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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 "반도체 초과이익, 성과급 갈등 넘어 국민환류 체계 고민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과 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만큼 기업이 창출한 막대한 초과 이익 역시 노사 간 배분 문제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27일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초과 이익과 사회적 환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손 대표는 삼성전자 노사 문제를 단순한 임금 협상 차원보다 한국 경제 성장 구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로 봤다. 반도체 산업이 개별 기업 경쟁력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함께 작동한 결과라는 점에 주목했다. 손윤 대표는 “삼성전자의 초과 세수와 초과 이익은 우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민 기업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국민주권 개념도 함께 언급됐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산업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성과 역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 속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논의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제시됐다. 반도체 산업은 개별 기업 투자와 기술력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공급, 연구개발 지원, 산업단지 조성, 인재 양성 체계 등 사회 전반의 기반이 함께 작동해야 산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표에서는 삼성전자 성장 과정도 함께 다뤄졌다.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 세계 1위에 오른 뒤 메모리 분야 선두 자리를 유지했고 이후 플래시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시스템반도체까지 영역을 넓히며 세계 시장 영향력을 키워왔다는 내용이다. 손 대표는 당시 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 지원 정책 등이 산업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기업 자체 경쟁력뿐 아니라 정책 지원과 사회적 기반도 성장 과정에 함께 작용했다는 의미다. 노동의 범위를 기존 인식보다 넓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종사자와 지역사회 기반시설, 교육 체계 등 사회 전체의 지원이 현재 성과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삼성전자의 성공 신화에는 노동자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노동의 범위 역시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과 이익 환류 방식으로는 이른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국가 자산 확대를 위한 사회적 환류에 활용하고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단기 지원금이나 일회성 재정 지출보다 AI 인프라와 첨단 반도체 생태계, 에너지 전환 기술, 전략 광물, 미래 제조 기반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초과 세수를 우선 국채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손 대표는 2026년도 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 수준으로 전망되는 만큼 예상 밖 세입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국가채무 축소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10조원을 갚는 것은 쉬울 수 있어도 향후 AI 인프라나 에너지 전환, 지역 산업 재편 등에 필요한 자금을 다시 마련하는 일은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초과 세수는 구조적 적자를 메우는 상시 재원이 아니라 특정 산업 호황에서 비롯된 변동성이 큰 수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건전성은 단순히 부채비율 숫자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한 역량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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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와 '그들만의 잔치'… 도덕경에서 찾는 경제 정의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가 거대한 착시(錯視)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 덕에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초과 세수가 7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외견상으로는 유례없는 풍요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허리는 무섭게 휘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 증가액의 80% 이상을 상위 5대 기업이 독식하는 ‘K자형 수출 양극화’가 심화하는 와중에,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활력을 잃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시적 호황이 야기한 사회적 박탈감과 갈등이다. 최근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특별성과급 합의는 불평등에 신음하던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고정해 개인 성과와 무관하게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인 남녀의 78%가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분노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 고액 성과급 잔치는, 담장 밖 대다수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바야흐로 반도체가 가린 착시 속에서, 대한민국은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균열하고 있다. 『도덕경(道德經)』 제77장에는 천지도(天之道)와 인지도(人之도)를 대비하는 명언이 나온다. "하늘의 길은 남는 데서 덜어내어 부족한 데를 보태주지만, 사람의 길은 그렇지 아니하여 부족한 데서 취하여 남는 데를 더해준다(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지금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란은 정확히 '인지도', 즉 있는 자에게 더 얹어주고 없는 자의 기회를 빼앗는 탐욕의 질서와 닮아있다.