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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 붕괴, 이것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경제일보] 1966년에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노쇠해 무너졌다면, 사람들은 세월 탓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소문 고가도로는 무너지기 7년 전에 이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도 콘크리트 탈락이 반복됐고, 사고 당일 새벽에는 구조물이 2.9cm 주저앉는 이상 징후까지 확인됐다. 그 모든 경고를 알면서도 사람을 현장 안으로 들여보낸 끝에 세 명이 죽었다. 이것을 하늘의 뜻이라 부를 수는 없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길이 335m의 구조물로, 2019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시설물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콘크리트 강도 저하와 철근 부식, 전 구간에 걸친 탈락 흔적이 확인됐다. D등급이란 즉각적인 사용 제한과 정밀 검토를 요하는 상태, 사실상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한다'는 행정적 선고다. 그런데 서울시가 선택한 것은 철거가 아니었다. 보수 공사와 통행차량 중량 제한이라는 차선책으로 버텼고, 그 사이 2021년 바닥판 탈락, 2024년 콘크리트 탈락과 보 강선 파손이 잇따랐다. 철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D등급 판정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25년 4월이었다. 구조물은 그 6년 동안 무너질 이유를 차곡차곡 쌓았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보고도 외면했다. 사고 당일의 경위는 인재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경의중앙선 열차가 고가 아래를 통과하는 탓에 철거 작업은 새벽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하루 세 시간으로 묶여 있었다. 사고 전날 새벽 그 시간대에 슬래브 절단 작업을 진행하던 중 구조물이 2.9cm 주저앉는 단차가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들은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대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2시간 후, 그들은 임시 보강재도 없이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를 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균열이 발생한 지점에 추가적인 지지 구조를 구축하지 않은 채 '긴급 안전진단'을 강행한 것이다. 무너질 가능성이 눈앞에 드러난 구조물 위에 사람을 올려보내는 것이 안전진단이라면, 그 진단의 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붕괴 1분 30초 전, 그 고가 아래로 열차가 지나갔다. 5분여 전에는 KTX도 통과했다. 수십 명을 태운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 직후 상판이 내려앉은 것이다. 이 몇 분의 격차를 '다행'이라는 말로 정리해 버리기에는, 우리가 그 행운에 기대온 세월이 너무 길다. 우연이 막아낸 대참사를 안전 관리의 성과로 착각하는 사회는, 다음번 우연을 기다리는 사회일 뿐이다. 경찰은 국과수·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 감식에 착수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단차 발생 후 보고 체계가 작동했는지, 현장 진입을 지시한 것이 누구인지, 그 결정이 어떤 근거 위에 내려졌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과, 이번 사고가 왜 인재인지를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32년이 흘렀다. 그 뒤로 이 나라는 건설 안전 제도를 수차례 개편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무거운 법률도 만들었다. 그런데도 2026년 서울 도심에서 D등급 구조물이 6년을 방치되고, 이상 징후를 앞에 두고 관계자들이 무방비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제도는 쌓였는데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32년 동안 고쳐온 것은 서류였지 현장의 문화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은 이름 없는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었다.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안전 체계의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인지, 잘못된 지시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멈춘다'는 선택지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 속에 있었는지 그것을 가리는 것은 수사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상 징후가 확인된 구조물 앞에서 작업을 멈추고 사람을 빼낼 수 있는 권한과 문화가 그 현장에 없었다는 것은, 세 사람의 죽음이 이미 답으로 내놓았다. 노후 구조물 D등급 이하 시설의 조속한 처리 기준을 법제화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현장 진입 기준을 명문화하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다. 그보다 더 절박한 것은, 현장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 아무 눈치 없이 작업을 세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 결단이 허용되지 않는 한, 어떤 법률도 어떤 감리 체계도 사람의 목숨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 서소문 고가는 60년의 무게에 짓눌렸지만, 세 사람을 그 아래로 들여보낸 결정은 사람이 내렸다.
