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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기기 업계, 설비보다 '맨파워'가 관건…숙련 시니어 인력 확보 경쟁 확대
[경제일보] 전력기기 업계에서 숙련 인력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수주 환경이 개선되는 가운데 설비보다 사람이 생산성과 납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기존 연구직 중심으로 운영해온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올해부터 생산직까지 전면 확대했다. 올해 정년퇴직자 80여명 가운데 약 3분의 1을 재고용해 핵심 기술과 사업 경험을 보유한 숙련 인력 이탈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고용 유지가 아니라 전력기기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배전반과 변압기 등 전력기기는 고객 요구에 맞춰 제작되는 프로젝트형 제품 비중이 높아 자동화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다. 이에 따라 생산 효율과 품질, 납기 경쟁력이 설비 투자보다 현장 인력의 숙련도와 경험에 좌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계에서는 생산능력보다 인력 확보가 더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주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숙련 인력 부족으로 생산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인력 수급 문제가 새로운 병목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S일렉트릭은 재고용 인력을 단순히 국내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사업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북미 배전반 제조 자회사 MCM엔지니어링II와 베트남 박닌 공장 등에 영업·연구개발·생산 경험을 갖춘 시니어 인력을 파견해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이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거점의 초기 안정화 기간을 줄이고 현지 인력의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글로벌 사업 확장 국면에서 사람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 설비 증설만으로는 품질과 납기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숙련 인력을 통한 공정 안정화와 문제 해결 능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전력기기 업체들도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등 주요 기업들도 변압기·배전기기 등 전력 설비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해당 산업 특성상 설비 증설만으로는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전력기기 제조 공정은 설계·조립·시험 등 단계별 숙련 기술자의 경험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단기간 내 신규 인력을 투입해 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 숙련 인력 확보와 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력 고령화와 현장 인력 유입 감소가 맞물리면서 시니어 인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력기기 산업의 경쟁 구도는 설비 투자 중심에서 인력 확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생산라인 증설만으로는 품질과 납기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숙련 인력의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프로젝트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설계·제작·시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경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기업 간 경쟁력이 생산능력 확대 속도보다 숙련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년 재고용과 인력 운영 전략 역시 단순한 인사 정책을 넘어 기술 축적과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전력기기 산업 전반에서 '사람 중심 경쟁력'이 한층 부각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6-04-08 14:46:31
출소 8일 만에 재범부터 6700억 담합까지…오늘 법정은 '입증의 싸움'이었다
[경제일보] 출소한 지 8일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사기범, 6700억원대 담합 혐의를 전면 부인한 대기업들, 그리고 피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강제수사에 나선 특검까지. 27일 법조계는 사건의 성격은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드러냈다. 수사는 확대되고 있지만 입증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검찰은 중고거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을 구속기소하면서 경찰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추가 범행까지 밝혀냈다. 문제는 시점이다. 해당 피고인은 출소한 지 불과 8일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형사 사법 체계가 범죄를 억제하기보다 뒤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범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출소 직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사 단계에서 범행이 충분히 확인됐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 범행을 밝혔지만, 그 과정에서 초기 대응의 빈틈도 함께 드러났다. 경제 사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효성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등 기업들이 연루된 6700억원대 입찰 담합 사건 첫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핵심 쟁점은 ‘담합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사실이 법적으로 입증됐느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증거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형사재판에서 반복되는 흐름이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료가 많더라도 그것이 법정에서 그대로 증거로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사건의 승패는 사실관계보다 절차와 증거의 경계에서 갈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치 사건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이어졌다.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은 압수수색 영장에 ‘성명불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은 설정됐지만 핵심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수사가 진행된 셈이다. 이는 직권남용 등 권력형 범죄 수사의 구조적 난점을 보여준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수사는 확대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이 같은 특징은 더 뚜렷해진다. 한편 정치권 인사의 성범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법조와 정치의 경계가 다시 한 번 흐려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최근 들어 주요 정치인의 형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법원이 사실상 정치적 갈등의 최종 종착지로 기능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법조계의 장면들을 한데 모으면 흐름은 비교적 선명하다. 범죄는 반복되고 수사는 확대되며 재판은 점점 더 치열한 법리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건의 크기나 사회적 파장과 무관하게, 마지막 판단은 결국 ‘입증 가능성’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책임의 윤곽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수사, 재범을 막지 못한 사후 대응, 그리고 사실보다 절차를 둘러싼 공방이 중심이 되는 재판까지. 각각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법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법정은 오늘도 열렸고 사건은 계속 쌓인다. 다만 그 결론이 어디로 향할지는 여전히 ‘입증’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다.
2026-03-27 13: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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