 만족감,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타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실패 없이 보장받는 '안전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효용이 확정된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24년 대한민국 MZ세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가성비'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파인 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제치고 하이디라오인가. 해답은 그들이 파는 본질에 있다. 하이디라오의 본업은 훠궈를 파는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깝다.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서비스 맹폭은 시작된다. 무료 네일아트, 구두닦이 서비스, 다양한 스낵과 음료, 보드게임이 기다리는 시간을 '고통'에서 '즐길 거리'로 치환한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끈과 안경 닦이, 스마트폰을 보호할 지퍼백이 제공되고 혼자 온 손님 맞은편에는 거대한 인형을 앉혀 외로움조차 차단해 버린다. 직원은 식사 내내 테이블을 전담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 완자를 빚어주며 생일인 고객에게는 현수막과 함께 떠들썩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한국의 외식업이 그동안 '맛'과 '인테리어' 그리고 어떻게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기는 '효율'에 집착해 올 때 하이디라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의 밀도를 높여 문을 나설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다. 고객은 단순히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마이크로 테마파크'의 입장권을 사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극강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야말로 불황을 뚫고 1000억 매출을 견인한 강력한 무기다. 국내 수많은 외식 기업들도 하이디라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 내기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왜일까? 서비스의 겉모습은 베낄 수 있어도 그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뿜어내게 만드는 '조직의 내면'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라." 하이디라오의 직원들은 동종 업계 대비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부모님 용돈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를 누린다. 철저한 도제식 시스템(사수-부사수)을 통해 후배를 잘 육성하면 선배에게 그 매장의 수익 일부가 배분되는 파격적인 성과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단 직원에게도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금액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메뉴를 내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재량권)이 부여된다. 매뉴얼에 억눌려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자율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춤을 추며 면을 뽑고 진심을 다해 고객의 생일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에너지는 경영진의 '착취'가 아니라 '존중과 보상'에서 피어난 꽃이다. 한국의 외식업계가 겉핥기식 친절 교육과 최저시급으로 이들의 서비스 퀄리티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이디라오 한국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단순한 '중국 훠궈의 유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극도로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낡은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 전체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자 뼈아픈 채찍질이다. 지금 우리 시장을 돌아보자.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꼼수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만 치솟고 정작 서비스 질은 바닥인 일부 식당들,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최소한의 인간적 응대마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소거해 버리는 무인화의 역습까지.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지불한 돈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소비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설픈 중간 지대의 브랜드들은 도태를 면치 못한다. 압도적으로 싸서 생존 필수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하이디라오처럼 지갑을 열고 싶을 만큼 확실한 대체 불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는 얄팍한 상술에 속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곳에는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털어 열광적인 팬덤이 되어준다. 하이디라오는 그 어려운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이 대답할 차례다. 가격표의 숫자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경험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5만원짜리 훠궈 국물 속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진정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2026-05-05 10: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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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함정으로 맞붙은 HD현대·한화…'해양 패권' 꿈꾼다
[경제일보] 1970년대 울산 미포만의 휑한 모래사장, 그리고 거제 옥포만의 거친 파도. 이를 기억하는 4060세대에게 조선소는 곧 치열한 땀방울과 눈부신 용접 불꽃의 상징이었다. 안전모를 쓴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자르고 이어 붙여 초대형 상선을 띄워 올리던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현장.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쳤던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현재 대한민국 조선소의 풍경은 그 자체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단순히 배의 덩치를 키우는 경쟁을 넘어 스텔스 기능과 인공지능(AI), 무인 자율운항 기술이 탑재된 첨단 함정을 건조하는 'K-해양 방산'의 심장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거대한 디지털 전환기에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글로벌 바다의 패권을 두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 '반세기 조선 제왕' HD현대…수출 영토 확장·디지털 트윈 결합 HD현대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해군력 발전의 산증인이자 글로벌 1위 조선사의 자존심이다. 1975년 한국 최초의 전투함인 울산함을 독자 설계한 것을 시작으로 해군의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까지 굵직한 해양 안보의 이정표를 세워왔다. 최근 HD현대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반세기 동안 축적된 '압도적인 함정 건조 기본기'에 더해진 'AI·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다. 