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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뒤에 숨을 수 없는 공직자의 책임
[경제일보] 말은 가볍게 나가지만 그 말이 도착하는 곳은 가볍지 않다. 특히 공직자의 말은 더 그렇다. 한 개인의 의견처럼 보이지만 국민은 그것을 정부의 태도, 권력의 감수성, 국가의 품격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공직자는 말할 자유를 갖되 그 자유보다 먼저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 논란과 관련해 이 부위원장은 SNS에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후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자신의 입장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해당 발언이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엄중 경고했다. 이후 이 부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한 공직자의 돌출 발언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는냐다. 또 하나는 공직자가 사적 공간에서 한 말도 공적 책임의 대상이 되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뿌리지만 공직자의 언행은 그 뿌리를 흔들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돼야 한다. 불편한 말, 거친 비판, 권력에 대한 조롱까지도 민주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국가가 듣기 싫은 말을 막기 시작하면 자유는 순식간에 허가제로 변한다. 그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문제 제기 자체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자유에는 경계가 있다.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고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를 다시 상처 입히며 특정 지역과 공동체를 조롱하는 행위까지 자유의 이름으로 덮을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타인의 존엄과 인권을 훼손하는 것까지 옹호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문제는 학생들의 미성숙한 응원 구호에서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과정에서 어른의 역할은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수습을 돕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부총리급으로 불리는 정부 고위직 인사의 말이 논란을 정치적 전선으로 확장시켰다. 배재고 논란의 본질은 청소년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공동체 감수성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냐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의 발언 이후 논란은 징계의 적절성, 표현의 자유, 5·18의 역사적 의미, 정부 인사 검증 문제로 번졌다. 공직자는 시민과 다르다. 시민은 자신의 말에 대해 사회적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공직자의 말은 행정과 정책의 신뢰를 함께 움직인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말 그대로 규제를 합리화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기구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책무는 기업과 시장, 국민 사이의 신뢰를 조율하는 일이다. 그런 인사가 사회적 상처가 깊은 역사 문제를 두고 절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했다면 시장 친화적 규제 개혁의 메시지조차 불필요한 정치 논란에 묻힐 수밖에 없다. 경제도 결국 신뢰 위에서 굴러간다. 정책은 숫자로 설계되지만 실행은 신뢰로 움직인다.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고 해도 국민이 그 정부의 판단을 믿지 못하면 정책은 저항에 부딪힌다. 기업이 투자하려 해도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 비용이 늘어난다. 공직자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는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정책 추진력을 갉아먹는 비경제적 비용이다. 규제 합리화라는 좋은 명분도 사회 통합의 감수성을 잃으면 설 자리가 좁아진다. 이번 사퇴는 개인의 낙마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 인사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전문성은 중요하다. 경제를 알고 시장을 알고 규제의 폐해를 아는 인재는 필요하다. 그러나 고위 공직에 필요한 자격은 전문성만이 아니다. 헌법 가치에 대한 이해, 역사적 상처에 대한 감수성, 공적 언어를 다루는 절제도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국민 통합을 내세운 정부라면 더 그렇다. 통합 인사는 진영을 넓히는 일이지만 상처를 헤집는 언행까지 감싸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논어 이인편에는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려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는 구절이 있다. 말을 못하라는 뜻이 아니다. 말이 앞서면 책임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경계다. 공직자의 말은 더 그렇다. 많이 말하는 것이 소통은 아니다. 빨리 반응하는 것이 용기는 아니다. 국민의 상처 앞에서 한 박자 늦추고 자기 확신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때로는 더 큰 책임이다. 물론 이번 논란을 빌미로 공직자의 모든 사적 발언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사회로 가서도 안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위축과 검열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기준이다. 공직자는 비판할 수 있다. 정책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존엄을 건드리고 사회적 혐오와 조롱으로 읽힐 수 있는 언어를 선택했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도 숙제를 안게 됐다. 청와대는 초기 경고 이후 사퇴 의사를 수용했지만 앞으로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과거 발언과 SNS 이력만 기계적으로 훑는 수준을 넘어 고위 공직 후보자가 공적 갈등을 다룰 만한 균형감과 언어 감각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 전문가는 많지만 공직자는 드물다. 전문성을 공공성으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공직자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직자의 말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직함을 가진 순간 말은 제도와 연결되고 정부와 연결되며 국민의 기억과 연결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공기다. 그러나 공직자의 언어는 그 공기를 탁하게 하지 않을 책임을 함께 진다. 정치는 갈등을 먹고 살 수 있지만 행정은 신뢰를 먹고 산다. 경제정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국민은 오만한 권력을 싫어한다. 공직자의 말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말은 한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지만 공직자의 말은 한 정부의 수준을 드러낸다. 이번 논란을 통해 정부가 배워야 할 교훈은 하나다. 인사는 넓게 하되 공직의 기준은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2026-07-07 15: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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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증시는 본래 흔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흔들림에도 결이 있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이 바뀌어 흔들리는 시장과 금융상품의 구조가 스스로 진동을 키워 흔들리는 시장은 다르다. 