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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사업 발표 임박…한화오션, TKMS와 50대 50 승부
[경제일보]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했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양강 구도로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역대 최대 잠수함 수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는 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캐나다의 안전과 회복력, 번영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날 마크 카니 총리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4년 7월 최대 12척의 재래식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요구 조건은 단순한 연안 작전용 잠수함이 아니라 북극권 운용이 가능한 수중 감시·억제 전력이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이 북극·대서양·태평양을 모두 접한 국가라는 점을 들어 신형 잠수함이 해상 접근로 감시와 위협 억제에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TKMS와 한화오션을 CPSP의 2개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양측과 심층 협의를 진행해 왔다.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첫 잠수함을 늦어도 2035년까지 인도받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현대화 작업을 거쳐 운용될 예정이다. 국내 정부도 수주 가능성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청와대 뉴미디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스코어로 물어보면 50대 50인 상황”이라면서도 “캐나다는 한국과 완전히 대칭적 구조를 가진 나라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우리는 첨단산업부터 기간 제조업까지 뒷받침이 잘돼서 협업하면 힘이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조기 납기와 실전 운용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캐나다 측에 2035년까지 잠수함 4척을 인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캐나다가 전력 공백을 피하려면 첫 잠수함 인도 시점이 핵심 변수인 만큼, 이미 한국 해군에서 운용 중인 장보고-Ⅲ 계열 잠수함의 검증된 생산·운용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수주전은 잠수함 성능만의 경쟁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자국 해양·방산 산업의 일자리와 장기 정비 기반을 키우는 계기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1월 캐나다 기업들과 철강, 우주, 인공지능, 센서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스틸과 잠수함 건조·유지보수에 활용할 현지 철강 공급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최대 60조원이라는 사업 규모도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정비, 후속 군수지원, 산업협력 등을 포함한 업계 추산이다. TKMS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내세우는 212CD 잠수함은 NATO 동맹 내 상호운용성을 앞세운다. AP통신은 TKMS 측이 자사 잠수함이 NATO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KMS는 잠수함 외에도 희토류, 광업, 인공지능, 배터리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캐나다 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결국 캐나다의 선택은 ‘속도와 실전 운용 경험’이냐, ‘동맹과 기존 NATO 체계’냐의 구도로 요약된다.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한국 조선·방산 산업은 상선과 지상무기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넘어 잠수함이라는 고부가 특수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특히 G7 국가이자 NATO 회원국인 캐나다에 한국형 잠수함을 공급하는 길이 열리면 향후 북미·유럽 방산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의 신뢰도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곧바로 최종 계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 뒤에도 가격, 기술 이전, 현지 정비, 장기 군수지원, 산업협력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자국 산업 기여와 장기 운용 지원 능력을 중시하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에도 최종 계약까지는 상당한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이번 CPSP가 특수선 사업의 체급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국내 조선업이 LNG운반선과 친환경 선박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면, 잠수함은 기술 보안과 국가 간 신뢰가 결합된 방산 시장이다. 캐나다가 한국을 선택할 경우 한화오션은 단순 건조사를 넘어 장기 정비·훈련·산업협력까지 묶는 해양 방산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2026-07-06 15: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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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RWA의 본질…실물자산이 디지털 신뢰와 만날 때
