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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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광화문을 넘어 세계로 흘렀다
[경제일보] 세종대왕 동상 너머로 봄밤 광화문이 붉게 물들었다. 21일 오후 8시, 방탄소년단(BTS) 7인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2만2000명의 함성이 세종대로를 타고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조선 왕조가 남긴 근정문(勤政門)을 나서 흥례문을 지나 광화문 월대를 밟고 무대로 걸어 들어온 일곱 청년의 발걸음 안에는, 3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압축돼 있었다. 전석 무료로 열린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 기념 컴백 공연 '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생중계됐다. 특정 가수가 광화문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쇼가 시작된다"(The show is starting!)고 속보를 타전했고, BBC는 광화문 문루(門樓)를 파리 개선문에 빗댔다. 왕의 길을 따라 무대로 공연이 남다른 인상을 남긴 것은 단순한 음악 퍼포먼스를 넘어선 공간의 연출 때문이었다. BTS는 경복궁 내부 근정문에서 출발해 흥례문, 광화문, 월대를 거쳐 무대로 향했다. 조선시대 왕과 백성이 소통하던 '왕의 길'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공연 전 빅히트 뮤직이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RM은 "광화문과 무대가 서로 가리지 않도록 오픈형 구조로 설계해 한 화면에 담겼다"고 밝혔다. 공연은 신곡 '바디 투 바디'로 막을 올렸다. 한국 민요 '아리랑'을 샘플링한 이 곡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 좌석 구역에 앉은 아미(ARMY)들이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만 명이 600년 역사의 궁궐을 배경으로 조선의 민요를 떼창하는 광경은 누가 기획해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연출을 맡은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은 런던 올림픽 개폐회식과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지휘한 인물이다. 이번 앨범 제목 '아리랑'은 130여 년 전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이 노래를 불렀던 이름 모를 이들의 이야기와, 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BTS의 서사를 하나의 실로 엮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앨범의 14곡 가운데 13곡에 RM이 작사에 참여했다. 리더인 그는 이날 다리 부상을 안고도 무대에 올랐다. 예측 빗나간 인파, 그리고 현장의 온도차 경찰과 서울시는 공연 전 최대 26만명의 인파를 예상하며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을 능가하는 경계 태세를 폈다.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은 오후 2시부터 무정차 통과로 전환됐고, 세종대로 1.2㎞ 구간은 사실상 야외 스타디움으로 봉쇄됐다. 안전요원과 경찰·소방 인력 1만5000여 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집 인파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찰과 서울시 공식 추산으로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인 인원이 4만~4만2000명 수준, 주변 일대를 합산해도 약 10만 명에 그쳤다. 26만 명을 상정하고 꾸린 안전·통제 체계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고, 현장에서도 "다소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철통 같은 교통 통제가 접근성 자체를 떨어뜨렸고, 공연 시간이 1시간 남짓이라는 사전 정보가 알려지면서 굳이 현장까지 오기보다 넷플릭스로 보겠다는 팬들이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광화문 방문 자제를 권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식 좌석 2만2000석은 티켓을 받은 팬들로 빈틈없이 채워졌지만, 무대 바로 앞 구역을 벗어나면 공연장 특유의 공간 구조 탓에 대형 스크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좁고 길게 뻗은 세종대로의 특성상 무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실상 현장에서 넷플릭스 중계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공연 종료 후 팬들 사이에서 "정말 끝이야?"라는 말이 나돈 것은 이 공연이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짧게 느껴졌다는 아쉬움에 가까웠다. 인파 규모 자체보다 눈길을 끈 것은 국적의 다양함이었다. 현장 안전요원은 "체감 방문객의 6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브라질, 프랑스, 일본은 물론 체코, 루마니아, 미얀마, 우크라이나까지 각국의 언어가 뒤섞였다.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한 팬은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전쟁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줬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24세 여성은 "역사적인 장소에서 BTS를 보는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 운영을 두고는 적잖은 불만이 쏟아졌다. 입장 게이트 위치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찰에게 물어봐도 "앞으로 계속 걸으세요"라는 말만 들었다는 관람객이 여럿이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온 관람객이 반입 제지를 당하는 등 소지품 기준도 불명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외국인 팬들은 한국어로만 공지되는 안내 방송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을 헤맸다고 했다. 