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진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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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 명의 죽음 앞에서 책임 회피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첫 사망 사고에서 삼표그룹 회장 정도원은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로 근로자 세 명이 숨진 사건이다. 법은 시행됐고 사고는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셋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확인한 책임의 종착지는 최고 의사결정선이 아니었다. 정 회장은 30년 넘게 채석 산업에 몸담아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채석 작업은 사면 안정성, 야적 방식, 작업 순서 하나하나가 안전과 직결된다. 사고가 난 양주 채석장은 암반이 아닌 돌가루 지반 위에 토사를 적치한 야적장이었고, 붕괴 위험이 사전에 지적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거론됐다. 위험의 성격을 인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사고 이전의 흐름도 단절돼 있지 않다. 삼표 계열 사업장에서는 끼임, 추락, 낙석 등 사고로 사망 사례가 반복됐고,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는 100건이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다. 안전과 관련한 경고와 지적이 누적돼 왔다는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다만 이러한 신호들이 최고 의사결정선에서 어떤 판단으로 이어졌는지는 형사 책임 판단의 영역에서는 비껴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정 회장의 사내 위치를 문제 삼았다. 정 회장은 사내에서 ‘TM(Top Management)’으로 불리며 안전과 생산, 인사, 재무 전반을 총괄해 온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것이다. 채석장 운영과 직결되는 인허가 현황과 작업 방식 역시 이러한 보고와 판단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취지였다. 채석장 운영의 핵심 사안이 최고 의사결정선까지 보고되고 판단이 이뤄졌다면, 그 판단의 무게가 사고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이 정례 보고에 참석하고 일부 사안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러한 관여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이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와 운영 방식을 고려할 때, 최고 책임자가 현장의 개별 안전조치까지 책임지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최종 승인권자의 존재와 형사 책임 사이에는 거리가 남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경영책임자(CSO)를 선임한 조치도 같은 결론으로 귀결됐다. 법원은 CSO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선임이 정 회장의 책임으로 전환되는 근거로도 삼지 않았다. 책임은 특정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선은 처벌의 범위 밖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선고 직후 “유가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비통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결의 결론은 달랐다. 세 명의 죽음 앞에서 법원이 인정한 형사 책임은 현장 관계자들에게만 귀속됐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발언과 책임을 지는 판단 사이에는 간극이 남았다. 사고의 경과와 판결 이유를 차례로 놓고 보면, 사내에서 ‘TM’으로 불리며 모든 판단의 정점에 서 있던 정도원 회장은 이 사건에서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험을 사전에 멈추기 위해 마련된 법이지만, 이 사건에서 법이 닿은 곳은 사고 이후의 현장이었고 사고 이전의 판단선은 끝내 닿지 않았다. 세 명이 숨졌다. 그러나 사내에서 ‘TM’으로 불리며 안전과 생산, 인사, 재무 전반을 총괄해 온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도원 회장은 이 사고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반복된 사고와 누적된 경고 속에서도, 최고 의사결정선은 끝내 책임의 지점에 서지 않았다.
2026-02-11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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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80년 ③] 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형사사법 절차의 마지막 판단은 법원이 내린다.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는지와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것은 판결이다. 그만큼 법원의 판단은 형사 절차 전반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법원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비슷한 사건에서도 결론이 엇갈리고,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다. 다만 이러한 현상 자체는 제도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형사 재판은 1심과 2심, 3심으로 이어지는 다심제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서로 다른 법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장치다. 판단이 언제나 같다면 다심제를 둘 이유도 없다. 증거의 해석과 진술의 신빙성, 법리 적용은 각 재판부가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에 따라 판단하도록 돼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지점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같은 사건에서 결론이 갈렸을 때, 그 차이가 어떤 기준과 논리에서 비롯됐는지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지다. 판결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경우, 그 차이가 당사자에게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다.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의 소명과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다만 실제 판단 과정에서는 혐의의 성격과 사건의 경과, 수사의 진행 상황 등이 함께 고려된다. 같은 사안이라도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제도적으로 예정돼 있다. 여기에는 절차적 이유도 있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영장 단계와 본안 재판은 통상 서로 다른 재판부가 맡는다. 영장 단계에서는 구속 필요성만을 살피고, 본안 재판에서는 유·무죄만을 판단한다. 판단의 대상과 범위가 다르다 보니, 왜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는지, 왜 법원은 그 판단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본안 판결문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속 판단을 다시 문제 삼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는 마련돼 있지만, 그 판단이 본안 재판의 맥락 속에서 한 흐름으로 정리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질문은 남는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판단이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 판단이 최종 결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판결의 결론 속에 흡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판결문은 유·무죄의 이유를 밝히지만, 그 이전 단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까지 되짚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수사와 재판의 판단은 서로 다른 영역에 머무르게 된다. 수사 단계의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 끝나고, 재판은 재판의 논리로만 설명된다. 무죄가 선고돼도 “그렇다면 왜 구속됐는가”라는 질문에 제도적으로 답해 주는 장치는 제한적으로만 작동한다. 판단의 경과는 기록으로 남지만, 그 판단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디에서 달라졌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과정은 충분히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원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관이지, 수사 관행 전반을 평가하는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사법부의 역할은 법률과 증거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데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경계가 분명할수록, 수사와 재판 사이에서 발생하는 판단의 단절 역시 그대로 남게 된다. 판결의 예측 가능성은 사법 신뢰와 직결된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라 하더라도, 그 차이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됐는지를 당사자가 이해할 수 없다면 법은 안정적인 규범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법관의 독립과 판결의 설득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할 요소다.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로 시작해 판결로 끝난다. 그 마지막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 앞선 모든 절차의 정당성 역시 의문에 놓이게 된다. 판결의 기준과 판단의 맥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법원 스스로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2026-02-06 14:4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