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이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자,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개헌’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60일 남짓 남은 촉박한 대선 일정 속에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다수 헌법학자는 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촉박한 상황에서 개헌을 시작하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 대립이 극심할 것”이라며 “숙고 없는 개헌은 특정 세력의 전횡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현 상황은 개헌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지난 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드러난 제도적 허점들을 먼저 정비하고, 그 이후에 충실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자칫 대선 이슈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장)는 “대통령 선거 후에는 승자가 정책 집행에 매몰되어 개헌이 차일피일 미뤄질 것”이라며 “오히려 대선을 앞둔 지금이 개헌의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이 주권자인 국민의 영역임을 강조하며, 국회 차원의 합의뿐만 아니라 국민투표라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안을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을 조언했다.
학계는 의견이 엇갈리면서도 ‘탄핵 시 직무집행 정지 조항’ 수정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는 순간 직무가 즉시 정지되는데, 이는 국가 안보 공백과 국정 마비 사태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정현미 교수와 이인호 교수 등은 “권력 구조 개편과 같은 합의가 어려운 쟁점보다는,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가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탄핵 소추 시 직무정지 절차 등을 보완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로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권 주류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민주주의의 우선순위”라며 개헌론이 정국의 본질을 흐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권의 역학 관계를 볼 때 대선 후보들에게 ‘권한 축소’를 가져올 개헌은 환영받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헌 논의가 대선을 앞둔 일시적 소동으로 끝날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미래 권력 구조를 바꾸는 도화선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한다. 탄핵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은 대한민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헌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더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대선 정국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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