빛과 그림자, 엇갈린 반응 공연 뒤 광화문 인근 상권은 희비가 갈렸다. 공연장 주변 음식점들은 점심부터 이른 저녁까지 외국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밥집 사장은 "미국에서도 김밥 인기가 높아 아미들이 간편하게 들러 먹고 갔다"고 했고, 광화문 인근 식당 상당수는 아리랑 앨범 콘셉트에 맞춘 한식 메뉴를 내걸었다. 한 경제연구소는 이번 공연의 경제 파급 효과를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반면 공연장 외곽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3월 16일부터 시작된 광화문광장 통제로 인근 상인들은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출 손실을 봤다고 호소했다. 예상 인파에 대비해 물류를 대폭 늘렸던 편의점 업주들은 고스란히 재고 손해를 떠안았다. 공무원 차출, 직장인 강제 연차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의 행사가 과연 공공 광장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쟁도 이어졌다. 주최 측인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이 국가 인프라를 사실상 전용(專用)한 셈이라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공연이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행사 인파 관리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게이트 31곳을 통한 분산 통제와 20분 단위 순차 퇴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공연이 끝난 뒤 일부 팬들은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현장 쓰레기를 주웠다. '아리랑'이라는 선택의 무게 이번 앨범과 공연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음악적 성취보다 그 이름이 지닌 무게에서 비롯된다.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특정 누구의 소유도 아닌 채 수백 년을 이어온 노래다. BTS가 이 이름을 정규 앨범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우고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결합했을 때, 그것은 음악적 선택을 넘어 문화 정치적 행위가 된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이 앨범을 "군 복무 이후 가장 민족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결과적으로 이날 밤 광화문 무대가 세계에 전달한 것은 보편적 정서였다.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민요 가락에 맞춰 수십 개 나라 팬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의 개국과 일제 강점기,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던 광화문이 K팝의 역사적 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K팝이 수십 년간 걸어온 길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앞으로 BTS는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고양·부산을 포함한 국내 투어와 유럽 브뤼셀·런던을 거치는 월드투어 'ARIRANG'을 예고했다. 오는 27일에는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BTS: The Return'이 공개된다. 완전체 복귀 이후의 BTS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그리고 이날 광화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봄밤의 광화문이 남긴 잔향은 그 질문을 품은 채 아직 서울 도심에 맴돌고 있다.
2026-03-22 1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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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한 경험 될 것"…넷플릭스, BTS와 첫 음악 공연 라이브 승부수
[경제일보] "BTS 같은 아티스트와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즉 이 둘이 손을 잡은 덕분에만 가능한 유일무이한 경험이 될 것" 20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진행된 넷플릭스의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미디어 브리핑에서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논픽션 시리즈 및 스포츠 부문 VP는 이렇게 말했다. BTS 컴백 라이브 생중계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이번 미디어 브리핑에는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VP, 개럿 잉글리쉬 총괄 프로듀서, 조현준 넷플릭스 코리아 디렉터 등 넷플릭스 관계자들과 김현정 빅히트 뮤직 VP,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 등 BTS 관계자들이 참석해 넷플릭스 라이브 콘텐츠 확장 전략과 BTS 컴백 라이브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송출하는 라이브 이벤트이자 음악 공연으로 알려졌다. 앞서 넷플릭스는 WWE, 스탠드업 코미디, F1, '스카이스크래퍼' 등의 라이브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지만 음악 공연 생중계 송출은 최초다. 브랜든 리그 VP는 "다양한 성격의 라이브 이벤트를 할 때 서로 다른, 상이한 도전 과제들이 있었다"며 "이번 공연 같은 경우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도심 속에서 이 정도 스케일로 이루어진다는 점들이 도전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해온 넷플릭스의 라이브에서 실질적으로 경험을 쌓아 얻어온 전문성을 통해 이번 공연도 저희가 진행했던 라이브 이벤트들과 마찬가지로 문제없이 진행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문제없는 라이브 송출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광화문과 한국의 전통, BTS라는 현대적 요소의 조화를 중점으로 두고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BTS의 신보 제목인 '아리랑'부터 한국적 요소를 채용했으며 한국의 역사적 공간인 광화문에서 공연해 전통적 요소를 구현했다. 