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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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감익, 기아·KG모빌리티 선방…완성차 2분기 실적 엇갈리나
[경제일보] 국내 완성차 3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관세와 판매 인센티브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아는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KG모빌리티는 신차와 수출 확대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0조1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은 3조2922억원으로 8.59%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3조2417억원으로 0.2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증가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분기 기준 처음으로 매출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반면 수익성은 1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한 미국 자동차 관세 부담이 2분기에도 이어지면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관세 부담 일부를 자체 흡수한 데다 미국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판매 인센티브 확대가 수익성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의 2분기 매출액은 31조89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조7841억원으로 0.7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이익도 2조3055억원으로 1.6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아는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판매 호조와 레저용 차량(RV),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차종 판매 비중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미국 관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제품 믹스 개선과 원가 절감, 환율 효과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한 것으로 증권가는 평가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완성차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매출액은 1조2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97.1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당기순이익은 204억원으로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은 신차 효과와 수출 확대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액티언과 무쏘 EV 등 신차 판매가 본격화된 데다 유럽과 중남미 등 해외 시장 판매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산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제품 믹스 개선도 수익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흑자 전환 이후 이어진 체질 개선이 올해 2분기에도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업체별 해외 시장 전략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북미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도 북미를 중심으로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 인도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KG모빌리티는 튀르키예를 비롯해 서유럽·동유럽과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시장의 호조만으로 전체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국가별 시장 환경에 맞춰 판매와 공급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조정하느냐가 하반기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했다.
2026-06-30 17: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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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코인방 뒤 '무등록 거래소'…FIU "28곳 빼고 다 불법"
[경제일보] 당국이 유튜브,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미신고 가상자산 취급업자에 경고장을 꺼냈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28곳뿐이며 이를 제외하고 내국인을 상대로 가상자산 매매·중개·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FIU는 24일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 이용과 거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상자산사업자로 영업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 요건을 갖춰 FIU에 신고해야 한다. 국외 사업자라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영업행위를 하면 같은 법이 적용된다. 공식 발표 기준으로 현재 FIU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는 총 28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원화거래소뿐 아니라 일부 수탁·지갑·거래 서비스 사업자가 포함된다. FIU는 한국어 홈페이지 제공, 원화결제 지원, 한국인 고객 유치 이벤트와 마케팅 여부 등을 종합해 국내 영업성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서비스나 원화결제가 없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겨냥한 영업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문제가 되는 유형은 더 교묘해졌다. 사실상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면서 고객 상담 때 영어를 쓰는 방식으로 국내 영업 사실을 숨기는 해외 거래소가 대표적이다. 사설환전소가 유학생, 관광객,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을 직접 사고팔며 원화 등 법정화폐로 바꿔주는 경우도 당국이 지목한 불법 유형이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유튜브나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에서 홍보하는 행위도 단순 광고를 넘어 미신고 영업 조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문제는 투자자 피해가 단순 거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신고 사업자는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이용자 자산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ISMS 등 보안 요건을 갖추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마약 등 범죄자금 은닉이나 자금세탁 경로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투자자의 자금이 범죄자금과 섞이거나 거래 상대방, 자금 출처 확인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되는 불이익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수료 부담도 확인됐다. FIU에 따르면 DAXA와 신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약 3개월간 진행한 첫 집중조사 결과 불법 장외거래소 8곳과 국내 영업 해외거래소 4곳 등 총 12곳이 적발돼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적발 업체의 평균 거래 수수료는 최저 1.5%에서 최고 10%로, 국내 5대 원화거래소 평균 0.16% 대비 최대 62배 수준이었다. 일부 업체는 주민등록증, 통장 사본 등 개인정보를 법적 근거 없이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 대응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FIU는 유관기관과 함께 불법업체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앱 국내 접속차단을 요청해 왔다. 현재 기준 수사기관에 통보된 불법업체는 총 40곳이다. 다만 FIU는 해당 명단이 모든 불법업체를 반영한 것은 아니며 명단에 없더라도 불법업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신고 영업행위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FIU는 2026년 8월 개정 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미신고 불법 영업에 가담한 경우 일정 기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신고 사업자가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위반 건당 최대 1억원의 과태료와 행정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시장 시선은 스테이블코인과 해외거래소, 장외거래가 만나는 회색지대에 쏠린다. 가상자산이 결제와 송금, 환전 수단처럼 활용될수록 규제 밖 취급업자가 끼어들 여지는 커진다. 투자자는 고수익 보장, 원금 보장, 비공개 정보, 글로벌 상장 같은 표현을 앞세운 권유를 사기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 미신고 사업자로 확인되면 가상자산과 예치금을 즉시 인출하고 개인키, 로그인 정보, 신분증 사본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경쟁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제도권 사업자는 규제를 비용으로 보지만 투자자에게는 최소한의 방화벽이다. 텔레그램 링크 하나, 유튜버 추천 코드 하나가 자금세탁의 입구가 될 수 있는 시장이라면 당국의 단속은 늦은 처방이 아니라 시장 질서를 지키는 기본선이다. 불법 취급업자를 걸러내는 일은 투자자 보호를 넘어 디지털자산 산업이 금융 인프라로 인정받기 위한 첫 관문이다.
