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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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혁신의 시간…구광모식 AI 전환, 제조 DNA를 재설계하다
[경제일보] 화려한 AI(인공지능) 경쟁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반도체가 서 있지만 산업 현장의 판을 바꾸는 진짜 승부는 결국 제조업에서 갈린다. 전통 제조기업 LG는 지금 AI를 단순한 서비스나 기능이 아니라 공장과 공급망, 고객 경험 전반을 재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제조 DNA'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며 AX(AI 전환) 속도전을 직접 주문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안정과 신중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LG가 AI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 빠르게 조직과 사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오랫동안 '전통 제조업의 강자'로 불려왔다.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실물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과 품질관리, 물류와 마케팅, 고객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이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를 단순한 디지털 전환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의 운영 체계 자체를 바꾸는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LG 내부에서는 AX가 특정 IT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라 생산과 연구개발(R&D), 공급망, 고객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AI에 의한 산업 구조 변화를 전기와 인터넷의 등장에 비유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업 임팩트가 있는 영역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AX의 핵심을 속도와 실행력으로 규정했다. 기존 제조업 강자의 성공 공식이었던 신중한 검토와 안정적 운영만으로는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메시지로 해석된다. 변화의 최전선에는 LG전자가 있다. LG전자는 더 이상 단순 가전회사를 지향하지 않는다. 냉난방공조(HVAC)와 스마트팩토리, 전장,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특히 공장 자동화와 산업용 솔루션 영역에서는 AI 기반 생산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는 LG전자에게 새로운 제품 기능이 아니라 제조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다. 생산라인 운영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며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과정 전반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급성장 중인 HVAC 사업 역시 단순 냉방기기가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인 캐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증설 경쟁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핵심은 공장 운영 효율과 수율 개선, 원가 경쟁력 확보에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품질 예측 기술의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생산 효율과 운영 최적화를 중심으로 AX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공정 데이터 분석과 불량 예측 시스템 고도화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배터리 산업의 생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그룹 차원의 AX 전략 중심에는 LG AI연구원이 있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그룹 내부 AI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경쟁이 소비자 서비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LG는 상대적으로 산업 현장과 제조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실전형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도 엑사원을 활용해 실시간 논의 분석과 키워드 추출, 회의 요약 등을 진행하며 회의 자체를 AX 실행 사례로 구현했다. AI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녹여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장면이었다. LG CNS 역시 그룹 AX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LG CNS는 그룹 내부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외부 기업 대상 AX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와 물류, 금융, 공공 영역 전반에서 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LG의 AX 역량이 새로운 B2B 사업 기회로 연결되는 구조다. LG의 움직임은 삼성이나 SK와는 결이 다르다.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집중하고 SK가 배터리·바이오 중심의 대규모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가운데 LG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무리하게 새로운 판을 벌이기보다 제조와 품질, 고객 경험이라는 기존 강점에 AI를 결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가장 LG다운 AI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LG는 과거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철수했고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 비중도 줄였다. 대신 전장과 배터리, HVAC, 산업용 솔루션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지금의 AX 전략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그룹의 미래 체력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제조업 경쟁력은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나 생산 규모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LG가 지금 추진하는 AX 역시 결국 제조업의 본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화려한 AI 서비스 경쟁보다 산업 현장에 AI를 깊숙이 녹여내는 조용한 혁신이 LG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05-11 16: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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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독주 끝?…AI주 수혜, 전력·부품으로 번진다
[경제일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증시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서 전력기기·기판 등 인프라·부품 기업으로 이동하며 국내 산업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전력기기와 정보기술(IT) 부품 종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시장을 주도하던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흐름에서 벗어나 전력 인프라와 부품 기업으로 수혜 축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실제 코스피가 6000선을 재돌파한 이후 상승 구간에서 기계장비 업종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IT와 반도체 업종이 뒤를 이었다. 특히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기업은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주가 상승을 나타냈다. IT 업종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보다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기판·부품 기업의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며 투자심리가 후공정 영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 같은 변화는 AI 산업 구조 자체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면서 전력 소비가 폭증하고 이에 따라 변압기·전력제어장치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기판·패키징 등 부품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의 성장 제약 요인이 반도체에서 전력과 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성능 칩 확보 경쟁에 이어 이를 실제로 구동할 전력망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이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 역시 이러한 흐름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766억원, 영업이익 12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와 45% 증가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북미 매출이 약 3000억원으로 1년 새 80% 급증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효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매출 1조3582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을 기록해 각각 26%, 48% 증가했으며 분기 기준 최대 신규 수주(4조1745억원)를 확보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으로 각각 2.1%, 18.4% 증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약 2조65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고 수주잔고도 11조원대로 확대되며 향후 실적 가시성을 높였다. 이들 전력기기 빅3는 북미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주잔고가 수조원 단위로 쌓이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 설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IT 부품 업종 역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 등 주요 기판·부품 기업은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두 자릿수 이익 성장세가 예상되며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요 반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2분기 이후가 '실적 검증 국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이미 기대를 선반영한 만큼 실제 수주와 실적이 이를 뒷받침할지가 향후 흐름을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관련 설비 투자 규모 확대에 힘입어 전력기기 수요 강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만큼 공급 제약 요인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AI 서버와 전장 수요 확대에 따라 MLCC와 FC-BGA 등 고부가 부품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FC-BGA는 가격 인상이 반영되기 시작했고 하반기 추가 상승도 예상되는 등 수요 확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번 사이클에서 과거 최고 수준의 수익성 회복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2026-05-04 15: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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