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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과 극기(克己)의 리더십
[경제일보] 현대 산업 지형에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만큼 극단적인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존재는 드물다. 누군가는 그를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 추앙하고, 누군가는 위태로운 도박사라 평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인류의 시선을 지구 너머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그의 경영은 상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불가능이라는 관념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전쟁에 가깝다. 이 전쟁의 출발점에는 의외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놓여 있다. 머스크는 이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성장했다. 외형적 조건만 보면 불안정한 환경이었으나, 그 안에는 철저한 자기 통제와 학습, 그리고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안락함보다 자립을, 의존보다 책임을 가르쳤다. 그 결과 세 남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가, 투자자, 창작자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실행으로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경영자의 뿌리는 종종 시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형성된다. 조직을 이끄는 힘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길러냈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양 최고의 군사 전략서인 손자병법은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겨 놓은 뒤에 싸운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바로 그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전기차가 조롱받던 시절, 그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저장, 소비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먼저 설계했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계열화한 구조는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승리의 조건’을 미리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는 전쟁에 나가기 전에 이미 전장을 재편했다. 또한 손자는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 했다. 전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속도다. 테슬라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속도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실행의 속도다. 여기서 머스크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는 관리자가 아니라 해결사다. 조직이 막힐 때, 회의를 늘리고 책임을 분산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생산이 지연되면 공장 바닥에서 직접 공정을 점검하고, 기술이 막히면 엔지니어들과 밤을 새워 해결책을 찾는다. 그의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개입이며, 통제가 아니라 돌파다. 현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문제를 구조로 숨기는 것이다. 보고 체계와 승인 절차 속에서 문제는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해결을 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만든다. 리더가 해결사가 될 때 조직은 멈추지 않는다. 리더가 관망자가 되는 순간 조직은 정체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그의 집요함은 유교 경전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至誠無息)”과 맞닿아 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산 직전의 공장에서 잠을 청하며 문제를 해결하던 그의 모습은 단순한 근면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사명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극기의 의지였다. 그 멈추지 않는 정성이 기가팩토리라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의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제1원리 사고’를 통해 산업의 전제를 해체했다. 배터리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원자재 단위에서 다시 계산했다. 한계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 속에 있었다. 그는 그 틀을 부수는 데서 출발했다. 성경 히브리서는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머스크의 경영에서 이 믿음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힘이다. 화성 이주와 자율주행이라는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확신이 만들어낸 실체였다. 시장과 자본은 결국 확신의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도덕경은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라 경계한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단은 때로 이 경계를 넘나든다. 위대한 혁신가의 빛이 강렬할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영 현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승리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있는가. 우리는 문제 앞에서 멈추는가, 아니면 그 문제를 돌파하는가. 길이 없으면 찾아야 하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출발점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길러진 자립의 정신,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가른다. 승리는 시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가정에서 길러지고 현장에서 완성된다.
2026-04-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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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의 몰락 , 78년 체제의 붕괴
[경제일보] 올해 10월 2일,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이 78년 만에 간판을 내린다. 대통령을 구속하고 재벌 총수를 소환하며 전직 총리와 장관을 법정에 세웠던 조직이다. 권력의 실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온 기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가고,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권력을 만들어낸 것도 법이고, 이를 해체한 것도 법이다. 이번 변화는 조직 개편을 넘어선다. 형사사법 체계 전체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은 거꾸로 짚어야 또렷하게 보인다. 한국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쥔 드문 체계를 유지해왔다. 사건을 직접 인지해 수사를 시작하고, 기소 여부를 단독으로 판단하며, 공소를 유지하는 전 과정을 장악했다. 경찰이 처리한 사건도 전건 검찰로 넘어갔고, 검사는 그 위에서 지휘권을 행사했다. 이 체계에서는 검찰의 판단 없이는 누구도 법정에 서기 어려웠다. 