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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삼성 반도체 초과이익 활용 공방…"미래 투자·사회 환류 함께 가야"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과 초과세수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단순 임금·성과급 갈등을 넘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환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정 건전성과 미래 산업 투자, 사회적 환류 사이에서 새로운 분배 원칙과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일보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을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임금·성과급 갈등을 단순 노사 문제로 보지 않고 초과수익 분배와 미래 투자, 재정 운용 원칙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노동자와 주주, 미래 투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는 축사를 통해 “유례없는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수익에 대한 밀도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정책 간담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이 기록적인 성과를 냈을 때 그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의 기여와 자본의 책임, 미래 투자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오늘 간담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상생의 해법을 찾는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갚을까·나눌까·투자할까’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여유가 아닌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영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세수는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고정 수입이 아니라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며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미래 수익과 사회적 편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단기 재정 지출로 흘려보낼 것인지,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로 축적할 것인지, 알래스카처럼 남기면서 국민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다시 AI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청년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 디지털 교육, 지역 혁신 펀드와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산업 경쟁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적 국민환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윤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산업”이라며 “초과 이익 역시 기업 내부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사회적 환류,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손 대표는 초과 세수를 단순 국채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채무 비율만을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미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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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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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흔들…전과 이력에 무투표 당선까지
[경제일보]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말단이 아니라 뿌리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묻는다면, 지방선거는 주민의 삶을 묻는다. 중앙정치의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의 하루에 더 가까운 선거가 지방선거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책 경쟁은 뒤로 밀리고 정쟁과 네거티브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보자의 지역 비전보다 중앙당의 심판론과 진영 구호가 더 크게 들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 갈등과 흠집 내기가 선거 초반부터 정책 논의를 밀어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정쟁만이 아니다. 후보자의 전과 이력, 무투표 당선 증가, 낮은 경쟁률이 겹치면서 지방선거 직선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직선제를 흔들자는 말은 위험하다. 선거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선거를 줄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치료가 아니라 후퇴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선거가 주민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검증권을 보장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 결과, 총 2349개 선거구에 7829명이 등록해 평균 경쟁률은 1.8대 1에 그쳤다. 지방선거 무투표 선거구는 307곳, 무투표 당선 대상자는 513명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이 사실상 투표 없이 당선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지역에서 유권자의 선택지가 사라진 셈이다. 무투표 당선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도다. 후보자가 선출 정수와 같거나 그보다 적으면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행정 비용을 아낀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비용은 회계장부로만 계산할 수 없다. 선거는 단순히 당선자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후보가 주민 앞에 나와 공약을 설명하고, 상대 후보와 토론하며,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의 검증을 받는 과정 전체가 민주주의다. 무투표 당선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검증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는 지역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특정 지역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가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고착되면 공천이 곧 당선이 된다. 