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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9조, 포춘 500 132위… 쿠팡이 만든 이커머스의 새 기준
[경제일보] 서울 어느 동네에서 밤 11시에 주문을 넣으면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택배가 놓여 있다. 이제는 당연한 일처럼 여기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선보이기 전까지, 택배는 '1~3일 내 도착'이 통념이었다. 그 쿠팡이 지난해 49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포춘지가 매년 총매출 기준으로 발표하는 '포춘 500'에는 132위로 이름을 올렸다. 2023년 195위로 처음 진입한 뒤 4년 연속 순위를 높인 결과다. 한국 이커머스 기업이 세계 최대 기업 순위 150위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역대 최대 실적, 3년 연속 흑자 쿠팡Inc가 올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5년 연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345억달러(원화 기준 49조1197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18%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6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2023년 6170억원으로 처음 연간 흑자를 낸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은 3030억원으로 전년의 세 배를 넘겼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억달러(약 9조원)로 전년보다 늘었다. 같은 해 패스트컴퍼니도 쿠팡을 '2025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 부문 2위로 선정했다. ◆AI가 먼저 움직인다, 로켓배송의 원리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유를 쿠팡은 AI에서 찾는다. 수천만 건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상품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팔릴지를 미리 예측하고,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해당 상품을 가까운 물류센터로 옮겨두는 방식이다. 쿠팡 관계자는 "수조 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문 예측부터 배송 완료까지 물류 전 과정에 AI 기술을 깊숙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내부에서도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인운반로봇(AGV)이 선반을 작업자 앞으로 옮겨주고, 소팅 로봇이 배송지에 따라 상품을 자동 분류한다. 소팅 봇 도입 이후 상품 분류 작업의 업무량은 약 65% 줄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3조원의 투자, 지방에 생긴 일자리 이 기술 기반 위에서 쿠팡은 물류망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현재 전국 260개 시군구 중 182곳(70%)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추가 투자해 2027년에는 230여 곳(88% 이상)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방에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동안 일자리도 함께 생겼다. 2024년 9월 기준 쿠팡과 물류 자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합산 고용 인원은 8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민간 고용 규모 2위다. 특히 지방 청년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비서울 지역 물류센터의 20~30대 청년 직원 수(일용직 제외)는 올해 1만7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9월 1만5000명에서 반년 만에 2000명 더 늘어난 것이다. 광주, 대전, 경남 등 지방 물류센터의 2030 청년 비중은 50% 안팎으로 수도권 물류센터(약 40%)보다 오히려 높다. 광주첨단물류센터에서 출고팀 현장 관리자로 일하는 배희재(29) 씨는 "수도권의 높은 월세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다가 고향 인근 물류센터에 입사해 경제적으로 안정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역 대학 15곳과 산학협력을 맺어 인턴십과 정규직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에서 검증된 '한국 공식' 2022년 10월, 쿠팡은 대만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만든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실험이었다. 대만 사업은 진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54% 성장했다. 쿠팡은 현지 물류 인프라 구축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고, 최근에는 와우 멤버십 프로그램도 현지에 출시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한국에서 만들어낸 플레이북이 다른 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 사례가 대만"이라고 밝혔다. 쿠팡을 통해 대만에 동반 진출한 국내 기업은 1만2000곳에 달하며, 현지 판매 제품의 70%가 한국 중소기업 생산품이다.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들도 쿠팡의 물류망을 빌려 해외에 나갈 수 있다. 럭셔리 커머스 플랫폼 파페치까지 더하면 쿠팡의 판매망은 190개국으로 넓어진다. 1400개 이상의 브랜드와 부티크가 파페치를 통해 전 세계 고객과 거래한다. 로버트 포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는 "AI, 맞춤형 로보틱스, 물류 분야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국 상품·서비스 수출 50억달러 이상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2014년 로켓배송이 세상에 나왔을 때 '밤 11시 주문이 다음 날 아침 도착한다'는 약속을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11년 뒤, 그 약속은 한국 소비자의 일상이 됐다. 같은 약속이 이번엔 대만 소비자를 향하고 있다.
2026-06-08 16: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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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5년간 49조원 투자 확대…재원 조달 구조 시험대
[경제일보] 기아가 49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재원 조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수년간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증가하며 현금창출 기반은 확대됐지만, 미래 사업에만 21조원이 배정된 만큼 투자 확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 유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9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2030년 총 49조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21조원을 전동화·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미래사업에 배정했다. 2026년 매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 2030년 매출 170조원, 영업이익 17조원 목표도 함께 제시됐다. 기아는 판매 물량 확대와 하이브리드 비중 증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고정비 절감 등을 통해 3조5000억원 규모의 이익 증가 요인을 확보하고, 인센티브 확대와 환율·관세 영향 등으로 예상되는 2조4000억원 감소 요인을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배당과 운전 자본, 기존 설비 투자까지 반영하면 영업 현금 흐름만으로 투자 재원을 전액 충당하기는 제한적일 수 있어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외부 자금 활용이 병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금 유입 측면에서는 하이브리드가 핵심 축이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2026년 69만1000대에서 2030년 110만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수요 변동성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차종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적 흐름은 투자 여력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기아의 2023년 매출은 99조8084억원, 영업이익은 11조6078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매출이 107조4488억원으로 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조6671억원으로 9.1% 늘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매출이 114조1409억원으로 6.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재원 구조를 판단할 때 보유 현금보다 영업 현금 흐름의 중요성이 커지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차량 판매 확대와 고수익 차종 비중 증가를 기반으로 반복적인 현금 유입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투자 지속성을 좌우하는 구조다. 다만 CAPEX 확대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동화 전환과 생산 거점 재편,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개발 투자 확대에 따라 설비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생산 라인 전환과 전동화 플랫폼,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 등으로 투자 성격이 유지·보수에서 구조적 투자로 이동하면서 영업 현금 흐름에서 CAPEX를 제외한 잉여 현금 흐름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 변수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일시적으로 상회한 뒤 140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이어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 매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부품 조달 비용과 물류비, 해외 생산 비용 부담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신용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흐름이다. 기아는 국내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기준으로도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차입 여력은 확보된 상태지만 현재 투자 구조는 내부 현금흐름에 기반해 운용되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 자체는 실적 성장 흐름을 감안하면 무리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금 유입 속도보다 집행 규모가 더 빠르게 확대되는 구조"라며 "재원 조달은 영업현금흐름에 더해 금융시장 접근성과 차입 조건이 동시에 작용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6-04-10 17: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