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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일베 폐쇄·징벌배상 검토 필요"…혐오표현 규제 공론화 예고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와 같은 사이트의 폐쇄·과징금 부과까지 포함한 제도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조롱성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직후다. 이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에 “‘봉하마을서 일베 손가락질 사진 찍어’…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징벌배상 및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베처럼 조롱·모욕으로 사회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며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라고 적었다. 논란은 전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불거졌다.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는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조롱성 행동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조 변호사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혐오표현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는 일베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특정 손가락 모양으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이들의 실제 소속이나 조직적 동원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민주화운동과 사회적 참사, 정치적 추모 공간을 겨냥한 조롱성 표현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역사적 아픔을 상업적 이벤트 소재로 삼은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에는 특정 기업 마케팅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 문제로 논의가 확장됐다. 단순 게시물 작성자 처벌을 넘어, 조롱·혐오 표현을 반복적으로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 자체에 과징금, 징벌배상, 폐쇄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하자는 취지다. 쟁점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경계다. 현행법은 명예훼손, 모욕, 불법정보 유통 등 개별 조항을 통해 일부 표현을 규제하지만 혐오표현 전반을 직접 포괄하는 일반법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법학계에서도 혐오표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견해가 오랫동안 맞서왔다. 일베 폐쇄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13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시물이 확산되며 사이트 폐쇄론이 제기됐고, 당시에도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충돌했다. 2018년에도 일베 폐쇄 국민청원에 23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청와대가 폐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사이트 폐쇄나 접속 차단은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불법정보에 대한 차단은 현행 제도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만, 특정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도화가 추진된다면 반복성, 고의성, 피해의 중대성, 운영자의 방치·조장 여부, 사법적 통제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 그럼에도 추모 공간을 찾아가 고인을 조롱하고 이를 온라인 인증 문화로 소비하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풍자와 비판은 보호돼야 하지만, 특정 개인의 죽음이나 민주화운동 희생자, 사회적 참사를 조롱하는 행위가 공동체의 기본 질서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발언은 혐오표현 규제 논의를 다시 정치권의 전면 의제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국무회의 차원의 검토를 시작하면 법무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심위,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관련 제도와 해외 사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혐오표현과 사회적 갈등 조장에 대한 책임 강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정부의 표현 규제 권한 확대를 우려할 수 있다. 핵심은 ‘무엇을 막을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과 절차로 제한할 것인가’다. 혐오와 조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정당하더라도, 규제 기준이 모호하면 정치적 비판이나 풍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엄격한 조건”이 실제 제도 설계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향후 논의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2026-05-24 09: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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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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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정치, 길 잃은 경제...상식과 원칙의 복원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함선이 짙은 안개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거센 파도가 배를 때리고 있지만, 조타실의 키는 고장 났고 엔진은 가열된 채 비명만 지른다. 작금의 현실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정치는 죽었고, 경제는 멍들었다'는 탄식일 것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이라는 늪에 빠져 방향을 잃었으며, 정치는 정쟁이라는 족쇄에 묶여 기능을 상실했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이 두 축이 서로를 구원하기는커녕 서로의 발목을 잡아채며 동반 침몰의 길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부침 속에서도 지금처럼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적은 드물었다. 인류의 오랜 지혜를 담은 경전들은 공통으로 '화합'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가르친다.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식량을 충분히 하고, 군대를 튼튼히 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足食, 足兵, 民信)'을 꼽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 중 하나라도 온전한 것이 있는가. 우선, 경제의 맥박이 희미해지고 있다. 내수 침체의 골은 깊어지는데 대외 환경은 흡사 전장(戰場)을 방불케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재편,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고금리의 장기화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는 명확한 나침반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적기(適期) 대응은 시장의 신뢰를 먹고 산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정책은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규제 혁파를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의 손발을 묶는 입법은 쏟아지고,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흔들린다.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는 구호로만 존재할 뿐, 실행의 용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이 정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의심하고 회피하는 현상은 국가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호탄이다. 노동 문제에 이르면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노동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신성한 가치이자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동의 '유연성'과 '안전망'이라는 두 가치를 놓고 극단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계는 생존을 위해 유연화를 외치고, 노동계는 생존권을 위해 보호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택일(擇一)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쌓아온 보편적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는 임금 인상은 기업의 파멸을 부르고, 안전망 없는 유연화는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균형의 예술'이다. 그러나 작금의 논의는 해법을 찾는 치열한 고민 대신 진영 논리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상대방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합리적인 대안은 설 자리를 잃는다.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사회적 대타협은 실종되었고, 그 빈자리를 자극적인 선동과 혐오가 채우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비전을 설정하는 고도의 지적 행위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갈등을 먹고 자라는 기생(寄生) 정치가 되어버렸다. 민생은 뒷전이고 정파적 이익을 위한 입법 전쟁에만 몰두한다.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던 과거의 일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이제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류 경전의 가르침대로 순리를 따르고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경제 정책은 정치가 아닌 '숫자'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야 하며, 노동 개혁은 진영이 아닌 '상생'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 정치권은 서로를 향한 삿대질을 멈추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협치(協治)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정치가 경제를 가로막고, 경제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자, 즉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법이다. 지금 당장 정치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경제는 다시금 성장의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준엄한 책무다.