유권자는 본선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정당 내부 공천 결과를 사후 승인하는 위치로 밀려난다. 이 경우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정당자치가 된다.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할 지방정치가 중앙당과 지역 조직의 눈치를 보게 된다. 후보자 전과 문제도 가볍지 않다. 물론 모든 전과를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 집회 관련 전과처럼 시대적 맥락을 따져야 할 사안도 있다. 오래전 경미한 사건을 이유로 공직 진출 자체를 봉쇄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기, 폭력, 성범죄, 선거범죄 등은 다르다. 공직자는 권한을 위임받는 사람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 예산을 다루는 사람, 인허가와 감사를 감시하는 사람에게 법 경시의 이력이 반복된다면 유권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 선거관리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지방의원 예비후보 6867명 중 2477명, 즉 36.1%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과가 있는 광역의원 예비후보의 범죄 경력 중 교통 관련 범죄가 50.4%로 가장 많았고, 폭행·상해 등 폭력 범죄, 집시법 위반, 재산 범죄, 선거 범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숫자는 유권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당은 공천 과정에서 무엇을 검증했는가. 지역사회는 후보자의 이력을 충분히 알고 있는가. 후보자는 전과 사실을 단순히 신고 의무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설명했는가. 공직 후보자의 전과 공개는 낙인을 찍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유권자가 판단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그렇다면 정당과 후보자는 그 정보가 공보물 한쪽의 작은 글씨로 묻히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정쟁화도 이 문제를 키운다. 선거가 정책 경쟁으로 흐르면 후보자의 역량, 도덕성, 공약 이행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그러나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면 지역 후보는 진영의 깃발 뒤로 숨는다. 유권자도 사람을 보기보다 당을 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전과 이력은 정당 색깔에 가려지고, 무투표 당선은 지역주의의 그늘 속에서 정상처럼 지나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산업전략을 짜고, 기업 유치를 설계하고, 도시 인프라와 주거 정책을 집행한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청년 유출, 고령화, 산업 전환은 모두 지방정부의 역량과 직결된다. 이런 시대에 지방선거가 정쟁과 무관심 속에 치러진다면 지역경제의 미래도 흔들린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공약을 따져 묻지 못하고, 후보자가 경쟁 없이 의회에 들어가면 예산 감시와 정책 검증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직선제 축소가 아니다. 오히려 직선제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먼저 정당 공천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전과 이력이 있는 후보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대 범죄와 반복 범죄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음주운전, 성범죄, 사기, 폭력, 선거범죄 등 공직 윤리와 직접 충돌하는 전과는 정당이 먼저 설명 책임을 져야 한다. 무투표 당선 지역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무투표 당선 자체를 모두 금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무투표 당선 예정자라도 주민 공개 질의, 정책자료 제출, 지역 언론 토론 또는 설명회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투표가 없더라도 검증까지 없어져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 독점 지역에서 경쟁이 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방의회 선거구와 공천 구조도 손봐야 한다. 유권자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후보자의 전과, 재산, 병역, 세금 체납, 공약은 선관위 정보공개 시스템과 공보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방선거는 ‘잘 모르는 사람을 찍는 선거’가 되어선 안 된다. 중앙정치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지방 권력을 위임하면 그 피해는 중앙이 아니라 지역이 받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정쟁은 선거의 소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선거의 전부가 돼선 안 된다. 전과 이력은 법적 신고사항일 수 있지만, 그것이 도덕적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무투표 당선은 법적 절차일 수 있지만, 그것이 주민의 선택권 상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무관심한 선거, 경쟁 없는 선거, 검증 없는 공천이 반복될 때 서서히 약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선제 회의론이 아니라 직선제 정상화다. 주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 후보에게 설명 책임을 묻는 것, 정당에 공천 책임을 지우는 것.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다.
2026-05-20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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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 부활'인가 '도정 연속성'인가
[경제일보]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이래 경상남도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국민의힘 박완수 현 경남도지사가 정면으로 격돌한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의 대결을 넘어선다. 민선 7기의 거대한 설계도와 민선 8기의 실용적 실적표가 충돌하는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전·현직 도지사 간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끌어온 경남의 유권자들은 이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남의 민심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김 후보의 ‘우위’가 조심스레 점쳐졌지만, 5월에 접어들며 발표된 지표들은 판세가 ‘초접전’ 양상으로 급변했음을 시사한다. KBS창원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창원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14~16일, 경남 지역 만 18세 이상 성인 8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0.