2026-06-24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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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전기사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전력 DNA, 조연에서 주연되다
[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전력 인프라 시장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조선업 경기 침체와 함께 그룹 내 비주력 사업으로 평가 받던 중전기 사업이 AI 시대 핵심 산업으로 재조명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 DNA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뿌리는 1977년 현대중공업 중전기 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조선·건설·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 설비와 송배전 인프라 중요성에 주목했다. 산업화를 위해 공장, 항만, 발전소 뿐만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전력 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현대중공업은 발전기와 변압기, 차단기 등 중전기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출발점 역시 단순 제조업이 아닌 국가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전력 인프라 사업에 있었다. 당시 국내 산업계는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전력 설비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사업 확대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송배전 설비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조선업 침체 속 존재감 약화…그룹 내 '조연' 머물러 하지만 전력 사업이 항상 주목 받았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현대중공업의 핵심 사업은 조선과 해양 플랜트였다. 중전기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지만 그룹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사업으로 평가 받지는 못했다. 특히 2014년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조선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력 사업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플랜트 투자 감소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중전기 시장 성장세도 둔화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서 인적 분할 돼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초기에는 시장 기대가 크지 않았다. 조선업 사이클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고 중전기 산업 역시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력 기기 업체들은 시장에서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은 제한적인 산업'으로 평가 받았다. 국가 기간 망 유지에 필수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꾸준한 수요는 확보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이끄는 주도 업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시대가 바꾼 전력 산업 위상 반전 계기는 AI였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AW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 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AI 서버는 일반 데이터 센터 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다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공급 능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잇따르면서 전력 부족 문제가 새로운 산업 과제로 떠올랐다. 데이터 센터를 짓더라도 전력 망 연결이 지연돼 가동 시점을 늦추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 성장의 병목이 반도체 부족에서 전력 부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데이터 센터와 산업 현장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송배전 설비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반도체 뿐만 아니라 변압기와 차단기, 전력망 등 전력 인프라 수요 역시 동시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AI가 바꾼 운명…HD현대일렉트릭 실적 급반등 HD현대일렉트릭은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회사의 핵심 사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등 전력 기기 부문이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도록 고전압으로 변환하는 핵심 설비로 AI 데이터 센터 확대와 전력 망 증설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로 꼽힌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초고압 변압기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송배전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4.9%로 고수익성을 이어갔다. 1분기에만 17억9700만 달러 규모 신규 수주를 확보해 연간 수주 목표의 42.6%를 채웠고 전체 수주 잔고는 78억8800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7.2% 늘었다. 북미 전력 망 교체와 AI 데이터 센터 확산에 힘입어 향후 실적 가시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유럽까지…변압기 슈퍼사이클 올라타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호황기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을 중심으로 변압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북미 생산 법인에서는 약 2억 달러를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독일 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 센터와 친환경 전력 기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 중립 정책과 재생 에너지 확대에 맞춰 친환경 전력 기기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차단기에 사용되던 육불화황(SF6)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꼽히는 만큼 유럽에서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고압 차단기(SF6-Free)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ESS 법인을 설립하고 배전·전력관리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중심의 성장에 더해 배전 기기와 ESS, 친환경 전력 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주영의 전력 DNA, AI 시대 성장동력으로 진화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의 현재 호황이 단순 경기 사이클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AI 데이터 센터 확산과 전력망 현대화,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 등은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특히 현재 HD현대일렉트릭 실적 상당 부분이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미국 전력 투자 정책 변화와 데이터 센터 투자 속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기존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해온 전력 인프라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올라탄 대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력과 생산 능력, 납기 경쟁력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는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2026-06-23 17: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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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리 인상, 한국 경제에 던진 세 가지 경고