개럿 잉글리쉬 프로듀서는 "현지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디자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어떻게 하면 가장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과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정부뿐만 아니라 각 주요 부처들에서 함께 협력해 주신 덕에 저희가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핵심 성장 축으로 삼고 관련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지속할 방침이다.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제작은 물론 라이브 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혀 '글로벌 흥행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기존 영화와 드라마 중심의 콘텐츠 전략에서 나아가 라이브 이벤트 분야로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할 뜻을 전했다. 이는 단순 시청을 넘어 '동시에 함께 경험하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을 반영한 전략으로 향후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 참여도와 체류 시간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브랜든 리그 VP는 "저희의 목표는 언제나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 콘텐츠를 저희가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희의 라이브 투자와 관련해서는 계속 확장할 것이고, 라이브 이벤트와 관련해서도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유통 방식의 변화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실시간 시청 데이터, 팬 참여도, 후속 콘텐츠 소비까지 이어지는 '확장형 흥행 모델'이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대표가 한국에서 시작하여 슈퍼스타가 글로벌 슈퍼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이 다시 컴백을 한다면 그 시작점은 한국이어야 하고,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서울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아이코닉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있어서 넷플릭스가 가장 적절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2026-03-20 12: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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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26만명, BTS의 귀환과 'K안전'이라는 시험대
단 하루 남았다. 2026년 3월21일, 대한민국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이 전 세계 아미(ARMY)들의 거대한 함성으로 뒤덮일 채비를 마쳤다. 긴 공백기를 깨고 귀환한 21세기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라이브 공연은 이제 단순한 대중음악 콘서트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최대 26만명의 구름 인파가 몰려들 이 무대는, 한동안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 실물 경제에 강력한 불을 지필 거대한 경제 엔진의 재가동을 의미한다. 이번 공연은 수조원대의 자본이 요동치는 거대한 산업적 분수령이다. 이른바 ‘BTS노믹스(BTSnomics) 2.0’이 몰고 올 경제적 파급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찍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 BTS가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콘서트를 1회 열 경우 최소 6197억원에서 최대 1조2207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외래 관광객 비중이 50%까지 늘어날 경우 생산 유발 효과만 1조2207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1만815명에 달한다는 치밀한 분석이었다. 이제 그 파장은 과거의 예측 수치마저 덮어버릴 기세다. 외신과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이번 광화문 컴백 공연과 내달부터 이어질 전 세계 34개 도시 82회의 투어가 창출할 부가가치가, 테일러 스위프트가 149회 공연으로 22억달러를 벌어들인 ‘스위프트노믹스’를 가볍게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콘서트 티켓 1장이 지역 경제에서 창출하는 소비 효과가 평균 3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단 하루의 공연이 내수 시장에 쏟아낼 낙수 효과는 엄청나다. 숙박 플랫폼 데이터상 서울행 여행 검색량이 투어 발표 직후 155% 폭증한 것은 그 전조에 불과하다. 광화문 일대의 백화점과 호텔,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전례 없는 공연 특수를 맞이하기 위해 물량 확보와 인력 증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화려한 경제 효과와 문화적 쾌거는 단 하나의 엄중한 대전제 앞에서만 유효하다. 바로 ‘안전’이다. 26만명이라는 거대한 군중이 통제된 실내 스타디움이 아닌 도심 한복판의 개방된 야외 광장에 밀집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예측 불가능한 잠재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도심 속 인파 밀집이 얼마나 참혹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겪은 나라다. 