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김 후보와 박 후보는 각각 37%, 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당시만 해도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 있게 앞서 나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된 이달 초, 기류는 미묘하게 요동쳤다. 경남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경남신문 의뢰, 모노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1~2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ARS 방식, 이동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응답률 7.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박 후보가 44.1%, 김 후보가 4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2.2%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양상이다. 이와 같은 상반된 흐름은 조사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면도 있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현직 프리미엄과 함께 경남 특유의 보수층 결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김경수 "부울경 30분 생활권으로 인구 유출 방어" 1호 공약 김 후보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부울경 메가시티(동남권 특별지방자치단체)’의 복원이다. 그는 경남을 부산, 울산과 단절된 행정구역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활·경제권으로 묶어내야만 수도권 일극 체제의 폭력적 팽창에 맞설 수 있다고 역설한다. 김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30분 생활권’을 천명했다. 남부내륙철도의 조기 완공과 노선 연장, 동부경남 KTX 고속화, 남해안권 광역급행철도, 그리고 달빛철도 조기 착공 등이 핵심 얼개다. 도지사 취임 즉시 1호 행정명령으로 메가시티 추진단을 부활시키겠다는 선언은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청년 인구 유출로 신음하는 경남에 있어 공간의 압축을 통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필수 불가결한 생존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김해와 양산을 단순한 부산·창원의 배후도시가 아닌, 메가시티의 핵심 거점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KTX 김해역 신설과 AI 전력반도체 특구 지정 구상은 동부권 표심을 강력하게 흔들고 있다. 하지만 ‘미완의 도정’이라는 꼬리표는 그가 극복해야 할 아킬레스건이다. 과거 추진 과정에서 겪었던 정치적 피로감과 행정적 난맥상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묻고 있다. 또한 메가시티라는 거대 담론이 도민의 팍팍한 삶에 닿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과 구체적인 실행 시간표라는 냉혹한 현실의 검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박완수 "행정은 실전, 도민연금 등 5대 복지로 일상 바꿀 것"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 박 후보의 전략은 뚜렷하다. ‘도정의 안정적 연속성’과 ‘검증된 행정력’이다. 창원시장 3선과 경남도지사 4년이라는 묵직한 이력은 그 자체로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실제로 경남신문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차기 도지사 선택 기준으로 ‘행정 경험과 능력(34.1%)’을 가장 높게 꼽았다는 점은 박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 박 후보의 핵심 공략 지점은 거대 담론이 놓치기 쉬운 ‘도민의 일상’이다. ‘행복UP 5대 복지공약’이 대표적이다. 만 18세 이상 모든 도민에게 의료, 문화, 교통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남도민 멤버십 카드’를 비롯해 4050 세대를 위한 복지포인트, 여성 건강케어 확대, 가입 대상을 획기적으로 넓힌 ‘경남도민연금 시즌2’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상대 후보의 거시적 정책에 맞서 당장 내 지갑과 내 삶이 바뀌는 미시적이고 실용적인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현직의 숙명’인 책임론은 가장 예리한 창이 돼 그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주력 산업을 육성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부경남의 의료 공백과 멈추지 않는 청년 유출에 대해 김 후보측은 매서운 공세를 펴고 있다. ◆해양방산·조선업 체질 개선 등 경남 경제 생존 전략, 승패 가를 듯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내밀한 쟁점은 경남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체질 개선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 위기 속에서 친환경 선박과 차세대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경남의 산업 지형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거제와 창원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과 해양 방위산업의 고도화는 차기 도정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대한민국 해양방산의 양대 산맥인 HD현대와 한화 간의 치열한 수주 경쟁과 산업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는 가운데 도 차원에서 이들 핵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지역 경제의 낙수효과로 연결할 것인가가 숨겨진 핵심 의제다. 지리적·정치적 승부처는 크게 세 곳으로 압축된다. 우선 경남 정치·경제의 심장부인 창원은 박 후보의 견고한 안방이자 김 후보가 반드시 균열을 내야만 하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창원국가산단의 미래 재편 방향이 표심을 가를 것이다. 동부권(김해·양산)의 경우 민주당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부울경 메가시티의 직접적 수혜지인 이곳에서 김 후보가 얼마나 압도적인 득표율을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서부·남해안권에서는 우주항공청 개청의 후광 효과와 함께 심각한 의료·교통 소외를 겪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인프라 확충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남도지사 선거의 본질은 과거에 대한 심판도, 현재에 대한 막연한 방어도 아니다”라며 “청년들은 사랑하는 고향 경남에 계속 머물 수 있을 것인가, 아프면 불안에 떨지 않고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가, 창원과 거제의 육중한 크레인들은 미래 산업의 동력으로 무사히 전환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후보자들에게 던지고 있다”고 했다.
2026-05-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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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경기도 표심은…'대전환론'·'반도체 도정론' 정면승부
