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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은평·성북 아파트도 전고점 넘어…매수세 외곽으로 확산
[경제일보] 서울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강남권과 한강변을 넘어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강서·은평·성북·관악·구로구의 평균 아파트값이 2021년 고점을 넘어섰고 아직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노원·강북·도봉·중랑·금천구도 상승률을 키우고 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서울 안에서 상대적으로 매입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서구와 은평구, 성북구, 관악구, 구로구 등 5곳의 평균 아파트값이 2021년 고점을 넘어섰다. 2021년은 초저금리와 공급 부족, 전세난이 겹치며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시기다. 이후 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으로 가격이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상승장이 다시 확산되며 후발 지역까지 고점 회복에 나선 것이다. 강서구의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달 19일 기준 강서구 평균 아파트값은 10억875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고점 대비 105% 수준까지 오른 것이며 관악구도 전고점의 104%까지 상승했다. 은평구는 102%, 성북구는 101%를 기록했다. 구로구 역시 전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 아파트값 회복은 처음부터 전 지역에서 동시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2024년과 작년 사이 이미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반면 외곽과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늦었다. 이들 지역까지 고점을 다시 넘어서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곳이 2021~2022년 전고점을 돌파하게 됐다. 이번 상승세의 핵심은 자금 여건이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는 주택 가격대별 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되고 있으며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이 높은 주택일수록 자기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 가능한 가격대의 단지로 수요가 이동하는 구조다. 전세시장도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 매물 부족과 보증금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부 임차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여기에 분양가 상승과 추가 규제 우려까지 겹치면서 서울 외곽 중저가 단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강남권 진입은 어렵지만 서울 안에서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을 먼저 확보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아직 전고점에 도달하지 못한 지역도 남아 있다. 노원구와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금천구 등 5곳이다. 다만 이들 지역 역시 최근 상승률은 낮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7월 첫째 주까지 노원구 아파트값은 누적 6.28% 올랐다. 강북구는 5.26%, 도봉구는 4.99%, 중랑구는 4.40%, 금천구는 3.27% 상승했다.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하반기 중 전고점 회복 지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은행권의 대출 관리는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축소했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지역은 자금 조달 여건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출 한도가 줄면 거래량이 먼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서울은 신규 공급 부족 인식이 여전히 강하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일부 전환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수요는 남아 있는데 매물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가격 하방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 비강남권의 전고점 회복은 서울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가격대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남권과 한강변에서 시작된 상승 흐름이 대출 규제와 전세난을 거치며 중저가 인서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은 은행권 대출 관리가 거래를 얼마나 누를지, 공급 부족과 전세 불안이 매수세를 얼마나 떠받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26-07-14 11: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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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침수 걱정된다면…정부 지원 풍수해보험 살펴보니
[경제일보] ※ 은행과 보험권에서는 새로운 상품과 이벤트가 꾸준히 나오지만 조건과 혜택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머니포켓'은 금융권에서 눈여겨볼 신상품과 이색 상품, 주요 이벤트를 짚어봅니다. 놓치기 쉬운 혜택과 유의할 점을 꼼꼼히 살펴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정부, 보험업계가 여름철 장마와 태풍 시기 주택과 상가 침수 피해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을 활용하면 비교적 낮은 부담으로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를 보장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는 정책보험으로 민영보험사가 운영을 맡는다.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일부를 국가와 지자체가 보조해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피해에 대비하도록 한 상품이다. 보장 대상 재해는 △태풍 △호우 △홍수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지진해일 등이다.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침수 피해 대비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가입 대상은 △주택과 세입자 동산 △농·임업용 온실 △소상공인 상가·공장 등이다. 정부 지원은 총 보험료의 55~100% 수준이며 가입자 부담은 0~45%다. 주택은 일반 가입자 기준 보험료의 55% 이상을 지원한다. 한부모가족과 차상위계층은 77.5%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86.5% 이상을 지원하며 재해취약지역 내 저소득층은 보험료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소상공인 보장이 더 넓어졌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부터 풍수해·지진재해보험 제도 개선안을 시행하고 소상공인 연간 보장한도를 사고당 보장한도의 2배로 확대했다. 한 해에 여러 차례 피해가 발생해도 기존보다 안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소상공인 상가 상품은 건물, 시설·집기, 재고자산을 포함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보장한다. 공장 상품은 건물, 시설·집기, 재고자산, 기계를 포함해 최대 2억원까지 보장한다. 피해 인정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기상특보가 발효된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를 중심으로 보상했지만 올해부터는 기상특보가 발효되지 않은 지역이라도 인접 지역에 특보가 발효되고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보상이 가능하다. 국지성 호우처럼 좁은 지역에 갑자기 비가 집중되는 경우를 반영한 개편이다. 가입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민영보험사를 통해 가능하다. 주택 세입자는 관할 지자체를 통한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가입 전에는 보장 대상과 특약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주택 소유자인지 세입자인지, 상가·공장 보장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침수확장특약이 필요한지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달라질 수 있다.