[경제일보] 금융의 역사는 결국 신뢰를 어떻게 계량화하고 증명할 것인가의 역사였다. 과거에는 국가의 공권력, 중앙은행의 발권력, 금고에 쌓인 금이 신뢰의 근거였다. 자본은 보이지 않는 약속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담보와 제도 위에서 움직였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블록체인은 이 신뢰의 방식을 흔들었다. 암호화된 알고리즘과 분산원장이 새로운 금융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실체 없는 가상자산이 보여준 극심한 변동성은 시장에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실물 경제의 생산성과 연결되지 않은 디지털 신뢰는 언제든 신기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물자산 토큰화, RWA(Real World Assets)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했다. RWA의 본질은 단순히 부동산, 원자재, 인프라 같은 자산을 디지털 조각으로 쪼개 판매하는 기술이 아니다. 실체 있는 자산이 가진 내재가치에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결합하는 금융 구조의 전환이다. 구리와 희토류 같은 전략 원자재, 태양광 발전소와 전력망 같은 인프라 자산은 그 자체로 물리적 실체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이들 자산이 대체로 폐쇄적인 거래 구조와 높은 진입장벽 안에 묶여 있었다는 점이다. 자산은 존재하지만 유동성은 제한됐고, 미래 수익은 예상되지만 자본시장에서 실시간으로 평가받기 어려웠다. RWA는 이 경직된 자산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원자재의 비축 현황, 인프라의 가동률, 장래 수익권, 계약 조건 등을 디지털 장부 위에 기록하고 검증할 수 있다면 자산의 신뢰는 더 이상 일부 기관의 내부 문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산의 상태와 권리 관계가 투명하게 연결될수록 자본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는 자산을 평가하고 유동화하기 위해 수많은 중개기관과 법적 절차,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반면 정교하게 설계된 RWA 생태계에서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배당, 정산, 권리 이전 절차를 자동화할 수 있다. 물론 법적 소유권, 회계 처리, 규제 기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 기술만으로 금융의 신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RWA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 디지털 금융의 경쟁은 단순한 토큰 발행이 아니라 어떤 실물자산을 어떤 법적 구조와 어떤 데이터 체계로 연결하느냐에서 갈린다. 투기성 자본을 모으는 코인과 산업 현장의 현금흐름을 담는 토큰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가상성이 아니라 더 검증 가능한 실체다. 제조 강국 한국에도 이 흐름은 가볍지 않다. 한국 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조선,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막대한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산들은 대기업의 재무제표와 금융권 대출 구조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RWA는 이런 산업 자산을 새로운 방식으로 자본화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핵심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신뢰 설계다. 원자재라는 업스트림에서 시작된 디지털 신뢰는 발전소, 전력망, 물류,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수익권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과장된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자산의 실체, 권리의 명확성, 데이터의 검증성, 규제의 수용성을 하나로 묶는 정교한 금융 설계다. RWA는 실물경제와 디지털 금융이 만나는 접점이다. 실체 없는 신뢰는 오래 버티기 어렵고, 유동성 없는 자산은 성장의 속도를 잃는다. 실물자산이 디지털 신뢰를 만나면 자본은 다시 흐를 수 있다. 산업과 금융이 융합되는 다음 경제 지도에서 RWA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선언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승부는 실제 자산을 얼마나 투명하게 증명하고, 얼마나 안전하게 거래 가능한 구조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 소개] 구교성 | 클레버스(CLEBUS) 의장 2001년 ‘질문·답변을 통한 정보 제공 방법’ 및 ‘대표 키워드 검색’ 등 원천 특허를 출원하며 일찍이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와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시대를 예견했다. 국경 없는 가치 공유와 결제 생태계를 목표로 2006년 클레버스를 설립했다. 이후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의 도래와 함께 무형의 지식 자산을 넘어 실물 자산과 에너지 인프라를 토큰화하는 혁신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현재 클레버스를 통해 실물자산(RWA) 거래소를 포괄하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선박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부터 공공 자산에 이르는 디지털 트윈 및 STO 인증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글로벌 실물자산 금융화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클레버스 초연결 생태계의 기축자산통화인 클레코인(CLE)은 현재 고팍스(GOPAX)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 중이다.