전자는 가격 발견의 과정이지만 후자는 시장 장치의 부작용일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주의 급등락은 한국 증시의 체온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AI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 랠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랠리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얹히고 다시 그 레버리지가 주가 변동을 키우는 구조다. 불길이 오를 때는 더 큰 불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바뀌면 같은 구조가 시장을 덮치는 역풍이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관련 2배 상품은 대체로 6% 상승을 목표로 한다. 반대로 3% 하락하면 손실도 6% 안팎으로 커진다. 겉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속은 복잡하다. 이 상품은 장기 보유용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맞추는 단기 매매형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로에 따라 누적 수익률은 기초주식의 2배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원금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 자금 유입 속도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됐다. 이후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레버리지 ETF 약 8조2000억원, 인버스 2배 ETF 약 3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9조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5조22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단기간에 특정 종목, 특정 방향, 특정 투자자층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음도 이례적으로 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초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로 나간 개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쏠림과 과열 매매,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셈이다. 정책의 선의가 시장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리밸런싱이다. 레버리지 ETF는 약속한 2배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판다. 보통 투자 격언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라”고 하지만 레버리지 ETF의 구조는 특정 국면에서 정반대로 작동한다. 상승장 후반에는 매수 압력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보탠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쏠림이 심하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이 기계적 매매가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상품이 ‘ETF’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ETF는 대개 분산투자, 낮은 비용, 투명한 운용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인 ETF와 다르다. 분산투자 상품이 아니라 특정 기업 한 곳에 2배로 베팅하는 파생형 상품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우량한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고 해서 상품 자체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도 나쁜 가격과 나쁜 구조를 만나면 위험한 투자 대상이 된다. 개인투자자는 세 가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손실 확대 위험이다. 하루 10% 하락은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20% 안팎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경로 의존 위험이다. 10% 하락 뒤 10% 상승해도 원금은 회복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상품은 그 괴리가 더 커진다. 셋째, 유동성 위험이다. 시장이 급변할 때 호가가 얇아지면 실제 체결 가격은 투자자가 예상한 가격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 초반과 장 막판, 급락장에서는 이 위험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위험을 가격화하고 배분하는 곳이다. 위험을 이해한 전문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과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에게 손쉬운 투기 수단을 열어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균형이다. 상품 혁신이 시장 발전을 이끌 수 있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가계에 떠넘기는 것은 금융의 본령이 아니다. 향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판매·거래 규제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전교육, 예탁금 요건, 투자성향 확인, 위험고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 순자산이 불어난 상품에 대해서는 리밸런싱 영향 점검, 괴리율 관리, 유동성공급자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특정 종목과 특정 상품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투자경고 체계와 상장 유지 기준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이 상품을 ‘우량주 투자’가 아니라 ‘고위험 단기 파생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손자병법>에선 “잘 싸우는 자는 세에 의지한다”고 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별 투자자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이 시장의 세를 만든다. 지금 한국 증시의 세는 AI 반도체 기대, 개인투자자의 추격 매수,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리밸런싱, 높은 회전율이 한데 엉킨 모양새다. 이 세가 상승장을 밀어 올릴 때는 누구도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세가 하락장을 밀어붙일 때는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가려면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 깊은 유동성, 합리적 투자자 보호, 엄격한 상품 심사가 함께 가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어디까지 위험을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답은 분명하다. 시장의 활력은 살리되 시장을 카지노로 만드는 장치는 걷어내야 한다. 투자자의 선택권은 존중하되 선택의 대가를 제대로 알리는 장벽은 높여야 한다. 증시는 꿈을 먹고 오른다. 그러나 꿈에 레버리지를 얹으면 탐욕이 된다. 탐욕이 시장의 엔진이 되는 순간 변동성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랠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기름통을 치우는 일이다. 