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9건
-
-
트럼프의 "승리 후 협상"과 호르무즈의 침묵
[경제일보] 중동의 사막은 늘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이 언제나 전쟁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 사막은 문명의 길이었고, 때로는 세계 경제의 동맥이었다. 오늘날 세계가 다시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주목하는 이유도 단순히 미사일과 핵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은 석유의 길이고, 달러의 길이며, 현대 산업문명의 숨길이기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 정도면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외교적 발언 같지만, 국제정치의 문법으로 보면 이는 상당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물밑에서 상당한 수준의 조율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보다는 관리 가능한 타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신호에 가깝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충돌을 “소규모 충돌(skirmish)”이라고 표현했다. 단어 하나에도 의도가 있다. 그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강하게 때렸고, 상대를 굴복시켰으며, 결국 협상으로 정리했다”는 서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것은 군사 전략이면서 동시에 미국 국내정치 전략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은 언제나 “힘을 통한 거래”였다. 상대를 극단까지 몰아붙인 뒤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중국과의 관세전쟁도 그랬고,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그랬다. 이번 이란 문제 역시 같은 패턴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다르다. 이란은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가 아니다. 5천 년 문명의 기억을 가진 페르시아의 후예이며, 세계 에너지 길목을 움켜쥔 지정학 국가다. 미국이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에너지 생명선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수천 척의 유조선이 이 좁은 바다를 통과한다. 만약 이곳이 봉쇄되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는 즉시 충격에 빠진다. 인플레이션은 재폭발하고, 금리는 다시 오르며, AI 산업을 포함한 첨단산업의 전력 비용도 급등한다. 결국 호르무즈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현대 문명의 목줄이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논의하는 핵심 역시 바로 이것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이란 핵농축 중단 △고농축 우라늄 반출 △지하 핵시설 가동 중단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핵과 석유의 교환”이다. 미국은 핵위협 제거를 원하고,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를 원한다. 서로 필요한 것을 맞바꾸는 셈이다. 여기서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전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총성보다 먼저 기대와 공포를 가격에 반영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고 미국 증시와 아시아 증시가 반등한 것도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이 일단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뉴욕 금융가는 이미 두 개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계산하고 있다. 하나는 ‘휴전과 타협의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부진한 장기 대치 시나리오’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일정 수준에서 타결되고 사실상의 휴전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 기간 안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선에서 안정될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중동 리스크 때문에 움츠렸던 글로벌 투자 자금은 다시 미국 기술주와 아시아 반도체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경제에는 중요한 숨통이 열린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안정 자체가 곧 물가 안정으로 연결된다. 반도체·배터리·AI 데이터센터 산업 역시 전력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고금리, 에너지 충격이 연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시장은 “최소한 더 큰 악재만은 피하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다. 따라서 중동 긴장 완화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세계 위험자산 시장 전체에 긍정적 신호가 된다. 반대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미국과 이란이 ‘불안한 휴전’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만 반복할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시장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전면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금리는 내려가지 못하고, 소비와 투자도 위축된다. 특히 유럽은 이미 에너지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경기 침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역시 제조업과 수출 회복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금값은 상승하고,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며, 신흥국 통화는 약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 부담도 커진다. 무엇보다 AI 시대의 세계 경제는 과거보다 에너지에 훨씬 민감하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결국 유가와 전력 비용은 곧 AI 산업 경쟁력 문제로 이어진다.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AI 패권 경쟁의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총성과 미사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 문제에 가깝다. 월가와 런던 금융가, 도쿄와 서울의 딜링룸은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미 페르시아만의 파도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우리가 이겼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미국 보수층은 대체로 “강한 미국”을 원한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 사회 내부에는 “미국이 약해졌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트럼프는 이를 뒤집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이란을 압박한 뒤 협상으로 끌고 들어오는 과정을 “미국의 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언제나 승자만 있는 게임이 아니다. 이란 역시 내부적으로는 “굴복이 아닌 생존”이라는 논리를 만들고 있다. 혁명수비대(IRGC)와 강경 종교 세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란 정권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체제 붕괴처럼 보이면 안 된다. 따라서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핵 이용을 유지한 채 긴장을 조절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측 모두 자국민을 향해 “우리가 이겼다”고 말해야 하는 기묘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세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다.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이며, 이란산 원유의 중요한 구매자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중국 역시 일정 부분 그 혜택을 받는다. 반대로 중동이 불안정해지면 중국 경제 역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문제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겉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지만,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다. 한국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국가이지만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AI 고속도로” 전략 역시 안정적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략 전체의 문제다. 고대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왕조는 “왕의 길(Royal Road)”을 건설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었다.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은 현대판 왕의 길이다. 석유와 LNG, 달러와 원자재, AI 산업의 전력과 반도체 공급망까지 모두 이 길과 연결돼 있다. 세계는 다시 페르시아를 지나고 있다.