2026-07-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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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신뢰의 재설계...보안·고객지원·사회공헌으로 다시 쌓는 거래소 경쟁력
[경제일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은 더 이상 거래 수수료나 상장 종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이용자는 낮은 수수료보다 안전한 거래 환경을, 금융권은 거래량보다 내부통제와 보안 역량을 먼저 본다. 규제당국 역시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빗썸이 최근 잇달아 내놓은 보안과 고객지원, 투자자 보호, 사회공헌 전략은 거래소의 신뢰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빗썸은 최근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최고 포상금을 2억원으로 확대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화이트해커가 서비스 취약점을 찾아 제보하면 보상하는 제도다. 빗썸은 2022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가운데 선제적으로 이를 도입했으며 이번 개편으로 국내 거래소 최고 수준의 보상 체계를 마련했다. 보안 취약점을 내부 점검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선제적으로 발굴·보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보안 전략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센터를 개편해 개인정보 처리 현황과 정보보호 활동을 공개하고 양자내성암호(PQC)와 AI 기반 보안 운영체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내부 통제 중심이던 보안을 외부 검증과 선제 대응 중심으로 전환해 이용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빗썸은 올해 1분기 매출 825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고 당기순손익은 869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거래대금 감소와 보유 가상자산 평가손실, 행정처분 관련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실적이 둔화한 시기일수록 보안과 신뢰에 대한 투자는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의미가 커지고 있다. ◆ 고객지원도 이용자 보호의 핵심 경쟁력 보안은 고객지원과도 연결된다. 빗썸은 경찰청과 협력해 이상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원격제어 앱이 탐지되면 거래를 제한하는 기능도 적용해 금융사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고객 상담 서비스도 강화했다. 지난해부터 전화와 채팅, 게시판, 이메일 등 모든 상담 채널을 24시간 연중무휴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6 한국의 우수콜센터'에도 선정됐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 고객센터는 단순한 민원 창구를 넘어 사고 대응과 이용자 보호를 책임지는 핵심 접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자 교육도 신뢰 전략의 한 축이다.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업계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하며 실버버튼을 획득했다. 'b토크노믹스', '빗썸로드', 'AI 코인시세'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장 정보와 투자 이해도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정보 비대칭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 역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빗썸나눔은 올해 상반기 아동과 어르신,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현장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화했다. 가상자산 기업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업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함께 축적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행보다. 빗썸의 최근 행보는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거래소의 경쟁력은 거래량보다 신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보안과 고객지원, 투자자 보호, 사회공헌은 각각 다른 활동처럼 보이지만 모두 이용자의 신뢰를 축적하기 위한 기반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하고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버그바운티 확대와 보안 투자, 24시간 고객지원, 투자자 보호가 일회성 발표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운영과 성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신뢰는 경쟁력이 된다.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금융에 가까워질수록 더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만드는 거래소가 시장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결국 빗썸이 쌓아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거래량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는 신뢰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9 0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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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해커에 2억원 건다…거래소 경쟁, 이제는 '보안과 신뢰'
[경제일보] 빗썸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고 수준인 최대 2억원의 버그바운티(취약점 신고 포상제) 포상금을 내걸었다. 상장 종목과 수수료 경쟁에 치중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이제는 보안과 신뢰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가상자산은 몇 초 만에 거래되지만 보안 사고로 무너진 신뢰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빗썸이 버그바운티 포상금을 대폭 올리고 프라이버시센터까지 개편한 배경에는 거래소가 단순 매매 플랫폼을 넘어 금융 인프라 수준의 통제 체계를 요구받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한다. 빗썸은 플랫폼 보안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최고 포상금을 2억원으로 확대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전문가가 서비스 취약점을 찾아 제보하면 심각도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 측은 이번 포상 규모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권의 버그바운티 포상금이 일반적으로 수천만원 수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빗썸은 2022년 9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가운데 선제적으로 버그바운티를 도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존 프로그램을 강화해 공지된 범위 안에서 블랙박스 침투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점 심각도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외부 공격자가 발견하기 전에 보안 취약점을 먼저 찾아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프라이버시센터 개편이다. 빗썸은 개인정보 처리 현황과 정보보호 활동을 이용자에게 공개하고 외부 취약점 점검 결과와 정보보호 자문위원회 정례 회의 내용도 공유할 계획이다. 거래소 보안이 내부 점검과 비공개 통제 중심에서 외부 검증과 이용자 공개를 결합한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배경에는 급변하는 규제 환경이 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담한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에는 이용자 자산 보호와 이상거래 감시 책임도 한층 강화됐다. 