과거 철판의 두께와 함포의 사거리로 방어력을 자랑하던 함정은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바다 위의 거대한 컴퓨터'로 진화했다. HD현대의 비전 발표 등에 따르면, HD현대는 가상 공간에 똑같은 함정을 구현해 성능을 테스트하고 유지·보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방산에 적극 도입 중이다. 또한 내수 중심이던 방산의 체질을 수출형으로 완벽히 바꾸고 있다. 필리핀 초계함·호위함 수주 싹쓸이를 비롯해 최근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과의 대규모 함정 현지 건조 공동생산 계약을 따내며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K-방산 플랫폼' 자체를 수출하는 모델로 진화했다. 가장 완벽한 선체 위에 최첨단 두뇌를 얹어 글로벌 해양 방산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 HD현대의 전략이다. ◆ '육해공 통합 방산 거인' 한화…미래 해양 무인체계 개발 막대한 자금 투입 한화오션의 기세는 재계를 뒤흔들 만큼 매섭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단숨에 해양 방산의 강자로 떠오른 한화오션은 기존 잠수함 건조 명가(名家)라는 타이틀에 '육해공 무기체계 수직계열화'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 한화오션의 대우조선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한화의 전략은 극대화된 그룹 내 시너지다. 배를 만드는 한화오션, 두뇌 역할을 하는 레이더와 전투지휘체계를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에 더해 함정의 '심장(엔진)'과 '주먹(무장 체계)'을 공급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전격 인수하며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본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울러 무인 잠수정(UUV)과 무인 수상정(USV) 등 미래 해양 무인체계 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수상함 시장은 물론 글로벌 방산 탑티어(Top-tier)를 향한 야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 '7.8조원' KDDX 수주전·글로벌 잠수함 레이스 국내 해양 산업의 두 '거인'의 충돌은 현재 진행형이자 최고조에 달해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최대 격전지는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6척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누가 맡느냐는 단순한 매출 경쟁이 아니다. 100% 국산화 기술로 만들어지는 K-함정의 차세대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문제인 만큼 두 그룹은 사활을 건 신경전과 법적공방까지 불사하며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들의 경쟁 무대는 좁은 국내 바다를 넘어 대양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캐나다의 차세대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호주와 폴란드의 대규모 해군력 증강 사업 등에서 HD현대와 한화는 각각의 기술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두 기업은 글로벌 거대 방산 기업들에 맞서 협력해야 하는 'K-방산 원팀'이기도 하지만, 최종 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맞수'다. 과거 오일쇼크의 파고를 맨몸으로 부딪쳐 극복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방파제가 돼 줬던 조선업. 쇳물과 땀방울이 뒤섞여 있던 그 시절의 거친 조선소는 이제 AI, 스텔스, 무인화 기술이 융합된 가장 스마트한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 진화했다. 과거의 향수와 미래의 기술이 팽팽하게 교차하는 바다 위에서, HD현대와 한화가 뱃고동을 울리며 써 내려갈 'K-해양 제국'의 역사는 이제 막 새로운 장(章)을 열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의 화려한 부활 이면에는 대한민국 조선업이 반드시 풀어야 할 냉혹한 과제들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숙련공의 고령화와 구조적 인력난은 K-조선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며 "이미 생산 능력과 기자재 생태계 전반에서 매섭게 추격해 온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선 차별화된 전략이 시급하다"고 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펼치는 AI 함정 경쟁은 단순히 기술적 과시가 아닌,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의 필수 조건인 셈이다. 쇳물과 땀방울로 일궈낸 과거의 영광을 넘어 AI와 자동화 공정이라는 새로운 동력으로 글로벌 패권을 수성해야 하는 엄중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2026-05-04 15: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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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도 6월부터 자율주행…국토부, 라이드플럭스 화물운송 첫 허가
[경제일보]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 화물운송의 유상 운행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시험·실증 단계에 머물던 자율주행이 실제 물류 운송으로 확장되면서 사업 모델 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고속도로 장거리 노선에서 반복 운행을 시작하는 만큼 물류 효율과 비용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율주행 전문기업 라이드플럭스가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유상 화물운송 사업 허가를 획득했다. 라이드플럭스는 6월부터 서울 송파구 동남권 물류단지와 충북 진천 롯데택배 메가허브 터미널을 연결하는 약 112㎞ 구간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한 택배 운송을 시작한다. 해당 구간은 중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구성된 장거리 간선 노선으로, 반복 운행이 가능한 물류 축이라는 점에서 초기 상용화 적용 구간으로 선정됐다. 운행에는 타타대우모빌리티의 25t급 ‘맥쎈’ 트럭 1대가 투입된다. 주행 속도는 시속 90㎞ 수준으로 설정되며, 교통량이 적은 평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사이 주 3회 운행할 계획이다. 야간 중심 운행을 통해 돌발 변수 노출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데이터 축적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서비스 개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유상 운송 계약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물류 기업이 실제 운송을 위탁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공급망 내 하나의 운송 수단으로 편입되는 첫 사례가 된다. 운행 초기에는 시험 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한 상태로 주행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후 시스템 안정성이 확보되면 운전자가 조수석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최종적으로는 무인 운행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운영 구조를 따른다. 