2026-05-28 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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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위드, 제로트러스트 지속 인증 솔루션 '한컴 엑스씨오스' 출시
[경제일보] 한컴위드가 제로트러스트 보안 환경에 대응하는 지속 인증 솔루션 ‘한컴 엑스씨오스(Hancom xCAuth)’를 출시했다. 로그인 시점에 한 번만 사용자를 확인하는 기존 인증 방식에서 벗어나, 접속 이후 세션 전 과정에서 사용자 행위와 장치,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신뢰도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컴위드는 26일 사용자, 장치, 환경, 세션 정보를 AI 기반으로 분석해 위험도를 판단하는 지속 인증 솔루션 한컴 엑스씨오스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 솔루션은 실내외 위치와 주변 환경 같은 물리적 맥락, 기기·네트워크·블루투스 등 디바이스 정보, 키스트로크 패턴·터치 제스처·안면 등 행위 및 생체 정보를 종합해 신뢰 지표를 정량화한다. 출시 배경에는 공공·금융 보안 체계 전환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IT 시스템 전수점검, 정부 조사 권한 강화, 정보보호 등급제, 최고경영자 책임 강화 등을 제시했다.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공동 수립한 대책으로, 보안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방향도 담겼다. 공공부문에서는 기존 물리적 망분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보안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국가 망 보안체계(N2SF)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N2SF는 정보시스템을 기밀(Classified), 민감(Sensitive), 공개(Open) 등급으로 나눠 보안 통제를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식 가이드라인에서는 보안 통제 항목이 확대되고 생성형 AI, 외부 클라우드, 무선랜 등 활용 모델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 엑스씨오스는 이 같은 제로트러스트와 N2SF 흐름에 맞춰 설계됐다. 제로트러스트는 ‘신뢰하지 말고 항상 검증하라’는 원칙에 기반해 사용자와 단말,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접근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보안 모델이다. 특히 공공·금융 분야는 설치형 보안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인증과 접근통제 수준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컴 엑스씨오스의 차별점은 ‘지속적 신뢰 검증’이다. 사용자가 로그인한 뒤에도 AI가 환경 변화와 이상 패턴을 계속 평가한다.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동적 보안 정책에 따라 추가 인증을 요구하는 적응형 다중인증(MFA)을 적용한다. 반대로 위험도가 낮은 정상 사용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반복 인증을 줄여 이용자 불편을 낮춘다. 민감한 생체 정보와 행위 데이터 보호를 위해 온디바이스 AI도 적용했다. 데이터 수집과 학습, 평가 과정을 사용자 단말에서 처리해 외부 전송에 따른 유출 위험을 줄이고 운영 비용 부담도 낮췄다는 설명이다. 한컴위드는 2026년 제로트러스트 도입 시범사업에도 참여한다. 회사는 ‘고위험 글로벌 업무 환경의 보안성 확보를 위한 SASE 기반 제로트러스트 모델’의 한 축으로 지속 인증 기술을 지원하고, 수요기업인 하나투어의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할 계획이다. 보안 포트폴리오도 AI 인증을 넘어 양자보안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컴위드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표준 양자내성암호(PQC) 알고리즘을 포함한 암호모듈 검증을 통과했으며, 데이터 암호 제품군에 PQC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연내 저사양 임베디드용 경량 암호모듈과 무설치 방식의 웹 구간 암호 솔루션으로 적용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기술이다. 한컴위드는 지난해부터 PQC 기반 암호모듈과 관련 제품군을 고도화해왔고, 국방 분야에서도 임베디드용 경량화 양자내성암호 모듈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제품 출시는 한컴위드가 AI 인증과 양자보안을 차세대 보안 인프라의 두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여행·제조·국방 등 외부 접속과 원격 업무가 많은 산업에서는 사용자가 ‘한 번 인증된 사람’인지보다 ‘지금도 정상적인 사용자’인지 확인하는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는 “많은 고객이 제로트러스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구현 방식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컴 엑스씨오스는 사용자, 장치, 환경, 세션을 하나의 인증 흐름으로 연결하고 지속적인 위험도 평가를 실제 인증 집행으로 이어주는 제로트러스트 인증 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에 이어 양자가 새로운 보안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AI 인증과 양자보안을 양대 축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보안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2026-05-26 10: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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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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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일베 폐쇄·징벌배상 검토 필요"…혐오표현 규제 공론화 예고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와 같은 사이트의 폐쇄·과징금 부과까지 포함한 제도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조롱성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직후다. 이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에 “‘봉하마을서 일베 손가락질 사진 찍어’…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징벌배상 및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베처럼 조롱·모욕으로 사회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며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라고 적었다. 논란은 전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불거졌다.