[경제일보] 일본은행이 움직였다. 16일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올렸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결정 배경은 분명하다. 미국·이란 전쟁이 남긴 에너지 가격 충격, 호르무즈 해협 불안, 공급망 훼손, 그리고 기업 간 가격 전가가 소비자물가로 번질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이 중동발 인플레이션 위험과 엔화 약세를 금리 인상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전쟁은 총성과 함께만 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유조선 항로로 오고 해상보험료로 오고 원유 선물 가격으로 오며 중앙은행 회의장 의사봉 소리로 온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가 하락했다는 소식도 있지만 그것이 곧 물가 위험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브렌트유가 배럴당 78.96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공급 정상화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문제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일본만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에는 적어도 세 가지 경고가 담겨 있다. 첫째는 환율 경고다. 둘째는 물가 경고다. 셋째는 금리 경고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 금리와 달러 흐름에 주로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일본이 저금리 시대의 끝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동아시아 자금 흐름도 달라진다. 엔화 금리가 오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약해진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던 돈의 일부는 되돌아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신흥시장 통화와 주식, 채권은 변동성을 맞는다. 원화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일본 금리 1.0%는 여전히 미국이나 한국보다 낮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대 수준보다 방향이다. 일본은행이 “더 이상 무제한 완화의 시대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순간, 시장은 일본 자금의 귀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한국 채권시장에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수급 불안으로, 외환시장에는 원·엔, 원·달러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수 있다. 물가에도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은 일본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낮다고 말하기 어렵다. 원유와 LNG,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기업 원가가 먼저 오른다. 이어 전기요금, 운송비, 항공료, 식품 가격, 외식 가격으로 번진다. 이미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2년여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석유류 가격과 국제항공료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전망을 2.2%에서 2.7%로 올렸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가가 무서운 것은 한 번 오르면 제자리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 데 있다. 원유 가격이 내려도 물류비와 인건비, 가공비를 거쳐 소비자가격에 붙은 인상분은 남는다. 일본은행이 우려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기업 간 거래에서 시작된 가격 전가가 소비자 단계의 광범위한 품목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행 결정을 보면 원유 가격 상승이 기업 간 가격 전가를 빠르게 만들고 이것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길목에 서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은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경고는 정책의 착시다. 유가가 하루 이틀 떨어졌다고 해서 물가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는 속도보다 공급망의 상처가 아무는 속도는 느리다. 에너지 인프라가 손상됐고 보험료와 운임, 재고 확보 비용은 이미 기업 장부에 반영됐다. 유럽중앙은행 인사들도 중동 긴장이 완화된 뒤에도 에너지 가격 압력이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딜레마는 여기서 깊어진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와 내수에 부담이 간다. 금리를 묶어두면 물가와 환율이 흔들린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크고 자영업 경기의 회복력도 약하다. 그렇다고 물가를 방치할 수도 없다. 중앙은행이 물가 기대를 놓치면 훗날 더 큰 금리 인상으로 되갚아야 한다. 지금의 0.25%포인트는 고통스럽지만 뒤늦은 1%포인트는 더 잔인하다. 기업에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일본 금리 인상은 단순한 금융 뉴스가 아니다. 에너지 조달, 원자재 재고, 환헤지, 차입 구조, 해외 생산망을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장이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항공, 해운 등 에너지와 환율에 민감한 업종은 ‘전쟁 이후’가 아니라 ‘전쟁의 비용이 장부에 남는 시간’을 봐야 한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실적 격차도 커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심성 보조금 경쟁이 아니다. 에너지 취약계층과 물류·운송·중소 제조업에 대한 정밀 지원, 전략 비축, 수입선 다변화, 전력망 투자, 환율 급변 대응 장치가 필요하다. 통화정책이 물가 기대를 붙잡는다면 재정정책은 충격이 가장 약한 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완충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브레이크를 밟고 정부는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 동양 고전 <춘추좌씨전>에는 ‘안거위사(安居危思)’라는 말이 있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유가가 조금 내렸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이웃 나라 중앙은행이 위험을 먼저 본 것이다. 한국이 그 경고를 남의 일로 흘려듣는다면 다음 차례는 원화와 물가와 가계 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묻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 남긴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가.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는 충분한가. 환율과 자본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지금은 낙관보다 대비가 필요한 시간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이 끝났다고 믿는 착각이다.
2026-06-17 17: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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