내일의 광화문은 단순히 K팝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 아니라 그간 숱한 아픔 속에서 절치부심하며 뜯어고친 대한민국의 ‘인파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전 세계 앞에 증명해 보여야 하는 시험대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서울시, 경찰 등 관계 당국의 대비 태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펜스와 게이트를 이중 삼중으로 활용해 개방된 야외 광장을 마치 실내 돔구장처럼 철저히 통제하는 ‘새로운 인파관리 모델’을 전격 도입했다. 현장을 핫(HOT), 코어(CORE), 콜드(COLD), 웜(WARM) 4개 구역으로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인파를 분산시키고 1제곱미터당 2명 이상이 유입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원천 차단하는 정밀 동선 통제를 기획했다. 현장에는 무려 8200명의 안전요원이 촘촘히 그물망처럼 배치된다. 경찰과 소방청 역시 800여명의 인력과 100여대의 장비를 투입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동해 50대의 구급차를 추가 확보하는 등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특별경계근무 제2호를 발령했다. 차량 돌진과 같은 테러에 대비해 강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테러대응구조대를 전진 배치했으며 무허가 비행체를 막기 위한 드론 전파교란 시스템과 8m 높이의 고공차를 활용한 입체적 인파 감시망까지 구축했다. 하이브 측이 마련한 11개 의료부스 외에도 서울시의 이동형 중환자실(SMICU)이 역사박물관 일대에 대기하며 중증 환자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재난 대응 시스템의 총력전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매뉴얼과 첨단 시스템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완벽한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 이 거대한 작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결국 현장에 모이는 26만명 시민과 팬들의 성숙한 군중 의식에 달려 있다. "가장 안전한 공연이 가장 성공한 공연"이라는 경찰 당국의 간곡한 호소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주최 측과 안전요원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인내와 이타심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숱한 국가적 대사 위기 속에서도 질서 정연한 문화를 세계에 증명해 온 저력 있는 국민이다. 광화문 일대의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중앙버스전용차로 임시 우회, 공공자전거 운행 중단 등 주말 도심의 마비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의 너그러운 배려가 절실하다. 지역 상인들 역시 일시적인 영업 단축이나 동선 통제로 인한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이번 행사가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져 장기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국가 브랜드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승적인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BTS가 음악으로 세계의 기준을 바꿔왔다면 이제는 안전과 질서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보여줄 차례다.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질 거대한 에너지가 통제된 질서 속에서 마무리될 때, ‘K안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경쟁력이 완성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 효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축적해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이번 행사가 전례 없는 문화적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성숙한 글로벌 축제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본지는 앞으로도 현장의 모습과 그 이면의 흐름을 균형 있는 시선으로 기록해 나갈 것이다.
2026-03-20 09: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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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無知)의 시장과 김어준씨의 선동 정치
[경제일보]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언어는 집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두고 불지르는 감옥이자 흉기가 되었다. 그 한복판에 김어준이라는 이름이 서 있다. TBS 시절부터 현재의 유튜브 권력에 이르기까지, 김 씨가 구축한 ‘뉴스공장’이라는 거대한 스튜디오는 사실(Fact)을 선택적으로 가공(Selection)해 특정한 정치적 해석을 강화하는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81장에서 "신언불미 미언불신(信言不美 美言不信)"이라 했다. 참된 말은 겉치레가 화려하지 않고, 화려하게 꾸민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뜻이다. 김어준 씨의 화법은 전형적인 ‘미언(美言)’의 극치다. 여기서의 ‘미’는 도덕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해주는 감각적 쾌락이다. 김 씨는 특유의 음모론적 서사 구조를 빌려 복잡한 세계를 ‘선과 악’의 대결로 단순화한다. 생태탕 의혹부터 사드(THAAD) 전자파 미신, 나아가 각종 선거 국면에서 터져 나온 근거 희박한 의혹 제기들까지. 김 씨가 던진 수많은 ‘설(說)’ 중에서 법원의 판결이나 객관적 물증으로 증명된 것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가. 