거래소는 고객확인(KYC)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금융거래 정보를 대규모로 다룬다. 보안 사고는 단순한 시스템 장애가 아니라 실명계좌 제휴와 감독당국 대응, 시장 평판까지 흔드는 경영 리스크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디파이(DeFi) 플랫폼을 겨냥한 해킹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의 가상자산 탈취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에 편입될수록 보안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빗썸이 보안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과 커스터디, 기관투자자 서비스,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 시장이 커질수록 거래소 보안은 사업 확장의 전제 조건이 된다. 은행과 제휴하고 기관 고객을 유치하려면 보안 체계를 선언이 아니라 숫자와 절차, 검증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남은 과제는 실효성이다. 최대 2억원이라는 포상금은 상징성이 크지만, 제보 범위와 취약점 등급 기준, 제보자 보호 원칙, 처리 기한, 패치 완료 후 공개 범위가 명확해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센터 역시 홍보 페이지에 그친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개인정보 처리 현황과 자문위원회 권고 사항, 취약점 개선 사례가 정기적으로 공개될 때 비로소 신뢰 자산이 될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버그바운티 포상금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상향했다"며 "프라이버시센터를 통해 정보보호 현황을 공유하고 개방형 보안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은 수수료와 상장 종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이상거래 대응 능력이 거래소의 체급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빗썸의 이번 조치가 일회성 발표를 넘어 실제 제보 건수와 처리 속도, 개선 사례로 이어질 때 시장은 이를 보안 비용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로 가기 위한 신뢰 투자로 평가할 것이다.
2026-07-03 13: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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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을 묶은 날, 정부의 뒷북 부동산 대책이 드러났다
[경제일보] 정부가 경기도 화성 동탄구,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7월 5일부터는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적용된다. 대출과 세제, 청약 규제에 토지거래허가제까지 한꺼번에 얹혔다. 집값이 뛰자 그만큼 강한 제동을 건 것이다. 세 지역의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올해 들어 6월 넷째 주까지 동탄구 아파트값은 11.38%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구리시는 7.87%, 기흥구는 6.21% 올랐다. 동탄과 기흥은 반도체 호황과 GTX-A 개통 기대가 겹쳤고, 구리는 서울과 가까운 입지와 역세권 가치가 매수세를 끌어들였다. 동탄역 일대 일부 신축 아파트는 몇 달 사이 호가가 수억원씩 뛰었다. 집주인이 계약을 뒤집고 더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규제지역 지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번지자 “묶이기 전에 사자”는 매수세도 붙었다. 이미 과열의 징후를 넘어선 시장이었다. 그렇다고 이번 조치가 시의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탄·구리·기흥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정량 요건을 충족했다. 경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한 최근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조정대상지역 기준과 투기과열지구 기준을 모두 웃돌았다. 규제 가능성은 시장에 이미 알려져 있었고, 정부도 관계 부처 협의를 시작한 상태였다. 규제는 발표 전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규제설이 돌면 일부 매수자는 관망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출과 전세를 동원해 계약을 서두른다. 실제로 동탄구의 6월 둘째 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1.98%로 전주보다 세 배 이상 뛰었다. 정부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시장은 이를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10월 15일 대책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당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서울 집값을 잡고 수도권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규제지역 밖에 남은 곳은 곧바로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대출과 거래 규제가 덜한 지역, 산업 호재와 교통망 확충 기대가 있는 지역으로 자금이 향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동탄·기흥·구리는 바로 그 경계에 있었다. 동탄과 기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 접근성이 좋고,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거세던 곳이다. 구리는 서울 생활권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대체지로 거론됐다. 지난해 10월 규제 지도를 그릴 때부터 이런 흐름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정부는 과열 조짐이 없는 지역까지 미리 규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규제지역 지정은 재산권과 거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집값이 조금 오른다고 선제적으로 묶기 시작하면 수도권 전체가 규제망에 들어갈 수 있다. 행정은 추측만으로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신중함과 지연은 다르다. 이미 가격 상승률, 거래량, 대출을 끼고 들어오는 매수세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면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이 달아오른 뒤 가장 센 규제를 한꺼번에 꺼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의 흐름을 더 일찍 포착하고, 과열이 집중된 곳과 실수요가 두터운 곳을 구분해 대응했어야 했다.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은 70%에서 40%로 낮아진다. 유주택자는 신규 주택 구입용 대출을 받기 어렵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부담도 커지고, 청약과 정비사업 규제도 따라붙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거래 문턱을 한 단계 더 높인다. 원칙적으로 허가를 받은 뒤 4개월 안에 입주해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은 막힌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세입자가 있는 집을 무주택자가 사는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 동안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원칙과 세입자의 계약기간을 보호해야 하는 현실이 맞물리면서 규제도 예외를 두게 됐다. 정책이 복잡해질수록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탄역 인근의 단기 급등을 겨냥한 조치가 동탄구 전체의 갈아타기 수요와 이주 수요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기흥구 역시 반도체 산업권 배후 주거지라는 성격이 있다. 구리는 서울과 맞닿은 생활권이다. 세 지역을 같은 강도로 묶는 방식이 실제 과열 지점과 수요의 성격을 충분히 가려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규제의 부작용은 이미 다음 지역을 향하고 있다. 수원 권선구, 안양 만안구, 남양주, 평택, 오산처럼 아직 규제 밖에 있는 지역들이 거론된다. 정부가 동탄·기흥·구리를 묶자 시장은 곧바로 “다음은 어디냐”는 계산을 시작했다. 규제 경계가 넓어질수록 남은 비규제 지역의 가치는 오히려 부각된다. 집값을 잡으려면 대출과 거래를 조이는 수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만 규제만으로 시장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동탄과 기흥에는 반도체 산업이라는 실수요 배경이 있고, 구리에는 서울 주거 수요가 맞닿아 있다. 주택 공급, 교통망, 임대차 물량이 함께 따라가지 않으면 매수세는 잠시 멈출 수 있어도 주거 불안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집값이 뛴 뒤 규제 지도를 다시 칠하는 방식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규제지역 밖으로 이동하는 매수세를 더 빨리 읽고, 자금 유입과 거래량, 전셋값 움직임을 촘촘히 살펴야 한다. 시장이 과열된 뒤 전면 규제로 문을 닫는 정책은 다음 풍선이 부풀 자리를 찾게 만들 뿐이다. 동탄을 묶은 날 드러난 것은 정부의 강한 의지가 아니라 정책 대응의 시간차였다. 시장은 이미 움직였고, 정부는 한 박자 늦게 도착했다.
