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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세수, '나눠 쓰기'보다 '국가 재투자'가 먼저다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의 새 변수가 됐다. 인공지능(AI)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 세수에도 예상 밖의 여력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다. 빚을 갚을 것인가, 국민에게 나눌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27일 발표자료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에서 초과세수 활용의 세 갈래 선택지를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일회성 소비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채무 관리와 미래 산업 투자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번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초과세수의 성격 때문이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적 세입 증가인지, 특정 산업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수입인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항구적 복지 지출이나 반복성 현금 지원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가 왔을 때 재정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의 발표자료는 이 지점을 분명히 짚는다. 2019년 이후 한국 재정은 적자 흐름을 이어왔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총수입과 총지출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2026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 2026년 전망 기준 1415조원, 2027년 전망 기준 1533조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7년 56.6%까지 오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는 초과세수를 단순한 ‘쓸 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재정은 경기 좋을 때 고삐를 죄고, 경기 나쁠 때 버팀목이 돼야 한다. 호황기에 생긴 여력을 정치적 인기 지출로 먼저 쓰면 정작 위기 때 쓸 탄약이 줄어든다. 중도보수적 재정 운용의 기본은 여기에 있다. 국가는 벌 때 아껴야 하고, 빚이 늘었을 때는 갚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분배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발표자료는 경기 회복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도 함께 제시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고소득층과 디지털 기업은 회복의 상단에 있지만, 임시·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 전통 기업은 회복의 하단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활용한 발표자료에서는 2024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3.6% 감소한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5.6%, 5.9%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따라서 분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전 국민 현금성 지원이나 단기 소비 진작책을 반복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취약계층, 저소득 근로자, 한계 자영업자처럼 실제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 한정해야 한다. 넓고 얕은 지원보다 좁고 두터운 지원이 재정 효율에도 맞고, 시장 질서에도 덜 해롭다. 더 중요한 선택지는 투자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문턱을 넘었다. 발표자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고,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제시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62020년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쓰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쓰는 일에 가깝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 호황도 영원하지 않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고, DDR4·DDR5 가격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세수가 늘지만, 가격이 꺾이면 기업 이익과 법인세 수입도 함께 줄어든다. 특정 시점의 초과세수를 영구 재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쟁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발표자료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 확대 흐름을 제시했다. 2024년 1분기 1% 수준으로 표시된 CXMT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4%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중국의 추격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의 최우선 사용처는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채무 관리다. 최소한 일정 비율은 채무 상환이나 적자 보전에 자동 배분하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산업 투자다.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전력망, 데이터센터, 인재 양성, 소부장 국산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다. 이 순서가 바뀌면 재정은 느슨해지고 산업 정책은 흔들린다. 발표자료가 제시한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킨지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특히 AI 워크로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반도체,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다. 한국이 이 흐름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세수 증가분을 소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대적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분기 36.1%까지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품목별 수출에서도 반도체는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을 크게 앞서는 핵심 품목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 역시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수출, 세수, 증시, 고용, 환율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그러나 국가경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반도체 호황은 성장의 기회지만, 동시에 편중의 위험을 키운다. 초과세수는 이 위험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초과세수로 반도체만 더 키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AI, 로봇, 방산, 바이오,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등 다음 성장 축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초과세수를 ‘누가 더 많이 나눠줄 것인가’의 경쟁으로 끌고 가기 쉽다. 그러나 재정은 선거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지출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지출이다.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큰 원칙 안에서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귀한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비용으로 바뀐다. 초과세수를 모두 써버리는 국가는 다음 불황에 빚으로 버틴다. 초과세수를 빚 갚기와 미래 투자에 배분하는 국가는 다음 호황의 체력을 만든다. 결론은 분명하다. 반도체 초과세수는 ‘공돈’이 아니다. 국민 경제가 특정 산업의 위험을 떠안고 얻은 성과다. 따라서 그 쓰임도 신중해야 한다. 먼저 갚고,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나누며, 남은 힘은 미래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재정의 상식이고, 산업국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책임 있는 길이다.
2026-05-27 2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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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도 한국 수출 800억달러 돌파…하반기엔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경제일보] 중동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800억달러를 돌파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과 국제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전쟁 장기화, 원자재 수급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한 85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866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두 달 연속 800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은 621억1000만달러로 16.7% 증가했으며, 무역수지는 23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월간 기준 200억달러 이상 흑자도 두 달 연속 달성했다. 수출 호조의 핵심은 반도체였다. 4월 반도체 수출은 173.5% 급증한 319억달러로 집계되며 두 달 연속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1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최대 실적이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낸드플래시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 급증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컴퓨터와 SSD 등 IT 전반으로 확산됐다. 컴퓨터 수출은 515.8% 증가한 40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신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제품 수출도 증가했다. 4월 석유제품 수출은 39.9% 늘어난 5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수출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가 상승에 따른 결과로, 실질적인 교역 여건은 개선과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5.5% 감소하며 부진을 나타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과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반기계와 철강,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 품목도 감소세를 보이며 산업 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미국 수출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와 IT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62.5% 늘었고, 대미 수출 역시 반도체와 컴퓨터 중심으로 54.0% 증가했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물류 차질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수출 호조가 반도체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하반기에는 대외 변수에 따른 둔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와 중동 지역 리스크, 글로벌 경기 둔화는 하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등 관세 민감 품목은 하반기 수출 둔화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 역시 수출액 증가에는 기여하지만, 기업의 비용 부담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 금융·보험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수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의 수출 호조가 반도체와 유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변동성 관리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6-05-01 12: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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