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반도체 이익은 소속 근로자들의 땀방울만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단가 희생,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지원, 그리고 온 국민이 감내한 세제 혜택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과 이익을 특정 대기업 노사가 독점적 배타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과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당장 기업 내부에서부터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비반도체 부문의 흑자 사업부는 성과급에서 배제된 반면, 정작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부는 거액을 챙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노노(勞勞)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며 기업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영계의 대응이다. 노란봉투법 등 노사 리스크가 커지고 임금 압박 이 거세지자, 기업들은 단순 생산직부터 석·박사 연구직까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경영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 씨를 말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홀로 독주하는 구조는 고용 시장의 이중구조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고착화할 것이다. 성경 구절에도 "지혜 있는 자는 들으라, 공의를 굽게 하는 자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있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협력업체의 헌신을 외면한 채, 오직 힘을 가진 거대 노조의 요구에 밀려 퍼주기식 합의를 감행한 경영진 역시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이라는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주는 기업이 어려울 때 자본 손실의 위험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위험은 주주와 사회가 나누고, 이익은 대기업 노동자만 선취하는 비대칭적 이익 배분 구조는 자본주의의 기본 규칙을 왜곡하는 행위다. 반도체 특수라는 환각에 취해 우리 사회가 미래를 위한 투자와 규제 개혁,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타이밀을 놓친다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착시 현상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막 시작된 대한민국 전체의 숙제다. 이번 수요일 국회에서 열리는 본지(경제일보)의 긴급간담회 ‘삼성반도체 문제, 이제 시작이다’ 역시 이러한 시대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특정 집단의 이익 독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집중 해부해야 한다. 정부 역시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내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올해 발생할 초과 세수를 철저히 추계하고, 이를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넘어 양극화 완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무너지는 민생을 돌보는 데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는 "승자가 되기 위해 타인을 패자로 만들지 말라"고 가르친다. 대기업 노사는 자신들의 풍요가 타인의 허탈감과 청년들의 기회 박탈 위에 서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과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보상 원칙을 재정립하고, 독소적인 노동관계법을 손질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착시에서 깨어나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다.
2026-05-25 13: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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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탈환' vs 박완수 '수성'…전현직 도지사 초박빙
[경제일보] 6·3 경남도지사 선거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전직 도지사와 현직 도지사의 재대결 성격을 띤다. 김 후보는 ‘경남 재도약’과 부울경 메가시티, 청년 일자리, 동부경남 확장을 앞세워 보수 강세 지역 경남의 지형 변화를 노리고 있다. 박 후보는 현직 도정의 안정성과 조선·원전·방산 등 주력 산업 회복론을 내세워 수성전에 나섰다. 최근 여론조사는 두 후보가 1%포인트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남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 흐름, 김경수·박완수 오차범위내 '초접전' 가장 최근 공개된 조사에서는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초박빙 양상이 확인됐다. 경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18~19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는 43.5%, 박완수 후보는 43.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하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였다.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 39.7%, 더불어민주당 38.9%로 0.8%포인트 차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서도 접전 흐름은 이어졌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5월 18~19일 경남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 조사에서는 김 후보 44.8%, 박 후보 43.5%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6.7%였다. 이 조사에서도 두 후보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연령별로는 40·50대에서 김 후보가 강세였고, 2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지역별로 가리는 민심도 이번 선거전의 주목거리다. 경남언론협회가 경남통계리서치에 의뢰해 5월 8~10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도지사 후보 지지도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 42.0%,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 40.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7%포인트로, 전체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 있다. 