2026-07-06 1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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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철강 넘어 리튬·에너지로…'트리플 코어' 미래전략 공개
[경제일보] 포스코그룹이 철강 중심 사업 구조를 리튬과 에너지까지 확장하는 '트리플 코어(Triple Core)' 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성장 전략을 전면 개편했다. 철강을 기반으로 리튬과 희토류 등 전략자원,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에너지자원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해 공급망 재편 시대의 핵심 자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2일 포스코그룹은 서울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양·음극재·희토류 등) ▲에너지자원(LNG·신재생에너지)을 중심으로 한 '트리플 코어'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매출 187조원, 영업이익 13조1000억원을 달성하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미래 성장 분야에 총 16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공급망 불안정과 저탄소 전환 가속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지금이야말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혁신해야 할 시기"라며 "철강과 소재에 이어 자원으로 업의 영역을 확장해 국가 산업 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이번 전략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분야는 전략자원이다. 포스코그룹은 2033년까지 연간 17만3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톱5 기업으로 도약하고, 2035년에는 리튬 사업에서 연간 1조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염수 리튬은 최근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올해 3월 영업 흑자로 전환했으며,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유치 제도(RIGI) 승인도 획득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염수 리튬 3·4단계 투자를 앞당겨 2033년까지 연간 10만톤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광석 리튬 사업도 확대한다. 호주 미네랄리소스(Mineral Resources)와의 협력을 통해 연간 18만7000톤 이상의 리튬 정광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매년 약 20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염수와 광석 리튬을 동시에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리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리튬 외에도 양극재와 음극재, 희토류, 희귀·특수가스 등 전략자원 사업도 확대한다. 전기차와 로봇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고, 반도체와 우주항공 산업에 사용되는 희귀·특수가스 국산화도 추진한다.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해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철강 사업은 해외 성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포스코그룹은 인도와 미국, 인도네시아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2031년까지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100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은 국내 저탄소 전환 투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국내 제철소 경쟁력 강화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포항제철소는 에너지 강재 중심 생산기지로, 광양제철소는 미래 모빌리티 강재 중심 생산기지로 육성한다. 아울러 HyREX(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 운영과 전기로 고급강 생산 확대, 원가 혁신 등을 추진해 저탄소 철강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 새롭게 비중이 커진 분야는 에너지자원이다. 포스코그룹은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그룹의 세 번째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 LNG는 생산부터 트레이딩, 터미널, 발전까지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국내 해상풍력과 해외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기존 철강과 소재 중심의 투코어 전략에서 LNG로 대표되는 에너지 사업을 세 번째 핵심축으로 추가한 것이 이번 전략의 가장 큰 변화"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에너지 분야의 대표 사업회사로 업스트림부터 트레이딩, 발전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인도 등 고성장 시장과 미국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확대 등 탄소 저감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공정에서 축적한 제조 데이터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도 추진한다. 공정 최적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산업용 AI를 중심으로 미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도 함께 내놨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회사 저평가(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 자회사 보유 지분을 50% 수준까지 최적화하기로 했다. 확보한 재원은 전략자원 투자에 활용하고, 매각 대금의 10%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이 단순히 리튬 사업 확대를 넘어 철강 중심 기업에서 자원 중심 산업그룹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은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유지하고, 전략자원과 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국내 설명회에 이어 오는 6일 싱가포르, 8일 홍콩에서도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2026-07-02 16: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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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 한국 경제의 생명선"…에너지·통상 전문가들, 공급망 취약성 경고
[경제일보] “호르무즈는 말 그대로 우리 경제의 중요한 생명선입니다.” 20일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 제1차 기후경제통상포럼: 호르무즈 쇼크와 에너지 지정학, 한국의 생존 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한국 산업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에 미칠 영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중동산 에너지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정 원장은 호르무즈 사태가 단순한 원유 문제가 아니라 산업 공급망 전반의 복합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나프타와 헬륨 수급 불안이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이고, 헬륨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인다. 원유 수송 차질이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제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공급망 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는 “특정 국가와 특정 운송 경로에 의존하는 데서 오는 리스크는 결국 다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룰 기반 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전환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급망 재편 과정은 “달리는 자전거를 갈아타는 것”에 비유됐다. 기존 거래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입선과 운송 경로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비용과 위험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원유뿐 아니라 LNG와 석유제품의 주요 운송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운송 차질이 발생하면 가격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NCC 중심 구조로 운영된다. 나프타 가격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고,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이미 수익성이 낮아진 화학업계에는 추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LNG 가격 상승도 제조업 전반의 전력 비용과 연결된다. LNG는 국내 발전 연료 중 하나로,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전력 도매가격과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차·3차 충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유가 상승은 식량 가격과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저 케이블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원유 수송 차질을 넘어 디지털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자원 패권 경쟁도 주요 변수로 다뤄졌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중동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중동 분쟁에 대한 전략적 부담도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에 비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앞세워 무기화할 수 있는 국가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터빈, 반도체 장비뿐 아니라 첨단 무기 체계에도 쓰이는 핵심 자원이다. 