시장은 뜨거울수록 냉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2026-07-06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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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메가프로젝트, 지지율용이면 지방선거 전 했을 것"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규모 지역투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야권 비판에 대해 “지지율 관리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다면 지방선거 전에 시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천지개벽을 위한 상전벽해 수준의 국토 대전환은 취임하기 전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을 개선할 성과와 실적”이라며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오기도 가기도 하지만 실적과 성과는 산 같은 것이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지율은 성과와 실적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오래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과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충청권은 HBM 등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피지컬AI 분야에서는 제조업 AI 전환, 로봇 핵심부품 경쟁력 확보, 지역 중심 양산 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야권은 이번 사업을 두고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관치경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과학적 근거와 인프라 검증이 부족하다며 기업 투자가 자발적 결정인지, 전력·용수·부지 등 기반 여건이 충분한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균형발전, 포용적 지속성장, 대체불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국민과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기회를 잃고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되찾아주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7-04 17: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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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로봇은 공장으로 들어가고 서비스업은 디지털로 버틴다
[경제일보]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유라시아 지역과의 경제협력도 넓히고 있다. 서비스업은 통신·인터넷·소프트웨어와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기준선 위를 지켰다. 부동산과 건설업의 부진이 남아 있지만, 중국 경제가 버티는 방식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공장에서는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맡고, 전시회장에서는 AI와 디지털 경제가 새로운 협력 의제로 올라왔다. 서비스업에서는 온라인·금융 서비스가 버팀목 역할을 한다. 중국이 제조업의 자동화와 디지털 서비스, 대외 개방을 함께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 로봇 구매액 2.3배…공장으로 들어가는 체화지능 중국 국가세무총국에 따르면 올해 1~5월 체화지능 산업 관련 기업의 판매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증가했다. 체화지능은 AI가 로봇이나 기계 장비 같은 물리적 몸체를 통해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의 질문에 답하는 챗봇과 달리,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고 설비를 점검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쪽에 가깝다. 세부적으로는 로봇 본체·완제품 제조가 30.1%,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통합이 24.5%, 시스템 통합과 산업 현장 적용이 27.9% 늘었다. 로봇을 만드는 기업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장에 설치하고 기존 생산설비와 연결하는 기업도 함께 커졌다는 뜻이다. 수요는 산업 현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1~5월 산업기업의 체화지능 로봇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다. 시스템 통합과 배치, 운영·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정보시스템 서비스 매출도 1.9배 늘었다. 이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로봇을 단순 전시용 기술이 아니라 생산성 문제를 풀기 위한 장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숙련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운 업종에서는 반복 작업과 위험 작업부터 자동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로봇을 들여놓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라인에 맞게 조정하고 계속 관리해야 하는 만큼, 장비 판매보다 시스템 통합과 운영 서비스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체화지능 기업은 광둥성과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장쑤성에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에 전국 관련 기업의 약 90%가 몰려 있다. 광둥성은 로봇 부품과 전자제품 공급망, 제조업 기반을 앞세워 관련 산업 매출의 78.7%를 차지했다. 연구개발은 베이징과 상하이가, 부품과 제조는 광둥성과 장쑤·저장 지역이 맡는 분업도 나타나고 있다. ◆ 유라시아 엑스포, 전시회 넘어 협력 창구로 대외 경제협력도 계속 넓히고 있다. 제9회 중국-유라시아 엑스포에는 49개 국가·지역·국제기구와 3100여개 기관·기업이 참여했다. 누적 관람객은 32만9300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엑스포는 단순한 상품 전시회보다 투자와 무역 상담, 산업 협력의 장으로 꾸려졌다. 투자 유치와 국가별 상담, 신제품 발표, 정밀 구매 등을 중심으로 80여개 무역촉진·동시 행사가 열렸다. 곡물산업 전시관과 문화관광 융합 전시관도 처음 마련됐다. 중국이 이 행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동부 연안의 수출기지에 더해, 서부 국경 지역을 통해 중앙아시아·중동·유럽과 연결되는 새로운 통로를 키울 필요가 있다. AI와 디지털 경제, 저고도 경제, 바이오 제조가 전시 의제로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은 전통적인 원자재와 소비재 교역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기술과 신에너지, 산업단지 운영 경험까지 수출하려 하고 있다. 로봇과 AI를 공장에 적용한 경험이 늘어날수록 이를 해외 산업단지와 제조기업에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커질 수 있다. ◆ 서비스업은 50선 위, 건설·부동산은 여전히 부담 서비스업 경기는 완만하게 개선됐다. 중국 국가통계국과 중국물류구매연합회에 따르면 6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고, 두 달 연속 상승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으로 본다. 서비스업 PMI는 50.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통신·방송·위성전송 서비스, 인터넷·소프트웨어·정보기술 서비스, 화폐금융과 보험업은 모두 55 이상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서비스업 가운데 디지털 서비스와 금융 부문이 상대적으로 견조했다는 뜻이다. 다만 회복세를 과장하기는 어렵다. 건설업 PMI는 49.0으로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항공운송과 부동산 관련 서비스도 위축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비와 투자 심리가 모든 업종으로 고르게 번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경제는 지금 한쪽에서는 첨단 제조와 로봇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디지털 서비스와 금융을 통해 서비스업 활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유라시아 지역과의 무역·투자 협력을 늘려 새로운 판로도 찾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고용과 내수 소비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다. 로봇과 AI 투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기업 실적과 가계 소득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비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 유라시아 시장 확대도 물류와 금융, 현지 규제 문제를 넘어야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최근 지표는 중국 경제가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장에는 로봇과 AI가 들어가고, 서비스업은 인터넷·소프트웨어·금융이 버티며, 대외 협력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쪽으로 넓어진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과 전통 제조업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선택한 길이다.
