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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심판한 민심의 엄중한 명령, 여당은 자만 버리고 민생·통합에 올인하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결과는 준엄했고 거침이 없었다. 민심은 불법 비상계엄의 상흔과 퇴행적 정쟁에 매몰되어 있던 제1야당 국민의 힘을 향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고,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에는 국정 동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선택을 했다.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인천, 대전, 충청, 강원 등 지난 선거에서 잃었던 격전지를 대거 탈환했을 뿐 아니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와 부·울·경 등 영남권에서도 경이로운 선전을 펼치며 사실상 전국을 아우르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집권여당은 입법과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무한 책임의 정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1야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유권자들의 철저한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내란 사태라는 헌정사적 비극을 겪고도 성찰하기는커녕, ‘윤 어게인’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다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정권 심판론만을 무한 반복했다. 심지어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치고 극우 성향의 강성 세력에 휘둘리는 자멸적 분열을 자초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투표를 통해 보수 진영의 파괴적 혁신과 인적 쇄신을 명령한 이유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최근 코스피 최고치 경신과 수출 호조 등 경제 회복의 청신호와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60%대의 견조한 국정 지지율을 증명해 내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당의 압승이 곧 현재 삶에 대한 국민의 완전한 만족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기보다 그 결과가 지닌 무게감을 무섭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방선거와 총선의 압승 뒤 오만에 빠져 독주하다가 순식간에 정권을 내주거나 참패했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전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 한곳으로 과도하게 집중될 때 견제 장치가 사라진 집권 세력이 스스로 제어력을 잃고 독선에 빠지는 순간, 민심의 역풍은 언제든 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 내란 청산이나 과거 지우기 같은 이념적 과제에만 과도하게 매몰된다면 피로감을 느낀 중도층과 지지층마저 제일 먼저 등을 돌릴 것이다. 이제 이재명 정부와 여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민 통합’과 고달픈 삶을 현장에서 보듬는 ‘경제 살리기’다. 지표상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냉골은 여전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가와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시한폭탄과 같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어떤 화려한 거시경제 지표도 허명에 불과하다. 다행히 2028년 총선까지 앞으로 2년간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다. 나라 전체를 소모적인 정치적 블랙홀로 밀어 넣을 표 계산과 정쟁의 유인이 사라진, 그야말로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금쪽같은 기회다. 이재명 정부의 첫해 가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준비 기간이었다면, 집권 2년 차부터는 손에 잡히는 정책적 성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일방적인 법안 처리라는 독선적 행태를 지양하고, 법치와 협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실어준 압도적인 힘을 오직 민생을 따뜻하게 보듬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만 쏟아붓기를 기대한다. 성과 없는 독주는 준엄한 심판을 부른다는 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엄중한 교훈이다.
2026-06-04 0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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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속 동결' 뒤에 숨은 강력한 경고, 예고된 긴축 폭풍에 철저히 대비하라
[경제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8연속 동결이라는 외형적 선택을 내렸으나, 그 이면에서 흘러나온 메시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공언하며 연내 긴축 전환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연 3.00%를 향해 대거 쏠린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오는 7월 인상을 시작으로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까지 내다보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한은이 이토록 명확한 긴축 시그널을 보낸 배경에는 거시경제 지표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2.7%로 일제히 올려 잡았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여파와 원화 약세 압박, 그리고 좀처럼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통화 완화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음을 증명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한은이 물가 안정과 유동성 회수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칼을 빼 들 준비를 마쳤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직시해야 할 대목은 이 찬란한 지표의 그늘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치명적인 ‘K자형 양극화’ 구조다. 지금의 경제성장률 상향은 오롯이 반도체 등 일부 첨단 업종의 독주가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 뿐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과 내수 경기는 여전히 혹독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성공의 비용”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은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다가올 금리 인상은 ‘성공의 비용’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의 서막’이 될 수 있다. 특히 20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부동산 불장에 뛰어든 ‘영끌족’과 주식시장에 편승한 ‘빚투족’의 상당수가 변동금리 대출에 노출되어 있다.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이자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타격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과거 글로벌 긴축 국면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금융 균열이 발생해 전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 거시경제의 틀을 바로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정당한 수순이다. 오히려 이번 동결은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닥쳐올 충격을 흡수하고 대비할 마지막 시간을 벌어준 것에 가깝다. 이제 공은 정부와 시장으로 넘어왔다. 정부는 재정확장 기조를 다잡으며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조합(Policy Mix)’을 구사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신설하기로 한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서둘러 가동해, 이르면 3분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 전까지 취약 차주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및 장기 추심 방지 등 구체적 안전망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방만한 재무구조를 정리하고 한계 사업을 과감히 도려내는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가계 역시 고금리 리스크에 대비해 부채 다이어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동성 파티의 불은 꺼졌고, 거품이 걷힌 자리에는 차가운 현실만 남을 것이다. 다가올 긴축의 폭풍 속에서 한국 경제의 체력을 지켜내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단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금융의 역사는 언제나 참혹한 대가를 요구했다.
