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사이트
아주일보
베트남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경제일보] '선박왕' 권혁이 버티는 이유…"받지 못한 돈에 세금을 낼 수는 없다"
기사 읽기 도구
공유하기
기사 프린트
글씨 크게
글씨 작게
2026.05.26 화요일
맑음 서울 27˚C
맑음 부산 26˚C
맑음 대구 27˚C
맑음 인천 25˚C
흐림 광주 25˚C
흐림 대전 27˚C
흐림 울산 27˚C
흐림 강릉 25˚C
제주 29˚C
사회

[경제일보] '선박왕' 권혁이 버티는 이유…"받지 못한 돈에 세금을 낼 수는 없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5-26 09:11:28

홍콩 로펌 실사 "멜보 주주 등재 사실 전무"…4101억 역외탈세 프레임, 재검토 불가피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은 지금도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의아한 말처럼 들린다. 국세청이 과세한 소득을 실제로 번 적이 없으니, 낼 돈도 없다는 것이 권 회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권 회장이 13년 넘게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받은 적 없는 돈에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함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능의 문제라는 것이다.

◆ "4101억 원을 내라"…국세청의 논리
 

2011년 서울지방국세청은 권 회장에게 4101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논리는 이렇다.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이므로 전 세계에서 번 돈에 세금을 내야 하고, 조세피난처와 홍콩 등지에 세운 해외 선박 법인들은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들이며, 그 회사들에 쌓인 돈은 결국 권 회장에게 돌아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해운업으로 이름을 알린 기업인에게 이 논리는 치명적이었다. 권 회장은 장기 출국금지까지 감수하며 소송을 이어갔다. 해외를 무대로 사업해온 사람에게 해외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홍콩 법인 주주 명부에 이름이 없었다
 

권 회장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확인됐다. 홍콩의 법무법인 존슨 스톡스 앤드 마스터(JSM)가 작성한 공식 실사 확인서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이 확인서는 홍콩 정부 회사등기소로부터 정식으로 받은 2009년부터 2025년까지의 연차보고서와, 홍콩 법인 멜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이하 멜보)의 주주명부·주식대장을 전수 검토한 결과물이다.
 

멜보는 시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로 꼽히는 홍콩 투자회사다. 시도상선·유도쉬핑·대상중공업 등 국내 주요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국세청은 권 회장이 이 회사를 통해 국내 자산과 수익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봤다. 멜보가 권 회장의 국내 사업을 간접 지배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논리였다. 그렇다면 멜보의 이익은 곧 권 회장에게 귀속된 소득이고, 거기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JSM의 확인서는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권 회장은 2009년 7월부터 2026년 5월 현재까지,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멜보의 주주로 등록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과세의 핵심 근거로 삼은 그 회사에, 권 회장의 이름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문건이 사건 전체를 뒤집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과세가 멜보 지분 하나만을 근거로 한 것은 아니었고, 법원도 특정외국법인과 관련한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확인서가 던지는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회사의 주주도 아닌 사람에게 그 회사의 이익을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겼다면, 그 근거가 처음부터 얼마나 정밀하게 검증된 것이었냐는 물음이다.
 

◆법정에서 바뀐 과세 논리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국세청의 설명이 법정에서 달라졌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처음에 해당 소득을 권 회장 개인에게 직접 들어간 수수료로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이 논리가 흔들리자, 해외 법인에 쌓인 이익을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방식으로 과세 근거를 바꿨다. 세금을 먼저 부과한 뒤 그 이유를 나중에 고쳐 댄 셈이다.
 

같은 회사 그룹을 놓고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그 회사가 국내 법인이냐, 외국 법인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세청은 홍콩에 설립된 선박 관리 계열사 시도카캐리어서비스(CCCS)에 대해서는 실제 경영이 한국에서 이뤄진다는 이유로 국내 법인으로 분류해 법인세를 부과했다. 홍콩 법인이지만 한국 회사로 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해외 법인들에 대해서는 외국 법인으로 보고, 그 법인들에 쌓인 이익을 권 회장이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별도의 과세 방식을 적용했다. 같은 그룹 안에서 한 회사는 "한국 회사"로, 다른 회사들은 "외국 회사"로 나눠 각각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릴 수 있는 논리를 골라 얹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업 관행을 탈세로 봤다"
 

국세청의 과세 논리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과세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권 회장 측의 주장이다. 권 회장 측이 줄곧 강조한 것은 국제 해운업의 현실이다. 선박 한 척마다 별도 법인을 세우고, 파나마나 라이베리아 같은 나라에 선박을 등록하는 이른바 편의치적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업계 표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선박은 고가 자산이고, 한 선박의 사고나 부채가 다른 선박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박별로 법인을 두는 것이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권 회장 측은 이러한 구조가 조세회피가 아닌 해운업 경영의 기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장부상 이익과 실제로 손에 쥔 돈의 차이였다. 선박 법인의 장부에 이익이 찍혀 있어도,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선박금융 구조상 그 이익은 대출 원리금 상환이나 운항 준비금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주주가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도 이 부분의 계산이 처음부터 정확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재심리를 요구했다.
 

◆과세의 근거도, 절차도 흔들렸다
 

13년 소송 동안 과세의 근거뿐 아니라 절차 자체도 흔들렸다. 서울고등법원은 특정 연도의 세금 판결을 빠뜨리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고, 이미 대법원에서 권 회장 승소로 확정된 범위를 넘어 세액을 오히려 늘렸다가 다시 대법원에서 뒤집히기도 했다. 납세 고지서 한 장의 송달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두고도 심급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국세청이 세금을 매긴 근거가 흔들리는 동안, 그것을 다투는 소송의 절차마저 온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권 회장 측이 13년을 버틴 또 하나의 이유였다.


◆소송은 끝났지만 질문은 남았다
 

2024년 대법원 최종 판결로 13년 소송은 마무리됐다. 법원의 판단은 법적 결론으로 존중돼야 한다. 역외탈세를 막아야 한다는 과세 당국의 책무도 정당하다. 그러나 정황이 증거를 대신해서는 안 되고, 추정이 사실을 대체해서도 안 된다. 받지 않은 돈에 세금을 내라는 것은 불가능을 강요하는 일이라는 권 회장의 주장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6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한화
청정원
롯데케미칼
국민카드
KB금융그룹
농협
하이닉스
DB손해보험
HD한국조선해양
종근당
우리은행_삼성월렛
태광
국민은행
하나금융그룹
한화
NH
미래에셋
kb증권
NH투자증
한컴
db
우리은행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