2026-07-02 07: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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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과기부 탄소 자원화 분야 국책과제 참여 外
[경제일보] 현대건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책과제 ‘이산화탄소 전환을 통한 차세대 항공연료(e-SAF) 생산 기술개발’ 수행기업으로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현대건설은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탄소 포집·활용·저장(CCU) 메가프로젝트 착수보고회’에서 주관기관인 LG화학 등 참여기관과 함께 과제 수행계획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현대건설 HMG건설기술연구원 서유택 상무와 LG화학 심규석 전무, 과기정통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과기부가 ‘탄소·포집·활용 메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이번 과제는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청정수소를 원료로 항공유를 생산하는 e-SAF 기술의 실증을 목표로 한다. 산학연 10개 기관이 공동 참여하며 기존 바이오 기반 SAF의 원료 수급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e-SAF 생산 기술을 실험 단계부터 실증 플랜트 구축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과제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e-SAF 생산 공정 연구와 실증 플랜트 설계 검토 및 기술지원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실증 플랜트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또 보유 연구설비를 활용해 생산 효율 향상 방안을 검증하고 이산화탄소 전환 합성원유를 친환경 항공연료로 생산하기 위한 고도화 공정 연구를 공동으로 맡았다. 공정 간 연계 최적화와 제품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고 향후 상업화 가능한 통합 공정 기술 확보와 친환경 항공연료 생산 기술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CCU 기술과 수소·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해 친환경 항공유 생산 전 과정에 걸친 통합 기술체계 구축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탄소 저감 기술과 수소 생태계, 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친환경 연료 생산과 에너지 전환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사내 ‘2026 스마트 안전 공모전’ 통해 우수 아이디어 8개 선정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에서 ‘2026 스마트 안전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8개 팀을 시상했다고 25일 밝혔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13일부터 5월 8일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2026 스마트 안전 공모전’을 진행했다. ‘Keep Safety! Better Tomorrow!’를 주제로 현장의 업무 효율을 개선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사례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92개의 업무방식 개선 및 스마트 기술∙제품 관련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안전∙기술 관련 실무 부서가 심사에 참여해 아이디어의 현장 적용성, 차별성, 구체성, 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우수 사례로는 대상을 수상한 △지하층 통신체계 구축 △항타기 기울기 알림∙자동복원 장치를 비롯해 총 8개의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롯데건설은 이번 공모전을 시작으로 향후 우수 아이디어들을 선별해 기술검증(PoC)을 거쳐 실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건설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의 아이디어와 현장 사례를 발굴해 실질적인 현장 안전을 지키고 개선하고자 이번 공모전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에 선정한 아이디어를 고도화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해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BS한양, ‘밀양 수자인 더퍼스트 1·2단지’ 견본주택 개관 BS한양은 ‘밀양 수자인 더퍼스트 1,2단지’의 견본주택을 개관하며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한다고 25일 밝혔다. 단지는 경상남도 밀양시 밀양부북 공공주택지구 A-1블록과 S-2블록 일원에 2개 블록, 총 1066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1단지(A-1블록)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0층, 총 744세대이며 이 중 일반분양(뉴홈 ‘일반형’) 물량은 △55㎡A 169세대 △59㎡A 100세대 △59㎡B 157세대로 426세대다. 2단지(S-2블록)는 지하 1층~지상 최고 20층, 총 322세대로 구성된다. 일반분양(뉴홈 ‘일반형’)은 △74㎡A 24세대 △84㎡A 90세대로 114세대다. 단지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55㎡는 2억원 중반대, 전용 59㎡는 2억원 중·후반대에 공급된다. 전용 74㎡는 3억원 초반대, 전용 84㎡는 3억원 중·후반대 수준으로 책정돼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췄다. 견본주택은 경상남도 밀양시 내이동 일원에 오는 26일 마련된다. 밀양 수자인 더퍼스트 1,2단지는 밀양 최초의 수자인 브랜드 아파트이자 1000세대가 넘는 브랜드타운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밀양시 최초의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인 밀양부북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청약 일정은 29일 특별공급 접수를 시작으로 1순위 30일, 2순위는 내달 1일 접수한다. 당첨자 발표는 1단지가 7일, 2단지가 8일로 예정돼 있다. 당첨자 발표일이 단지별로 달라 수요자들은 2개 단지에 중복으로 청약할 수 있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정당계약은 8월 18일부터 8월 20일까지 3일간 견본주택에서 진행된다. BS한양 관계자는 “밀양에 처음 선보이는 수자인 단지인 만큼 특화 설계와 차별화된 조경·커뮤니티로 지역 주거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나노융합 국가산단을 배후로 한 직주근접 입지와 밀양부북 공공주택지구의 성장 가능성까지 더해져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6-06-25 10: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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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핀테크 샌드박스 전면 개편…지정 즉시 배타적 운영권 부여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앞으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즉시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하고, 우수 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가점과 