[경제일보]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서울이 정치의 상징이라면, 경기도는 숫자의 현실이다. 전국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광역단체이고, 반도체·자동차·바이오·물류·신도시·접경지·농촌이 한 행정구역 안에 함께 놓여 있다. 이에 경기도지사 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의 교체가 아니라 수도권 경제와 국가 산업정책의 방향을 묻는 선거다. 이번 대진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의 맞대결로 짜였다. 특히 두 후보 중 누가 이기든 사상 첫 여성 도지사 탄생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또한 추 후보는 6선 의원, 당대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정치인이고, 양 후보는 삼성전자 최초 고졸 출신 여성 임원 이력을 가진 경제·산업 전문가라는 점에서 ‘정치 거물’ 대 ‘실용 전문가’의 대결로 주목받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추 후보가 우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여론조사(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 2026년 5월 4~5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2명 대상, ARS 여론조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성·연령대·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 총 통화시도 1만1550명, 응답률 6.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추 후보는 50.8%, 양 후보는 31.5%의 선호도를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45.3%, 국민의힘은 31.9%로 나타났다. 수치 자체는 추 후보의 우세를 보여주지만, 연령별 흐름은 복합적이다. 조사에서 양 후보는 18~29세와 30대에서 앞섰고, 추 후보는 4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권역별로는 추 후보가 5개 권역 모두에서 우세했다. 이는 현재 판세가 ‘추미애 우위’이지만, 청년층과 무당층 일부에서는 양향자 후보가 파고들 여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조직력 앞세운 추미애…‘강한 후보’ 이미지가 양날의 검 추 후보의 강점은 정치적 체급과 선거 조직 장악력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제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거대 선거구다. 북부 접경지역과 남부 반도체벨트, 동부 자연보전권역과 서부 산업도시는 같은 공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큰 선거를 여러 차례 치러본 경험과 당내 동원력은 추 후보에게 분명한 자산이다. 추 후보 선대위에 경기도 내 민주당 현역 의원 51명이 참여하는 2차 인선이 완료됐다는 점은 이와 같은 추 후보의 정치적 자산에 대한 방증이다. 강정 정치인 이미지는 추 후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추 후보는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와 강한 추진력으로 지지층 결집에는 유리하지만, 중도층에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중앙정치의 연장전처럼 비칠 경우, 생활경제와 지역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양 후보가 ‘싸움꾼이 아닌 일꾼’, ‘첨단기술 전문가’ 프레임을 내세우는 것도 이 약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추 후보의 기회 요소는 여당 후보로서의 실행력이다. 추 후보는 경기도 대전환을 내세우며 중앙정부·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 국가적 역량이 투입돼야 하고, 집권당과 거대 여당의 입법력이 경제정책 추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GTX, 반도체 클러스터, 경기북부 발전처럼 중앙정부와 국회 협력이 필요한 의제에서 강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추 후보에게 있어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은 공약의 과밀도와 재원 검증이다. 추 후보는 교통혁신, 경기북부 방산클러스터, K-반도체 생태계 완성, AI 혁신 등을 1호 공약의 큰 축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6~18세 어린이·청소년 무상교통, GTX-A·B·C 차질 없는 개통, GTX-D 조기 착공, E·F 노선 신설, AI 기반 스마트 교차로와 자율주행 버스 도입 등을 내놨다. 문제는 이 모든 공약이 막대한 재정과 중앙정부 협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실행 시간표와 재원 구조가 따라붙지 않으면 ‘큰 공약’은 곧 ‘부담 큰 공약’으로 바뀔 수 있다. ◆2030·반도체벨트 노리는 양향자…‘지지율 격차’ 최대 난제 양 후보의 강점은 산업 현장 경험이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해 상고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 삼성전자 임원에 오른 인물이다. 양 후보는 경기도가 국내 반도체 산업 부가가치와 매출의 핵심을 담당하는 지역이라며, 반도체를 아는 사람이 도정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양 후보자의 약점은 정치적 기반의 불안정성이다. 양 후보는 민주당 영입 인재로 정치에 입문했고, 이후 정치적 경로를 바꿔 국민의힘 후보가 됐다. 이는 중도 확장성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보수 핵심 지지층에는 ‘완전한 우리 후보인가’라는 의문을 남길 수 있다. 양 후보의 기회 요소는 2030 표심과 반도체벨트다. 스트레이트뉴스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는 18~29세, 30대에서 추 후보를 앞섰고, 경기도 남부의 평택·화성·용인·수원·성남은 반도체와 첨단산업의 핵심 축이다. 그가 본선 후보 확정 직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을 첫 방문지로 택해 첨단산업 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이를 겨냥한 전략으로 읽힌다. 양 후보에게 평택·화성·용인 반도체벨트는 단순한 지역 공략지가 아니라 자신의 이력을 정책 경쟁력으로 바꾸는 무대다. 다만, 양 후보에 대한 위협 요소는 지지율 격차와 단일화 변수다. 현재 여론조사 등에서 양 후보는 추 후보에게 두 자릿수 이상 뒤져 있다. 또한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가 완주할 경우 보수·중도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더라도 양 후보의 독자 메시지가 묻힐 위험도 존재한다. ◆2030·반도체벨트·무당층 ‘승부처’…공약 설득력 관건 추 후보의 히든 카드는 ‘경기도 대전환’의 실행력이다. 그는 교통, 반도체, 방산, AI를 묶어 경기도를 수도권 산업·교통 플랫폼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공약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순서다. GTX와 무상교통은 생활비와 출퇴근 시간을 겨냥하고, 방산클러스터와 반도체 생태계는 북부와 남부의 성장축을 동시에 겨냥한다. 양 후보의 히든 카드는 ‘반도체 도지사’ 프레임이다. 