조사는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80%와 유선 RDD 20%를 활용한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6%였다. 이 조사에서 권역별로는 김해·양산 권역에서 김 후보 47.8%, 박 후보 36.8%로 김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창원에서는 박 후보 42.7%, 김 후보 38.4%였고, 밀양·창녕·함안·의령 권역에서는 박 후보 46.3%, 김 후보 33.5%, 진주·산청·거창·함양·합천 권역에서는 박 후보 48.6%, 김 후보 31.0%로 조사됐다. 거제·통영·하동·사천·남해·고성 권역에서는 김 후보 42.9%, 박 후보 41.3%로 두 후보가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김 후보 입장에서는 김해·양산 등 동부경남의 우호적 흐름을 창원권과 남부해안권으로 넓히는 것이 과제다. 박 후보는 창원과 서부·중부내륙권에서 확인된 상대적 우위를 실제 투표율로 연결해야 한다. 결국 경남 민심은 특정 후보의 일방 우세라기보다 정당 구도와 인물 경쟁력, 지역별 산업 이해가 동시에 작동하는 접전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경수, 동부경남·청년·메가시티로 ‘탈환론’ 강화 김 후보의 유세 전략은 ‘경남 탈환론’을 경제와 생활의 언어로 바꾸는 데 맞춰져 있다. 민주당 후보에게 경남은 늘 쉽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김 후보는 전직 도지사 경험과 문재인 정부 시절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앞세워 ‘경남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릴 후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정책적으로는 청년과 도시 재편이 전면에 놓였다. 김 후보는 2030년까지 청년 일자리 6만 개 확보, 최대 3000만원 목돈 마련 지원 등 7대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또 마산 롯데백화점 부지에 공공기관과 창업 거점을 조성하고, 마산해양신도시에 기업 100개를 유치하겠다는 ‘마산 대전환’ 공약도 내놨다. 김 후보는 경남의 인구 유출과 청년 이탈을 단순 복지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도시 경쟁력의 문제로 묶어내려 한다. 공세축은 현직 도정 평가다. 첫 TV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경남 경제성장률과 건설 경기 부진, 광역 통합 기회 상실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 도정 아래 경남 경제가 체감 회복을 이루지 못했다고 공격했고, 부울경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문제에서도 현 도정이 중앙정부 지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압박했다. 결국 김 후보의 전략은 ‘전직 도정 경험’과 ‘새 성장판’을 결합하는 것이다. 민주당 바람만으로는 부족한 경남에서, 그는 지역 경제의 정체를 현직 책임론으로 연결하려 한다. 박완수, 현직 안정론·산업 경쟁력으로 보수 결집 박 후보의 유세 전략은 ‘현직 안정론’과 ‘산업 수성론’이다. 경남은 조선, 원전, 방산, 항공, 기계 산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다. 박 후보는 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현직 도정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후보의 추격이 거세질수록 그는 ‘검증된 행정’과 ‘경남 산업을 아는 도지사’ 이미지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가 창원과 거제의 원전·조선업체를 잇따라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후보는 주요 산업 현장을 찾아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생 공약도 병행한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 안심보험 도입, 임차보증금 지원, 영세 자영업자 배달비와 출산휴가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 대책을 제시했다. 조선·원전·방산 같은 대형 산업만으로는 내수 침체와 자영업 불안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다. 박 후보는 산업 현장과 골목상권을 동시에 훑으며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방어를 노리고 있다. 박 후보의 반격 지점은 김 후보의 과거 도정 평가와 부울경 메가시티의 실효성이다.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김 후보 재임 시절 경제성장률과 개인소득 지표를 거론했고, 김 후보의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는 김 후보의 전직 도지사 경험을 강점이 아니라 검증 대상으로 되돌리려는 전략이다. 박 후보에게 막판 승부수는 명확하다. 서부내륙과 고령층 기반을 단단히 지키고, 창원·거제·진주 산업벨트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투표율로 전환하는 일이다. 막판 승부처는 창원·동부경남·서부내륙·부동층 경남도지사 선거의 첫 번째 승부처는 창원이다. 창원은 경남 최대 도시이자 기계·방산·제조업 중심지다. 김 후보가 동부경남의 우위를 창원으로 넓히면 경남 전체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 반대로 박 후보가 창원 산업벨트와 기존 보수층을 결집시키면 수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동부경남과 서부내륙도 승부처다. 김해·양산은 김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진주·산청·거창·함양·합천 등 중서부 내륙권에서는 박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결국 김 후보는 동부경남에서 격차를 벌리고, 박 후보는 서부내륙에서 표차를 키워야 한다. 어느 쪽이 자신의 강세 지역 투표율을 더 끌어올리느냐가 막판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산업과 청년문제도 쟁점으로 꼽힌다. 김 후보는 청년 일자리와 창업 거점, 메가시티를 묶어 미래 성장론을 말한다. 박 후보는 조선·원전·방산·기계 산업 현장을 돌며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는 안정론을 말한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경남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성과”라며 “청년이 떠나지 않는 경남, 협력업체가 버티는 경남, 창원과 거제가 다시 돈을 버는 경남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부동층과 투표율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경남일보 조사에서 ‘없음’과 ‘잘 모름’의 유보층은 합산 10%대였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며 “또 CBS-KSOI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8.3%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의 연령·지역 분포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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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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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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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초과이익, 그 몫은 누구에게 있는가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급한 불을 껐다. 