패스트트랙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테스트 단계에 머물던 핀테크 기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서강대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 친화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금융서비스에 한해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면제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총 6조2300억원의 투자 유치와 4794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이끌며 금융 생태계의 혁신 기반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혁신기업들이 테스트를 마친 뒤 정식 금융사업자로 안착하는 과정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배타적 운영권 부여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기존에는 샌드박스 이후 정식 인허가 단계에서야 배타적 운영권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샌드박스 지정 단계부터 이를 부여한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서비스 초기부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지원 규모도 확대된다. 배타적 운영권을 확보한 중소 혁신사업자에게는 서비스 상용화 비용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고, 테스트 비용 지원 한도는 기존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책임보험료 지원 비율도 50%에서 100%로 높여 초기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 스타트업의 샌드박스 진입 문턱도 낮아진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진출이 좌절되지 않도록 성장 가능성과 보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심사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과도한 부가조건도 완화하고, 컴플라이언스 교육과 대면 설명회, 밋업 행사,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확대해 초기 기업의 제도 이해도를 높일 방침이다. 샌드박스 종료 이후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운영 성과를 연 단위로 점검하고, 시장 반응이 좋은 우수 서비스는 상용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샌드박스 지정 효력과 지정기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로 했다. 우수 혁신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에서 가점을 부여하거나 심사 절차를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규제 변화나 지정기간 종료로 인한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고, 혁신 서비스가 제도권 금융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함께 고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샌드박스 적용 범위도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령 등으로 확대하고, 동일·유사 서비스에 대해서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포용금융과 미래금융 구현을 위한 기획형 샌드박스도 활성화해 하반기 중 세부 과제를 발굴하고 참여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온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왔지만 혁신 핀테크 기업의 지속 성장과 제도권 안착을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핀테크 기업의 도전 기회를 확대하고 혁신 아이디어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제도권 금융으로의 연착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21 15: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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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들보 역할 기업은행 65년… 자산 500조 종합금융회사로
IBK기업은행의 역사는 한국 중소기업 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61년 8월 설립된 중소기업은행이었다. 정부는 경제개발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고, 중소기업자의 자주적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법을 제정했다. 기업은행은 이 법에 따라 태어난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DNA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대기업 중심 산업화가 속도를 내던 시절, 중소기업은 담보와 신용이 약해 일반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기업은행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본금 2억원, 31개 점포망으로 출발한 작은 국책은행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수출금융과 보증 연계 금융을 공급하며 한국 산업화의 밑단을 떠받쳤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길을 걸었다. 시중은행이 예대마진과 대기업 거래, 가계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생애주기를 따라 움직였다. 창업 초기 자금, 공장 증설 자금, 수출입 금융, 기술개발 자금, 위기 때의 유동성 지원까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와 함께 확장됐다. ◆중소기업 금융 DNA…산업화의 그늘을 메운 국책은행 1960~70년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 금융공급이었다.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과 기간산업에 정책자금이 집중됐지만, 산업의 저변을 이루는 중소기업에도 자금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금융기관으로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경계에서 움직였다. 수출입국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은행의 기능도 넓어졌다. 외자 업무와 외국환 업무, 수출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됐다. 중소기업이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금융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수출 관련 금융과 상담 기능을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국제화에도 힘을 보탰다. 1994년 증권거래소 상장은 기업은행의 체질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국책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하되 자본시장에서 평가받는 금융회사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를 다시 확인시켰다. 위기 때 가장 먼저 자금줄이 막히는 곳은 중소기업이었다. 기업은행은 시장이 위축될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창구로 기능했다. ◆국책은행에서 종합 금융회사로…민간 역할까지 넓힌 IBK 기업은행의 두 번째 도약은 민간 금융 기능의 확장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국책은행이지만, 오늘의 IBK는 은행 단일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등 계열사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자산관리, 연금, 벤처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금융그룹형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이 변화는 중소기업 금융의 성격이 바뀐 데서 비롯됐다. 과거 중소기업 금융은 대출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자금 △지분투자 △인수합병 자문 △수출입 금융 △환위험 관리 △퇴직연금 △디지털 결제와 데이터 기반 경영지원까지 필요로 한다. 