미국조차 희토류 공급망 탈중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도 높은 대중 의존도를 고려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수출 통제 방식도 과거보다 정교해졌다는 분석이다. 희토류 통제가 단순한 금지가 아니라 허가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통제를 조였다 풀었다 하며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전략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 자원 확보 체계 정비가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한국은 전략 비축은 비교적 잘하고 있지만, 다른 대응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에너지 안보를 단순한 자원 조달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보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원유와 LNG 공급 불안이 에너지 가격을 흔들고 있고, 나프타와 헬륨 수급 차질은 석유화학·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원가와 생산 안정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호르무즈 위기가 단기적인 국제 유가 급등 이슈를 넘어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핵심 자원 확보 △비축 체계 강화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과제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26-05-20 1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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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환상적 무역합의" 시진핑 미국 답방 요청…미중 해빙 기대감 부각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차담에서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서도 양국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차담에서 “이번 방문은 놀라운 방문이었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들을 이뤄냈고 그것은 두 나라 모두에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뒤 중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과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 제한에 실용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한 미 당국자 발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11년, 거의 12년간 알고 지냈다”며 “다른 사람들이라면 해결하지 못했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우리의 관계는 강하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 상황이 끝나길 원하고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중국이 이란전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을 돕고,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이란전 이후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해협 개방과 긴장 완화에 역할을 하길 기대해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만큼 중동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이해가 일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답방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시 주석은 미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상호주의 무역처럼 방문 역시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국빈 만찬에서도 시 주석에게 오는 9월24일 백악관 방문을 공식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차담이 이뤄진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자리한 옛 황실 정원으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무·거주 공간이 있는 권력의 중심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난하이에서 산책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원의 장미를 가리켜 “가장 아름다운 장미”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장미 씨앗을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가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자리했다. 이번 방중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다. 전날 인민대회당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이란, 대만, AI, 반도체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강조했고, 미국 측 발표에서는 호르무즈와 이란 문제가 부각되는 등 양측의 우선순위 차이도 드러났다. 국내 보도도 미국 발표에는 대만 언급이 빠지고 중국 발표에는 호르무즈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상적 무역합의” 발언에도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다. 희토류 공급, 관세 완화, 농산물 구매, 기업 투자 확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문서나 공동성명 수준의 세부 결과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실질 성과는 향후 양국 실무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차담은 미중이 격한 충돌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과 무역 성과가 필요하고, 시 주석은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해 경제 안정과 외국 기업 신뢰 회복을 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대만, AI 반도체, 희토류, 공급망, 이란 문제는 모두 양국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이번 회담이 단기적 해빙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 관계 안정은 무역 합의의 구체성, 호르무즈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대만 문제에 대한 양측의 후속 발언과 조치에 달려 있다.
2026-05-15 14: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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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분 침묵의 대전환: 미·중의 '불편한 동거'와 중동발(發) 신(新)질서
9년 만의 방중(訪中). 그리고 135분간 이어진 미·중 정상회담. 숫자만 놓고 보면 외교 일정의 하나로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결코 평범한 만남이 아니다.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든 미·이란 전쟁 직후,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세계 최대 제조국 중국의 정상이 다시 마주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국제 질서의 중대 전환점을 예고한다. 겉으로 발표된 내용은 무역 협력과 중국 시장 개방 확대 정도였지만, 국제정치는 늘 공개된 언어보다 공개되지 않은 침묵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처지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처럼 중국을 몰아붙이는 일방적 압박자의 위치에만 서 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미국 내 물가와 에너지 비용 부담은 중산층과 서민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그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일정 부분 관리하고, 더 나아가 중동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회담에 일론 머스크, 젠슨 황, 팀 쿡 등 미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사절단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중국 시장과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을 떠날 수 없는 모순 속에 있다.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도 희토류와 거대한 소비시장은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앞에서 “중국을 존중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협력 확대를 독려했다. 불과 몇 년 전 “중국 때리기”에 앞장섰던 트럼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시진핑 주석 역시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개방의 문은 더 크게 열릴 것”이라는 발언에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자신감이 배어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은 오히려 내수 확대와 공급망 자립을 통해 버텨왔고, 이제는 미국조차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필요로 하는 국면이 됐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대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기존의 강경 기조에서 일정 부분 수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국제정치에서 힘은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경제와 에너지, 공급망과 민심까지 모두 연결되어 움직인다. 지금 미국은 중동 전쟁의 후폭풍 속에서 중국과 정면 충돌까지 감당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단순히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진정으로 주목하는 것은 미·이란 전쟁의 휴전과 종전 가능성이다. 