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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혁신은 로보틱스·AI"…정의선 현대차 회장, 美 260억달러 투자 확대
[경제일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제조 혁신의 핵심 축으로 재차 제시했다. 미국에 오는 2028년까지 260억달러(38조원)를 투자해 생산과 기술, 공급망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술 전환과 지역 전략을 결합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미국 매체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그룹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는 모빌리티를 넘어서는 핵심 영역"이라며 인간과 협업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제조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을 기반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목표 시점은 2028년이며,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생산 체계 구축이 제시됐다. 로봇을 단순 자동화 설비가 아닌 협업형 생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자동차 생산 체계가 설비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 운영 방식이 재편되는 구조다. 인간과 로봇, AI가 동시에 작업에 참여하는 형태가 전제된다. 핵심 거점은 HMGMA다. 이 공장은 소프트웨어 기반 생산 시스템을 적용한 차세대 제조 거점으로, 전동화와 디지털 공정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생산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지정학적 변수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생산과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규제와 공급망 기준에 따라 분절되는 흐름 속에서 각 지역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생산기지, 미국 HMGMA, 미국 내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인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규 거점 구축이 병행된다. 지역별 수요와 정책 환경에 맞춘 생산 구조를 통해 변동성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에너지 전략에서는 수소 사업을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수소 사업 브랜드인 HTWO를 중심으로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는 전기차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기술로 다양한 에너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 전략도 병행된다. 정 회장은 차량 생산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공정,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을 줄이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단계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전 밸류체인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접근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DNA를 기반으로 향후 경영과제를 극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고, 200개국에 판매망과 16개의 글로벌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외 환경 변화는 회복력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4-13 1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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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불청객 '초미세먼지'의 습격… 호흡기 건강 지키는 '생존 전략'은?
[경제일보] 봄철 불청객인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공습하면서 국민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찾아온 대기 정체, 그리고 해외발 오염물질 유입이 겹치며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입자가 작아 신체 방어막을 뚫고 혈관까지 침투하는 ‘초미세먼지’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상 물질로 대기 중에 장시간 떠다니며 우리의 호흡기를 위협한다. 일반적으로 지름이 10㎛ 이하인 물질을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인 물질을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한다. 문제는 초미세먼지의 크기다.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서 30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는 코점막이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호흡을 통해 들어온 초미세먼지는 기도를 지나 폐 깊숙한 곳에 위치한 폐포까지 도달하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며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지속되면 건강한 성인도 기침, 가래, 호흡곤란과 같은 급성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자들에게 미세먼지는 단순한 불편함 그 이상이다. 특히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가 기도를 자극해 평소 유지하던 호흡 기능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기관지 점막에 발생한 염증은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방어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며 이는 결국 폐렴과 같은 심각한 2차 감염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에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오지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폐 깊숙이 침투해 기관지의 방어 기능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존에 앓고 있던 호흡기 질환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폐렴 등 감염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 피해는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노인과 영유아, 임산부, 그리고 만성 질환자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고령층은 폐 기능이 이미 저하 있고 면역력이 약해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회복이 지연되거나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호흡 횟수가 많아 몸무게 대비 더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흡입하게 된다. 또한 폐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노출은 성인이 된 후의 폐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산모를 통해 태아에게까지 오염물질이 전달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외출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 교수는 “평소보다 기침이 심해지거나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봄철 감기나 비염으로 넘기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폐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노출 최소화’다. 대기질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나쁨’ 단계 이상일 경우 장시간 야외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대로변이나 공사장 등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반드시 식약처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KF80, KF94, KF99)를 코 부분까지 밀착해 착용해야 한다. 일반 면 마스크나 망사 마스크는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귀가 후에는 손 씻기, 세안, 양치질은 필수다.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먼지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겉옷은 털어서 보관하거나 즉시 세탁하는 것이 권장된다. 물을 자주 마셔 호흡기 점막을 촉식하게 유지하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집 안에만 있다고 해서 미세먼지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질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실내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도 상당한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기 오염이 심한 날이라도 하루 1~2번은 환기가 필요하다. 다만 외부 농도가 비교적 낮은 시간대를 선택해 짧게 환기하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해 실내 공기질을 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기 후에는 젖은 걸레를 이용해 실내 바닥과 가구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야 2차 노출을 막을 수 있다.