2026-07-01 17: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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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 '한계기업'…반도체 빼고 경영난 심화
[경제일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최근 8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의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집계됐다. 2017년(11.8%)과 비교하면 15.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계기업은 세전이익(EBIT)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9.5%포인트 증가한 30.7%를 기록했고, 프랑스는 26.4%, 영국은 22.4%, 독일은 12.9%, 일본은 3.6%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증가 폭이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일시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43.9%로 미국(44.0%)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프랑스(40.1%)와 영국(36.7%), 독일(27.0%), 일본(9.8%)을 모두 웃돌았다. 시장별로는 코스닥 기업의 경영 부담이 더욱 컸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32.6%로 코스피(16.7%)의 약 두 배에 달했다. 2017년 이후 증가 폭 역시 코스닥이 19.5%포인트로 코스피(7.1%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예술·스포츠 및 여가서비스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6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6.8%), 도·소매업(36.4%), 정보통신업(32.5%), 제조업(25.6%), 건설업(23.6%)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제조업 등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며 산업 전반으로 경영 부담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경협은 교역 환경 악화와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부담 확대, 내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교역 여건 악화와 비용 상승, 내수 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주력 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경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6-06-30 09: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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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메드텍, 인체조직 CDMO 시장 진출…첫 고객 코오롱제약 확보
[경제일보] 정형 및 치과 임플란트 연구·제조 기업 시지메드텍은 코오롱제약을 첫 고객사로 확보하고 hECM(Human Extracellular Matrix) 기반 인체조직 제품의 개발·생산 및 공급을 위한 CDMO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양사는 지난 15일 계약을 맺고 협력에 나섰다. 이번 계약은 시지메드텍이 구축해 온 인체조직 기반 사업 밸류체인을 외부 고객사로 확장한 첫 사례로 인체조직 CDMO 플랫폼 사업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계약 대상은 hECM 기반 스킨부스터 용도의 인체조직 제품이다. 코오롱제약은 이를 통해 에스테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시지메드텍은 인체조직 기반 제조 플랫폼의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양사는 역할을 분담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지메드텍은 제품 개발과 생산, 품질관리, 인허가 대응, 공급 체계 구축을 맡고 코오롱제약은 국내 병·의원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과 유통을 담당한다. 향후 양사는 시장 수요와 사업 성과에 따라 공급 규모를 확대하고 장기 협력 체계 구축과 신규 제품군 개발 등으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시지메드텍은 이번 계약을 단순 공급 계약이 아닌 인체조직 기반 제조 플랫폼을 외부에 제공하는 CDMO 사업 모델의 첫 상업화 사례로 보고 있다. hECM 기반 제품은 원료 확보부터 제조, 품질관리, 인허가 대응, 공급까지 전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운영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로 평가된다. 회사는 최근 성남 소재 가공조직은행을 인수하며 인체조직 원료 확보 역량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료 확보부터 제품 개발, 생산, 품질관리, 인허가 대응, 공급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유현승 시지메드텍 대표는 “이번 협력은 인체조직 기반 사업 밸류체인을 외부로 확장한 첫 사례”라며 “제조 인프라와 품질관리, 인허가 대응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사의 사업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개발부터 생산, 품질관리, 인허가 대응, 공급까지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국내외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다. ◆JW중외제약 ‘리바로젯’, 복합제 시장 매출 1위 JW중외제약은 리바로젯 2/10㎎이 지난 4월 기준 스타틴·에제티미브 계열 2제 복합제 전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리바로젯 2/10㎎은 4월 한 달간 매출 88억원, 시장점유율 6.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매출 84억원, 점유율 6.32% 대비 증가한 수치다. 리바로젯은 피타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2제 복합 개량신약이다. 피타바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에제티미브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해하는 기전으로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감소에 작용한다. 제품은 의료기관 전반에서 고른 매출을 기록했다. 종합병원 채널에서는 4월 기준 매출 45억원, 시장점유율 8.02%를 기록했으며 의원 채널에서는 매출 36억원, 점유율 5.18%로 집계됐다. JW중외제약은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 LDL-C 조절 효과와 안전성, 복합제 제품 경쟁력 등을 제시했다. 리바로젯 2/10㎎은 스타틴 단일요법으로 충분한 LDL-C 조절이 어려운 환자에게 복합제 치료 옵션으로 사용된다. 이상지질혈증은 장기적인 약물 치료와 지속적인 LDL-C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치료 초기부터 약효와 안전성을 고려한 치료제 선택이 중요하다. 한국인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VICTORY Study’ 중간 결과 당뇨병 동반 환자의 LDL-C 수치는 복용 전 134㎎/dL에서 48주 후 66㎎/dL로 감소했다. 