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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혁신의 시간…구광모식 AI 전환, 제조 DNA를 재설계하다
[경제일보] 화려한 AI(인공지능) 경쟁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반도체가 서 있지만 산업 현장의 판을 바꾸는 진짜 승부는 결국 제조업에서 갈린다. 전통 제조기업 LG는 지금 AI를 단순한 서비스나 기능이 아니라 공장과 공급망, 고객 경험 전반을 재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제조 DNA'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며 AX(AI 전환) 속도전을 직접 주문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안정과 신중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LG가 AI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 빠르게 조직과 사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오랫동안 '전통 제조업의 강자'로 불려왔다.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실물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과 품질관리, 물류와 마케팅, 고객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이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를 단순한 디지털 전환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의 운영 체계 자체를 바꾸는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LG 내부에서는 AX가 특정 IT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라 생산과 연구개발(R&D), 공급망, 고객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AI에 의한 산업 구조 변화를 전기와 인터넷의 등장에 비유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업 임팩트가 있는 영역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AX의 핵심을 속도와 실행력으로 규정했다. 기존 제조업 강자의 성공 공식이었던 신중한 검토와 안정적 운영만으로는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메시지로 해석된다. 변화의 최전선에는 LG전자가 있다. LG전자는 더 이상 단순 가전회사를 지향하지 않는다. 냉난방공조(HVAC)와 스마트팩토리, 전장,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특히 공장 자동화와 산업용 솔루션 영역에서는 AI 기반 생산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는 LG전자에게 새로운 제품 기능이 아니라 제조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다. 생산라인 운영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며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과정 전반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급성장 중인 HVAC 사업 역시 단순 냉방기기가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인 캐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증설 경쟁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핵심은 공장 운영 효율과 수율 개선, 원가 경쟁력 확보에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품질 예측 기술의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생산 효율과 운영 최적화를 중심으로 AX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공정 데이터 분석과 불량 예측 시스템 고도화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배터리 산업의 생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그룹 차원의 AX 전략 중심에는 LG AI연구원이 있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그룹 내부 AI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경쟁이 소비자 서비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LG는 상대적으로 산업 현장과 제조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실전형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도 엑사원을 활용해 실시간 논의 분석과 키워드 추출, 회의 요약 등을 진행하며 회의 자체를 AX 실행 사례로 구현했다. AI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녹여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장면이었다. LG CNS 역시 그룹 AX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LG CNS는 그룹 내부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외부 기업 대상 AX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와 물류, 금융, 공공 영역 전반에서 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LG의 AX 역량이 새로운 B2B 사업 기회로 연결되는 구조다. LG의 움직임은 삼성이나 SK와는 결이 다르다.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집중하고 SK가 배터리·바이오 중심의 대규모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가운데 LG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무리하게 새로운 판을 벌이기보다 제조와 품질, 고객 경험이라는 기존 강점에 AI를 결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가장 LG다운 AI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LG는 과거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철수했고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 비중도 줄였다. 대신 전장과 배터리, HVAC, 산업용 솔루션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지금의 AX 전략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그룹의 미래 체력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제조업 경쟁력은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나 생산 규모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LG가 지금 추진하는 AX 역시 결국 제조업의 본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화려한 AI 서비스 경쟁보다 산업 현장에 AI를 깊숙이 녹여내는 조용한 혁신이 LG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05-11 16: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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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명가에서 도시 혁신 파트너로…GS건설 성장과 변화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주택 시장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GS건설이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 도시정비사업 현장마다 GS건설의 브랜드는 꾸준히 등장했다. 주거 공간의 수준이 곧 삶의 질과 연결되기 시작한 시대에 GS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생활의 기준을 제시하는 건설사로 성장해 왔다. 오늘의 GS건설은 주택 사업 강자를 넘어 인프라와 친환경, 신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종합 건설 기업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GS건설의 뿌리는 LG그룹 시절 건설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화가 본격화하던 시기 제조업과 유통업이 성장하려면 공장과 물류시설, 도시 기반시설이 함께 갖춰져야 했다. 그룹 내 건설 역량은 내부 수요를 충족하는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외부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갔다. 이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출범과 함께 GS건설은 독자 기업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GS건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무대는 주택 사업이었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리며 건설사는 단순히 집을 짓는 회사를 넘어 소비자에게 주거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기업이 됐다. GS건설은 자이(Xi) 브랜드를 앞세워 설계와 조경, 커뮤니티와 마감 품질 경쟁에 힘을 쏟았고 이는 시장의 높은 선호도로 이어졌다. 자이는 단순한 아파트 이름을 넘어 하나의 주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대단지 랜드마크와 재건축 사업, 핵심 지역 신규 분양 시장에서 자이는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 왔다. 소비자가 건설사 이름보다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는 시대에 GS건설은 가장 빠르게 브랜드 자산을 키운 회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도시정비사업에서도 GS건설의 존재감은 컸다.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안정적인 수익성과 브랜드 홍보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핵심 무대다. GS건설은 다수의 대형 정비사업을 수행하며 주택 시장 내 입지를 넓혀 왔다. 민간 주택 시장에서 쌓은 상품 기획력과 시공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물론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국내 부동산 경기 변동과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은 주택 중심 건설사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일부 현장 품질 논란은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대형 건설사일수록 시공 능력만큼 품질 관리와 사후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장은 확인했다. GS건설은 이런 과제를 계기로 내부 관리 체계를 손보고 품질과 안전 투자 확대에 나섰다. 