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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고환율·고물가의 갈림길에서 통화정책의 본질을 묻다
신현송 총재의 취임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동시에 압박하는 이른바 ‘복합 위기’ 국면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은 곧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다. 그동안 동결 기조를 유지해 온 기준금리가 과연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인상 혹은 인하라는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리는 곧 경제에 대한 진단이자 처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고, 반대로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내수 위축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동반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이 흔들리는 구조다. 이처럼 상충하는 변수 속에서 정책의 균형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외부 변수는 더욱 복잡하다. 최근 중동 정세, 특히 미·이란 간 군사적 긴장은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통화정책의 긴축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국내 경제 지표만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없는 환경이다. 더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역시 결정적인 변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위상은 절대적이며, 미국의 금리 방향은 곧 자본 흐름과 환율 변동에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금리 정책을 운용하더라도, 그 효과는 국제 금융 환경 속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원칙에 기반한 일관된 정책이다. 통화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방향성이 흔들리면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이는 곧 경제 전반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신뢰다. 고전은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논어』에는 “정자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라는 구절이 있다. 정책이란 결국 바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눈앞의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대응이 아니라, 원칙과 균형에 기반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오늘의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또한 『손자병법』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입하면, 국내 경제의 체력과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국제 금융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현송 총재가 직면한 과제는 결국 이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이다. 내부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경기 유지라는 상충 목표를 조율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정책의 신뢰를 유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요구된다. 국민의 기대는 단순하다. 위기를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 정확한 진단과, 그에 걸맞은 일관된 대응이다. 금리를 올리든, 동결하든, 혹은 내리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만능이 아니다. 그러나 방향을 잃은 통화정책은 그 자체로 위험이 된다. 지금은 과감함보다 신중함이, 속도보다 균형이 요구되는 시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다.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며, 지금 이 순간 국민이 신임 총재에게 기대하는 바다.
2026-04-22 09: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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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의 실종, 정치의 균형은 어디에 있는가
정치는 균형이다. 권력은 견제될 때 건강해지고, 국정은 경쟁 속에서 발전한다. 그런 점에서 야당은 단순한 반대 세력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그러나 지금의 야당을 바라보면, 과연 그 최소한의 역할조차 수행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국민의힘의 행보는 ‘공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조직 정비라는 중대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당 대표가 장기간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상식 밖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를 두고 당내에서 문제 제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의 방향을 고민하고 바로잡아야 할 지도부가 집단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라 구조적 기능 상실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해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당원에게 설명할 만한 성과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행보에는 명분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책임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은 문제 인식조차 결여된 듯 보인다. 현장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각 지역의 후보와 예비 후보들이 중앙당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커녕, 오히려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중앙당과 후보 간의 유기적 협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은 각자가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사실상의 ‘중앙당 해체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은 조직이다. 조직이란 방향성과 통제, 그리고 책임이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당 대표와 지도부는 존재하지만, 영향력은 보이지 않는다. 형식은 유지되고 있으나 내용은 사라진 상태다. 이와 대조적으로 거대 여당은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그러나 최소한 조직과 전략, 실행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정치의 균형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전한 민주주의는 강한 여당과 책임 있는 야당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야당은 ‘반대’를 넘어 ‘부재’에 가까운 모습이다. 견제하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스스로 균형을 잃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는 명분이 아니라 실행이다. 그리고 공당은 책임으로 평가받는다. 지금 국민의 힘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방향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시험대다. 이 시험에서조차 조직을 정비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야당이 바로 서지 못하면 정치도 바로 설 수 없다. 지금 국민이 묻고 있는 것은 단순하다. 과연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야당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2026-04-22 07: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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