특수부 검사의 위상은 이 권한 집중에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존재만으로 기업을 긴장시키는 조직이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는 시장의 일반 기준을 벗어났고, 퇴직 직후 특정 사건이 따라 움직이는 관행도 낯설지 않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변화는 짧은 시간에 이어졌다. 2021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확보했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사라졌고,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만 검찰에 넘기게 됐다. 혐의 없음 사건은 자체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수십 년 이어진 수직 관계가 이 시점에서 균열을 보였다. 이듬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와 경제 범죄로 줄었다. 기존 6개 범죄 영역에서 2개로 축소됐다. 검찰이 사건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크게 좁아졌다. 이어 정부조직 개편이 추진되면서 검찰청 폐지가 결정됐다. 수사는 중수청으로, 기소는 공소청으로 나뉜다. 5년 사이 형사사법 체계의 축이 이동했다. 제도 변화 속도는 현장을 앞질렀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과 처리 편차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보완책이 뒤따랐지만 인력과 조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사건이 경찰로 집중되면서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통계는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검찰의 무고사범 처리 인원은 수사권 조정 직후 크게 줄었고 이후 일부 회복됐지만 이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수사 주체가 바뀌면서 사건 처리 방식도 달라졌다.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공소청 검사에게 어느 수준까지 보완수사 권한을 부여할지, 경찰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 간 관할 충돌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 권력 약화는 정치적 선택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권한 집중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 결과다. 수사와 기소가 한 기관에 묶여 있을 때 권력은 빠르게 작동하지만, 통제는 쉽지 않다. 정권 교체 때마다 수사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반복되면서 신뢰 기반이 흔들렸다. 경찰은 준비를 이어왔다.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 수사 영역을 넓혔다. 경제범죄와 사이버 범죄 대응 역량을 키웠고, 군사경찰 사건과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며 관할 범위를 확대했다. 권력 이동은 제도 변화와 맞물려 진행됐다. 다만 권력이 이동했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보와 수사가 한 기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견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기존의 문제가 다른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청 이후 형사사법 체계는 세 갈래로 나뉜다. 공소청은 기소를 담당하고, 중수청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경찰은 일반 사건을 처리한다. 권력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기소권이 수사를 좌우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수사권을 쥔 기관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명한 변화는 권력이 한 기관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책임의 경계는 더 흐려질 수 있다. 사건을 맡을 기관이 나뉘면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형사사법 체계는 지금 재편 과정에 있다. 권력은 이동했고, 새로운 균형은 아직 자리 잡지 않았다.
2026-04-09 10: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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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치쌍용1차' 재건축 수주 정조준 外
[경제일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대치쌍용1차 재건축 사업 수주에 나섰다고 23일 밝혔다. 대치쌍용1차 재건축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기존 15층∙5개동∙630세대 단지를 최고 49층∙6개동∙999가구로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치동 일대 재건축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첫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은 독창적 외관 디자인과 프리미엄 조경 등 차별화 제안을 통해 일대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폴란드 출신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와 손을 잡았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며 뉴욕 세계무역센터, 독일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등을 설계한 바 있다. 건물 외관에는 수직적 실루엣에 겹쳐진 원형의 선들이 회전하며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입면을 구현했다. 양재천 수변공원과 연계한 조망형 아트라운지 '스파이럴 쉘'은 단지의 상징적 오브제로 단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도록 계획했다. 특히 대안 설계를 통해 최적화한 단지 배치로 조합원 690명 모두가 주변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약 1만 5000㎡ 규모의 중앙광장도 확보했다. 3개층 높이의 스카이 커뮤니티에서는 양재천과 탄천, 한강 등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여기에 각 동의 지하공간에 위치할 입주민 전용 프라이빗 커뮤니티도 차별화 항목이다. 또 △1등급 층간소음 저감기술 △음식물∙일반쓰레기 이송설비 △AI 주차관리 시스템 적용 등 다양한 미래 주거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신규 단지명으로 '래미안 르네아르 대치(RAEMIAN ReneAr Daechi)'를 제시했다. 임철진 삼성물산 주택영업본부장은 "기존 주거의 모든 기준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제안을 통해 대치쌍용1차를 강남권 대표 주거 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라며 "대한민국 아파트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명품 단지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오케롯캐’ 유튜브 채널 구독자 50만명 돌파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공식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가 구독자 50만명을 돌파했다고 23일 밝혔다. ‘오케롯캐’는 주거 브랜드 ‘롯데캐슬’과 ‘르엘’을 중심으로 주거∙부동산 정보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청자 접점을 확대해 왔다. 정형화된 기업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로 브랜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해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예능적 요소를 결합해 기존 건설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Z세대를 포함한 잠재 고객층의 시청 성향을 적극 반영한 결과 호감도와 인지도 측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소셜아이어워드 2025’ 등 총 5개의 주요 시상식에서 6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단기적인 화제성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고객과의 공감’을 중심에 두고 주거 공간의 가치와 브랜드 철학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호반써밋 시흥거모 B1블록’ 견본주택 3일간 6000여명 방문 호반건설은 ‘호반써밋 시흥거모 B1블록’ 견본주택에 오픈 후 사흘 동안 약 6000여 명이 방문했다고 23일 밝혔다. 