파국 직전 멈춰 선 파업 시계는 잠정합의안이라는 봉투에 담겨 조합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질문은 남았다. 인공지능(AI) 호황의 파도를 탄 반도체 부문이 창출할 거대한 초과이익, 그 잉여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 노조가 요구했던 ‘영업이익의 15%’라는 숫자는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한국 자본주의의 기본 문법을 묻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이 문제를 피해 가지 않았다. 외신들은 대통령이 노조의 ‘세전 영업이익 배분’ 주장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노동 친화적 정부의 수장이 특정 기업 노사 문제에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은 가볍지 않다. 반도체는 일반 제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심장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까지 검토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노사 분쟁이 회사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 파업의 위험이 크다고 해서 노동자의 몫을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냈다고 해서 그 전부가 임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없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기업의 이익은 성격이 있다. 매출에서 온갖 비용을 제하고 남는 금액은 단순한 현금 더미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과거 투자에 대한 회수, 미래를 위한 재투자 재원, 주주가 떠안은 위험에 대한 보상, 국가가 징수할 세금 그리고 구성원에게 돌아갈 성과 보상이 뒤섞여 있다. 이 복잡한 꾸러미를 어느 한쪽이 “이것은 내 몫”이라고 선을 긋는 순간 기업은 생산 조직이 아니라 분배 투쟁의 경기장이 된다. 회사의 비용에는 눈에 보이는 운영비용과 잘 보이지 않는 자본비용이 있다. 임금, 전력비, 협력업체 대금은 장부에 선명히 잡힌다. 그러나 더 무거운 것은 자본비용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에 수십조 원, EUV 장비 한 대에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 오늘 쏟아부은 자본이 내일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메모리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경쟁사는 무섭게 추격한다. 불과 2023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6조 원대까지 추락했다. 호황기의 초과이익만 보려면 이 혹독했던 적자의 기억도 함께 봐야 한다. 2023년의 손실은 누가 떠안았나.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월급을 토해내지 않았다. 협력업체도, 채권자도 약속된 돈을 받았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주주였다. 주가는 이익 전망을 따라 흔들리고 자기자본은 손실을 흡수한다. 이것이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다. 주주가 마지막에 남는 것을 가져가는 ‘잔여청구권’을 갖는 이유는 모든 것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맞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의 기여는 부정할 수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는 엔지니어들의 밤샘 노동 위에 세워졌다. 그들에게 충분하고 투명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성과주의를 말하려면 성과의 계산법부터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영구적 권리처럼 임금으로 고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영업이익은 주주의 돈이기 전에 회사의 미래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HBM, 차세대 D램, 파운드리 미세공정. 이 모든 것은 오늘의 이익을 내일의 기술에 쏟아부어야만 유지되는 살얼음판 경쟁이다. 오늘의 초과이익을 모두 현금으로 나눠버리면 내일의 연구개발은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를 멈춘 기업의 운명은 죽음뿐이다. 유럽의 사례는 서늘한 경고다. 유럽은 오랫동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모범을 자처했다. 노동자 보호, 사회적 합의의 이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AI와 반도체의 시대에 유럽은 주도권을 잃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EU 경쟁력 보고서에서 투자 부족과 생산성 둔화를 통렬하게 지적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본진에서 나온 자기반성이었다. 한국은 유럽을 닮을 여유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밀리면 그 충격은 주주 몇 명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협력업체, 수출, 세수, 청년 일자리까지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인다. 그래서 삼성의 이익 논쟁은 임금협상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성과 보상이 필요하다면 길은 있다. 현금 성과급만이 답은 아니다. 회사의 장기 가치 상승에 참여하는 주식 보상이야말로 노동자와 주주의 이해를 맞추는 진정한 공동체의 길이다. 위험은 주주에게만 남기고 이익은 매년 영업이익 비율로 먼저 떼어가자는 구조는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손실 없는 잔여청구권이며 세상에 그런 권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도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AI가 만들어낼 거대한 초과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그때마다 분노와 구호로 답하면 산업은 버티지 못한다. 상식은 단순하다. 노동은 존중받아야 하고 위험을 건 자본도 존중받아야 한다. 국가는 세금으로 기업은 미래 투자로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면 나머지는 무너진다. 삼성의 초과이익은 모두의 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 그것이 주식회사의 질서다. 그 질서가 무너지면 나눌 이익 자체가 사라진다.