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는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조롱성 행동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조 변호사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혐오표현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는 일베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특정 손가락 모양으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이들의 실제 소속이나 조직적 동원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민주화운동과 사회적 참사, 정치적 추모 공간을 겨냥한 조롱성 표현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역사적 아픔을 상업적 이벤트 소재로 삼은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에는 특정 기업 마케팅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 문제로 논의가 확장됐다. 단순 게시물 작성자 처벌을 넘어, 조롱·혐오 표현을 반복적으로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 자체에 과징금, 징벌배상, 폐쇄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하자는 취지다. 쟁점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경계다. 현행법은 명예훼손, 모욕, 불법정보 유통 등 개별 조항을 통해 일부 표현을 규제하지만 혐오표현 전반을 직접 포괄하는 일반법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법학계에서도 혐오표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견해가 오랫동안 맞서왔다. 일베 폐쇄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13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시물이 확산되며 사이트 폐쇄론이 제기됐고, 당시에도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충돌했다. 2018년에도 일베 폐쇄 국민청원에 23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청와대가 폐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사이트 폐쇄나 접속 차단은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불법정보에 대한 차단은 현행 제도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만, 특정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도화가 추진된다면 반복성, 고의성, 피해의 중대성, 운영자의 방치·조장 여부, 사법적 통제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 그럼에도 추모 공간을 찾아가 고인을 조롱하고 이를 온라인 인증 문화로 소비하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풍자와 비판은 보호돼야 하지만, 특정 개인의 죽음이나 민주화운동 희생자, 사회적 참사를 조롱하는 행위가 공동체의 기본 질서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발언은 혐오표현 규제 논의를 다시 정치권의 전면 의제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국무회의 차원의 검토를 시작하면 법무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심위,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관련 제도와 해외 사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혐오표현과 사회적 갈등 조장에 대한 책임 강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정부의 표현 규제 권한 확대를 우려할 수 있다. 핵심은 ‘무엇을 막을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과 절차로 제한할 것인가’다. 혐오와 조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정당하더라도, 규제 기준이 모호하면 정치적 비판이나 풍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엄격한 조건”이 실제 제도 설계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향후 논의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2026-05-24 09: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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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남 결혼식도 접고 백악관 복귀…이란 공습 카드 또 꺼내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참석과 메모리얼 데이 연휴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기로 하면서 워싱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협상과 군사 압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벼랑 끝 전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남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관련된 사정”과 “미국에 대한 사랑”을 이유로 들며 “이 중요한 시기에 워싱턴DC 백악관에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뉴욕 일정 이후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연휴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백악관 복귀로 일정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S뉴스와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한 새로운 군사공격을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매체 모두 공습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 회의를 소집했으며, 협상에서 막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워싱턴의 기류는 ‘공습 결정’보다 ‘공습 가능성을 전제로 한 압박’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백악관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유지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BS뉴스는 미국 군·정보 당국자들이 메모리얼 데이 연휴 일정을 취소하고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외교 협상 결렬 시 군사옵션을 즉각 집행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일정 변경 때문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 문제에서 협상과 압박을 번갈아 쓰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번에도 백악관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협상장에서는 최종 제안을 제시하고, 군사적으로는 공습 재개 가능성을 흘리며,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자신이 백악관에 남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장기간 우라늄 농축 중단, 농축 우라늄 반출, 주요 핵시설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상 권리를 내세우며 농축 권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도 협상의 뇌관이다. 