2026-05-29 0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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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기루 세수', 미래 산업의 초석으로만 써야 한다…경제일보 국회 정책 간담회서 다수 의견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에 유례없는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 세수에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여력이 생기며 이른바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모처럼 찾아온 재정 여유를 두고 빚을 갚을 것인지, 국민에게 나눌 것인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본지가 개최한 국회 정책 간담회에서도 노사와 전문가, 정관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이익 환류 방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논의의 결론은 비교적 분명했다. 이번 초과세수는 단 한 푼도 일회성 소비나 선심성 복지 지출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직 미래 세대의 생존과 국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생산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 생산 경쟁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냉정하게 시장을 돌아보면 위기 신호도 적지 않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과 미국 등 경쟁국 역시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순간 현재의 가격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영구적 구조 세입으로 착각해 현금성 지원이나 포퓰리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AI와 첨단 산업 중심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를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고소득층과 첨단 산업 종사자만 혜택을 누리고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들이 소외되는 현실 역시 분명한 과제다. 다만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나 단기 소비 지원은 재정 효율성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실제 충격을 받은 취약계층에 한정한 선별적·집중적 복지가 보다 현실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초과이익의 기계적 분배론이나 단순 국채 상환 중심 접근 역시 한계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 아래로 하락하고 있으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소진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전력망 구축, 데이터센터 인프라, 핵심 인재 양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AI와 로봇,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특정 산업에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반도체 초과세수는 단순한 ‘공돈’이 아니다. 다음 산업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 자산에 가깝다. 정치권 역시 이 재원을 선거용 현금성 정책이나 단기 인기 영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재정은 경기가 좋을 때 미래를 위해 축적하고, 위기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초과세수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종잣돈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다음 불황을 견디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키는 길이다.