2026-05-21 1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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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성과금 갈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다. 다만 오는 22∼27일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완전한 종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속에 이뤄졌고, 투표가 가결되면 협상이 공식 타결된다. 문제는 합의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했고 회사는 경영환경과 사업부별 실적,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DS)부문은 AI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양산도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곧 무제한의 성과급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은 기업의 미래 투자,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국가경제에서의 역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 기업이지만 동시에 한국 제조업과 수출, 고용,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물류, 전력,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반적인 임단협 갈등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보상과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고성과를 낸 조직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식이다. 성과급이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벌어 내일 나누는 장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성과급 갈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가른다. 반도체 부문이 초과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사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야 하는지, 사업부별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 장기 투자에 필요한 내부 유보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논쟁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의 다툼으로 흐르면 조직 내부 신뢰가 무너진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경영진에 대한 신뢰, 성과 배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갈등은 다른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노사 갈등의 확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과 맞물려 더 무겁다. 지금 한국경제는 겉으로는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지만 속으로는 성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00대 지표에서도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제시돼 있다. 단기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 출생아 수를 25만4500명으로 집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72년 47.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리스크도 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가 중동전쟁의 충격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한적 충돌을 가정해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3.1%, 2027년 3.2%로 둔화될 것으로 봤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금융 여건 긴축이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겹치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비용과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채 반도체 의존도를 다시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분명한 기회지만 이것이 영구적 안전판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사이클을 탄다. HBM 경쟁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매 분기 승부가 갈린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규제, 대만의 파운드리 우위, 일본의 소재·장비 부활까지 감안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노조도 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몫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요구는 결국 노동의 기반도 약하게 만든다. 성과급은 권리의 언어만으로 풀 수 없다. 책임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부별 성과와 전사 기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보상 체계는 언제든 불신을 낳고, 불신은 파업보다 더 오래가는 비용을 만든다. 노조와 회사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노동은 노동의 권리를 말하고, 경영은 경영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이 기업의 존속과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사업부별 기여도 반영, 장기 투자 재원 확보,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과가 클수록 배분의 원칙은 더 정교해야 한다. 호황일수록 미래 투자와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금 운 좋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성과를 오늘 모두 나눌 것인가, 아니면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원칙 있게 나눌 것인가. 성과 배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 많이 가져가는 협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협상’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삼성전자에도, 노동자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이롭다.
2026-05-21 0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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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봉합'이 남긴 성과급 복마전, '시장 원칙'과 '상생'으로 틀 바꾸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잠정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일단 피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를 막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겉으로는 ‘봉합’됐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계 전반에 훨씬 더 큰 후폭풍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의 갈등을 덮기 위해 내놓은 타협이 시장 원칙과 산업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에도 일정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인정한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자본주의와 경영의 기본 원칙을 흐리게 만든 결정이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대한 사후 보상이다. 그런데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보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고정 임금으로 변질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과주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기아,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기업 노조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 기업의 노사 합의가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질 경우, 기업마다 처한 경영 환경과 미래 투자 여력은 무시된 채 ‘성과급 총액 경쟁’만 남게 된다. 결국 기업은 미래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투자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 내부의 성과급 갈등이 원·하청 구조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이 수천만 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올릴 때 왜 우리는 제자리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국가적 지원과 공격적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엔비디아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조직 전체가 미래 투자와 혁신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내부 성과급 갈등과 노노 갈등에 매몰된다면 결국 경쟁국만 웃게 될 것이다.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 내부 분열은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다. 우선 성과급 체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은 기업의 경기 변동성과 미래 투자 전략을 무시하는 위험한 구조다. 