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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500년 숙제 풀었다… KAIST, 중력 거스르는 '액체 제어' 기술 개발
[경제일보] 중력 때문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액체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정밀 코팅은 물론 우주 환경에서의 유체 제어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중력 불안정성’을 소량의 휘발성 액체 혼합만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목욕탕이나 냉장고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점점 커지다가 떨어지는 현상은 중력 불안정성 때문이다. 액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지점에 집중되고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해 낙하하게 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표면에서 발생하는 ‘마랑고니 효과’를 활용했다. 휘발성이 강한 액체를 소량 혼합하면 증발 과정에서 표면 농도 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표면장력 차이로 미세한 액체 흐름이 형성된다. 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 낙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액체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중력에 의한 낙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정밀 코팅과 인쇄, 적층 제조 공정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는 액체 재료를 매우 얇고 균일하게 도포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력에 따른 흐름이나 뭉침 현상은 공정 불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기울어진 표면이나 복잡한 구조 위에서도 액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박막 코팅이나 반도체 미세 패턴 인쇄 공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별도의 복잡한 장비 없이 액체 조성만 조절해 구현할 수 있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원리가 우주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선 내부에서는 미세 중력 환경 때문에 액체 흐름을 제어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표면장력 기반 제어 기술을 활용하면 추진제 유출 방지나 유체 이송 시스템 안정화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수 교수는 “외부 에너지 없이 중력 불안정성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다양한 화학 조성의 액체 시스템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액체의 표면장력과 증발 특성을 이용해 스스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자기 제어형 유체 시스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산업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6-03-12 14:57:23
KAIST, 차세대 반도체 핵심 '텔루륨' 스위칭 비밀 풀었다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초고속·저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메모리 소자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열에 취약해 다루기 힘들었던 소재를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설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은 생명화학공학과 서준기 교수팀이 경북대 이태훈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나노 소자 내부의 전기 스위칭 과정과 물질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실험 기법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차세대 메모리 소재로 주목받는 '텔루륨(Te)'이다. 텔루륨은 금속과 비금속의 성질을 모두 가진 준금속 원소로, 특히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비정질' 상태일 때 고속 동작과 저전력 구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기를 흘리면 발생하는 열 때문에 성질이 쉽게 변해 비정질 상태를 유지하며 연구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속 냉각' 방식을 도입했다. 소자 주변 온도를 극저온으로 낮춘 뒤 물질을 순간적으로 녹였다가 빠르게 식히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나노 소자 안에서 텔루륨을 유리처럼 불규칙한 비정질 상태로 안정적으로 구현해냈다. 연구팀은 이 환경에서 전압을 가했을 때 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정밀 관측했다. 그 결과 비정질 텔루륨의 스위칭은 단순한 1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압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내부의 미세한 결함을 따라 먼저 전류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 열이 축적되면서 물질이 녹는 '2단계 스위칭'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위칭이 시작되는 정확한 전압과 열 조건, 에너지 손실 구간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과도한 전류 없이도 비정질 상태를 유지하며 전압이 스스로 커졌다 작아지는 '자가 진동(Self-oscillation)' 현상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복잡한 화합물 없이 텔루륨 단일 원소만으로도 안정적인 전기 제어가 가능함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현상을 관찰한 것을 넘어, '왜, 언제 전기가 켜지는지'에 대한 원리를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활용하면 열 발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작동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AI용 메모리 소자를 설계할 수 있다. 서준기 교수는 "비정질 텔루륨을 실제 소자 환경에서 구현하고 스위칭 원리를 규명한 첫 사례"라며 "차세대 메모리 및 스위칭 소재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2026-02-08 13: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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