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현대제철이 경기 둔화와 철강 수요 정체 속에서도 자동차 강판과 후판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며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니라 '싸게 많이 파는' 기존 철강 구조에서 벗어나 '비싸더라도 기술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344억원, 영업이익 932억원, 당기순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1% 늘었다. 철강 업황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도 전분기 수준의 이익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방어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단순한 경기 반등 효과라기보다 제품 구조 전환의 결과로 보고 있다. 자동차·조선·건설용 등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강종 중심으로 판매 비중을 조정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철강 산업은 구조적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대규모 공급 과잉과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통적인 철강 산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용 봉형강 등 범용 제품은 가격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철강사 상당수는 생산량 확대보다 제품 구조 고도화에 전략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양보다 질' 전략을 본격화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반 구조용 강재 대신 자동차 강판과 초고장력강, 후판 등 고부가 강종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생산 구조를 재편했다.
특히 현대차·기아 등 그룹 계열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망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판매 구조를 확보한 점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제철의 전략 변화는 자동차용 강판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자동차 강판은 높은 품질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특히 미래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차체 경량화를 위한 초고장력강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 시장을 겨냥해 초고장력강과 친환경 철강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용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용 후판 역시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이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발주가 늘면서 후판 수요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강판과 후판 중심의 제품 믹스 전략이 당분간 현대제철 수익성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해외 공급망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도와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용 강판 공급 기반을 강화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친환경 철강재 개발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현대제철은 저탄소 인증 철강재를 개발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저탄소 인증 철강재를 공급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철강 산업이 탄소 규제와 친환경 전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는 만큼 저탄소 철강 기술 확보는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현대제철의 전략은 국내 경쟁사인 포스코그룹과 비교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포스코가 이차전지소재와 리튬 등 비철강 신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축을 확대하고 있다면 현대제철은 철강 본업 안에서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즉 철강 산업 외부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보다 철강 내부에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향후 국내 철강 산업의 구조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제철 실적을 철강 산업의 전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과거 철강 산업은 생산량 확대와 가격 경쟁 중심의 구조였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탄소 규제 강화로 단순한 양적 성장 전략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신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질적 경쟁이 철강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철강 불황기에도 제품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며
"저가 벌크강에서 벗어나 고부가 수출형 강종 중심으로 가는 변화는 철강산업 전반의 전환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철강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한 생산 규모보다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친환경 철강 기술과 미래차용 소재, 에너지 산업용 강재 등 고부가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제품 구조 전환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대량 생산 중심 철강 산업이 기술 중심 산업으로 변하고 있는 지금, 철강 기업들의 경쟁 방식도 함께 바뀌고 있다.
현대제철의 '양보다 질' 전략이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철강 산업의 새로운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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