기업은행이 민간 금융 기능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K투자증권과 IBK벤처투자는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돕는 축이다. IBK캐피탈은 설비투자와 리스, 기업금융을 보완하고 IBK연금보험과 자산운용은 중소기업 임직원과 기업주의 장기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한다. 국책은행의 울타리 안에서 민간 금융의 도구를 넓히는 구조다. ◆순익 2조·자산 500조 돌파…숫자로 드러난 성장세 현재의 기업은행은 더 이상 소규모 정책은행이 아니다. 2025년 말 기업은행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718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2조3858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14조7000억원 늘어난 26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기준 총자산은 500조원을 넘어섰다. 자본금 2억원과 31개 점포로 출발한 중소기업 전담 은행이 60여 년 만에 500조원대 금융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 숫자는 기업은행이 단지 정책금융기관으로 남아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본업을 지키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자본시장 기능을 함께 키워온 결과다. 2026년 출발도 본업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534억원, 별도 기준 순이익은 6663억원을 기록했다. 환율 변수와 전년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이익은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4조2000억원으로 더 늘었다.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음 성장판은 혁신 중기 기업은행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금융 △혁신기업 투자 △디지털 중기금융 △건전성 관리로 요약된다. 핵심은 ‘IBK형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5년간 첨단·혁신산업, 창업·벤처기업, 지방 소재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300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가장 잘 맞닿아 있다.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산업과 기술,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흐르게 하는 금융이다. AI, 반도체, 에너지, 소부장,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스마트제조 등 성장 산업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공급망과 국가 전략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기업은행은 이 분야에서 차별적 강점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정보, 업종별 경기 흐름, 현장 영업망, 정책금융 집행 경험은 일반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자산이다. 여기에 보증기관, 정책기관, 지방자치단체, 벤처투자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면 기업은행은 단순한 대출기관을 넘어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8 07: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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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다시 불안의 문턱에 섰다
[경제일보]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하다. 아직 폭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가볍지 않다. 매매가격은 다시 오르고, 전셋값은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출 규제는 강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강남 몇몇 단지의 신고가 경쟁으로 치부하기에도 어렵다. 상승세는 서울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올랐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07%, 수도권은 0.14%였다. 지방 상당수 지역이 보합권에 머무는 사이 서울의 상승폭은 뚜렷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전국 시장과 다른 온도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경계해야 할 곳은 전세시장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9% 올랐다.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높다. 전세는 실수요자의 체감 지표다.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더 비싼 전세를 감수할지, 외곽으로 밀려날지,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살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의 압박이 쌓이면 전세 불안은 매매 수요로 넘어간다. 서울 주택시장 불안은 전세에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전셋값이 안정돼 있을 때 매매가격 상승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실수요자는 기다릴 명분을 잃는다.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에게 “조금 더 기다리면 집값이 잡힌다”는 말은 쉽게 먹히지 않는다. 몇 년 전 전세난과 집값 급등을 겪은 사람들은 같은 조짐이 보이면 더 빨리 움직인다. 이번 상승세가 강남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강남·서초·송파 등 핵심지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온기가 강북과 중저가 지역으로 번질 때다. 성동, 동대문, 강북, 성북, 강서 등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지역의 매매와 전세가 함께 오르면 시장의 불안은 훨씬 넓어진다. 강남 집값은 남의 일처럼 볼 수 있어도,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여겼던 지역의 전세와 매매가 동시에 오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시장을 안심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폭발해야만 가격이 오르는 곳이 아니다.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가 관망을 접으면 적은 거래로도 호가가 바뀐다. 특히 서울처럼 대체 주거지가 제한된 시장에서는 몇 건의 상승 거래가 주변 가격의 기준선이 된다. 거래가 조용해 보여도 가격은 먼저 움직일 수 있다. 금융 흐름도 불안을 키우는 쪽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4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5000억원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만 보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담대 증가폭이 여전히 크다는 것은 주택 매입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대출 규제가 시장을 완전히 식히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었다.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낮췄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 한도를 줄였다. 수요 억제의 신호는 강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규제가 거래를 늦출 수는 있어도 공급 불안과 전세난을 대신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대출 규제는 필요하다. 투기 수요를 누르지 않고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세난에 밀려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까지 같은 선상에 세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금 보유자는 버티고,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뒤로 밀린다. 결국 실수요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좁아진다.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규제도 버틴다. 