2026-05-28 0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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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호황'에 취해 미래 투자를 잊은 한국 경제, 2년 뒤 닥칠 '복합 위기'가 두렵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파국은 일단 면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갉아먹을 뻔했던 시한폭탄의 초침이 멈추면서 정부와 재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상흔과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이 국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뻔한 미증유의 위기는, 반도체라는 단일 업종에 기댄 대한민국 경제의 취약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가 21년간 사문화되었던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만지작거리며 노사 중재에 나섰던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방증할 뿐이다. 눈앞의 파업 리스크가 해소되었다고 해서 경제의 펀더멘털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기 회복은 온전한 자생적 성장이 아닌,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일부 완성차 수출에 기댄 ‘착시 호황’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한민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투톱’이 주요 대기업 영업이익의 60%,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들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인 실적의 착시에 가려, 내수 경기는 바닥을 기고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지갑은 닫힌 지 오래다. 이른바 산업 간, 소득 간 ‘K자형 양극화’의 심화다. 더 큰 문제는 이 호황이 가져온 고질적인 부작용이다. 반도체 실적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노사는 벌어들인 수익을 ‘누가 더 많이 나눠 가질 것인가’라는 분배 놀음에만 몰두하고 있다. 성과급의 액수를 두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갈등 속에 미래를 위한 초격차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원천 기술 확보와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당장 손에 쥐어질 성과급 잔치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대외 경쟁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런 해이함의 대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혹독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반도체의 호황 사이클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는 1~2년 뒤,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 우리 경제를 지탱할 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또 다른 축인 완성차 산업 역시 위태롭기는 매한가지다. 막대한 자본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습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넘어 우리 내수 안마당까지 위협하고 있다. 1~2년 내에 반도체의 한계와 자동차의 위기가 동시에 도래하는 ‘퍼펙트스톰(복합 위기)’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엄중한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만약 이 경고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성장 동력이 꺼진 경제는 고용 절벽과 세수 결손으로 이어져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다. 특정 강소 산업에 기댄 외풍 취약형 경제 구조를 전면 개혁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 반도체 호황이 벌어다 준 ‘금쪽같은 시간’은 분배의 축제를 벌일 시간이 아니라, 경제의 체질을 뜯어고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노사는 당장의 이익 조율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분배도 존재한다는 자명한 시장의 상식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 역시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사회적 갈등을 키우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을 포스트 먹거리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로봇, 방산, 원전,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정 산업의 변수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기형적이고 위태로운 구조를 타파하고, 지속 가능한 다변화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다가올 2년 뒤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일한 활로다. 위기는 경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착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파국뿐이다.
2026-05-22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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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의 화려한 성채에 갇힌 민생, '착시의 늪'을 경계한다
[경제일보] 증권시장의 전광판만 보자면 대한민국 경제는 바야흐로 태평성대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특정 우량주들이 연일 고점을 높이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낸다. 수출 수지는 개선되고,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시장의 기대를 웃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골목상권을 보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장바구니는 가벼워졌고, 고금리의 파고를 넘지 못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지표는 웃고 있는데 국민은 울고 있는 이 기괴한 괴리, 우리는 지금 ‘경제적 호황의 착시’라는 거대한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언론인으로서 40여 년간 한국 경제의 굴곡을 지켜봐 온 필자의 눈에 최근의 상황은 실로 위태롭기 그지없다. 경제의 본질은 결국 '민생'이다. 아무리 코스피 지수가 치솟고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들, 그 온기가 서민의 식탁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숫자의 유희’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소수 첨단 산업의 독주가 전체의 부실을 가리는 소위 ‘K자형 양극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부와 정책 당국이 이러한 착시에 취해 현실을 안일하게 진단하는 태도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단순히 대외 여건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민생의 직격탄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은 환차익을 누릴지 모르나,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시장을 지탱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도산의 위기로 내몰린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매출액은 늘어날지언정 국민의 실질 소득은 깎여 나간다. 증시의 호황은 자산가들에게는 축복일지 모르나, 당장 오늘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박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경제 원칙은 명확하다. 기초가 부실한 성장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멈춘 지 오래된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활황이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반도체라는 외풍 차단막에 가려진 채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라는 폭탄이 내부에서 곪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언젠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우리는 그간 가려져 있던 처참한 민심의 민낯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지표의 화려함 뒤에 숨은 서민들의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경제 지표를 성과로 포장하기보다는, 왜 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가 이토록 차가운지를 뼈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과 함께,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을 맞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교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심은 천심이다. 숫자는 속일 수 있어도 사람의 배고픔은 속일 수 없다. 증시의 고공행진에 도취하여 민생의 위기를 외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修辭)가 담긴 경제 브리핑이 아니라,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안정시키고 실질적인 구매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식적인 처방’이다. 착시의 늪에서 벗어나 발을 땅에 딛고 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가 침몰하지 않기 위한 최후의 보루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6-04-09 07: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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