현장 방문객들은 전 세대 84㎡ 단일 면적 구성과 4베이(Bay) 4룸 판상형 구조의 평면 설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거모지구 최초로 도입된 거실 확장과 침실2·3 통합 등 무상 옵션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다. 기존 단지에서 보기 드문 첨단 기술 기반의 특화 서비스가 도입된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혔다. 한 방문객은 “다목적실, 와이드 드레스룸 등 넉넉한 수납공간과 효율적인 동선, 11자형 주방 평면특화를 통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며 “커뮤니티 시설과 스마트 시스템도 잘 갖춰져 실거주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호반써밋 시흥거모 B1블록’은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구에 지하 2층~지상 24층, 4개동, 전용면적 84㎡ 단일 면적으로 총 353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공공임대주택 43가구 제외한 310가구가 공급된다. 타입별로는 △84㎡A 233가구 △84㎡B 77가구다. 시흥 거모지구 B1블록은 교육과 생활 인프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입지로 평가받는다. 도일초등학교와 군자중학교가 도보권에 위치하며 단지 인근에 초·중학교 신설부지가 계획돼 있어 향후 교육 환경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4호선과 수인분당선 이용이 가능한 신길온천역이 인접해 있다. 향후 신길온천역에서 두 정거장 거리인 초지역에 인천발 KTX와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평균 약 1755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와 청약 및 대출 규제에 자유롭다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일정은 이날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오는 24일 1순위, 25일 2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당첨자 발표는 31일이며 계약은 내달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분양 관계자는 “호반써밋 브랜드가 거모지구에 처음 선보인다는 소식에 개관 전부터 문의가 이어졌다”며 “청약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6-03-23 1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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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칼춤'과 '밥그릇 싸움'… 이럴 바에 국민의 힘은 간판을 내려라
[경제일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작금의 행태는 역사의 반복이 아니라 '퇴행의 끝판'을 보는 듯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이른바 ‘컷오프 파동’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잔인한 숙청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조차 망각한 권력 암투의 결정판이다. 정치현장을 10여년 취재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눈에 비친 이 광경은 공당(公黨)의 공천 과정이라기보다, 몰락해가는 봉건 왕조의 뒤안길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에 가깝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휘두르는 ‘전기 충격기’는 환자를 살리는 기구가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잡는 흉기가 되었다. 현역인 박형준 부산시장을 명확한 기준도 없이 잘라내려 하고, 대구의 중진들을 싸잡아 컷오프하겠다는 발상은 ‘혁신’이 아니라 ‘오만’이다. 박 시장이 일갈했듯 이는 “망나니 칼춤”일 뿐이다. 정치의 본질은 설득과 합의에 있거늘, 이 위원장은 컷 오프 시킬때에는 객관적이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이뤄저야하는데도 아직 이런점에서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나쁜 골짜기가 되지 말라(爲天下谷)”고 경고했다. 모든 오물과 탐욕이 모여드는 골짜기가 되면 결국 그 스스로 썩어 문드러진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바로 그 ‘천하의 나쁜 골짜기’가 되어버렸다. 권력을 잃은 상실감에 함몰되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누가 더 큰 밥그릇을 차지할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지율 20% 안팎에서 신음하는 지지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내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가련하다 못해 추하다. 인류결정(Human Destiny)』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집단적 이기주의’를 꼽았다. 국민의힘 내에서 벌어지는 파행은 이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다. 공관위 내부에서 고성이 오가고 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풍경은 이 당에 ‘시스템’도 ‘상식’도 없음을 만천하에 공포한 꼴이다. 이른바 ‘충격 요법’을 써야 국민의 관심을 받는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민은 정당의 ‘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유능하게 내 삶을 바꿀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란 바로잡는 것(政者正也)”이라 했다. 스스로를 바로잡지 못한 자가 어찌 남을, 하물며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지난 패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왜 국민에게 버림받았는지에 대한 처절한 고백도 없었다.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도 믿음이 갈까 말까 한 판국에, 또다시 ‘내 사람 심기’와 ‘현역 죽이기’라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요, 민주공화국의 정당으로서 가질 최소한의 도리도 아니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도 긴장하고 바로 선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귀중한 야당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라는 텃밭에서조차 자중지란에 빠져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헌납하겠다”는 비명이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지경이라면, 이 정당의 생명력은 이미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통 지지층인 TK와 PK 민심조차 이반 시키는 ‘내려꽂기’ 식 공천과 명분 없는 ‘중진 숙청’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혁신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면 그 안에 든 것이 추악한 권력욕뿐임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동지를 베고 국민을 속이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더 이상의 혼란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지금처럼 자해적인 밥그릇 싸움을 계속할 바에는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가 될 것이다. 껍데기만 남은 ‘혁신’의 구호를 집어던지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 용기가 없다면, 정치라는 신성한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은 더 이상 당신들의 ‘칼춤’을 볼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다.