당뇨병 비동반 환자군 역시 159㎎/dL에서 76㎎/dL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복혈당 수치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JW중외제약은 피타바스타틴 기반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단일제 ‘리바로’에 이어 복합제 라인업을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피타바스타틴 1㎎과 에제티미브 10㎎을 결합한 ‘리바로젯 1/10㎎’을 출시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리바로젯은 LDL-C 감소 효과와 함께 혈당 및 근육 관련 안전성 측면에서 의료 현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며 “향후에도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박카스 체험형 팝업 진행…소비자 접점 확대 동아제약은 박카스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지금 나를 재생’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박카스 신규 광고 캠페인과 연계해 기획됐으며 소비자가 광고 메시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팝업 공간은 음악과 참여형 콘텐츠를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조성됐다. 현장에는 대형 헤드폰과 박카스 조형물을 활용한 포토존이 마련돼 광고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방문객들은 이를 통해 브랜드 콘셉트를 체험할 수 있다. 체험존은 용기존, 활력존, 자신감존, 에너지존 등 4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참여형 게임과 포토부스, 샘플링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며 일부 프로그램 참여 시 제품과 굿즈가 제공된다. 이와 함께 메시지 카드를 작성하는 이벤트도 진행되며 참여자에게 박카스 제품이 제공될 예정이다. 동아제약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X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광고에는 해당 세대의 음악을 활용해 공감 요소를 강화했다. 박카스는 1960년대 출시된 이후 국내 대표 피로회복제로 자리 잡았으며 누적 판매량은 242억병에 이른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소비자가 브랜드 메시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요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체험형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6-16 16: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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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멈춰 있는데 정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경제일보] 정치의 존재 이유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선거는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 목적이 아니며,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정치 현실은 이런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잊고 있는 듯하다. 각종 정치 일정과 세미나, 당권 경쟁과 계파 갈등은 연일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지만 정작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 대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녹록지 않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후유증은 여전히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난과 주거난 속에서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적인 공급망 변화와 인공지능(AI) 시대의 급격한 산업 재편 속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의 삶은 하루하루가 절박한데 정치권은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치적 소모전이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와 소비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정치가 안정되어야 기업도 과감하게 투자하고, 국민도 미래를 믿고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상대를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규정한다면 시장은 불안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 갈등의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경제를 살리는 길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에서 시작된다.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며, 청년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며,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과제는 어느 한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숙제다. 정치권은 이제 승패의 정치에서 성과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힘을 쏟기보다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곳이어야 한다. 국민은 서로를 향한 비난과 책임 공방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입법과 예산,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을 기대하고 있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소수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어느 쪽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성숙한 정치의 모습이다. 국민은 정당 간의 적대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보고 평가한다. 책임정치 또한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 잘한 정책에는 책임 있게 성과를 설명하고, 실패한 정책에는 솔직하게 인정하며 개선책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임 없는 비판과 근거 없는 공세는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될 때만 정당성을 얻는다. 공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바르면 백성은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른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 정치가 되새겨야 할 말도 다르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수사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안정된 일자리, 예측 가능한 경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실질적인 정책이다. 선거는 끝나면 과거가 되지만 민생은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정당은 선거의 승패를 넘어 국민의 삶을 먼저 고민해야 하며, 정부와 국회는 협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큰 책임이며, 더 치열한 대립이 아니라 더 성숙한 협력이다. 정치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때 비로소 국민의 삶도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6-06-16 08: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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