2026-05-07 09:53:30
-
호르무즈 해협 긴장 재점화…미·이란 휴전 한 달 만에 '흔들'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 국면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군사 충돌과 걸프 지역 공격 재개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유지되던 긴장 완화 흐름은 미국이 상선 통항 지원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프로젝트)’을 시작하면서 다시 대치 국면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5일 외신과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머물러 있던 유조선과 화물선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작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란 측이 선박 이동을 막으려 하면서 양국 군사력이 직접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래들리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전화 브리핑에서 미군이 이란의 소형 선박 6척을 격침했고,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도 요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작전이 공식적인 상선 호위 임무는 아니라고 설명했고, 미군은 해협 주변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며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 측 발표를 즉각 반박했다. 이란 정부 고위 인사는 국영 방송을 통해 "이란 군용 보트가 격침됐다는 미국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새로운 통제 구역을 공표했다. 새 구역은 이란 남부 해안과 UAE 푸자이라, 케슘섬과 움 알콰인 해안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국 군함, 특히 미군 전력이 해당 수역에 접근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걸프 지역을 향한 공격도 다시 시작됐다. UAE 당국은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과 드론으로 푸자이라 석유화학단지에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 미사일은 방공망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간 뒤 UAE의 미사일 경보 체계가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밤에는 UAE 국영 석유회사 ADNOC가 운용하는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루 동안 한국과 UAE 관련 선박을 포함해 모두 네 척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선사 운용 선박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40분쯤 UAE 인근 호르무즈 해협 내측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을 포함해 24명이 타고 있었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폭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 시점이 미군의 해협 통항 지원 작전 개시 이후라는 점에서 이란의 보복성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한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 한국도 이곳으로 와 이 임무(mission)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는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작전 참여와 군사적 기여를 압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9개 항목의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14개 항목의 수정안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 전후 배상 요구 등을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 소속 네이선 거트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제시한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것을 검토했지만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란은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조건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역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답변을 받아 여전히 검토 중"이라면서도, "미국 측의 요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폐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란은 우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종전 합의가 이뤄진 뒤 핵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전쟁 배상 문제까지 협상 조건으로 내걸면서 양측의 접점은 더 좁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로 꼽힌다.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길어질 경우 국제 유가와 해상 물류, 각국의 안보 정책에도 직접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 선박이 피해 가능성의 중심에 놓이면서 정부의 대응 수위와 미국의 작전 참여 요구를 둘러싼 외교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2026-05-05 14:26:16
-
-
-
-
-
-
-
-
-
-
-
-
2003년 이라크, 2026년 이란… 미국 전쟁 방식이 달라졌다
[경제일보] 2003년 3월 20일. 미군 지상군 15만 명이 이라크 사막을 가로질러 바그다드로 향했다. 23년 뒤인 2026년 2월 28일, 이번에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테헤란 상공을 가로질렀다. 두 전쟁은 모두 미국이 ‘선제 공격’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은 전혀 다르다. 이라크 전쟁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점령전이었다면, 이란 공습은 공중과 해상에서 이루어진 정밀 타격 중심의 작전이다. 명분과 전략, 그리고 이후의 정치적 목표까지 달라졌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대량살상무기(WMD)’였다. 2003년 2월 5일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 연단에서 시험관을 들어 보이며 이라크의 생물무기 프로그램 존재를 주장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밝혀진 사실은 달랐다.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2004년 보고서에서 당시 정보 판단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결론 내렸다. 파월 역시 훗날 이 연설을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큰 오점”이라고 회고했다. 2026년 이란 공습의 명분은 두 가지로 제시됐다. 첫 번째는 핵 개발 저지다. 이란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핵합의(JCPOA)를 탈퇴한 이후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이 체결한 핵협정으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대신 서방이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탈퇴 이후 협정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두 번째는 인도주의 문제다. 2025년 말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고,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직전 브리핑에서 “최소 3만2000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쟁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했다. 21일 만에 바그다드를 함락시켰지만 이후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종파 갈등과 반군 활동,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가 이어지면서 미군은 2011년까지 8년 동안 주둔해야 했다. 미군 전사자는 약 4500명,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수십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6년 이란 전쟁에서는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았다. 미국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폭격기, 잠수함 발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동원해 이란 전역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 2000여 개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였다. 이스라엘도 별도의 공습을 진행했다. ‘포효하는 사자 작전(Operation Roaring Lion)’이라는 이름 아래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300여 곳을 공격했다. 개전 15시간 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관저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 양상은 급격히 바뀌었다. 이스라엘 군은 “최고지도자 제거와 제공권 확보로 1단계 목표가 달성됐다”고 발표했다. 전장의 또 다른 변수는 쿠르드 세력이다. AP통신은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 수천 명이 이라크 북부에서 국경을 넘어 이란 서북부 지역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직접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현지 세력을 활용해 이란 내부에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쟁의 목표 역시 차이가 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부시 행정부는 ‘민주주의 확산’을 강조했지만, 사담 후세인 이후의 정치 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권력 공백은 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조직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2026년 이란 전쟁에서는 목표가 보다 분명하게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직전 영상 메시지에서 이란 국민을 향해 “전쟁이 끝나면 여러분이 정부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권 교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다만 이후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망명 중인 왕세자 레자 팔라비가 귀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반면, 이란 정권 핵심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는 내부 지도 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이라크처럼 장기 혼란에 빠질지, 아니면 새로운 권력 질서가 빠르게 형성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2026-03-06 17: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