2026-03-17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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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재건은 말이 아니라 구조다…국민의힘이 해야 할 혁신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정치와 권력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안다. 정당의 위기는 선거 패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성찰의 능력을 잃는 순간, 그때부터 정당은 무너진다. 지금 국민의힘이 맞닥뜨린 상황이 바로 그렇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와 탄핵, 그리고 사법부의 중형 선고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정권 실패가 아니다. 보수 정치 전체의 정당성이 국민 앞에서 무너진 사건이었다. 국가 권력이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장면을 국민이 목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보수 정치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이제 보수 정당은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보수는 무엇을 지키는 정치인가. 그리고 국민의힘은 과연 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근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늦었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결단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선언에 그친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보수의 재건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인적 쇄신은 ‘희생’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정당이 위기를 맞을 때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가 인적 쇄신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인적 쇄신은 대부분 몇몇 얼굴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런 방식의 쇄신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국민이 분노한 지점은 단순한 권력 실패가 아니었다. 책임의 실종이었다. 헌정 질서를 흔드는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정치인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서는 모습을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인적 쇄신은 단순한 공천 교체가 아니다. 정치적 책임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계엄령 사태와 관련해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했던 인물들은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는 법적 책임만으로 끝나는 영역이 아니다. 공적 책임을 외면하는 정치에는 미래도 없다. 지도부 구성 역시 달라져야 한다. 특정 계파나 권력 중심 인물들이 당을 이끄는 구조가 반복되는 한 국민의 신뢰는 돌아오지 않는다. 행정 경험과 정책 역량을 갖춘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청년과 전문가의 정치 참여 역시 형식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보수 정당이 여전히 과거의 인맥 정치에 의존한다면 미래 세대는 그 정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 세대 교체에 실패하는 순간 정당의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보수의 가치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한국 보수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가치의 부재였다. 보수의 이름으로 특정 정치인을 방어하는 정치가 반복되면서 정당이 지켜야 할 철학은 흐려졌고, 결국 보수는 인물 중심 정치의 틀에 갇혀버렸다. 보수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는 복잡하지 않다. 헌법 질서, 시장경제, 책임 있는 국가 운영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보수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특히 이번 사태 이후 보수 정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헌정 질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세우는 것이다. 권력 남용과 국가 권력의 사유화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지 못한다면 보수의 정당성은 회복될 수 없다. 경제 정책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보수 경제 정책이 성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성장과 공정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불평등 문제를 외면한 채 시장만 강조하는 정치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보수 정치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정당은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언어로도 평가받는다. 지금 보수 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언어가 낡았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한 발언, 상대 진영을 향한 과도한 공격, 음모론적 정치 언어는 중도층을 정치에서 밀어낸다. 정당이 지지층만 바라보는 순간 정치의 외연은 급격히 좁아진다. 특히 청년 세대는 진영 논리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정과 기회, 그리고 미래의 문제에 더 민감하다. 보수가 다시 국민적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정치의 언어를 과거의 이념 논쟁이 아니라 현실의 삶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보수 재건의 조건은 ‘시간’이 아니라 ‘결단’ 역사를 돌아보면 몰락했던 보수 정당이 다시 살아난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철저한 자기 혁신이다. 정당은 위기를 맞을 때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해체에 가까울 정도로 혁신하는 것이다. 어느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정당의 운명은 갈린다. 지금 국민의힘 앞에 놓인 선택도 마찬가지다. 인적 쇄신, 가치 재정립, 정치 언어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보수 재건은 결국 공허한 구호로 끝날 것이다. 국민은 이미 여러 번 기회를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의 결단이다. 보수는 대한민국 정치의 한 축이다. 그 축이 바로 서지 못하면 정치 전체의 균형도 무너진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완벽한 정당이 아니라 책임을 아는 정당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과거를 변명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보수의 재건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결단의 문제다.
2026-03-10 17: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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