가디언은 이란이 해협 통행 관리와 통행료 부과 구상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곳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동 안보 문제는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인플레이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막판 중재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 협상팀이 22일 테헤란에 도착해 미국과 조율하며 합의 도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중동 분쟁에서 여러 차례 중재자 역할을 해온 국가다. 이번에도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이란 간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전면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핵보유국이자, 미국과도 군사·외교 채널을 유지해온 국가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파키스탄 역시 안보·경제적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중재가 곧 타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전쟁 중단,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일정한 권한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해체와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 협상은 ‘타결 직전’이라기보다 ‘충돌 직전의 지연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실제 공습에 나설 경우 파장은 작지 않다. 우선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겨냥한 제한적 타격이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군 기지 △이스라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해상 수송로를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경우 전장은 급속히 넓어질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국제유가와 LNG 가격을 자극하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의 물가와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먼 나라의 군사뉴스가 아니다. 중동발 유가 상승은 원유·가스 수입 비용을 밀어 올리고 이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거쳐 기업 비용과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현실화하면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잉 해석이다.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이 군사행동을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지, 공습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취소와 백악관 복귀는 분명한 정치·외교적 신호지만 동시에 협상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연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6-05-23 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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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노무현 서거 17주기 추모…"노무현 정신 계승" 한목소리
[경제일보] 여야 정치권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한목소리로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주권과 개혁, 균형발전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통합과 상생, 민생 협치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과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엄수된다. 올해 추도식 슬로건은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다. 노무현재단은 민주주의가 광장의 함성에서 깨어나지만 삶의 터전인 마을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정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광역지자체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박일웅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참석한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노무현 정신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늘 그리운 이름,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추모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우리가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대한민국과 국민 앞에 남긴 유산과 정신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말했던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력을 행사하고 참여하며 함께 책임지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도 노무현 정신의 계승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사람 사는 세상, 소신 있는 개혁, 국토 균형 성장, 지역과 정파를 초월한 합리적 통합 등 모든 국정 방향이 노무현 정신의 완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추모 메시지를 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국민은 고인이 한국 정치에 남긴 깊은 족적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공보단장은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었던 고인의 통합과 상생의 정신은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무거운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정으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길은 고인이 그토록 염원했던 민생을 위한 협치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요즘 제 화두”라며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논평을 통해 “국민이 노 전 대통령을 지금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정견을 넘어 국민과 국익을 그 무엇보다 우선했던 결단과 소신 때문일 것”이라며 “‘사람 사는 세상’은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기본소득이라는 제도적 설계로 완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는 추도식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22일부터 봉하마을 일대가 노란색 추모 물결로 채워졌고,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이날 한목소리로 노무현 정신을 언급했지만, 각 당이 강조한 지점은 달랐다. 