중국은 이란과 긴밀한 전략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동 에너지 질서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시진핑 주석의 협조 없이 중동 문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핵심 의제는 공식 발표문 너머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동양의 고전 『도덕경』은 “큰 나라는 낮은 곳에 머물러야 천하의 물이 모인다(大國者下流)”고 했다. 진정한 강대국은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나라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협력하게 만드는 나라라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세계 패권을 논하지만, 지금 세계가 원하는 것은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다. 누가 더 책임 있게 국제 질서를 안정시키느냐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서로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뜻이다. 미·중은 체제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충돌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얽힌 현실에서 두 나라가 끝없는 대결만 지속할 경우 그 피해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전쟁과 고물가, 공급망 불안에 지친 국제사회는 또 다른 냉전과 충돌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세계는 지금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긴장의 완화를 원한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더라도 최소한의 협력 질서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중동 전쟁의 휴전과 종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두 초강대국이 국제사회 앞에 보여줘야 할 진정한 리더십이다. 135분의 대화가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회담은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보여줬다. 전쟁과 갈등의 시대일수록 강대국도 결국 협상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세계는 지금 패권의 승자가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낼 책임 있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2026-05-14 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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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美 CEO들 만나 "중국 개방 더 넓어질 것"…대만엔 강경 경고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베이징을 찾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들을 직접 만나 중국 시장 개방과 미중 경제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다만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핵심 사안으로 규정하며 강한 경고 메시지도 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국 기업인들을 접견했다. 이날 회담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했다.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에 미국 주요 빅테크와 산업계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기업인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중국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미국 기업계의 뛰어난 대표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라고 독려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 깊이 참여해왔고 양측 모두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개방의 문은 더 크게 열릴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더 넓은 전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도 시 주석이 미국 기업인들에게 중국 시장 접근 확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방중 경제사절단의 상징성을 부각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들과 함께 왔다”며 “기업 내 2인자나 3인자가 아니라 최고경영자들만 원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방중이 안보 외교를 넘어 무역과 투자,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협력까지 포괄하는 경제 외교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머스크와 팀 쿡, 젠슨 황의 동행은 미중 경제 관계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테슬라는 중국을 핵심 생산·판매 시장으로 두고 있고, 애플은 중국 공급망과 소비 시장 의존도가 크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중국 시장 접근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이다. 젠슨 황은 CCTV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제 협력 메시지와 달리 안보 의제에서는 긴장이 드러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 관계가 충돌하거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과 대만 해협의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다. 무역 문제에서는 양측 모두 협상 모멘텀 유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협력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중국 허리펑 부총리 간 경제·무역 협상이 진행된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양국이 희토류와 관세, 무역 휴전 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문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약 135분 동안 진행됐다. 중국 CCTV는 회담이 오전 10시15분께 시작해 135분가량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약 100분간 진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논의 시간이 길어진 셈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경제 협력과 전략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현장을 보여줬다. 양국은 무역과 투자, 기업 협력에서는 안정적 관리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대만과 AI, 반도체, 이란 등 안보·기술 의제에서는 입장 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향후 관건은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후속 조치다.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 희토류 공급 안정, 무역 휴전 유지 등이 실제 합의로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대만 무기 판매와 AI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는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하기 어려워 미중 갈등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하고 국빈 만찬과 티타임 등 2박3일 방중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방중이 미중 관계의 전면적 해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경제 협력 채널을 복원하면서도 핵심 안보 갈등을 관리하는 제한적 안정 국면을 만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026-05-14 1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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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뒤편의 전력 제국…LS는 왜 '조용한 승자'가 됐나
[경제일보] AI(인공지능) 시대의 승부는 더 이상 반도체 성능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산업계의 핵심 과제는 '전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LS그룹은 지금 이 거대한 전력 인프라 전환의 중심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의 주인공은 엔비디아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거대 데이터센터였다. 하지만 AI 연산량이 급증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단순 발전을 넘어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하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전력 인프라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LS그룹의 존재감도 이 같은 전력 인프라 전환 흐름 속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를 보내는 전선과 해저케이블의 LS전선, 전력을 제어하는 변압기·배전·자동화 솔루션의 LS일렉트릭, 해외 전력 인프라와 소재 사업을 확대 중인 LS에코에너지까지 그룹 전체 사업 구조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S전선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확대 흐름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각국이 해상풍력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확대에 나서면서 장거리 대용량 송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해저케이블은 기술 장벽과 대규모 생산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인프라 산업이다. LS전선은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유럽·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일렉트릭 역시 북미 전력 인프라 교체 사이클과 함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에 따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배전반, 전력 자동화 시스템 등 전력기기 시장 역시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사업 확대와 함께 생산 거점 및 공급망 대응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며 산업계에서는 반도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결국 전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안정적인 송배전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초고압 케이블과 전력 설비 발주도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LS그룹은 일찍부터 전선과 전력기기, 자동화 솔루션 등 '전기의 흐름' 전반에 걸친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로 송전하고 산업 현장과 데이터센터, 공장 등에 안정적으로 배분·제어하는 밸류체인 곳곳에 그룹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는 구조다. 