2026-05-06 16: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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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에 멈춘 워싱턴의 밤…트럼프 겨눈 총격이 드러낸 미국의 균열
[경제일보] 미국 정치와 언론의 상징적 행사인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이 총격 사건으로 중단됐다. 대통령과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과 풍자를 나누던 무대는 순식간에 긴급 대피 현장으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나갔고 참석자들은 식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미국 사회는 다시 정치폭력의 악몽과 마주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돌발 범행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이 오랜 기간 쌓아온 정치적 분열과 증오의 언어, 그리고 총기 사회의 위험성이 한순간에 폭발한 장면에 가깝다. 총성은 짧았지만 그 여파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건은 현지시간 25일 오후 워싱턴DC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발생했다. 백악관출입기자협회가 주최한 연례 만찬이 진행되던 가운데 행사장 외곽 보안 검색 구역에서 총성이 들렸다. 용의자는 무기를 소지한 채 검색대로 돌진했고 경호 인력은 즉시 제압에 나섰다. 비밀경호국은 곧바로 대통령 신변 보호 절차를 가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을 현장에서 이동시켰다. 현장 요원 1명이 피격됐으나 방탄 장비 덕분에 큰 부상은 피했다. 레이건 피격 장소서 다시 울린 총성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을 준 이유는 장소 때문이다. 워싱턴 힐튼호텔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피격된 곳이다. 당시 레이건은 퇴장하던 순간 총탄을 맞았고 미국은 대통령 암살 공포에 휩싸였다. 45년이 흐른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사회가 정치폭력의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대통령 주변을 맴도는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정치를 잠식한 적대의 언어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는 오래전부터 정책 경쟁보다 진영 대결의 성격이 강해졌다. 상대 진영을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선거 때마다 “나라가 무너진다” “민주주의가 끝난다”는 식의 자극적 구호가 난무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분노와 혐오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런 환경에서는 일부 과격한 개인이 자신을 시대의 행동가로 착각하기 쉽다. 총격은 방아쇠를 당긴 한 사람이 저질렀더라도 그 뒤에는 사회 전체의 독기가 쌓여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 한복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한 언어를 구사해 왔고 반대 진영 역시 그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규정해 왔다. 정치 지도자와 시민 모두 상대를 타협의 대상이 아닌 응징의 대상으로 바라본 결과가 오늘의 미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정치폭력의 연대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폭력 위협에 노출됐다. 2024년 대선 유세 도중 펜실베이니아에서 총격을 받았고 두 달 뒤에는 플로리다 골프장에서 또 다른 암살 시도가 발생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경호 위협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트럼프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방 판사와 검사, 선거관리 공무원, 주지사, 연방의원까지 협박 대상이 됐다. 민주주의 제도를 떠받치는 인물들이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폭력이 일상이 되면 선거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생존 경쟁으로 변질된다. 유권자는 정책보다 공포에 반응하게 되고 지도자는 통합보다 적개심을 자극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경호 시스템은 어디까지 작동했나 이번 사건 이후 미국 안보 당국은 두 갈래 평가를 받고 있다. 무장한 용의자가 대통령 참석 행사장 인근까지 접근했다는 점은 분명한 경고 신호다. 사전 정보 수집과 외곽 통제, 검색 절차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총성이 울린 직후 대통령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용의자를 현장에서 제압한 대응은 신속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비밀경호국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대응 매뉴얼을 정상 가동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수사의 핵심은 용의자가 어떻게 접근했는지, 단독 범행인지, 사전 경고 신호는 없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트럼프에게 미칠 정치적 파장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복합적 정치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지지층에는 공격받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다시 각인시킬 수 있다. 반대층에는 정치 과열이 어디까지 치달았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정치 갈등은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한 메시지에 익숙한 그가 통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미국 사회의 분열이 지도자 한 사람의 발언만으로 봉합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흔들린 언론 자유의 상징 무대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단순한 사교 행사가 아니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과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같은 공간에서 마주 앉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서로 날카롭게 비판하더라도 제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 무대가 총성으로 멈췄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풍자와 토론, 비판과 반론이 오가던 자리마저 경호와 불안의 문제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미국이 답해야 할 질문 용의자의 범행 동기와 배후 여부는 수사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이미 드러났다.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이 제도적 경쟁을 넘어 물리적 위협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문화,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 폭력을 거부하는 시민적 합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금 미국이 잃어가고 있는 것도 바로 그 토대다. 워싱턴 힐튼호텔의 총성은 한밤의 돌발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미국 정치가 어디까지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음이었다.