그는 경기도를 세계 3대 첨단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양 후보는 반도체 전문가로서 경기도를 첨단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경기도민 1인당 GRDP 1억원 시대와 남북부 균형 성장을 대표 공약으로 밝혔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의 승부처는 ‘2030 세대’, ‘반도체 벨트’, ‘중도·무당층’ 등으로 꼽힌다. 현재 시점에서 청년층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양 후보와 무상교통, 일자리, 주거 정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밀고 있는 추 후보 중 2030 세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평택·화성·용인·성남·수원에서 어느 후보가 더 구체적인 산업 전략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고,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무당층도 실용·성과적 측면에서 공약을 판단해 최종 선택을 할 공산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북부에는 접경과 규제, 남부에는 반도체와 과밀, 동부에는 보전과 개발, 서부에는 제조업과 물류가 있다”며 “구체적인 공약으로 각 지역에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가 유권자들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6-05-0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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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 매물로 나온 공공기관, '정의(正義)'는 어디에 있는가
[경제일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산하가 다시금 ‘이전 공약’의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을 자기 지역으로 가져오겠다는 여야 후보들의 외침은 사자후(獅子吼)를 넘어 비이성적인 광기마저 느껴진다. 하반기 예정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낚기 위해 기관의 존립 근거와 효율성은 안중에도 없는 ‘묻지 마 유치’가 횡행하고 있다. 필자의 눈에 비친 작금의 풍경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떼어 파는 ‘표 도둑들의 장터’와 다를 바 없다.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論語)』 「안연 편」에는 정치의 근본을 묻는 제자 자공에게 공자가 답한 유명한 구절이 있다. 바로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다. 경제를 풍요롭게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신뢰라는 뜻이다. 공자는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권이 보여주는 공공기관 이전 공약은 ‘민신’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심’을 기만하여 사익(표)을 취하려는 술책에 가깝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건의한 40여 개의 기관 명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광주 이전 법안 발의는 그 정점이다. 예술 교육의 특수성과 인프라, 강사진의 접근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지역구 챙기기’식 법안을 던져놓고 보는 행태는 전문 예술인 양성이라는 국가적 백년대계를 흔드는 처사다. 학생들과 교수진이 거리로 나와 반대 성명을 내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본질을 잃어버린 정치에 대한 처절한 저항이다. 대구의 상황은 더 점입가경이다. 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넘어 이제는 국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까지 대구로 옮기겠다고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일부 의원이 발의한 대법원 이전 법안은 사법 서비스의 접근성이나 법치주의의 상징성보다는 오로지 ‘지역 민심 달래기용’ 매물로 전락했다. 『맹자(孟子)』는 “어질지 못한 자가 높은 지위에 있으면, 그 악을 대중에게 퍼뜨리게 된다(不仁者在高位 是播其惡於衆也)”고 경고했다. 국가 기구의 효율적 배치는 고도의 통치 행위이자 전문적인 행정의 영역이다. 이를 선거철의 단기 수익 모델로 삼는 것은 정치의 ‘불인(不仁)’함이 대중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찌감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며 효율적인 배치를 강조해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1차 이전이 ‘뿌리기식 분산’으로 인해 지역 성장 거점을 만드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뼈저린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은 지역에 떨어지는 ‘떡고물’이 아니다.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를 내어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야 한다. 서양의 고전인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통치자의 덕목으로 ‘지혜’와 ‘절제’를 꼽았다. 자신의 욕망(재선과 당선)을 절제하지 못하고 국가의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려 드는 후보자는 이미 통치자의 자격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기업까지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마저 망각한 오만한 발상이다. 기업이 어디에 둥지를 틀지는 시장의 논리와 인프라가 결정할 문제지, 정치인의 펜 끝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행정통합특별법이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형평성을 기해야 한다. 전남·광주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충남·대전의 통합 논의에도 속도를 내어 균형 잡힌 국토 발전의 틀을 짜야 한다. 정치권은 당장의 표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가불(假拂)해 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유권자들 역시 깨어있어야 한다. 감언이설로 무장한 공약이 우리 지역에 당장 이익이 될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준비 없는 이전이 가져올 행정 비용의 낭비와 비효율은 결국 우리 자녀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채다. 『도덕경』에 이르기를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고 했다. 너무 자주 뒤집고 휘저으면 생선살은 으깨지고 만다. 국가 기관의 배치는 신중하고도 일관된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유권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로또 당첨권’처럼 휘두르는 후보들을 엄격히 심판해야 한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독배(毒杯)를 마시고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갈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2026-04-30 16: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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