주택 사업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기 실적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건설업은 한번 잃은 평판을 되찾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기도 하다. 최근 GS건설의 변화는 사업 다변화에서 읽힌다. 과거 성장의 중심축이 국내 주택 사업이었다면 지금은 인프라와 친환경 사업, 모듈러 주택, 신사업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주택 경기 사이클에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한계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표 분야가 친환경 인프라다. 수처리와 폐기물,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은 탄소중립 흐름과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건설사가 단순 시공을 넘어 운영과 기술 서비스까지 확보하면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모듈러 사업도 눈길을 끈다. 공장에서 주요 부재를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인력난 대응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친환경 시공이 중요한 시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GS건설은 해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관련 역량 확보에 공을 들여 왔다. 해외 시장 역시 중요한 축이다. 중동과 아시아, 인프라 수요가 큰 지역에서는 플랜트와 토목, 발전 프로젝트 기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 성장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수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 다만 수익성 관리와 리스크 통제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은 늘 숙제로 남는다. GS건설의 경쟁력은 주택 브랜드 자이의 높은 인지도, 도시정비사업 수행 경험, 민간 주택 시장에서 축적한 상품 기획력, 신사업 투자 의지에서 나온다. 소비자 접점이 강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점은 다른 건설사가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주택 경기 둔화가 길어질 경우 실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공사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안전 규제 강화, 해외 사업의 변동성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새로 진출한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GS건설은 주택 명가의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성장축을 새로 세우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에 안주하지 않고 친환경과 모듈러, 인프라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LG그룹 시절의 건설 사업이 산업화 기반을 닦는 역할이었다면 지금 GS건설의 과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건설 시장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이다. 주택 시장의 강자로 성장한 GS건설이 다음 시대에도 존재감을 이어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26-04-23 07: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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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한·인도 포럼 참석…이재용·정의선·구광모 집결
[경제일보]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기업 간 투자와 협력 확대를 공식화한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와 인도 상공산업부가 공동 주최하는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과 공급망 협력 강화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한국 정상의 인도 국빈 방문을 계기로 8년 만에 열리는 행사로 양국 경제 협력의 재가동을 상징하는 자리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포함해 250여명이 참석한다. 인도 측에서도 산마르 그룹, 에사르 그룹 등 주요 기업 인사 350여명이 참여해 양국 기업 간 협력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포럼에서는 첨단 제조와 철강, 디지털 경제, 에너지 전환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포스코, 현대차, 크래프톤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협력 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양국은 조선, 디지털, 에너지 등 분야에서 총 20건의 민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인도상공회의소 간 협력 MOU를 비롯해 GS건설의 인도 풍력 리파워링 사업, 네이버의 지도 서비스 협력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와 첨단 산업,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 쇼케이스도 병행돼 양국 기업 간 실질적 협력 기반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2026-04-20 15: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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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트남 순방길 오르는 현대차…정의선, 생산·전동화 투자 가속화하나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한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인도 일정을 챙기면서 생산 거점과 전동화 전략을 동시에 점검하는 행보다.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정책 변화가 겹친 시점에서 투자 속도와 사업 확장 방향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인도 일정에만 동행하고, 베트남 방문에는 현대차그룹 대외협력 총괄을 맡고 있는 성 김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베트남을 모두 대상으로 사업 협력 논의를 이어가되, 최고경영진의 직접 참여 지역을 구분해 투자와 전략 실행의 우선순위를 나눠 대응하는 모습이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생산 및 수출 거점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과 소득 수준 상승에 따라 경소형차 중심 구조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형급 차량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지 시장 집계 기준으로 인도 자동차 판매는 2022년 382만대에서 2023년 413만대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432만대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450만대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점유율 방어 과제를 안고 있다.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차 인도 판매는 2024년 약 60만대에서 2025년 약 57만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치백 등 일부 차종 판매 축소 영향으로, 크레타를 중심으로 한 SUV 판매 증가에도 전체 물량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생산 측면에서는 인도 내 공급 능력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첸나이 공장에 더해 푸네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연간 25만대 생산능력이 추가됐고, 이를 통해 인도 내 연간 10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인도를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닌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과 맞물린다. 정의선 회장의 인도 동행은 이러한 생산 확대와 시장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일정으로 해석된다. 경제사절단 일정은 정상 간 협의와 기업 투자 논의가 병행되는 구조로 진행되는 만큼, 생산능력 확대나 전기차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 내 기아도 인도 시장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기아의 인도 판매는 2025년 약 28만대로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토스 중심의 기존 라인업에 더해 시로스와 카렌스 상품성 개선 모델이 판매를 견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셀토스를 중심으로 한 볼륨 모델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통해 현지 환경규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인도 정부의 연비·배출 기준(CAFE) 강화에 맞춰 전동화 비중을 확대하고, 딜러망 운영을 통해 판매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CKD(반조립) 방식의 생산과 판매를 확대해왔으며, 2025년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11만3000대 수준이다. 기존 생산 기반을 토대로 완성차 생산 확대와 전기차 도입 여부가 중장기 과제로 거론된다. 이번 순방에서 베트남 일정에 성 김 사장이 참여하는 것은 대외협력과 정책 조율 기능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신 정부 간 협력 기반을 유지하면서 사업 환경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전동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고수익 중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18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사절단 동행은 단순한 일정 참여를 넘어 투자와 정책 환경을 동시에 조율하는 과정”이라며 “생산 확대와 전동화 전환이 맞물린 시점에서 현지 정부와의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되는지가 향후 사업 속도를 좌우할 변수”라고 말했다.
