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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의 승부처…휴머노이드보다 부품·데이터·인력
[경제일보] 세계 주요국이 휴머노이드 개발과 양산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전략을 선택했다. 완성형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산업용 AI 로봇 확산과 핵심 부품, 데이터, 전문인력을 먼저 확보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로보틱스,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제조 AI와 산업용 로봇,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한국식 피지컬 AI 전략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中은 양산 경쟁, 韓은 제조 혁신…피지컬 AI 전략 차별화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피지컬 AI를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3M 전략’을 발표했다. 제조업 AI 전환(M.AX), 핵심 요소기술 확보(Master), 양산 체계 구축(Mass Production)을 세 축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산업 현장에 특화된 AI 로봇을 매년 1000대 이상 보급하고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10대 업종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핵심 부품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는 한편 새만금을 로봇 파운드리와 부품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제조업 중심 전략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피규어AI 등을 앞세워 범용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유니트리와 유비테크, 애지봇 등을 중심으로 양산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연구개발부터 실증, 생산시설 구축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서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생산량 경쟁보다 제조 혁신에 무게를 뒀다. 중국과 같은 규모의 양산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전자 등 주력 제조업에 AI 로봇을 먼저 적용해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략이다. 제조 공장은 반복 작업과 위험 공정, 품질 검사, 물류 자동화 등 피지컬 AI를 실제로 적용하고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AI 모델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센서, 로봇핸드 등 핵심 부품의 성능이 작업 정확도와 생산성을 좌우하고,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AI의 판단과 제어 능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로봇 설계와 인공지능, 제조 공정을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력이 뒷받침돼야 기술을 실제 산업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개별 휴머노이드보다 핵심 부품과 제조 데이터, 산업 현장을 얼마나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도 제조 AI와 산업용 로봇, 핵심 부품,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구체화하며 피지컬 AI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 공장 순찰부터 구동계 국산화까지…기업들 현장 검증 속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제조 현장을 피지컬 AI 기술의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으로 도입돼 설비 순찰과 안전 점검을 수행하고 있으며, 열화상 카메라와 3차원(3D) 라이다(LiDAR) 등을 활용해 설비 이상과 화재 위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 ‘모베드’도 공장 물류와 자재 운반 등 제조 현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로봇 운영 기술을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확대 적용하며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실제 제조 공정에 맞게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사모펀드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피지컬 AI 기반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전문 인력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를 시작으로 가공과 조립, 검사, 물류 등 제조 공정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산업용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을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 축적한 설비·공정·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최적화와 설비 이상 감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이를 외부 제조기업에 공급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제조 AI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며 공장 운영 노하우를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품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보티즈는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와 로봇핸드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가 결합된 부품으로 로봇의 힘과 속도, 정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장치다. 자체 구동계 기술을 앞세워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글로벌 로봇 기업과 협력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경쟁은 범용 로봇 개발보다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기 시장에서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기술을 검증한 기업들이 산업별 확산 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7-06 1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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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LG·KT, '로봇 두뇌' 국산화 시동…피지컬 AI 주도권 잡는다
[경제일보] 정부와 LG전자, KT 등 산학연 연합군이 한국형 피지컬 인공지능(AI)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챗GPT가 언어를 이해하고 답하는 AI의 대중화를 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로봇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로봇의 두뇌’를 독자 기술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 사업’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사업에는 올해부터 2년간 정부출연금 340억원이 투입된다. LG전자가 주관하고 KT, 마음AI, 로보티즈, 홀리데이로보틱스, 크라우드웍스, 알체라, KAIST, 서울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10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 경쟁의 다음 단계로 꼽힌다. 지금까지 AI가 주로 텍스트와 이미지 코드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공장 설비, 자율주행 장비가 실제 공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물체의 무게와 충돌, 이동 경로, 힘의 작용 같은 물리 법칙을 AI가 이해해야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사람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월드모델은 AI가 가상 공간에서 현실의 물리 법칙과 상황 변화를 학습하는 기술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 학습 결과를 실제 로봇의 행동과 제어로 연결하는 기반 모델이다. 쉽게 말해 월드모델이 로봇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그 이해를 움직임으로 바꾸는 실행 체계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배경은 제조 현장 데이터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한국 주력 산업은 복잡한 공정과 설비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공장 안에서 축적된 작업 데이터와 장비 운용 노하우는 외부 빅테크가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실용 로봇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자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과 제조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월드모델 개발을 주도한다. KT는 생성형 AI ‘믿:음’과 플랫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모델을 로봇 행동모델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로보티즈는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 기술을 담당하고 홀리데이로보틱스는 물리 법칙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국산 다중물리 시뮬레이터 엔진 개발을 맡는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산화에 있다.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은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등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뮬레이터와 GPU 인프라, 월드모델 기술을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면 한국 제조업의 데이터와 현장 경쟁력이 외부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 정부가 월드모델과 시뮬레이터, 로봇 행동모델의 독자 개발을 강조하는 이유다. 사업 목표도 비교적 분명하다. 정부는 월드모델 학습,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계, 실증과 성능평가, 사례 분석과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실증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핵심 성과지표는 월드모델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실제 로봇의 최종 동작 성공률을 20%포인트 이상 높이는 것이다. 연구 성과를 논문이나 시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조·물류 현장 검증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성과 확산을 위해 개발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규모 데이터와 인프라가 없는 중소기업도 소량의 현장 데이터만으로 자동화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피지컬 AI가 대기업 전용 기술에 머물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려면 이런 개방형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인프라와 실증 속도다. 피지컬 AI는 텍스트 중심 대규모언어모델보다 훨씬 많은 영상, 3D, 센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초고속 스토리지와 GPU, 로봇 검증 공간이 결합된 국가 차원의 학습·검증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반복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도 필요하다. 이번 사업은 한국이 피지컬 AI 경쟁에서 독자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를 가르는 첫 시험대다. 한국의 강점은 거대한 모델 이름이 아니라 반도체와 제조 현장, 로봇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산업 기반에 있다.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 연구실의 성과를 넘어 공장과 물류 현장의 생산성, 안전성, 효율로 증명될 때 비로소 한국형 피지컬 AI도 글로벌 경쟁의 한 축으로 설 수 있다. 기술의 승부는 선언에서 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움직이는 로봇 한 대, 실패를 줄이는 공정 하나, 사람이 더 안전하게 일하는 작업장 하나가 쌓일 때 국가 AI 전략의 무게도 비로소 증명될 것이다.
2026-06-09 17: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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