국토부는 이를 1단계(운전석 탑승), 2단계(조수석 탑승), 3단계(무인화)로 구분해 관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화물운송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라이드플럭스도 연내 전주, 강릉, 대구 등 주요 거점으로 운행 노선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간선 구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지역 단위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화물운송은 물류 산업의 비용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장시간 운행이 요구되는 화물 운송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구조인데, 자율주행 도입 시 운행 시간 제약이 줄어들고 차량 회전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 차량으로 처리 가능한 물동량이 증가할 경우 수익성 개선 여지도 생긴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안전 확보를 위한 인력 투입과 장비 구축 비용이 동시에 발생한다. 완전 무인화 이전까지는 기존 운송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 안정성 검증과 함께 사고 대응 체계, 보험 구조 정비가 병행돼야 수익 모델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자율주행 화물차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둘러싼 기준은 여전히 정교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운전자, 차량 제조사, 시스템 운영자 간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자율주행차 유상 화물운송 첫 허가 사례가 나와 올해 자율주행 기술이 화물운송 분야에서 상용화를 위한 큰 도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여객 운송뿐만 아니라 화물운송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4-16 08: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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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앞당긴 무인화(無人化)의 역습
산업 현장의 비명, ‘대화’의 강요가 ‘절교’의 선택으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불과 사흘 만에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는 미증유의 대혼란에 직면했다. 하청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원청 기업 사장을 상대로 교섭과 면담을 요구하며 들이닥치는 진풍경은, 이제 우리 산업 현장이 생산의 공간이 아닌 소송과 대치의 전장(戰場)으로 변질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동계는 이를 ‘실질적 지배력’에 바탕을 둔 정당한 권리 행사라 강변하지만, 경영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업무 마비’라는 생존의 위협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과 효율성 제고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법체계는 원청 사장으로 하여금 본연의 경영 판단 대신, 수백 개 하청 업체의 노사 갈등을 조정하고 면담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만들고 있다. 책임은 무한대인데 권한은 모호한 이 모순된 상황에서 자본이 선택할 길은 자명하다. 바로 ‘사람 없는 공장’, 즉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노동력의 원천적 대체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우는 ‘기술적 숙청’의 트리거(Trigger)가 되고 있다는 점은 실로 뼈아픈 역설이다. AI와 로봇,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자본의 피난처 경제학의 기본 원칙은 비용과 리스크의 최소화다. 과거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국내 사업장 내부에서 노동력을 기계로 바꾸는 ‘인 테크노쇼어링(In-technoshoreing)’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노사 관계의 불확실성은 기업가들에게 인건비 상승보다 더 무서운 ‘예측 불가능한 경영 리스크’로 다가왔다. AI는 파업하지 않는다. 로봇은 원청 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집무실을 점거하지도, 복잡한 법적 해석을 따지지도 않는다. 고도의 연산 능력과 정밀한 물리 제어 능력을 갖춘 AI 로봇은 이제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물류, 조립, 심지어는 현장 관리 업무까지 침투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노동력 확보를 위한 채용 공고 대신,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알고리즘 설계와 로봇 하드웨어 도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달의 결과가 아니라, 경직된 노동법이 강요한 ‘생존형 탈출’에 가깝다. 공존(共存)인가, 구축(驅逐)인가: 뒤바뀐 노동의 가치 그렇다면 AI 노동력과 인간의 공존은 가능한가.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현재의 대립 구도 하에서는 공존보다는 ‘구축(Crowding out)’의 속도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인류의 고전 『도덕경』 제29장에는 ‘천하히기 불가위야(天下神器 不可爲也)’라는 구절이 있다. 세상은 신령한 기물이라 억지로 다스리려 하면 망친다는 뜻이다. 노동 시장이라는 유기적인 생태계를 법이라는 잣대로 억지로 옭아매려 할 때, 시장은 기술이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인간을 밀어내는 법이다. 상식적 수준에서 볼 때, 노동의 가치는 숙련도와 생산성에 비례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강제에 의해 원청의 책임만 비대해진 상황에서, 숙련된 인간 노동자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롭고 위험한 비용’으로 전락했다. 반면, AI는 도입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며 안정성을 제공한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역설적으로 기술 자본주의의 도래를 수십 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상생(相生)의 길은 법조문이 아닌 현장의 유연성에 있다 우리는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꿈꾸지만, 현재의 입법 폭주는 그 가교를 끊어버리고 있다. 진정한 노동 권익 보호는 기업이 지속 가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공장이 멈추고 사장이 사법 리스크에 매몰된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리는 존재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치권과 노동계는 냉철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는 이미 가속페달을 밟았다. 노란봉투법과 같은 징벌적 규제가 지속된다면, 미래의 노동 시장에는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류 경전의 가르침처럼, 만물은 조화 속에서 성장한다. 기업은 기술을 도입하되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술 인본주의'를 고민해야 하고, 노동계는 투쟁의 대상이 원청 사장이 아닌 '기술적 경쟁력' 확보여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 또한 규제를 통한 강제적 평등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노동 전환 교육과 유연한 노사 관계 구축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제조 및 산업 현장을 무인화의 광풍 속으로 밀어 넣는 독약이 될 우려가 크다. AI 노동력과의 건강한 공존을 원한다면, 우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에 부담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법이 시장의 순리를 거스르려 할 때, 시장은 반드시 인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응징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노사 갈등의 늪을 넘어 기술 진보와 인간 노동이 상생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극단적 입법 질주를 멈추고 '상식과 법치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2026-03-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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