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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조 원의 국민연금 대체투자, 이젠 수익보다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가 248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펀드,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외형의 성장에 걸맞은 책임과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기금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회사의 투자자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민이 평생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적 자산이며, 노후를 지탱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목표는 단순한 수익률 경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정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함께 구현될 때 비로소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가 완성된다. 단기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외면하는 투자는 공적 연기금이 지향해야 할 길이 아니다. 문제는 대체투자의 특성상 투자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사모펀드와 해외 인프라, 부동산 투자 등은 계약 내용과 투자 대상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특성은 투자 판단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감시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사후 관리가 미흡할 경우 공적 기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이나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익만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ESG를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장기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노동권 보호, 건전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이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결국 책임 투자는 수익성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인 셈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제 대체투자 분야에 특화된 ESG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사후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민간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에도 ESG 이행 실적과 내부 통제 수준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운용사의 수익률뿐 아니라 책임투자 역량까지 평가하는 체계가 정착될 때 시장 전체의 건전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투자 기밀을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대체투자의 ESG 위험과 관리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적 기금일수록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투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248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와 미래 세대의 삶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연기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규모보다 신뢰가 먼저다. 공공성을 잃은 수익은 오래가지 못하며, 책임 없는 투자는 결국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온다. 국민연금과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대체투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투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며, 공적 연기금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6-07-09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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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전북 금융타운 개소…국민연금 연계 자산운용 거점 조성
[경제일보] KB금융그룹이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 특화 금융거점을 마련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자산운용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 주민과 기업을 위한 종합금융서비스, 창업 지원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전북 KB금융타운'에서 개소식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개소식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조지훈 전주시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북 KB금융타운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구축하고 청년과 중소기업,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 금융거점으로 조성됐다. KB금융타운에는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한다. 이들 계열사는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자산운용 업무를 지원하고 지역 내 금융서비스 확대와 기업 성장 지원을 추진한다. 이번 개소로 전북혁신도시에는 현지 채용 인력 약 150명을 포함해 약 350명의 KB금융그룹 직원이 상주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자산운용 중심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해 KB자산운용 전주사무소와 KB증권 전주 CIB센터를 운영한다. 지역 주민과 기업을 위한 은행·증권 복합점포, 시니어 특화 금융 상담을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도 마련했다. 서민·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KB희망금융센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비대면 자산관리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과 기업이 자산관리, 투자, 채무조정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 지원도 강화한다. KB금융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KB 이노베이션 HUB'를 중심으로 계열사 협업과 투자 연계를 확대하고,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북의 강점인 기후·에너지·농생명 분야와 연계한 기후테크 벤처기업 육성 펀드에도 신규 투자한다. 탄소저감과 재생에너지, 스마트농업 등 유망 기업의 지역 내 창업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컨설팅 △금융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 사업도 이어간다. 