과거에는 전선과 전력기기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 이미지가 강했지만 탄소중립과 전기차,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히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시대 변화와 맞물리기 시작했다. 산업 전반이 전기화(Electrification)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LS가 구축해온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이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변화를 직접 언급했다. 구 회장은 "2026년을 LS의 미래가치를 진일보시키는 한 해로 만들자"면서, 재무적 탄력성 확보와 신사업 안정화, AI 기반 혁신 체계 구축을 주요 경영 과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향후 5년간 해저케이블·전력기기·소재 분야에 국내 7조원, 해외 5조원 등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AI 시대 전력 인프라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냈다. 단순한 전선 기업을 넘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S 내부에서는 AI를 단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제조업 혁신 도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올해 신년사는 AI가 직접 신년사를 작성하는 과정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 회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AI를 활용해 신속히 처리하고 핵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AI를 산업 현장 운영 효율화와 생산성 혁신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해저케이블과 전력기기 산업은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확대 과정에서 생산능력(CAPA)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LS는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재무 부담 관리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배터리 소재와 전기차 부품, 희토류 등 신사업 역시 아직 안정화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기 둔화 변수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재무적 탄력성 확보"를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LS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전통 전선 기업 이미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와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화려한 소비재 브랜드 대신 산업 현장 뒤편에서 묵묵히 전기를 연결해온 LS의 B2B DNA가 오히려 AI 시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혁명의 무대 전면에는 반도체 기업들이 서 있지만 그 뒤편에서는 막대한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가 산업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LS는 지금 그 보이지 않는 '전기의 혈관'을 구축하며 AI 시대의 조용한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2026-05-12 15: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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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대나무 외교 펼치는 베트남 한국의 생존 전략이자 기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또 럼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뤄진 중대한 외교 행보다. 이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평화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두 나라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굳건한 평화의 연대를 구축하자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22일 만찬에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 HD현대 정기선 회장, GS 허태수 회장, CJ 손경식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는 단순한 친목 도모 자리가 아니다.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생존을 위한 필수 거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베트남의 외교 노선은 이른바 대나무 외교로 불린다. 뿌리는 단단히 내리되 가지는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는 짙은 실용주의를 뜻한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챙기는 치밀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 타계 이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또 럼 서기장 체제에서도 이런 실용 노선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베트남에게 한국은 영토적 야심 없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경제 파트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양국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구축이다. 전기차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주도하려는 한국은 필수 자원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시급히 낮춰야 하는 절박한 안보 과제를 안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과 고도의 가공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결합은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룬다. 공급망 안정화는 단순한 구호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하는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다. 청와대는 이번 국빈 방문을 올해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이어진 대아세안 릴레이 정상외교의 완성판으로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아세안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아세안은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이자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거대한 소비 시장이다. 특히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1만 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국가다. 베트남이 없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리 왕조의 이용상 왕자가 고려에 정착한 지 800년이 지났다. 작은 교류로 시작된 양국의 인연은 이제 연간 500만 명이 오가는 피를 나눈 형제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또 럼 서기장이 한국의 된장을 비유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지는 우정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깊은 역사적 연대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 박항서 김상식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로 다진 민간 교류의 저력은 양국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문화적 유대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임금 인상과 고급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기술 이전 요구도 갈수록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단순 조립 생산 기지 모델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현지 기업들과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질적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과 중국 자본이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베트남 시장을 맹렬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굳건한 경제 안보 동맹의 존재는 국가의 생사를 가른다.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노이를 품은 홍강이 공동 번영의 큰 바다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도출된 수많은 협력 과제들을 치밀하게 실행에 옮겨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대를 만들어야 한다.
2026-04-23 0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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