성과급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기여도, 장기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처럼 개인별 기여도와 장기 성과를 반영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중심 보상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 현금 보상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효과가 크다. 동시에 원·하청 상생 모델 구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와 하청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성과기금이나 협력사 성과 공유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만의 ‘성과급 잔치’로 비쳐지는 순간 사회적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 3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합리적 성과배분 원칙과 노사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 미래 투자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니다.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과 노동시장 양극화, 그리고 성과 배분 체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경고음이다. 총파업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숫자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시장 원칙과 상생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무너진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1 0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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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잔칫상, 씨종자까지 나눠 먹을 텐가
[경제일보] 올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임금협상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들이 점령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협상 테이블의 주역이었던 “기본급 몇 호봉 인상”이라는 정액 중심의 담론은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영업이익의 N%”라는 서늘한 수식어다. 노동의 대가를 ‘비용’이 아닌 ‘지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노조의 요구는 이제 삼성전자를 넘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경제의 기둥인 중후장대 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가히 폭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노조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시하라는 요구안을 던졌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에게 지급할 것”을 공식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조합원 1인당 약 75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지난해 거둔 역대급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고수하고 있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화’와 ‘성과급 상한 폐지’는 이제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기업 이익의 사후 배분 구조를 바꾸겠다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이러한 요구를 단지 ‘노조의 이기주의’나 ‘귀족 노조의 떼쓰기’로 치부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단견(短見)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실존적인 불안과 정당한 기여도가 섞여 있다. 고물가 행진 속에 실질 임금은 정체됐고, 현장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전환기에 ‘내가 만든 호황의 과실’이라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나 로이터 등 외신들도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익 공유(Profit Sharing) 요구의 강화가 기술 격변기의 노동자들이 선택한 자기방어적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이다. 성과를 나누자는 철학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분’ 공식으로 고정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영속성을 뒤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해 투입돼야 할 ‘미래의 종잣돈’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 순자(荀子) 부국(富國)편에는 “욕다이물과, 과칙필쟁(欲多而物寡, 寡則必爭)”라는 구절이 나온다. “욕망은 많은데 물건이 적으면 반드시 다툼이 생긴다”는 뜻이다. 순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分)’, 즉 합리적인 제도와 기준을 강조했다. 지금의 성과급 논쟁은 바로 이 ‘분’의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업이익이라는 한정된 그릇을 두고 노동자, 주주, 협력사, 그리고 미래 투자가 서로의 몫을 먼저 챙기려 다투는 형국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은 소위 ‘사이클 산업’이다. 오늘의 천문학적인 이익은 어제의 고통스러운 R&D(연구개발)와 설비투자가 낳은 결과다. 동시에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다운사이클을 버텨낼 맷집이자,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유일한 실탄이다. 최근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투자 재원을 소진할 경우,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과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순식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한 세대만 뒤처져도 수조원의 이익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기에 투자 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성과급 공식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가불해서 오늘을 잔치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제 성과 배분의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첫째,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노조가 ‘정률 배분’이라는 거친 요구를 들고나온 것은 사측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깜깜이’로 운영해온 탓이 크다. 기업은 사업부별 실적과 현금흐름, 향후 투자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를 진정한 경영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참으라”는 식의 낡은 훈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째, 성과 배분의 범위를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제안한 ‘협력업체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는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다. 대기업 정규직만 성과의 과실을 독식하는 구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다. 1, 2차 협력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아우르는 ‘상생형 성과 배분’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셋째, ‘정률 배분’ 대신 ‘유연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업이익의 30%를 고정적으로 떼어가는 방식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완전히 박살 낸다. 대신 실적에 연동하되, 미래 투자 재원과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업의 성장은 국가 발전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메시지는 무겁다. 개별 기업의 임단협 결과가 국가 수출 경쟁력과 환율, 지역 경제에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냉철한 숫자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따뜻한 분배의 정의로 유지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정의다. 그러나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산업의 상식이다.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 HD현대중공업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단순한 ‘보너스 금액’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호황의 단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다음 10년이 결정될 것이다. 노사는 지금 좁은 능선 위에 서 있다. 서로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손을 잡고 더 높은 고지로 향할 것인가. ‘나눔’의 미덕과 ‘투자’의 책무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K-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은 증명될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미래의 씨앗은 남겨두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산업의 문법이다.
2026-05-15 13:3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