국민은행은 오는 9일까지 현대백화점,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NPS X KB금융타운 오픈스토어'를 운영하고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와 경영 컨설팅을 지원한다. 미래 금융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도 확대한다. KB금융공익재단 전문강사와 국민연금공단 강사진이 함께 초·중·고 경제금융교육을 운영하고 'NPS 오픈캠퍼스' 연계 우수 학생 장학금 지원도 추진한다. 양 회장은 "전북 KB금융타운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금융과 산업,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청년과 중소기업, 혁신기업이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금융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8 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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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증시, 천수답 시장을 끝내야 한다
[경제일보] 비가 오면 살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천수답의 운명이다. 지금 한국 증시가 그렇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져도, 외국인 수급과 미국 기술주 흐름, 환율과 금리, 지정학 리스크가 흔들리면 시장은 하루아침에 출렁인다. 오를 때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처럼 달리지만 빠질 때는 안전벨트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추락한다. 최근 코스피 장세는 그 단면을 숫자로 보여줬다.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 9.99% 급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의 충격이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4일 시장은 다시 급반등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52.95포인트, 1.86% 오른 8356.79로 출발했다. 며칠 전에는 9000선을 넘보던 지수가 하루 만에 8200선으로 밀리고 다시 하루 만에 반등을 시도하는 장세가 반복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승장인지, 조정장인지, 거품 붕괴의 전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더 불안한 것은 지수의 반등에도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24일 94.81까지 치솟았다. 장중에는 97선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가는 올랐는데 공포지수도 함께 오른 셈이다. 이는 시장이 단순히 ‘싸졌으니 사자’는 반등 국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안고 있었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빠지는 수급 구조,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산업 쏠림, 상승장마다 반복되는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시장의 흔들림을 키웠다. 증시가 경제 전체의 체온계가 아니라 특정 산업과 외국인 매매의 체온계처럼 움직인다면 충격 흡수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시장은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와 환율, 기업 실적과 정책 신뢰, 투자 심리와 국제 정세가 얽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미국 반도체주가 흔들리면 한국 지수도 흔들리고 달러가 강해지면 외국인 이탈을 걱정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유가와 환율이 먼저 반응하고, 미국 금리 전망이 바뀌면 국내 성장주와 기술주가 흔들린다. 외부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격을 흡수할 둑과 저수지가 없다면 매번 위기는 반복된다. 천수답 시장에서 벗어나려면 국내 장기자금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단기 매매의 보조자가 아니라 시장의 하방을 받치는 축이 돼야 한다. 한국 가계 자산은 여전히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노후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안정적으로 흘러 들어가고 배당과 성장의 과실을 장기적으로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라는 빗물만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투자자가 기업 이익의 주인으로 대우받는다는 확신이 약했기 때문이다. 배당은 들쑥날쑥했고 자사주 매입은 소각보다 주가 방어용 이벤트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장이 믿는 것은 말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이다. 벌면 나누고, 투자하면 설명하고, 실패하면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산업 저변도 넓혀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심장이지만 심장만으로 몸 전체가 건강해질 수는 없다. 바이오, 방산, 조선, 전력기기, 로봇, 콘텐츠, 금융, 친환경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코스닥도 단기 테마장이 아니라 혁신기업의 성장판이 돼야 한다. 지수 상승의 과실이 소수 대형주에 머물면 시장은 넓어지지 않고 넓지 않은 시장은 충격에도 약하다. 레버리지 투자 관리도 필요하다. 빚을 낸 투자와 고위험 ETF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하락장에서 매도 압력은 증폭된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키우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급락장에서는 시장 전체를 흔드는 화약고가 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자유를 존중하되 위험 설명, 증거금 관리, 고위험 상품 판매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증권사도 거래대금 확대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고객이 오래 살아남아야 시장도 오래 간다. 제도 인프라도 선진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실패는 한국 시장이 아직 글로벌 투자자에게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접근하기 쉬운 시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환시장 접근성, 영문 공시, 배당 절차, 공매도와 결제 인프라를 국제 기준에 맞춰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제도는 도입보다 작동이 중요하다. 변동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시장은 본래 흔들린다. 그러나 좋은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 시장이 아니라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시장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물길이 있고, 가뭄이 와도 저수지가 있으며, 홍수가 나도 배수로가 있는 논이 좋은 논이다. 한국 증시도 이제 비를 기다리는 시장에서 물길을 만드는 시장으로 가야 한다. 외국인 자금이라는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국내 장기자금이라는 저수지를 만들고 기업 신뢰라는 수로를 놓고 제도 안정성이라는 둑을 쌓아야 한다. 그것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길이다.