민주당은 국민 주권과 개혁,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고 국민의힘은 통합과 상생, 민생 협치를 앞세웠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은 각각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와 복지국가적 제도 설계를 노무현 정신의 현재적 과제로 제시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추모 메시지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참여민주주의와 지역주의 극복, 균형발전의 과제가 여전히 현재 정치의 핵심 의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추모의 언어를 넘어 실제 정치 현장에서 협치와 통합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노무현 정신 계승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26-05-23 14: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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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도' 박수현 vs '위대한 충남' 김태흠…천안·아산 막판 승부처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가 막판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선거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를 안정적으로 앞서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기점으로 두 후보 간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집권 여당 후보의 ‘정권 연결성’과 현직 도지사의 ‘검증된 추진력’이 정면충돌하며 충남의 표심은 다시 예측 불허의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요동치는 여론조사…박수현 우위에서 ‘초접전’ 양상으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판세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뉴스핌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뉴스핌 의뢰, 리얼미터 조사, 2026년 5월 18~19일, 충청남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6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활용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8.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43.9%, 박 후보는 4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0.4%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다. KBS대전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대전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16~20일, 충청남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 대상, 면접원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20.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확인됐다. 박 후보가 41.0%, 김 후보가 37.0%를 기록하며 불과 3주 전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격차가 4%포인트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선거 초반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이다. TJB가 조원씨앤아이·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했던 여론조사(TJB 의뢰, 조원씨앤아이·리서치앤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18~19일, 충청남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3명 대상, 응답률 14.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박 후보(42.2%)가 김 후보(29.5%)를 12.7%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선 바 있다. 당시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 기준으로 ‘지역 발전’(33.6%)과 ‘정책 및 공약’(24.2%)을 가장 많이 꼽아 정당보다는 지역 현안 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집권 여당의 힘 ‘박수현’ vs 검증된 현직 ‘김태흠’ 박 후보는 자신을 ‘집권 여당과 통하는 도지사’로 규정하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민생 회복 및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충남에 안착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핵심 목표다. 그는 홍성·예산의 행정중심 기능 강화, 중남부권 균형발전, 그리고 충남에서 창출된 부를 도민의 소득으로 환원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한다. 특히 박 후보는 ‘AI 수도 충남’이라는 정책 구호를 내세워 의료·교육·문화는 물론 농수산업까지 전 분야의 공공서비스를 AI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천안·아산(반도체·모빌리티)부터 청양(AI 첨단농업)까지 지역별 특화 산업을 묶어 균형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김 후보는 ‘성과를 아는 현직 도지사’임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일꾼을 뽑는 선거”로 명명하며, 지난 4년간 다져온 ‘힘쎈충남’의 밑그림을 완성하겠다고 호소한다. 동시에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방권력 균형론을 내세워 보수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후보의 대표 브랜드는 ‘위대한 충남’이다. 그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충남·대전 통합,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충남을 수도권과 경쟁하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천안·아산권에는 돔 아레나와 트램 등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을 약속했다. 최대 쟁점 ‘행정통합’…승패 가를 3대 승부처는 두 후보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지점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이다. TV 토론에서 김 후보는 “박 후보가 과거에는 행정통합에 부정적이다가 입장을 바꿨다”고 공세를 폈고, 박 후보는 “정부와 여당이 재정 및 권한 이양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조건이 달라졌다”고 반박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막판 선거 판세를 좌우할 핵심 승부처는 ‘천안‧아산 표심’, ‘세대별 투표율’, ‘지역 간 교차 표심’ 등으로로 요약된다. 