2026-04-17 16: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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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승리, 가문의 패배…구광모 회장이 새겨야 할 것
법은 차갑다. 증거와 절차, 문서와 진술에 따라 판단한다. 이번 LG가 상속 소송 1심 판결도 그 원칙을 따랐다. 재산분할 협의는 유효했고 기망은 인정되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법적으로 승소했다. 그러나 기업은 법정의 언어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특히 ‘가문’이라는 상징을 짊어진 한국 대기업 총수라면 더욱 그렇다. 법적 승소가 모든 책임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질문은 이제부터다. 왜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질서와 전통이 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가. LG는 한국 재계에서 오랫동안 예외적인 존재로 불려왔다. 다른 그룹에서 반복돼온 형제 간 분쟁과 달리 비교적 조용한 승계와 절제된 갈등 관리, 원칙을 중시하는 문화가 LG의 정체성이었다. 장자 승계의 관행은 안정적으로 이어졌고 가족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었다. 기업 경영에서 예측 가능성과 내부 안정성은 곧 신뢰다. 투자자와 시장은 실적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품격을 본다. LG는 그 품격을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축적해왔다. 이번 소송은 그 자산에 균열을 냈다. 상속 문제로 가족이 법정에서 다퉜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을 흔들었다. 경영권을 둘러싼 노골적 충돌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LG에는 갈등이 없다”는 인식은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 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사회적 평가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상속은 본질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거액의 재산이 걸린 상황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 자체가 곧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과정과 리더십이다. 총수는 단순한 상속인이 아니다. 가문과 기업의 얼굴이다. 법적 정당성뿐 아니라 도덕적 설득력과 관계의 품격까지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법률적 하자의 유무가 아니라 내부 신뢰의 균열이다. 협의가 있었다고 해도, 왜 그 협의가 수년 뒤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성찰은 남는다. 법원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지만 사회는 “왜 법정까지 갔는가”를 묻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투명성과 소통이 갈등을 줄인다. 오너 기업일수록 그 중요성은 더 크다. 총수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내부 합의가 외부에서 의심받는 단계까지 간 것은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상처로 남는다. 더욱이 LG는 ‘조용한 리더십’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아왔다. 공격적 경영보다 안정적 성장, 분쟁보다 합의를 중시해왔다. 그 전통이 이번 사안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법정 다툼의 모든 책임을 총수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가족 간 갈등은 본질적으로 복잡하다. 그러나 총수의 자리는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자리다. 법적 승소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 도덕적 권위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ESG와 거버넌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너 리스크에 민감하다. 가족 분쟁은 곧 경영 안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기 쉽다. 이번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신뢰의 손상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LG는 배터리, 전장, 인공지능,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산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아무리 확장돼도 신뢰가 흔들리면 기업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신뢰는 공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고 한 번 금이 가면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광모 회장은 비교적 젊은 총수로 세대교체의 상징이었다.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사업을 앞세워 새로운 LG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가문의 전통과 내부 통합을 지켜냈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십은 법의 최소선을 넘어서는 책임을 요구한다. 이번 사안은 한 개인의 승패를 넘어 한국 오너 기업 문화에 질문을 던진다. 지속 가능하려면 권한만큼 투명성과 설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품격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징은 반복될 때 힘을 잃는다. “LG는 다르다”는 말이 더 이상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 순간 그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법정에서의 승리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기업의 진짜 평가는 시장과 사회의 기억 속에 남는다. 구 회장이 이번 일을 단순한 법적 승소로 정리한다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성찰이다. 가문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내부 소통을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총수의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책임의 자리다. 법정의 문은 닫혔을지 몰라도 사회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02-12 17: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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