2026-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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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갈등 속 지연된 한중 FTA, 균형 속 매듭 지어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서비스·투자·금융을 중심으로 한 제14차 협상에서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는 양측의 평가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지연된 경제 협력의 복원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중 FTA는 2015년 체결 이후 양국 교역의 제도적 기반이 되었지만,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정치·안보 갈등이 경제 협력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그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그 지체된 시간을 넘어, 보다 성숙한 상호균형의 틀 속에서 협정을 완결해야 할 시점이다. 한중 FTA의 본질은 단순한 관세 인하에 있지 않다. 그것은 동아시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하나의 축이며, 한국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 대국이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다. 특히 이번 후속 협상에서 논의되는 서비스 무역과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은 과거 제조업 중심의 협정을 넘어 미래 산업과 금융, 디지털 경제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양국 경제가 이미 깊이 얽혀 있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중 경제 협력은 언제나 정치의 영향을 받아왔다. 사드 사태는 그 대표적 사례다. 경제는 상호의존을 향해 나아가지만, 안보는 때로 갈등을 불러온다. 이 괴리를 관리하지 못할 때 협력은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 경제와 안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협정의 완성은 곧 신뢰의 회복이며, 신뢰 없는 협정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과 산업 현장에서 이미 축적된 협력의 경험이다. 중국의 혜주, 염성, 연대 등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온 대표적 도시들이다. 이들 지역은 전자, 자동차,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한국과 긴밀한 분업 구조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투자 유치나 생산 기지의 이전을 넘어, 기술과 인력, 공급망이 결합된 실질적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는 단계로 발전해 왔다. 한국 측에서도 새만금 산업단지는 이러한 협력의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새만금은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동북아 경제 협력의 거점으로 설계된 프로젝트다. 중국의 연해 도시들과 연결될 때, 이곳은 생산과 물류, 에너지와 관광이 결합된 복합 경제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미 일부 기업과 지방정부 간 협력은 시작되었으며, 이는 국가 간 협정이 뒷받침될 때 더욱 확장될 수 있다. 결국 한중 FTA는 중앙정부의 협상 테이블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방과 기업, 산업과 시장이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협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할 때, 협정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실제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상호균형이다. 시장 개방은 일방의 이익이 아니라 상호 호혜의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서비스와 금융 분야에서의 개방은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추진하되,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제도적 신뢰다. 기업 활동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미래 지향성이다. 디지털 경제, 친환경 산업,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FTA의 내용을 시대에 맞게 진화시켜야 한다. 동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갈등의 가능성도 상존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FTA는 단순한 경제 협정을 넘어, 평화와 번영을 지탱하는 구조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은 갈등을 완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며, 협력의 경험은 신뢰를 축적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사드로 인해 멈추었던 시간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회복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 것인가다. 한중 FTA는 그 출발점이자 시험대다. 양국이 상호존중과 균형의 원칙 위에서 이 협정을 완결할 때, 그것은 단순한 무역 협정을 넘어 동아시아의 미래를 지탱하는 주춧돌로 자리 잡을 것이다.