그 믿음이 약해지는 순간, 관망은 매수로 바뀐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규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정부가 공급을 말해도 시장은 실제 입주 물량과 사업 속도를 본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말해도 인허가, 사업성, 공사비, 조합 갈등, 금융비용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도심 공급 확대를 말해도 언제, 어디에, 얼마나 들어서는지 분명하지 않으면 수요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 대책은 발표문이 아니라 일정표로 평가된다. 전세시장 안정도 별도의 과제로 봐야 한다. 전세는 매매시장의 부속 변수가 아니다. 서울 주거시장의 한 축이다.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 매매시장 안정도 흔들린다. 세입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 여력은 줄고, 주거 이동은 어려워진다. 전세가격 급등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도시 생활비 상승 문제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이 서울에 살기 어려워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에도 부담이 된다. 정책 메시지도 정교해야 한다. 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말만 반복하면 실수요자는 자신이 보호 대상인지 규제 대상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서울 주택시장에는 투기 수요도 있지만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도 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정책은 거칠어지고, 거친 정책은 우회로를 만든다. 부동산 정책은 강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
2026-06-11 07: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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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고 세금 올리고 규제 묶고… 카드 다 꺼냈는데 서울 집값은 참여정부 이후 최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오름폭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정권 집권 첫 1년 기준으로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출을 막았다.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세금 중과를 재시행했다. 통상적인 부동산 정책 수단을 집권 첫해 안에 사실상 모두 꺼냈다. 그런데도 시장은 굴하지 않았다. 수치 자체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집값이 정책 변수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부동산 시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사실을 함께 놓는다고 해서 정책 선택의 책임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수치에는 불편한 선례가 있다. 참여정부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참여정부의 기시감 참여정부(2003~2008)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묘한 데자뷔를 느낄 것이다. 당시에도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이라는 강한 이념적 지향을 가진 정권이 들어섰고, 10·29 대책(2003년)과 8·31 대책(2005년) 등 굵직한 수요 억제 패키지가 잇달았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것도 그 시기였다. 그 모든 조치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참여정부 5년 내내 상승 곡선을 그었다. 임기 종료 시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집권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지역이 적지 않았다. 그 정치적 상처는 2007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치적 유산과 맥이 닿아 있는 인물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소신은 취임 이전부터 공개적으로 밝혀온 것이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문법을 여러 지점에서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소신이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1년치 데이터와 함께 들여다보면, 어떤 카드가 어떤 순서로 소진됐는지, 그리고 시장은 그때마다 어떻게 응답했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다. 물려받은 조건 카드를 꺼내기 전에 판세부터 따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했고, 그 여파로 2025~2026년 서울·수도권의 입주 물량 감소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공급 절벽 우려는 정권 교체 훨씬 전부터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적 선행 변수가 더해졌다. 새 정부 출범 직전 강남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됐다. 이 결정은 수요 억제의 빗장이 일부 풀린다는 신호로 시장에 읽혔고, 집값은 정권 교체와 함께 상승 기대가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준비 기간도, 인수위도 없는 상태에서 이 상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판은 기울어진 채로 게임이 시작됐다. 첫 번째 카드: 대출을 막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카드를 꺼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이었다. 정책 기반을 다지는 데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새 정부 초기 일정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으며, 갭투자 차단을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봉쇄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관련 감독 규정을 동원한 6·27 대책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빈틈 없이 짜인 대출 억제 패키지였다. 시장의 응답은 달랐다.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호가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미 수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고자산층의 매수를 대출 규제가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시장에서 나왔다.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며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첫 번째 카드는 시장에 긁힌 자국을 남겼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두 번째 카드: 공급을 내걸다 대출 규제가 시장에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자 두 달여 뒤 정부는 두 번째 카드를 꺼냈다. 9·7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요 억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을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읽혔고, 방향성 자체는 비판받기 어려운 전환이었다. 그러나 대책의 속살을 들여다본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공 주도의 고밀 개발과 도심 복합사업 중심의 공급 방식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내놓았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은 방안들과 본질적으로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남·마포·용산 같은 선호 입지의 아파트다. 공공분양이나 도심 복합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거 상품이 그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9·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 호가는 내려오지 않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대책 전후 수 주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카드 역시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 세 번째 카드: 규제로 묶다 공급 계획이 시장에 먹히지 않자 정부는 세 번째 카드를 꺼냈다.