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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에도 중동 리스크 여진 남아…건설현장 공사비 갈등 확산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한시적 휴전에 합의했지만 건설업계의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가와 환율 상승, 원자재 수급 불안이 누적된 상황에서 공사비 부담이 빠르게 확대된 가운데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주부터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중동발 리스크 대응에 착수했다. 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변동이 건설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레미콘 혼화제와 아스팔트, 페인트 등 주요 건설자재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공급 차질과 가격 변동 폭을 점검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이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됐다는 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2월 기준 13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3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인건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상이 누적된 데다 아직 반영되지 않은 중동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3월 건설공사비지수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해협이 부분적으로 개방된다면 해상 물류는 일부 정상화될 수 있으나 이미 상승한 유가와 운송비 부담이 단기간에 되돌려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 역시 건자재 전반의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자재 수급 문제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창호와 단열재, 방수재, 도료 등 마감 자재 공급 지연과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이 거론된다. 공정 후반부에 집중되는 자재인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준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사들은 현재 비축 물량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달 이후를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긴 했으나 종전까진 험로가 예상되고 수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에는 일정 차질과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공기 지연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공사비 상승은 개발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업황 회복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은 정비사업장 갈등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비용 관련 협상이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긴장도도 높아지는 흐름이다.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에서는 갈등이 이미 표면화됐다. 지난달 31일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증가율은 75%에 달한다. 공사기간 역시 34개월에서 44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가와 환율 상승, 자재 가격 인상, 운송비 증가 등을 근거로 전쟁에 따른 불가항력 사유를 인정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사업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대조1구역과 등촌1구역 등에서도 공사비 조정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공사비 인상은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직결된다. 조합으로서는 수용 여부를 두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낮아질 경우 분양가 인상 압력도 함께 커진다. 협상이 길어진다면 공사 중단까지 거론될 수 있고 검증과 착공, 입주 일정마저 밀릴 수 있다. 건설사 역시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사업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신규 사업 추진이 위축되거나 사업 재검토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휴전에도 불구하고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공급망 상황과 원자재 가격 흐름에 따라 비용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2026-04-09 08:34:22
중동 리스크에 흔들린 NCC…나프타 의존 한국 석화 구조 드러났다
[경제일보]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자 주요 화학업체들이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낮추는 등 생산 조정에 나서며 한국 석화 산업의 나프타 의존 구조 취약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10일 화학업계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나프타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평가기관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 23일 톤당 614달러에서 이달 4일 777달러까지 올라 열흘 만에 약 26% 급등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다. 원유 가격 상승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원료 비용 상승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잇달아 NCC 가동률을 낮추며 생산 조정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 공장의 NCC 가동률을 기존 80%에서 약 7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공장 역시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120만톤 규모 설비의 정기 보수 일정을 약 2주 앞당겨 4월 초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도 감산에 나섰다. 대산 공장(에틸렌 127만톤)은 지난 5일부터 가동률을 69%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낮춰 이번주 중 약 54%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여수 공장(208만톤) 역시 단계적 감산에 들어가 1호기와 3호기 가동률이 각각 64%, 73% 수준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대한유화 역시 온산 공장(에틸렌 90만톤)의 가동률을 기존 80%에서 7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원료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이어질 경우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프타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영향으로 쉽게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구조 한계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NCC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국제 유가와 중동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원료 구조 다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확대를 기반으로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에탄 크래커(ECC) 중심의 석유화학 생산 체계를 구축해 왔다. 에탄은 나프타보다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원가가 저렴해 미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역시 석탄을 원료로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석탄화학(CTO·MTO) 설비를 대거 확대하며 원료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석탄 자원을 활용해 에틸렌·올레핀 등을 생산할 수 있어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원료 가격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형성돼 있어 국제 유가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료 구조가 장기적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비용 경쟁력과 수익성 안정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프타 가격 상승이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원료 공급 안정성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나프타 가격 상승은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중동 지역 긴장으로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공급 경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상황이 단기간에 마무리된다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 기반 NCC 중심으로 설비가 구축돼 있는 구조"라며 "미국의 에탄 크래커(ECC)나 중국의 석탄화학처럼 원료 다변화가 이뤄진 국가들과 달리 국내 공장들은 대부분 오래전에 건설된 설비여서 단기간에 원료 구조를 바꾸거나 설비를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6-03-10 16: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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