2026-04-26 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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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의 병목은 '신뢰와 인식'"…양국 전문가 한 목소리
[이코노믹데일리]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방향성과 핵심 과제를 진단하는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신뢰와 인식’이 현재 한·중 관계의 가장 큰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경쟁 심화로 외교·안보·기술·공급망 전 분야에서 압력이 커진 가운데 협력이 가능한 영역을 어떻게 재구성할지, 온라인 여론 변동성과 오해 확산을 어떻게 제어할지가 양국 관계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5일 서울 중구 중국건설은행 서울본점에서 아주일보와 주한대사관 공동 주최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미래 전망과 언론 역할’ 미디어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양규현 아주일보 사장,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건 국회의원(국민의힘), 정의혜 한국 외교부 차관보,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등 기업 및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첫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신봉섭 전 선양총영사(광운대학교 교수)는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 고착을 전제로 한 한국 외교 구조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접근이 구조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안보·기술·공급망 등을 영역별로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보건·식량·중소기업 등 정치적 위험이 낮은 블루존 협력을 중심으로 한중 협력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망구신 인민일보 서울지국장은 정상회담이 5년 만의 국빈 방문이자 양국 정상의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망 지국장은 한국과 중국을 “떼어낼 수 없는 파트너”라고 표현하며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전략적 소통 강화, 신산업 기반 경제 협력, 인문·청년 교류 확대, 국제무대 협력 강화 등 네 가지 방향이 향후 양국 관계의 설계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중이 이미 경제·산업 공급망에서 높은 상호 의존성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한국 내 반중 인식과 온라인 기반 오해가 관계 안정성의 현실적인 장애 요소”라며 “언론이 사실 기반 정보 제공을 통해 인식 왜곡을 줄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첫 세션 토론에서는 김희교 광운대 교수와 황재준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민주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는 한·중 관계가 ‘안보 경쟁–경제 의존–기술 경쟁–여론 변동’이 중첩된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중 관계 관리에 있어 국내 여론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략적 현실주의와 인식관리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중 언론의 역할 및 협력 방안’을 주제로 언론의 구조적 역할이 논의됐다. 이석우 파이낸셜뉴스 국제부장은 한·중 정상회담의 주요 성격을 민생·경제 중심의 실용 협력으로 평가했다. 이 부장은 “금융범죄 대응, 통화스와프, 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 인적 교류 확대 등 실질적 협력 의제가 부상한 반면, 북한 문제나 한한령 등 주요 현안에서는 구조적 제약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국 관계 복원 과정에서 상호 인식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왜곡 정보와 혐오 표현이 양국 국민의 인식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인식 격차가 한·중 관계의 장기 병목”이라고 말했다. 노성해 중국미디어그룹(CMG) 서울지국장은 양국 미디어가 수행해야 할 역할로 올바른 국가 이미지 전달, 정책 이해 제고, 오해 완화, 문화·인문 교류 촉진 등을 제시했다. 현재 미디어 환경의 도전 요인으로는 정치·안보 이슈의 민감성, 온라인 여론의 급변, 허위정보 확산, 정보 접근성 차이를 꼽았다. 노 지국장은 “신뢰·진실·교류 기반의 협력 체계와 지속적·체계적 협력 플랫폼 구축이 관건”이라며 “공동 취재·공동 프로그램 제작, 정례 브리핑·팩트체크 협업, 청년 기자 교류, 영상·AI 기반 콘텐츠 공동 제작 등 협력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중기·장기 로드맵을 구분해 공동 취재 확대, 공동 프로그램 구축, 공동 브랜드 콘텐츠 개발로 이어지는 체계적 협력을 구조화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문화·경제 협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과 한·중 국민 간 상호 이해 증진의 기대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에서는 박성훈 전 JTBC 베이징 특파원(현 중앙일보 기획취재)과 정용재 KBS PD는 중국 취재 경험을 기반으로 한·중 보도의 현장적 과제를 언급했다. 두 토론자는 청년 교류와 일상적 협력 사례를 꾸준히 발굴해 보도하는 것이 양국 인식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중 관계가 안보 갈등과 경제 상호 의존, 기술 경쟁과 민생 협력이 동시에 얽힌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언론의 역할도 단순 전달을 넘어 사실 검증과 갈등 완화, 교류 확대의 매개로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관계 복원 흐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도 양국 미디어의 지속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12-05 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