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 등 12개 인접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묶는 전방위 규제 지정이었다. 이미 6억원으로 제한된 주담대 한도 위에 추가 상한까지 얹었다. 주택 가격이 2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상한을 2억원으로, 15억~25억원 구간은 4억원으로 더 낮췄다. 고가 주택을 대출에 기대어 매수하는 경로를 사실상 봉쇄하는 설계였다. 출범 후 네 달여 만에 초강도 대출 규제, 공급 계획 발표, 규제지역 전방위 지정이라는 세 가지 카드를 모두 소진한 셈이었다. 참여정부가 집권 2~3년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꺼냈던 카드들을 이재명 정부는 집권 첫해 안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네 번째 카드: 세금을 올리다 수요 억제 대책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는 역대 정권이 번번이 미뤄온 숙제 하나를 정면으로 끌어안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의 재시행이다. 「소득세법」 제104조에 근거한 이 조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4년 연속 1년 단위 시행령 유예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법률에 명시된 세율 조항이 행정부 시행령을 통해 해마다 유예되는 이 방식은 조세 법률주의의 원칙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가 유예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법 규정의 본래적 효력 회복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역대 정권이 기득권의 저항 앞에 번번이 물러섰던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시행의 시장 효과는 단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도를 미루고 보유를 이어가거나 매매 대신 임대로 전환할 경우, 매매 시장의 매물 감소와 전월세 시장의 물량 축소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네 번째 카드가 불러온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완: 1·29 공급 신속화 방안 9·7 대책에 대해 "공급 청사진이 추상적이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 1월 후속 공급 계획을 내놨다. 1·29 도심 주택 공급 신속화 방안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부지, 군부대 이전지, 태릉CC 등 구체적 사업지와 공급 시기를 명시해 전작의 추상성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공급 계획으로서의 구체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실행 경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사업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다. 태릉CC는 과거 여러 정부에서 개발 구상이 제기됐다가 주민 반발과 환경 논란으로 번번이 제동이 걸렸던 전례가 있다.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청사진부터 공개하는 방식이 9·7 대책에 이어 1·29 대책에서도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의 속도와 설득의 절차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결국 실행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임대차 시장에 켜진 경고등 네 장의 카드가 순서대로 소진되는 동안, 압력은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매매 수요를 억누를수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압력까지 겹쳤다. 양도세 중과 재시행으로 매물을 거둬들인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 할 경우에도 시장에는 반대 효과가 작용한다. 최근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 일대에서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대부분에게 전·월세 부담은 매매 가격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절박한 생계 문제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체감되려면 상당한 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전세금이 수천만원 오르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중산층 세입자에게 당장의 위기로 작용한다. 정책이 막아선 매매 시장의 압력이 임대차 시장으로 고스란히 흘러드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흐름의 이면에는 정책 결정 방식 자체의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 부동산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결정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전문가 집단 사이에 적지 않다. 정책의 방향이 대통령 수준에서 사실상 확정된 뒤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재시행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전문가 집단의 검토나 이해당사자 협의가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방식이 누적되면 결국 시장은 정책보다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충분한 협의를 거치다 보면 결국 기득권의 저항에 밀려 무력화되는 일이 역대 정부에서 반복됐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초기 설계와 달리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치적 타협 과정을 거치며 점차 약화된 사례는 이 논거를 뒷받침한다.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결국 후퇴한다는 학습 효과가 현 정부 내에 축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맞는 진단인지는 앞으로 나올 정책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남은 변수들 네 장의 카드를 소진한 이재명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시장을 움직일 수단은 사실상 세제 개편과 공급 입법으로 좁아졌다. 올 하반기 나올 세제 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어떤 방향으로 손보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세율 인상이나 과세 기준 강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경우 투기 억제 신호로 읽히겠지만, 동시에 매물 잠김과 임대차 시장 압박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높일 경우 가계 부채 부담 증가와 함께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전세 대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을 지닌다. 1·29 대책에 포함된 공급 사업들이 현실화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비롯한 관련 입법 과제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의 정치 지형이 협력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급 계획의 실현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참여정부는 가용한 카드를 모두 꺼냈지만 끝내 서울 집값을 잡지 못했고, 그 대가를 임기 말 민심으로 치렀다. 이재명 정부는 그 카드들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강하게 썼다. 참여정부와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세제와 입법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다른 결말을 써낼 것인지 그 답을 쓸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2026-06-05 1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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