우선 천안·아산은 충남 최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두 후보 모두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후보는 돔 아레나와 트램 등 ‘생활권 확장 및 문화 인프라’, 박 후보는 이 지역을 ‘국가 산업 재편과 연계된 AI·첨단산업 축’으로 내세웠다. 앞선 뉴스핌 여론조사에서 천안은 김 후보(45.0%)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아산·당진에서는 박 후보(47.1%)가 우위를 점했다. 연령대에 따라 두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명확히 갈린다. 김 후보는 18~29세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 박 후보는 40·50대 중년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박 후보가 우세한 반면, 투표 의향층 전체에서는 김 후보가 앞서 실제 투표장에 어느 세대가 더 많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박 후보는 공주·부여·청양 등 중남부권을 텃밭으로 삼고 있고, 김 후보는 보령·서천 등 서해안권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결국 박 후보의 승부수는 ‘정권과 통하는 변화’이고, 김 후보의 승부수는 ‘해본 사람이 완성한다’는 안정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충남은 전통적으로 정당 구도만으로 판세를 예단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충남도지사 선거의 최종 결과는 어느 후보가 천안·아산의 생활권 표심, 중남부권의 균형발전 열망, 서해안권의 산업·교통 요구를 더 설득력 있게 엮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2026-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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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당한 국민통합위원장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경제일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경고성 이메일을 받았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국정과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한다”는 표현이 쓰였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부총리급 위원장에게 실무 행정관이 이런 문구를 보낸 것은 공직사회 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경위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 보고와 국정과제 자료 제출은 중요하다. 그러나 행정에도 절차와 품격이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국민통합위와 본인의 행보에 불필요하게 관여하고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행정관 개인의 과잉인지, 윗선의 기류가 반영된 것인지는 확인돼야 한다. 다만 사실이라면 출범 1년을 앞둔 이재명 정부의 공직 기강과 참모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 성향 인사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진영에 합류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 편만의 정부’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까지 듣겠다는 상징적 인사였다. 국민통합은 비슷한 사람끼리 악수하는 행사가 아니다. 불편한 사람의 말을 제도 안으로 들이는 일이다. 그런 이 위원장이 여권의 정책 추진 방식에 쓴소리를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법 왜곡죄와 사법개혁 3법 추진 방식에 대해 위헌 소지와 숙의 부족을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 자문회의·위원회 간담회에서도 “집단사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토론과 반대 의견 개진 없이 내려진 결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귀에 거슬릴 수 있지만 정권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다. 어느 정부든 지지율이 높고 선거 승리가 예상될 때 가장 위험하다. 국정 동력은 강해지지만 내부 견제는 약해진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생각을 앞질러 읽고, 관료들은 반론보다 순응을 택한다. 여당은 속도를 미덕으로 삼고, 반대 의견은 개혁의 발목 잡기로 몰기 쉽다. 그러나 숙의 없는 속도는 개혁이 아니라 독주가 될 수 있다. 국민통합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대통령이 놓칠 수 있는 민심, 여당이 외면하는 반론, 관료사회가 말하지 못하는 위험을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복하는 기관이라면 국민통합위원회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통합의 본질은 동원과 일사불란이 아니라 조정과 경청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보수 인사를 장식품처럼 써서는 안 된다. 통합의 상징으로 영입했다가 막상 불편한 말을 하면 거리를 두는 방식은 곤란하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박수치는 참모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판단이 빗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번 이메일 논란은 단순한 말투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자문기구를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하급 집행기관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공직사회에서 절차와 예우는 행정 질서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권한은 쉽게 오만으로 흐른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서로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겉으로 같아 보여도 속으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통합은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상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의 규칙 안에서 조화를 찾는 과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메일 작성 경위와 지시 라인, 국민통합위와의 소통 과정에 부당한 압박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한 문구 실수라면 사과와 재발 방지로 바로잡아야 하고,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면 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자문기구의 독립성과 직언 기능도 보장해야 한다. 국민통합은 선거 때 필요한 수사가 아니다. 나라를 운영할 때는 지지층의 열광보다 반대편의 우려를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석연 위원장의 고언은 여권에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통합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모두의 정부가 되려 한다면 지금 귀 기울여야 할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경고다.