사실과 거짓의 비율을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김 씨는 일부 사실과 추측을 결합한 서사를 통해, 대중이 믿고 싶어 하는 해석을 강화하는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자(孔子)는 정치의 으뜸으로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는 것을 꼽았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어준 씨의 방송 방식은 전통적 저널리즘의 기준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스스로를 '공장장'이라 부르며 객관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조롱한다. 김 씨의 방송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선동 기법은 '프레임의 오염'이다. 상대방을 토론의 대상이 아닌 '청산해야 할 절대 악'으로 규정함으로써 합리적 비판의 통로를 원천 봉쇄한다. 이는 인류 경영의 기초인 '공존의 룰'을 파괴하는 행위다. 도덕경 24장은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밝지 못하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자는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自見者不明 自是非者不彰)"고 경고한다. 자신의 진영만이 정의롭다는 오만(自是非)이 확성기를 타고 대중에게 전달될 때, 사회적 통합은 요원해지고 증오의 에너지만이 응축된다. 김 씨의 방송 사례를 분석해보면, 사실 관계의 왜곡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맥락의 절단'이다. 특정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의도적인 추측을 덧붙여 거대한 음모의 퍼즐을 맞춘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정도의 교묘한 수위 조절을 거치기에 법적 책임은 피할지 모르나, 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과거 광우병 사태부터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김 씨는 공포와 분노 같은 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적 서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는 평가가 있다.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분노 마케팅'이다. 사실과 가짜의 비율이 1대 9이든 5대 5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김 씨가 제기한 일부 주장들이 허위정보 논란을 낳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키고, 진영 간의 벽을 더욱 높였다는 숙명적인 결과다. 『도덕경』 12장에는 "오색(五色)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五音)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한다"는 말이 있다. 화려한 음모론과 자극적인 선동의 언어는 대중의 눈과 귀를 멀게 한다. 김어준 씨가 파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위안'과 '카타르시스'다. 하지만 그 카타르시스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하다. 그것은 공동체의 신뢰 자본을 탕진하고, 민주주의의 토대인 객관적 사실을 증발시킨다. 이제 대중은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저 사람 말이 시원하다"는 감각적 만족 뒤에 숨겨진 독단과 오만을 직시해야 한다. 단언컨대 선동으로 일어선 자는 결국 그 선동이 만든 허상 속에 갇히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김어준이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 논객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상식과 도덕이 숨 쉬는 진정한 공론의 장이 열릴 것이다.
2026-03-16 09: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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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한화의 우주에서 본 대한민국을 읽다
지난번 광고쟁이 단상에서 SK하이닉스의 여정을 다루며,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왕의 남자 장생의 뜨거운 눈물과 진심을 이야기했습니다. 외줄 위라는 가장 높고 위태로운 곳에서 장생이 내려다본 세상은 결국 사람을 향한 애틋함이었죠. 오늘 이야기하려는 한화의 지난 캠페인은 그 시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외줄 위 광대가 아니라, 거대한 기술이라는 왕과 나란히 발을 맞추며 일상을 공유하는 왕과 사는 남자의 마음으로 우주에서 본 대한민국 편을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기술의 위용 대신 전해온 다정한 안부 발표된 지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깊은 잔상을 남기는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한화그룹의 우주 캠페인입니다. 거대한 존재인 기술과 우리네 일상을 연결하는 이 영상은, 마치 왕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왕의 권위보다 그 아래 숨 쉬는 사람들의 기척을 먼저 살피는 것 같은 다정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우주나 위성 같은 단어들은 우리 일상과는 참 멀고 차갑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우리가 이만큼 대단한 기술을 가졌노라며 위용을 뽐내는 광고였다면, 아마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화는 달랐습니다. 가장 높은 곳인 우주까지 올라가서 정작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위성 데이터의 차가운 수치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점점이 박힌 우리네 삶의 불빛들이었습니다. 왕의 곁에서 땅 위의 숨결을 살피는 시선 이 지점에서 왕과 사는 남자의 시선을 느낍니다. 왕이라는 첨단 기술의 그림자 아래 살면서도, 정작 그가 살피는 것은 왕의 권세가 아니라 그 기술이 지켜내야 할 땅 위의 소박한 숨결들입니다. 영화 속 장생이 외줄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저 아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한판 놀음으로 풀어냈듯, 한화가 쏘아 올린 위성 렌즈는 우리가 얼마나 높이 왔는지 과시하는 대신 저 멀리 높은 곳에서 조용히 한반도의 밤을 지켜봅니다. 