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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관광업 고용경고등…정부, 지원금 요건 완화·특별고용업종 검토
[경제일보]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항공·관광업계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와 여행사를 중심으로 무급휴직 검토와 채용 보류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부는 고용 충격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원 제도 요건을 완화하는 대응에 착수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김포공항에서 한국항공협회, 한국관광협회, 주요 항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항공·관광업 고용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로 제시됐다. 항공업계는 특히 연료비와 환율 영향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비용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용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유류할증료 인상이 항공권 총액을 끌어올리면서 성수기 수요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업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부 항공사에서는 비용 부담 증가에 대응해 무급휴직 신청을 접수하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조정하는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인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고정비 구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관광업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은 항공권 가격 상승에 따른 패키지 상품 수요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인력 운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유급 또는 무급 휴직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익성 저하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 조정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이날 회의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요구했다. 현행 제도는 매출 감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해 업황 악화 초기에는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원금 지급 기준 완화와 함께 신청 절차 간소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확대, 고용·산재보험료 납부 유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달됐다. 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적용 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매출 감소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종 전반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원 방식도 단순화된다. 오는 5월 12일부터는 휴업과 휴직으로 구분돼 있던 지원 유형을 하나로 통합하고, 신청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제도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부담을 줄여 실제 활용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준 역시 완화된다. 현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 지표 악화가 12개월 기준으로 확인돼야 지정이 가능하지만, 이를 6개월 기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행정예고된 상태다. 단기간 내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보다 신속하게 정책 지원을 적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항공·관광업계의 고용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신속히 검토할 방침이다. 업종별 협회 등이 지정 신청을 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요건 충족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2026-04-28 08: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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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는 풍경을 바꾼 창고형 매장에서 생활 플랫폼으로…이마트 성장과 진화의 역사
[경제일보] 한때 주말이면 가족 단위 고객이 대형 카트를 밀며 한꺼번에 장을 보러 가는 풍경이 있었다. 동네 슈퍼와 재래시장이 중심이던 소비 문화가 자동차를 타고 외곽 대형 매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뀌던 시절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이마트가 있었다. 이마트는 단순히 새로운 점포 형태를 만든 회사가 아니라 한국인의 소비 습관과 유통 지형 자체를 바꾼 기업으로 기록된다. 이마트의 출발은 1993년 서울 창동점 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유통 시장은 백화점과 동네 상권 중심이었다.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넓은 공간에서 생활필수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할인점 모델은 낯선 실험에 가까웠다. 그러나 소비자는 빠르게 반응했다. 합리적 가격과 넓은 주차 공간, 원스톱 쇼핑 경험은 기존 유통 방식과 다른 편리함을 제공했다. 이마트가 성장한 배경에는 시대 변화가 있었다. 자동차 보급 확대와 주거지 외곽 개발, 맞벌이 가구 증가, 주말 가족 소비 문화가 맞물리며 대형마트 수요가 커졌다. 이마트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전국 주요 거점에 점포를 늘리며 대형마트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이마트는 한국 유통업 성장의 상징이었다. 점포 수 확대와 매출 성장,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이 이어졌고 대형마트는 백화점과 다른 대중 소비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과 가전, 의류, 생활용품을 한 공간에서 구매하는 방식은 빠르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의 경쟁력은 가격만이 아니었다. 상품 소싱 능력과 물류 효율화, 대규모 점포 운영 노하우가 함께 작동했다.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 전국 물류망 구축, 시즌별 행사 기획은 후발 주자와 격차를 만드는 요소였다. 단순히 싸게 파는 매장이 아니라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 시스템 기업에 가까웠다. 이마트는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새 카드를 꺼냈다. 대표 사례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다. 대용량 상품과 합리적 가격, 넓은 매장 동선을 앞세운 트레이더스는 기존 대형마트와 다른 고객층을 끌어들였다. 해외 창고형 매장 모델을 한국 소비자 성향에 맞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주요 점포가 높은 집객력을 보이며 이마트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노브랜드 역시 이마트가 만든 상징적 브랜드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상품 본질에 집중한 자체 브랜드 전략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와 맞아떨어졌다. 노브랜드는 단순 PB상품을 넘어 독립 매장과 생활 브랜드로까지 확장됐다.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 시장에서 차별화된 무기가 됐다. 그러나 유통 환경은 급격히 바뀌었다. 온라인 쇼핑이 생활화되면서 대형마트 전성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객은 굳이 차를 몰고 매장에 가지 않아도 모바일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규제 환경 변화와 의무휴업 논란도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마트 역시 긴 조정기를 겪었다. 일부 점포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 작업이 이어졌고 오프라인 중심 사업 모델을 손질해야 했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 경영이 중요해진 시기였다. 대신 이마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대응했다.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강화, 스타벅스코리아 편입, 전문점 사업 확대, 퀵커머스와 물류 경쟁력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대형마트 회사에서 식품·생활·플랫폼 기업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스타벅스 인수는 상징성이 컸다. 커피 프랜차이즈를 넘어 충성 고객층과 멤버십, 라이프스타일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었다. 오프라인 공간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과도 맞닿아 있었다. 온라인 전환도 계속되고 있다. 고객은 모바일 앱에서 장을 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한 뒤 다시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유통 채널의 경계가 흐려진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점포 숫자보다 고객 접점 전체를 얼마나 촘촘히 설계하느냐다. 이마트가 물류와 데이터, 멤버십 강화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실적 흐름은 핵심 사업 경쟁력 회복 여부와 연결된다. 트레이더스 성장세, 비용 효율화, 주요 자회사 수익성 개선은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대형마트가 끝났다는 단순한 진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이 가진 집객력과 체험 소비 수요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자산은 분명한 숫자와 경험에서 나온다. 전국 점포망, 물류 인프라, 상품 기획력, 자체 브랜드 경쟁력,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 신세계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는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렵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유통 플랫폼의 축적된 자산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은 계속되고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형 점포 운영 비용은 구조적으로 높다. 젊은 소비층은 더 빠르고 더 새롭고 더 편리한 경험을 요구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반드시 가야 하는 장소가 되지 못하면 경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마트는 지금 대형마트 운영 기업에서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옮겨가는 전환기에 서 있다. 식품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일상 소비 전반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점포는 물건을 쌓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와 경험, 물류 거점이 함께 작동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창동점의 시대가 한국 소비자에게 대형마트라는 새 선택지를 보여준 시기였다면 지금의 과제는 디지털 시대에도 오프라인 유통의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하는 일이다. 장보는 풍경을 바꿨던 이마트가 다음 시대의 소비 습관까지 바꿀 수 있을지 시장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2026-04-24 07: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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