2026-04-11 12: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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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비되는 중국의 이란전쟁 스탠스 : 한국이 배워야 할 질문은
[경제일보] 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보인 태도는 단순한 외교 기법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권국가의 행동 방식과 문명국가를 자처하는 실용국가의 행동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미국은 힘으로 질서를 재편하려 했고, 중국은 말로 판을 관리하려 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제재, 압박과 데드라인의 언어를 앞세웠고, 중국은 휴전과 대화, 항행 안전과 지역 안정의 언어를 반복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고, 왕이 외교부장이 이란·이스라엘·러시아·걸프 국가들과 26차례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전쟁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 더 정확히 말하면 불길을 더 키우지 않는 관리자처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도덕적 순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냉정한 국익 계산의 산물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중요한 수요자이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곧바로 중국 경제의 에너지 비용과 물류 안정성, 수출 제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처럼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여 체제 변화를 노리기보다, 전쟁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멈추고 질서를 복원하는 데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다. 최근 보도들을 보면 중국은 휴전 국면에서 뒤에서 외교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동시에 호르무즈 항행 재개와 에너지 공급 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함께 호르무즈 재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미국 주도의 군사적 해법에 제동을 걸고 자신이 선호하는 협상 틀을 지키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반면 미국의 방식은 훨씬 직선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질서를 힘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힘의 과시가 언제나 질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에도 강한 압박과 폭격, 초강경 발언은 단기 충격은 주었을지 몰라도, 중동 전체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유가와 해상 운송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 스스로 총을 쏘지 않으면서도 평화를 말하고, 실제 보증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다. 서방 일각에서 “중국이 이번 국면의 조용한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친중적 자세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왜 중국은 전쟁을 곧바로 국익의 언어로 번역하는데, 우리는 자주 진영의 언어부터 앞세우는가. 왜 중국은 도덕과 명분을 말하면서도 에너지, 해운, 결제, 항만, 보험을 한 묶음으로 계산하는데, 우리는 외교는 외교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따로 보는가.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수입국이며 무역국가다. 이런 나라가 중동 전쟁을 볼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더 선한가”가 아니라 “우리의 원유선과 가스선, 물가와 환율, 무역금융과 선박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여야 한다. 중국의 스탠스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여기에 있다. 첫째, 강대국일수록 원칙보다 국익의 번역 능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둘째, 전쟁의 승패보다 전후 질서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셋째, 말의 수위보다 공급망의 안전이 국가를 지킨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둥으로 삼되, 중국처럼 냉정하게 에너지 안보와 항행 자유, 해상보험과 결제 안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중동의 불길 앞에서 감정으로 흔들리는 나라는 비용을 치르고, 구조로 준비한 나라는 충격을 줄인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힘의 한계를, 중국은 실용의 집요함을 보여 주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처럼 강할 수 없다면, 중국처럼 계산할 수는 있는가. 바로 그 질문이 지금 우리의 외교와 경제안보가 함께 답해야 할 과제다.
2026-04-1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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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중동 전쟁에 환율·물가·경기 모두 불안
[경제일보]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3대 축’인 환율·물가·경기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배경에는,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복합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다. 금통위는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표면적 이유는 “중동 사태의 전개와 파급 효과를 더 지켜볼 필요”였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물가는 들썩이고, 경기는 식어가며, 금융시장은 요동치는 ‘트리플 불안’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물가 측면에서는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반등했고, 특히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2.7%로 상승했다. 중동 긴장이 촉발한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전이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물가 목표(2%)를 재차 이탈할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문제는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기엔 경기 하방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소비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중동 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 차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 비용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이 2.0%를 밑돌 것으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율과 금융시장 역시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전쟁 여파 속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겹치며 한때 1500원 선을 위협했다. 이후 미국·이란 간 일시적 긴장 완화로 다소 진정됐지만, 방향성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다시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2차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를 성급히 내릴 경우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여력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금통위는 ‘동결’이라는 선택지를 통해 시간 벌기에 나섰다. 금리를 낮추자니 물가와 환율이 걸리고, 올리자니 경기 침체 리스크가 부담인 상황에서, 현 수준을 유지하며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을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닌 정책 딜레마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동 변수에 따라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한은은 다시 긴축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 완화 전환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의 고민은 명확하다. 물가 안정, 경기 방어, 금융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어느 하나도 확실히 잡히지 않는 국면이다. 결국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은 중동 정세, 국제유가, 미 연준의 정책 경로, 그리고 환율 흐름이라는 외생 변수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엇을 먼저 잡을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전까지, 금리는 당분간 제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2026-04-10 14: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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