2026-06-25 15: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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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0주 배정'…비난보다 해외주관사 결정 구조 살펴봐야
[경제일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 배정이 한 주도 이뤄지지 않은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앞세워 투자자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최종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에게 배정 가능성과 미배정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경영진 발언이나 영업 현장 안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줬는지 여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특정 증권사의 홍보 실패나 내부통제 문제로만 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글로벌 초대형 IPO에서 최종 배정 권한이 국내 증권사에 있지 않았고 한국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을 국내 증권사가 마음대로 물량을 확보했다가 나눠주지 않은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며 “최종 배정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 한국 물량이 왜 제외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한국 물량 제외 배경 불투명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글로벌 IPO 배정 구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에 있었다. 당초 국내 투자자에게 일정 물량이 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상장 직전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은 ‘0주’로 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과에 따라 물량이 변동되거나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가 최종 물량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IPO, 특히 스페이스X처럼 세계적 관심이 몰리는 초대형 딜에서는 △국가별 배정 △기관투자자 선호 △규제 환경 △판매 방식 △주관사의 전략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가 인수단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물량 확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결과적으로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배정 실패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배정 결정을 내린 해외 대표주관사의 판단 배경도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만 검사와 비판의 전면에 세우면 논의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과 ‘확약’은 달라…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 규모 물량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지가 쟁점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망과 확약은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수단 참여와 사전 협의 상황을 근거로 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최종 물량을 보장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예상과 전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최종 결과가 빗나갔다고 해서 과거 발언을 곧바로 허위·과장 홍보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회사가 ‘가능성’을 설명할 때 투자자는 이를 ‘확정에 가까운 기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글로벌 배정 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국내 판매사가 투자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별도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존 투자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행위를 곧바로 이해상충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을 따지려면 그래서 미래에셋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스페이스X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과 IPO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정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모든 이전 판단을 이해상충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사만 때리면 글로벌 딜 참여 위축 우려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딜 참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IPO 참여 실패가 곧바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사후적 책임론으로만 귀결되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초대형 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판매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함께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고 미국 현지 기관투자자 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KIC 등과 함께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약 270만주 규모를 배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향후 챗GPT 개발사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대형 해외 IPO 참여를 허용했던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IPO 시장은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국내에 나눠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국내 금융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딜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국내에서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반복되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투자자 보호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해외 IPO 투자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미배정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환전 비용 등 부대 비용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배정 가능성과 확정 물량을 명확히 구분해 표시하고,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에 따른 미배정 위험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IPO 인수단에 참여할 경우 대표주관사와 국내 판매사 간 책임 범위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해법은 정교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전 설명과 투자자 보호 조치는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최종 배정 권한을 행사한 해외 대표주관사의 불투명한 결정 구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만 때리는 결론으로 끝나면 투자자 보호도, 자본시장 선진화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23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23 09: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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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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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정면충돌,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경제일보] 정년 65세 논의가 다시 국회와 노사정의 의제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7년 65세에 이르게 하는 방안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의 간극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반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을 떠난 뒤 연금이 나오기까지 5년을 견뎌야 하는 세대가 생겼다는 뜻이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우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지원, 부모 부양을 거친 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에게 60세 이후의 소득 단절은 생활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기존 일자리의 혜택을 더 누리려는 집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생산현장과 기술직, 영업과 관리 업무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강과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나이만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한계에 닿고 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은 노후소득 보장과 인력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청년층이 바라보는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안정된 일자리의 채용문은 좁아졌다. 공개채용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은 늘었다. 학업을 마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취업준비와 단기 일자리를 오가는 청년도 많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7.2%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의 취업 순서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세대 갈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는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사업장과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인건비와 정원을 조정할 때 해고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에게 채용 감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결론도 현실성이 없다. 업종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 적응력이 결합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숙련 인력의 계속고용이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의무고용과 임금 조정을 병행한 경우에는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조건 아래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년 65세를 추진하려면 청년 채용을 함께 보장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별 청년 신규채용 계획을 노사 협의에 담고, 그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세제와 재정 지원도 청년 채용 유지, 직무훈련 확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정년은 연장됐는데 청년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연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 맡은 일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로 옮겨 가야 한다. 고령 근로자에게는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 현장 교육처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청년에게는 새 업무와 승진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같은 처방을 들이밀 수 없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획일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 조기퇴직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과 직무 전환 비용을 지원하되, 청년 채용과 숙련 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이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과도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2037년 65세라는 장기 목표만 내세우고 그 사이 60세 정년을 맞는 세대의 소득 공백을 외면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정년 상향 속도와 재고용 의무 시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5년의 소득 공백을 떠안고, 누군가는 그 부담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고, 고령층에게 일터를 비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한 세대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법률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청년의 첫 일자리 기회를 지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직무 체계를 만드는 일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논쟁의 기준은 퇴직 연령을 몇 살로 높였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도 청년의 출발선이 더 뒤로 밀리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춘 합의라야 세대 갈등을 줄이는 제도 개편으로 남을 수 있다.
2026-06-22 09: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