거기 별일 없는지,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 듯한 따뜻한 마음이 화면 너머로 전해집니다. 적막한 우주 한복판에서 홀로 반짝이는 대한민국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저 불빛 속에 내가 있고, 내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줍니다. 광고쟁이의 눈에 이 기술이 따뜻하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하늘 높이 솟아올라도, 결국은 사람이 살고 있는 터전을 향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품격,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을 향하다 결국 한화가 이 캠페인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우주 정복 같은 거창한 야심이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가 이토록 높은 곳까지 올라간 이유는, 당신들이 사는 이 땅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자세히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수줍은 고백에 가깝습니다. 함께 멀리 가자는 그들의 약속이 이제는 지구를 넘어 저 넓은 우주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하게 다가옵니다. 이제 한화의 기술은 왕의 곁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가장 높은 우주에 머물면서도 시선만큼은 땅 위의 우리를 놓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기술이 가진 진정한 품격이 아닐까요. 우주에서 본 대한민국은 참 작았지만, 왕과 사는 남자의 시선이 머문 우리 집은 그 어느 별보다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2026-03-05 17: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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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컨선 동시 수주…HD한국조선해양, '균형 포트폴리오'로 판 짠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HD한국조선해양이 이틀 연속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14%를 채웠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계약이지만 흐름을 보면 전략이 읽힌다. 고부가가치 선종과 범용 선종을 병행 확보하는 '포트폴리오 균형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오세아니아 선사와 3678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 아시아 선사와 3724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6척 건조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총 7400억원 규모다. 해당 선박은 모두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오는 2028년 상·하반기 중 순차 인도된다.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 누적 실적은 25척, 33억6000만 달러로 늘었다. 연간 목표 233억1000만 달러의 14.4% 수준이다. LNG운반선 6척, 컨테이너선 10척, LPG·암모니아운반선 3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 PC선 2척 등으로 선종도 다변화돼 있다. 겉으로 보면 물량 확대지만 실제 핵심은 구성이다.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 '빅3'가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대표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고사양 화물창 기술과 친환경 연료 추진 시스템이 요구돼 진입 장벽이 높다. 중동·미국발 LNG 프로젝트 확대와 맞물려 안정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중국 조선사와 가격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운임 사이클에 민감해 발주 흐름이 급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형 발주를 확보한 것은 납기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중심의 LNG선과 물량 기반의 컨테이너선을 병행하며 수익과 가동률을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다. 2028년 인도 슬롯이 상당 부분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선업계는 현재 수주 잔량 기준 2~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이제 경쟁의 초점은 '얼마나 수주했는가'보다 '어떤 선가와 마진으로 채웠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고선가 기조가 유지되는 현 국면은 수익성 개선의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운임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운사 발주 심리를 흔들 수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은 사이클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단일 선종 의존 전략은 위험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LNG·컨테이너·원유·가스 운반선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종을 축으로 하되 범용 선종 물량을 병행 확보하는 구조다. 조선 호황 국면에서 '선종 믹스' 자체를 전략 변수로 활용하는 셈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조선 산업의 경쟁은 더 이상 단순 수주 규모가 아니다. 고부가가치 선종과 범용 선종을 어떻게 배합하느냐 그리고 이를 통해 수익성과 가동률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느냐가 다음 판의 기준이 된다.
2026-02-28 08:00:00