2026-05-22 0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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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 AI, N2SF 등급 분류 대응 'FDR' 업데이트 출시
[경제일보] 파수 AI가 국가 망 보안체계(N2SF) 전환에 대응하는 데이터 식별·분류 솔루션을 고도화했다. 공공기관이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중요도와 민감도를 먼저 식별하고 등급별 보안 정책을 적용해야 하는 만큼, 데이터 분류 자동화가 공공 보안 시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수 AI는 데이터 식별·분류 솔루션 ‘파수 데이터 레이더(Fasoo Data Radar, FDR)’의 신규 업데이트 버전을 출시하고 공공기관의 N2SF 전환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N2SF는 기존 공공부문 망분리 정책을 보완·전환하기 위해 추진되는 새로운 보안 프레임워크다. AI와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시스템을 중요도·민감도에 따라 기밀(Classified), 민감(Sensitive), 공개(Open) 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별로 차등화된 보안대책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파수는 지난해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 대상 국가 망 보안체계 시범 실증’에 참여해 N2SF의 데이터 식별·분류·통제 부문을 맡은 바 있다. 이번 FDR 업데이트는 N2SF 전환의 출발점인 데이터 식별과 등급 분류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FDR은 윈도, 맥, 파일서버 등 다양한 저장소에 흩어진 데이터를 파악하고 민감정보 포함 여부를 자동으로 탐지·분류하는 솔루션이다. 이후 분류 결과에 따라 암호화, 레이블링, 격리, 권한 회수, 파기 등 후속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 새 버전에는 OCR 기능이 추가됐다. 일반 이미지 파일이나 문서 안에 삽입된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추출해 민감정보 포함 여부를 검사한다. 기존 텍스트 기반 탐지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스캔본, 캡처 이미지, 이미지형 PDF 등에 포함된 개인정보와 민감정보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서 작업 중 등급 인식을 돕는 기능도 강화됐다. 한글, MS 오피스, PDF 등 주요 문서 작업 환경에서 기밀·민감·공개 분류 라벨을 화면에 지속적으로 표시해 사용자가 해당 문서의 보안 등급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기관 업무 환경에서는 문서 작성·검토·공유 단계마다 등급 인식이 필요한 만큼, 사용자 실수로 인한 자료 유출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AI 기반 문맥 분석 기능도 더했다. FDR은 파수 AI의 AI 기반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AI-R Privacy’와 연동해 복잡한 문장 속 개인정보를 탐지하고 마스킹할 수 있다. 단순 키워드나 정규식 기반 탐지를 넘어 자연어처리와 딥러닝 기술로 문맥을 해석해 민감정보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번 업데이트는 공공기관의 N2SF 전환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망분리 체계에서는 내부망과 외부망의 물리적·논리적 분리가 보안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공 업무에 활용하려면 모든 데이터를 같은 방식으로 막는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데이터가 기밀이고, 어떤 데이터가 민감하며, 어떤 데이터는 공개 가능한지를 먼저 구분해야 AI 활용과 보안 통제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다. 특히 초거대 AI 기반 행정서비스가 확산되면 데이터 분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AI 모델에 입력되는 문서와 데이터셋에 개인정보, 내부 정책 문건, 보안 정보가 섞여 있을 경우 유출이나 오남용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N2SF가 데이터 등급 분류를 전제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 시범 실증 사업 역시 공공부문에 적합한 AI 보안 적용 모델과 확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업계에서는 N2SF 전환 과정에서 데이터 보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이 AI와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면 데이터 발견, 분류, 권한 관리, 암호화, 반출 통제, 로그 추적, 개인정보 마스킹까지 전 주기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데이터 식별·분류는 모든 보안 정책의 출발점이다. 분류가 부정확하면 과도한 차단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민감정보가 낮은 등급으로 처리돼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파수 AI는 FDR 외에도 데이터 보안 솔루션 ‘파수 엔터프라이즈 DRM(Fasoo Enterprise DRM, FED)’과 AI 활용을 위한 민감정보 관리 솔루션 ‘AI-R DLP’ 등을 통해 N2SF 대응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등급을 식별한 뒤 문서 암호화와 접근권한 통제, AI 입력 데이터 차단·마스킹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관건은 실제 공공기관 업무 환경에서의 적용성과 정확도다. 공공기관 데이터는 문서 형식이 다양하고 오래된 스캔본이나 이미지형 자료, 비정형 문서가 많다. OCR과 AI 문맥 분석 기능이 현장 데이터에서 얼마나 높은 탐지율과 낮은 오탐률을 보이느냐가 솔루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또 N2SF 전환이 공공기관 전체로 확산되면 보안 등급 분류 기준의 표준화도 중요해진다. 기관마다 다른 방식으로 기밀·민감·공개 등급을 적용하면 시스템 연계와 클라우드 활용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데이터 분류 솔루션은 기술 기능뿐 아니라 정부 보안 기준과 기관별 업무 특성을 반영한 정책 설계 역량까지 요구받게 된다. 고동현 파수 AI 상무는 “파수 AI는 FDR 외에도 FED와 AI-R DLP 등 N2SF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N2SF의 시작이 등급 분류인 만큼 FDR을 통해 공공기관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FDR 업데이트는 공공 AI 확산 국면에서 보안의 무게중심이 ‘망을 나누는 방식’에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와 클라우드 활용이 공공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전제는 데이터가 어디에 있고 어떤 등급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파수 AI가 N2SF 전환 시장에서 데이터 분류·통제 솔루션을 앞세워 공공 보안 수요를 얼마나 확보할지 주목된다.
2026-05-20 16:3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